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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영혼 님의 서재입니다.

2032 임자왜란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시간의영혼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6
최근연재일 :
2021.11.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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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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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깊어지는 모의 (2)

DUMMY

흔들리는 황상태의 심리를 꿰뚫어 본 가희원의 설득이 계속되었다.


“참모총장 이건 단순히 나의 뜻이 아닙니다. 미국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이에요. 미국 대통령이 누구입니까? 세계의 대통령이 아닙니까? 자유세계의 리더인 미국 대통령의 뜻을 대한민국 육군참모총장이 따르지 않는다면 이것이야말로 반역입니다. 제 말이 틀렸나요?”


가희원 의원의 회유와 설득에 황상태 총장은 아무 대답도 없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겨우 입을 연 황상태 총장은 모기 같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 생각할 말미를 며칠 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번 주까지 결정하셔야 합니다. 이번 주까지 확답이 없으면 미국 대통령의 뜻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향후 군대 인사에서 총장님은 물론 용성회 회원들까지 군복을 벗을 각오를 하셔야 할 것입니다.”


‘용성회’란 단어를 듣는 순간 황상태 참모총장은 가슴이 내려앉는 듯했다.


”용... 용성회를 알고 계셨나요?“


입가에 가소로운 듯한 미소를 지으며 가희원이 말했다.


”총장님 우리의 정보수집 능력을 무시하시나요? 미국 대통령은 총장님은 물론 용성회 회원들이 어제저녁 메뉴로 뭘 먹었는지도 다 알고 계십니다.”


황상태는 모공이 솟으며 소름이 끼치는 느낌이었다.


‘이 여자는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단 말인가? 우리 대구경북 출신 장군들의 은밀한 사적 모임인 용성회까지 다 파악하고 있다니...’



황상태 총장은 결국 가희원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무능력한 자주파 정당의 대통령을 따르기에는 정권의 미래가 너무 불투명했다.


‘임기도 얼마 안 남은 현가석 정부만을 믿고 따르기에는 나는 물론 용성회 회원들의 미래는 불투명했다.

이대로 정권이 바뀐다면 군내 정치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군대는 줄서기 아닌가? 가희원 총재 뒤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이 아니고선 알 수 없는 용성회(勇星會) 정보를 가희원이 알 리가 없다.


그래 가희원 라인을 타는 거다!‘









2031. 1. 1.



신병산(神屛山) 기지





새해를 맞아 경상도기지, 전라도기지 핵심 인원들이 신병산으로 모였다.


이미 일본군의 국방예산이 GDP 2%를 넘은 것으로 세계 언론들은 파악하고 있었다.


아마도 올해에는 2.5%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었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는 제어할 수 없는 야생마의 고삐처럼 방향을 알 수 없이 날뛰고 있었다.



새해를 맞아 통제영 수뇌부들이 모인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일본 쪽 소식통에 따르면 내년에는 일본 국내총생산 GDP 3%까지 국방예산을 증가시키려 할 것이라 합니다.“


경상도 기지의 나주효 대장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거침없이 군사 대국화 속도를 내는군요!“


”GDP 2% 국방예산 상한선을 돌파한 게 몇 년이나 됐다고 벌써 3%까지...“


암울한 소식에 형민을 비롯한 사람들의 표정은 올 게 왔다는 듯이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때 전라도 기지의 송우천 대장이 한 젊은 청년과 함께 들어 왔다.



”영수님 앞으로 영수님의 신변경호를 맡아줄 친구입니다.”


"제 경호를요?"


“네. 월일산 고문님과 다 상의했습니다. 통제영 식구들의 걱정을 더는 일이기도 하구요.”


"그래 영수는 원래 혼자 다니면 안 되는 거야. 석필 영수도 그렇게 혼자 다니면 안 된다고 했지만, 워낙 고집이 세서 혼자가 편하다고 괜찮다고 하길래 그냥 두었더니 결국 변고가 났잖아.

지금부터는 전시와 다름없는 상황이 시작될 듯하니 형민 영수에겐 우리 전통적인 방식으로 근접 경호를 붙여줄 거야."



형민은 뭔가 거부하는 듯 말을 하려 했지만, 사람들의 표정을 둘러보고 단념하였다.


석필 영수의 기일이 되면 지금도 사람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걸 알았으니, 괜히 고집을 피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런데, 누가 제 경호를 담당합니까?"


"어이, 벽타기 이리 와봐."



송우천 대장이 멀찍이 서 있던 청년을 불렀다.



170cm 정도 되어 보일까? 호리호리한 몸매의 보통 키에 어눌한 말투를 한 순박한 표정의 젊은이가 다가왔다.



"재가 저를 경호한다구요? 제가 돌봐야 하는 게 아니구요?"



형민의 어이없다는 듯한 말에 뭔가 말을 하려던 송우천 대장이 대신 갑자기 품속의 권총을 꺼냈다.


"벽타기! 너 이 권총 갖고 싶다고 했지. 5초 내 뺏어가면 이거 네 거다."


송우천은 권총을 든 팔을 뻗어 청년을 겨누었다.


"시작하면 쏜다. 준비됐지."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송우천의 표정이 장난이 아님을 직감한 형민이 급히 손을 뻗어 송우천 대장을 말렸다.


"이게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미쳐 총을 막을 틈도 없이 굉음을 내며 첫발이 발사되었다.


"쾅"


가까이에서 고막을 터트리듯 발사된 굉음에 형민도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때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청년의 몸이 시야에 들어왔다.


"쾅"


두 번째 총알이 발사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달려오던 청년이 몸을 날려 오른발로 벽을 차며 날아오르듯이 뛰어왔다.


순간, 슬로우 영상처럼 다가오는 비현실적인 청년의 몸놀림에 형민의 망막은 놀랄틈도 없이 천천히 동공이 커졌다.


분명히 벽을 차고 뛰어올랐는데 오른발, 왼발, 오른발 3번의 발자취가 중력을 이긴 듯 미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콰아앙"



마지막 한 발이 발사되는 순간, 송우천 대장에게 달려든 청년은 손을 뻗어 송우천의 팔을 위로 쳐올리며 총을 빼앗아 감싸 쥐었다.


"그만, 그만! 오케이! 이 총 네 거야."


손목이 껶 인 송우천은 고통에 격하게 소리를 쳤다.


송우천을 놔주고 만족한 듯한 표정으로 권총을 살펴보는 청년을 형민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왜 벽타기라 불리는지 아셨죠."


바닥에 넘어졌다가 손목이 아픈 듯 털며 일어서는 송우천 대장은 찡그린 표정으로 형민을 보며 말했다.


"진짜 실탄이었으면 어절 번 했어요."


"첫발은 공포탄이었지만, 두 번째는 실탄이었습니다."


"그... 그럼 실탄을 피했다는 건가요?"


놀란 표정의 형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제가 맞추려고 했다면 맞췄겠죠. 그러나 첫발 이후 달려오던 녀석이 벽을 타고 뛰어오고 있으니 정말 노렸다고 해도 반드시 맞춘다는 보장은 없었을 겁니다."



멍한 표정으로 할 말을 잃은 형민에게 월일산이 웃으며 다가오며 말했다.


"어릴 때부터 몸이 날래고 무술에 능해서 우리가 벽타기 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일본의 재침이 시작된 후 진도 벽파진에서 일본군을 쫓아온 김억추 장군이 코와 귀가 잘린 백성들의 시체 더미 속에서 피범벅이 되어 울고 있는 아이를 구해서 진중에서 같이 살게 했다는 게 그것이 저 녀석 집안의 역사입니다.“


“고아가 된 건가요?“


”부모가 살해당하면 당연히 고아가 되는 것이니 7년간 전쟁 중에 조선 땅에는 고아들이 넘쳤습니다. 아이 이름을 모르니 벽파진 나루터에서 주었다고 해서 벽파진이라고 불렀다가 그 아들은 벽대진 이런 식으로 벽 자를 쓰는 게 성씨 아닌 성씨가 되어 버렸지요.

아이가 말을 못 하는 건지 충격으로 말을 잊은 건지 모르겠지만, 구석에 숨어서 한소리도 못 내던 놈이 김억추 장군이 검을 연습할 때는 다가와 눈을 맞추었다 합니다.

그 후 김억추 장군 집안에서 대대로 돌봐주며 무술을 익히며 뱃일을 하면서 살아온 게 벽파진 후손들의 4백여 년 세월입니다."


”부모가 충격이 얼마나 컸기에 후손까지 그렇다니...“


”말 못 하는 부모 밑에서 아이도 말을 못 배우고 큰 탓일까요. 사람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조선의 생명을 죽이라는 도요토미의 명령을 집행한 정유재란의 충격이 그만큼 강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벽타기 집안의 슬픈 역사 얘기를 들은 형민은 뒤돌아 멀리 아이들과 놀고 있는 벽타기를 보았다.


"맨몸으로도 총 든 사람을 상대할 수 있다면 믿기 어렵겠지만 지금 보았으니 믿음은 가시지요.

아직은 20대 아이처럼 보이겠지만, 전시에는 저 녀석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영수님의 신변경호를 맡아온 집안이니 저 녀석도 잘해 낼 겁니다.

이젠 영수님 몸처럼 어디든 함께 다니고 힘든 일이 생기면 항상 벽타기를 부르세요."



아이들의 천진한 웃음 속에 같이 뒤엉켜 놀고 있는 순박한 미소에 감추어진 벽타기의 쓸쓸한 눈빛을 형민은 왠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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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 깊어지는 모의 (1) +2 21.07.21 203 6 7쪽
71 71. 거대한 음모 (2) +2 21.07.20 196 5 9쪽
70 70. 거대한 음모 (1) +2 21.07.19 209 6 7쪽
69 69. 격동하는 정치판 (2) +2 21.07.18 212 6 8쪽
68 68. 격동하는 정치판 (1) +2 21.07.17 208 7 8쪽
67 67. 국방력 강화할 마지막 기회 +2 21.07.16 214 5 8쪽
66 66. 신병산(神屛山) 기지 (2) +2 21.07.15 217 5 10쪽
65 65. 신병산(神屛山) 기지 (1) +2 21.07.14 214 6 9쪽
64 64. 냉혹한 권력투쟁 (2) +2 21.07.13 222 5 8쪽
63 63. 냉혹한 권력투쟁 (1) +2 21.07.12 216 4 7쪽
62 62. 대책을 강구하라 (2) +2 21.07.11 214 5 7쪽
61 61. 대책을 강구하라 (1) +2 21.07.10 219 6 7쪽
60 60. 비상 회의 (2) +2 21.07.09 217 4 7쪽
59 59. 비상 회의 (1) +2 21.07.08 223 5 8쪽
58 58. 현실이 된 경고 (2) +2 21.07.07 228 5 7쪽
57 57. 현실이 된 경고 (1) +1 21.07.06 234 6 7쪽
56 56. 암투의 시작 (2) +2 21.07.05 234 5 8쪽
55 55. 암투의 시작 (1) +2 21.07.04 235 5 7쪽
54 54. 국정원 출근 첫날 +2 21.07.03 239 4 7쪽
53 53.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의 후예 +2 21.07.02 242 6 8쪽
52 52. 전쟁을 배우다 (2) +2 21.07.01 251 6 8쪽
51 51. 전쟁을 배우다 (1) 21.06.30 272 5 9쪽
50 50. 새로운 삶 (2) +2 21.06.29 272 6 8쪽
49 49. 새로운 삶 (1) +2 21.06.28 266 4 7쪽
48 48. 400년의 비밀 (2) +2 21.06.27 260 4 8쪽
47 47. 400년의 비밀 (1) +2 21.06.26 268 7 7쪽
46 46. 조여오는 위협 (2) +2 21.06.25 253 5 7쪽
45 45. 조여오는 위협 (1) +2 21.06.24 256 6 8쪽
44 44. 혼자 남다 (2) +2 21.06.23 247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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