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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영혼 님의 서재입니다.

2032 임자왜란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시간의영혼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6
최근연재일 :
2021.11.18 10:00
연재수 :
192 회
조회수 :
44,174
추천수 :
980
글자수 :
658,694

작성
21.07.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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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추천
6
글자
8쪽

52. 전쟁을 배우다 (2)

DUMMY

“우리의 존재를 숨겨야 한다는 말씀이시지요?”


“우리가 최후의 보루입니다. 섣불리 정부와 연락하다가 노출되어 통제영마저 공격당한다면 우리 민족의 위기를 막을 더 이상의 희망은 없습니다.


일제강점기에 만주 청산리에서 벌어진 독립 전쟁에서 일본군을 궤멸시켰던 것처럼 우리는 정체를 감추고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뜻 잘 알겠습니다."


형민은 정체를 감추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뜻에 동의하였다.




“오늘은 전라도, 경상도기지 인원들이 교대로 인사드리러 올 것입니다.”


동굴 앞에 천여 명의 사람들이 올라와 있었다.


“영수님께 충(忠)”


누군가의 외침에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인사를 했다.


“모두 일어나세요. 반갑습니다. 김형민입니다.”


형민은 일일이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었다.


“경상도기지를 지휘하는 나주효 대장입니다. 나대용 장군의 후손입니다.”


”나주효입니다. 영수님께 인사 올립니다.“


”거북선을 설계하신 분의 후손을 만나 뵙다니 반갑습니다. 나 대장님“


“전라도기지를 책임지고 있는 송우천 대장입니다. 송희립 장군의 후손입니다.”


“송우천입니다. 영수님을 뵙습니다.”


“송희립 장군님 후손을 뵙다니 감격스럽습니다.”


형민은 송 대장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었다.


전라도, 경상도에서 함께 올라온 통제영을 지켜온 장군들의 후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노 도사입니다. 지리산에서 수련하며 송 대장을 돕고 있습니다.”


윤식의 소개에 수염을 길게 기른 한복차림의 사내가 나와 인사를 했다.


“지리산에서 천문과 주역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통제영에서 길일과 흉한 날을 예측해서 노 도사라고 불립니다.

충무공께서도 전쟁에 출전하는 날을 길일로 정해 나가셨다고 합니다.

현대 과학으로는 근거 없다 할 수 있지만, 저희는 이런 정보도 다 포함해서 결정에 참고하고 있습니다.”


월일산의 설명에 형민은 흥미롭다는 듯이 노 도사에게 물었다.


“노 도사님께서는 그럼 일본의 행동도 예측이 가능하신가요?”


“글쎄요. 자세한 미래를 제가 감히 알 수 있겠습니까? 다만 육십갑자(六十甲子)로 헤아려 본 과거를 보면, 전쟁이 일어났던 해에는 특정 천간(天干)이 임(壬)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임진왜란(壬辰倭亂)이 일어났던 1592년 임진년(壬辰年)도 그렇고, 2030년대 임(壬)자가 들어가는 임자년(壬子年)을 조심하셔야 할 듯합니다.”


“임자년(壬子年)이 몇 년도 인가요?”


“2032년입니다.“


월일산의 설명이 이어졌다.


”저희가 예상하는 국제정세상 일본의 군사적 준동이 가능한 2030년대 중반보다는 좀 빠르지만, 일본이 속전속결로 나서려 한다면 2032년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형민은 바위에 올라 수많은 통제영 식구들을 바라보며 외쳤다.


”사백여 년을 민족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감추고 싸워온 여러분들과 충무공의 뜻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저도, 여러분들과 같이 저 자신의 존재도 세상에서 지우고 숨겠습니다.

통제영 영수의 짐을 받드는 것이 저의 운명이라면 피하지 않고 받아드리겠습니다.



형민의 결심을 말하자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외쳤다.


“영수!”


형민의 뺨에서 뜨거운 눈물이 터져 나왔다.


지난 400여 년을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민족의 최후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며 살아온 가문의 사람들 이야기에 형민은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고난으로 점철된 우리 역사는 이름 모를 민초들의 역사였다.

우리가 막연히 알았던 의병의 역사는 숨어서 항쟁해온 수많은 민초의 역사였던 것이었다.


그 비밀을 알게 된 형민은 자신 역시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겪으며 살아온 한 사람의 민초에 불과한 삶을 살다가 이곳까지 와 마주친 민족의 미래를 지키려는 사람들과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마침내 형민은 결심했다.


“여러분이 도와주신다면 부족한 이 목숨을 바쳐 영수의 역할이란 무게를 감당하겠습니다.”


“영수!”


“영수가 나셨다!”


사람들의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과 환호가 섞인 감격이 쏟아졌다.


최석필의 사고 이후 절망했던 사람들에게도 또다시 자신들의 투쟁을 이어갈 원동력이 생긴 것이다.


검푸른 암흑 같은 밤에 별만이 빛나는 강원도의 산속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안고 위로하며 축하했다.


새로운 영수가 나왔으니 다가오는 위협에 맞설 준비를 다시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민족의 생존이란 가혹한 운명을 지고 살아온 사람들은 어깨에 진 짐을 잠시 내려놓듯이 새로운 영수가 등장함에 기쁨을 나누며 잠시 휴식 같은 밤을 지나가고 있었다.





2020.12.31.


길고 길었던 한해가 지나가고 있었다.



형민은 월일산, 천윤식, 윤주혁과 함께 올해의 마지막 해가 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신병산(神屛山) 풍경이 좋네요.“


”이름 그대로 신들이 병풍을 두른 듯 동강에 둘러싸인 천혜의 원시림으로 감추어진 요지이자 임진년에도 일본군 들이 산에 잘못 들어왔다가 길을 찾지 못해 죽어 나갔다는 원시림으로 지금도 요새 같은 곳입니다.“


형민은 그럴만하다는 표정으로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봤다.


백운산 등 여러 산이 주위를 지키듯이 버티고 있고 동강에 둘러싸인 통제영의 본부로 삼기에 안성맞춤인 기지였다.


1998년에 강원도 화천 민통선 부근에서 호랑이 발자국이 발견되어 뉴스로 방송되기도 했었던 것처럼 이곳도 야생동물이 지배하는 인적이 드문 오지 중의 오지였다.


어제 중국에 나가 있는 통제영 식구인 마두오(码垛)가 보내온 최신 정보를 주혁이 보고했다.


”최석필 영수와 형민 영수가 걱정했었던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중국은 최근 해군력 강화를 추진할 것을 공식적으로 노골화했습니다.

350척의 군함을 보유한 중국은 양적 우위는 물론 질적으로도 2050년까지 미국 해군을 능가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천 윤식의 보고가 이어졌다.


“이에 맞서 미국도 최근 해군력 강화를 결정했습니다.

현재 293척 군함 숫자를 355척까지 늘리고 중국에 대응하여 한반도 인근 태평양에 60여 척을 증가시키려 합니다.

일본을 조종하는 극우세력들은 정치적 책임의 총알받이로 쓸 총리들을 갈아 치워가며 본격적인 군사 대국의 길을 향해 가려 할 것입니다.”


월일산이 형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본, 중국, 미국 모두 다가오는 전쟁에 대비하려 군사력 강화를 본격화했습니다.

중국, 일본 어느 쪽이 되었든 한반도에 위협을 가하려 한다면, 통제영은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해야 할 때입니다.


2020년은 우리 통제영이 청산리와 봉오동에서 독립 전쟁을 벌였던 10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통제영 사람들은 이름 모를 의병으로 참가하여 김좌진, 홍범도 장군을 도와 독립 전쟁의 승리를 쟁취하였습니다.


한국전쟁 때는 같은 민족끼리의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개입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주변국의 정세가 수상합니다.


백 년 전 만주에서의 독립 전쟁 이후, 이제 다시 통제영은 전쟁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형민은 월일산, 천윤식, 윤주혁을 말없이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신병산 너머 동쪽을 바라보는 형민의 눈빛은 결연했다.


다가오는 위협을 암시하듯 붉은 노을은 핏빛처럼 하늘을 검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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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3. 깊어지는 모의 (2) +2 21.07.22 191 6 9쪽
72 72. 깊어지는 모의 (1) +2 21.07.21 203 6 7쪽
71 71. 거대한 음모 (2) +2 21.07.20 196 5 9쪽
70 70. 거대한 음모 (1) +2 21.07.19 210 6 7쪽
69 69. 격동하는 정치판 (2) +2 21.07.18 212 6 8쪽
68 68. 격동하는 정치판 (1) +2 21.07.17 209 7 8쪽
67 67. 국방력 강화할 마지막 기회 +2 21.07.16 214 5 8쪽
66 66. 신병산(神屛山) 기지 (2) +2 21.07.15 218 5 10쪽
65 65. 신병산(神屛山) 기지 (1) +2 21.07.14 214 6 9쪽
64 64. 냉혹한 권력투쟁 (2) +2 21.07.13 222 5 8쪽
63 63. 냉혹한 권력투쟁 (1) +2 21.07.12 216 4 7쪽
62 62. 대책을 강구하라 (2) +2 21.07.11 214 5 7쪽
61 61. 대책을 강구하라 (1) +2 21.07.10 219 6 7쪽
60 60. 비상 회의 (2) +2 21.07.09 218 4 7쪽
59 59. 비상 회의 (1) +2 21.07.08 223 5 8쪽
58 58. 현실이 된 경고 (2) +2 21.07.07 228 5 7쪽
57 57. 현실이 된 경고 (1) +1 21.07.06 234 6 7쪽
56 56. 암투의 시작 (2) +2 21.07.05 234 5 8쪽
55 55. 암투의 시작 (1) +2 21.07.04 235 5 7쪽
54 54. 국정원 출근 첫날 +2 21.07.03 240 4 7쪽
53 53.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의 후예 +2 21.07.02 243 6 8쪽
» 52. 전쟁을 배우다 (2) +2 21.07.01 252 6 8쪽
51 51. 전쟁을 배우다 (1) 21.06.30 273 5 9쪽
50 50. 새로운 삶 (2) +2 21.06.29 273 6 8쪽
49 49. 새로운 삶 (1) +2 21.06.28 266 4 7쪽
48 48. 400년의 비밀 (2) +2 21.06.27 261 4 8쪽
47 47. 400년의 비밀 (1) +2 21.06.26 269 7 7쪽
46 46. 조여오는 위협 (2) +2 21.06.25 253 5 7쪽
45 45. 조여오는 위협 (1) +2 21.06.24 257 6 8쪽
44 44. 혼자 남다 (2) +2 21.06.23 247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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