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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영혼 님의 서재입니다.

2032 임자왜란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시간의영혼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6
최근연재일 :
2021.11.18 10:00
연재수 :
1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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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
글자수 :
658,694

작성
21.06.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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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44. 혼자 남다 (2)

DUMMY

마스크를 내린 사내는...


천 윤식 이었다.



"어? 오천형님"


"일단 가면서 얘기하자구. 여긴 위험해."


웃음기 없는 말투로 천 윤식이 말했다.


다른 남자도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었다.


주혁이였다.


”어, 주혁이! 어떻게 둘이 있어...?“


형민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었다.


”형님 일단 차에 타세요. 가면서 말씀드릴게요.“


주혁의 손에 이끌려 차에 탄 형민에게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소리쳤다.


”쉿! 조용해요. 벌써 왔어요.“


형민의 몸을 밑으로 끌어내린 윤식과 주혁은 머리를 숙이고 전방을 관찰했다.


고개를 숙인 형민에게 운전석에 앉은 사람의 긴 머리카락이 보였다.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지만, 얕은 향기가 느껴지는 여자였다.


”빠른 놈들이네. 여기까지 금방 찾아냈어.“


고개를 숙이고 전방을 보던 천 윤식이 조용히 말했다.


얼굴에 땀이 흐르는 와중에도, 형민은 고개를 들어 앞쪽을 살폈다.


검은색 SUV 차량 두 대에서 내린 10여 명의 건장한 남자들이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아파트 현관과 비상계단 양쪽으로 나눠서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조용히 후진해서, 단지 후문으로 빠져나가자구.“


윤식의 말에 후진으로 차가 움직이는 순간 형민이 소리쳤다.


“잠깐만요. 저 사람들이 나를 찾아온 것인지 어떻게 알죠.”


형민이 의심에 운전자가 뒤를 돌아보자 마스크 너머 화난 눈빛이 형민을 노려보았다.


윤식이 지켜보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5층 복도로 남자들이 뛰어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형민의 집 앞이었다.


두려움에 질린 표정의 형민을 윤식은 말없이 등을 두드려 주었다.


조용히 아파트 후문으로 빠져나온 자주색 차는 외곽고속도로 IC를 향해 빠르게 질주했다.





2020. 12. 1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직원의 말에 놀란 비서실장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뭐, 혹시 아직 자는 거 아냐?”


“글쎄요. 정오부터 8통 넘게 걸어봤는데, 전화도 문자도 읽지 않습니다.”


“어제 그렇게 과음하고 속상해하면서 갔는데, 전 사무관이 집에 데려다준 것은 맞지?”


“네, 비서실장님 지시대로 집에 들어가는 거 확인하고 갔습니다.”


“전 사무관 오늘 일은 다 마무리됐지?”


“네, 업무는 다 봤습니다.”


”그럼, 혹시 모르니 지금 퇴근하면서 김형민씨 집에 들려서 확인 한번 해줘.”


“네. 뭐, 집으로 가는 방향이니 들려보겠습니다.”


석필의 사고사에 놀란 비서실장은 형민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말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별일은 없겠지. 왜 이 시점에 갑자기 최석필이 사고를 당했을까? 그것도 차량이 한적한 강원도의 해안 도로에서...’


퇴근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로 비서실의 비상 전화가 울렸다.


“네, 사무관님. 뭐라 구요?”


여비서의 놀란 목소리에 순간적으로 전화를 낚아채 받은 비서실장의 동공은 커졌다.


“실장님! 형민씨 집 문이 뜯어져 있습니다! 집안은 아수라장이 돼 있고 김 형민씨도 보이지 않아요.”


“전화는 해봤나?”


“전화도 역시 안 받습니다.”


“CCTV 확보해두고 경찰 보낼 테니 거기서 대기해주게!”


비서실장은 다급하게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경호실 협조 요청해서 무장 요원들을 즉시 김형민 집으로 보내주고 요인 실종 건으로 경찰에 신고하게!

나도 현장으로 갈 테니 당직 비서관은 형민씨 통화 계속 시도해봐.”


“네, 알겠습니다!”


밤이 내리는 어두운 시간에 도착한 형민의 집은 무언가로 뜯은 듯 아파트 현관 손잡이가 부서진 채, 무엇을 찾으려 했는지...


서랍과 책들이 온통 쏟아져 있었다.


CCTV로 확인한 모자를 눌러쓴 채 검은색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괴한들은 엘리베이터와 비상계단으로 나누어 올라가서 형민의 집을 살피더니 건설 현장에서나 쓰는 커다란 공구인 빠루로 문을 강제로 부셔 열고 뛰어 들어갔다.


형민을 찾지 못하자 잠시 뒤 나와 주변을 수색하는 듯한 괴한들은 5분 만에 차량에 나눠타고 사라졌다.


이를 깨물며 CCTV 영상을 지켜본 비서실장은 전국 경찰에 김형민을 1급 실종자로 신속하게 신원을 확보하란 신고를 하고 국과수에 현장 보존을 신청했다.



”어젯밤에 전 사무관이 부축하듯 들어온 김 형민씨는 오늘은 현관 쪽 CCTV로는 나간 적 없이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그럼 어디로 갔단 말이요?“


”급하게 비상계단 쪽으로 뛰어 내려온 김 형민씨가 단지 뒤쪽에 주차하고 있던 자주색 차량에 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CCTV 사각지대라 함께 탄 사람들 신원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각지대 위치를 알고 그곳에 주차하고 있었다고밖에 추측이 안 되네요.”


“그럼 어디로 사라졌단 말이요?‘


”아파트 후문으로 빠져나온 차량은 세종 포천 고속도로 진입한 후 200km 넘나드는 속력으로 사라졌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뒤쪽에서 자주색 차량이 발견되었는데 작년에 중고차 매매된 후 고성능 엔진으로 튜닝한듯한 차량이었습니다.

아마도 여기서 차량을 바꿔 타고 사라진 듯합니다.

매매 시 현장에서 현금으로만 돈을 냈고 신불자 명의로 이전해서 지금 실제 차주를 찾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과수 요원들의 보고를 받던 비서실장은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경찰, 국정원, 인터폴 등에 조회하여 김형민의 소재를 찾으려 애썼지만,


결국 어디에서도...


아무 단서도...


찾지 못했다.



그렇게 실종 신고만 접수한 채 겨울을 시작하는 추위가 몰아치는


2020년의 마지막 12월을 맞게 되었다.






2020. 12. 2



뉴욕의 한 빌딩



"심각하군."


도쿄의 삼각 위원회 아태지부에서 보내온 비밀 파일을 본 체어맨 허드슨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문제가 생겼나요?"


"그래, 아태지부에 뭔가 문제가 생겼나 봐."



삼각 위원회 수뇌부는 서로 본명도 직업도 모른다.


공식적으로 언론에 언급될만한 공직이나 기업의 최고경영층 인사도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세상을 움직이는 진짜 실력자가 자신들임을 알고 있었다.


방산 기업의 이사회의 비상임 이사를 맡거나, 제3 자를 내세워 자신의 정체를 숨긴 실질적인 최대 주주 등으로 구성된 삼각 위원회는 2차 세계 대전 후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고 군산복합체의 도산을 막기 위해 간헐적인 전쟁을 계획하는 등 미국. 일본, 한국의 정치적 통합을 꿈꾸며 정부 뒤에 숨어 영향력을 행사해온 자본주의 세계 최대의 비공식적인 숨은 권력이었다.


삼각 위원회 뉴욕본부의 체어맨으로 불리며 회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의장 역할을 오랫동안 해온 허드슨도 월남전이 한창인 1970년대 뉴욕주 동부를 흐르는 허드슨강 유역에서 태어났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 그의 본명도, 가족도 아무런 정보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었다.



허드슨은 잠시 말이 없었다.


오른손으로 얼음이든 위스키 잔을 돌리며 달그락 소리를 내면서 생각에 잠겨있던 그는 왼편에 앉아있는 해외 공작 담당 브렌던에게 물었다.


"한국에서 G3 계획을 세운 사람을 찾아낼 수 있을까?"


뿔테 안경을 고쳐 쓰며 안경 너머 눈빛을 번쩍이던 브렌던은 신중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마 일본 아태지부를 통하면 한국 내 협력자들을 통해 가능할듯합니다."


"어떻게 할까?"


무심한 듯 냉랭하게 내뱉은 허드슨의 말에 회의실은 정적이 흘렀다.


"머리 좋은 하인들이 있으면 일하기에는 좋겠지."


허드슨은 독백하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주인보다 똑똑한 하인이 있으면 어떻겠나?"


자신을 보고 물어본 질문에 브렌던이 대답했다.


"제거해야겠지요."


대답에 만족한 듯 의자를 고쳐 세우며 허드슨은 말을 이었다.


"아시아에 삼각 위원회 수뇌들보다 똑똑한 자가 있다면, 우리가 앞으로 일을 해가는데 애로가 있을 거야."


수뇌부들은 공감한다는 듯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조용하게 일을 진행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이런 계산되지 못한 위협 요소는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 무난하네."


"알겠습니다. 아태지부에 지시해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체어맨의 지시에 즉시 회의실을 나간 브렌던은 연락을 시도했다.


잠시 뒤 돌아온 브렌던은 체어맨의 귀에 속삭이듯 말했다.


"역시 아태지부의 이노우에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자야."


놀란 표정의 체어맨을 보고 수뇌부들이 궁금한 듯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G3 정책 기안자가 한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더군."


"네?"


"이노우에는 이미 우리가 원하는 상황을 실천하고 있으니, 대단한 인물이 아니오?"


"아, 네. 그렇습니다. 하하하"


체어맨이 잔을 들자 회의실 내 이사들도 웃으며 모두 잔을 들었다.


"오늘 위스키 맛은 어땠소?"


"처음엔 씁쓸했으나 끝맛은 달콤했습니다."


오른쪽에 앉아있던 국내 공작 담당 커틀러의 대답에 허드슨은 웃음을 터트렸고

회의실 내 사람들은 결과에 만족한 듯 차가운 미소를 감추며 웃음을 지었다.



뉴욕 어퍼 이스트 사이드 모퉁이 건물의 지하층


건물 안내판에는 표시되지 않은 비밀 회의실에서 진행된 삼각 위원회 수뇌부 회동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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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3. 깊어지는 모의 (2) +2 21.07.22 190 6 9쪽
72 72. 깊어지는 모의 (1) +2 21.07.21 203 6 7쪽
71 71. 거대한 음모 (2) +2 21.07.20 195 5 9쪽
70 70. 거대한 음모 (1) +2 21.07.19 209 6 7쪽
69 69. 격동하는 정치판 (2) +2 21.07.18 211 6 8쪽
68 68. 격동하는 정치판 (1) +2 21.07.17 208 7 8쪽
67 67. 국방력 강화할 마지막 기회 +2 21.07.16 214 5 8쪽
66 66. 신병산(神屛山) 기지 (2) +2 21.07.15 217 5 10쪽
65 65. 신병산(神屛山) 기지 (1) +2 21.07.14 214 6 9쪽
64 64. 냉혹한 권력투쟁 (2) +2 21.07.13 222 5 8쪽
63 63. 냉혹한 권력투쟁 (1) +2 21.07.12 215 4 7쪽
62 62. 대책을 강구하라 (2) +2 21.07.11 214 5 7쪽
61 61. 대책을 강구하라 (1) +2 21.07.10 219 6 7쪽
60 60. 비상 회의 (2) +2 21.07.09 217 4 7쪽
59 59. 비상 회의 (1) +2 21.07.08 222 5 8쪽
58 58. 현실이 된 경고 (2) +2 21.07.07 227 5 7쪽
57 57. 현실이 된 경고 (1) +1 21.07.06 234 6 7쪽
56 56. 암투의 시작 (2) +2 21.07.05 233 5 8쪽
55 55. 암투의 시작 (1) +2 21.07.04 234 5 7쪽
54 54. 국정원 출근 첫날 +2 21.07.03 239 4 7쪽
53 53.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의 후예 +2 21.07.02 242 6 8쪽
52 52. 전쟁을 배우다 (2) +2 21.07.01 251 6 8쪽
51 51. 전쟁을 배우다 (1) 21.06.30 272 5 9쪽
50 50. 새로운 삶 (2) +2 21.06.29 272 6 8쪽
49 49. 새로운 삶 (1) +2 21.06.28 266 4 7쪽
48 48. 400년의 비밀 (2) +2 21.06.27 260 4 8쪽
47 47. 400년의 비밀 (1) +2 21.06.26 268 7 7쪽
46 46. 조여오는 위협 (2) +2 21.06.25 252 5 7쪽
45 45. 조여오는 위협 (1) +2 21.06.24 256 6 8쪽
» 44. 혼자 남다 (2) +2 21.06.23 247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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