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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영혼 님의 서재입니다.

2032 임자왜란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시간의영혼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6
최근연재일 :
2021.11.18 10:00
연재수 :
192 회
조회수 :
44,141
추천수 :
980
글자수 :
658,694

작성
21.06.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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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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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7쪽

46. 조여오는 위협 (2)

DUMMY

2020. 12. 4


차를 다시 바꿔 타고 국도를 따라서 이동하는 일행 속에서 형민은 해의 이동을 보며 방향을 감지해갔다.


동쪽으로 가고 있는데 강원도 쪽으로 가는 거라면 고속도로를 타면 금방인데, 아무래도 CCTV에 단서를 남기지 않으려고 일부러 국도를 택해 돌아가는 듯했다.


해 질 녘 임박해서 도착한 강원도의 어느 산길에 차를 세운 일행은 차로 갈 수 없는 듯한 돌밭 길을 거침없이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차에서 간단히 요기만 한 채 허기진 속에 어두워진 산길을 오르는 형민은 지쳐갔지만, 앞서가는 일행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눈앞이 칠흑 같은 산의 어둠을 뚫고 낯선 길을 올라가는 느낌은 고라니의 괴성도 마치 호랑이의 외침처럼 느껴지며 모골을 송연하게 조여오는 듯했다.


두려움과 고된 산행으로 등에 식은땀을 흘리며 형민은 힘겹게 일행을 쫓아 산을 올랐다.


4시간 넘게 작은 전등 빛에만 의지하며 산길을 올라온 일행은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올라오는 형민을 기다렸다.


“헉헉, 이제 다 온 건가요?”


“네, 이제 다 오셨습니다.”



“여기가 어딘가요?”


“신병산(神屛山)입니다.”


“우리의 기지입니다.“


”우리의 기지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산속의 절벽에 감추어진 동굴 옆에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성인 두 명이 둘레를 감싸 안을 만큼 커다란 나무를 두드리자, 동굴 안쪽에서 전등 빛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들어가시죠.“


일행을 따라 동굴로 들어간 형민과 일행의 주위로 사람들이 다가왔다.


”이분이 영수님이십니까?“


윤식이 고개를 끄덕이자 사람들은 감동에 겨운 듯 고개를 숙였다.


흐느끼는듯한 사람도... 주저앉는 사람들도 있었다.


형민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할지 몰랐다.


”도대체 여기는 무엇이고 이분들은 누구입니까?“


앞서가는 윤식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말없이 내려가는 윤식과 주혁, 소민을 따라서 형민도 동굴로 들어갔다.


차가 들어갈 만한 깊이의 동굴을 한참 걸어서 도착한 곳은 마치 비밀기지 같은 외벽을 철근 기둥으로 세운 지하 요새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에 둘러싸인 채 형민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말없이 천 윤식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주혁과 형민에게 날카롭던 소민도, 주위의 사람들도 같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당신들은 도대체 누구고 나에게 왜 이러시오?“


당황한 형민의 외침에 윤식이 고개를 들어 뒤를 바라보자, 한 노인이 서서 안심한 듯한 미소를 보이며 형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말없이 옆을 바라보자, 한 사람이 오래된 나무 상자를 가져왔다.


형민의 앞에 나무상자를 연 노인은 십여 겹의 비단 천을 조심스럽게 벗겨내었다.


여러 겹의 비단 천 속에는 낡고 색이 바랜 무명베로 짠 듯한 면포(綿布)가 보였다.


오래된 전쟁에서나 볼듯한 유물인 장군기 같은 면포(綿布)에



舜臣 予 純信


순신 여 순신



무명베로 곱게 짠 두 손 크기의 면포에는



舜臣 予 純信


‘순신이 순신에게’


다섯 글자가 검은색 명주실로 수놓아져 있었다.




”이게 뭡니까?“


무릎을 꿇고 면포를 형민에게 전하는 윤식에게 형민이 물었다.


”글자 그대로의 뜻입니다.“


“자세히 보시지요.“


노인의 말에 형민이 가만히 있자,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는 윤식의 말에

형민은 면포에 새겨진 한자를 다시 읽어보았다.



舜臣 予 純信


순신 여 순신




舜臣 予 純信


‘순신이 순신에게’



”舜臣 이름이 혹시 우리가 아는 이순신 장군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뒷 자의 純信도 아시겠습니까?”


“같은 이름이지만 한자가 다른 부하 장수가 있다는 얘기는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무의공 이순신 영수이십니다.”


“무의공 이순신 영수라고요?”


“네. 최초의 영수이신 무의공 이순신입니다.”


“충무공의 뜻으로 통제영을 이어받으신 무의공 께서는 이후 계속 후계자를 지명하시며 대대로 충무공의 명령을 따라 지금까지 유언을 지켜왔습니다.“


“그, 그럼... 당신들은...”


“이제 저희가 누구인지 아시겠습니까?”


‘이 사람들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머리에 충격을 받은 듯한 울림이 온 듯 형민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치고 힘든 며칠을 보낸 형민은 갑자기 충격적인 얘기에 정신이 혼돈해지는 듯했다.


비틀거리며 바닥으로 쓰려지려는 형민을 주혁이 몸을 날려 안았다.


형민은 충격을 받은 듯, 그렇게 기절하듯이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할아버지의 모습이 저 멀리서 보였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형민은 어릴 적 자신을 키워주었던 할아버지의 뒤를 놓치지 않으려고 힘껏 쫓아갔다.


형민을 돌아보며 인자한 미소를 보여주던 할아버지는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행복했던 유년 시절의 꿈을 잡으려는 듯 손을 뻗어 할아버지를 잡으려는 순간,

차가운 물의 느낌에 형민은 꿈에서 깼다.


형민이 손을 뻗어 잡은 것은 이마에 물수건을 놓아주려는 소민의 손이었다.


소민의 손을 잡은 채, 눈을 뜬 형민은 멍한 표정으로 잠시 소민을 바라보았다.


“괜찮으신 겁니까?”


뒤에서 들리는 윤식의 목소리에 형민은 엉겁결에 잡았던 소민의 손을 놓았다.


“아, 네.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으신 거죠? 영수님“


누군가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형민에게 면포를 보여준 노인이 걱정어린 표정으로 형민을 바라보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월일산입니다.“


노인이 형민에게 인사를 하자, 윤식도 고개를 숙인 후 뒤로 물러났다.


그의 위치가 범상치 않음을 느낀 형민도 허리를 세워 인사를 했다.


몸을 일으키려는 형민을 만류하며 누워있는 침상에 가까이 온 노인은 옆에 앉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제는 많이 놀라셨죠?”


형민은 아무 말이 없었다.


“저희도 처음 그런 말을 듣고 다 놀랬습니다.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하며 많이 방황하기도 했습니다.”


형민은 고개를 들어 노인을 바라보았다.


“어르신도 그럼... 저처럼 누군가에 의해 이렇게 이곳에 오게 되었나요?”


노인은 말없이 고개를 들어 동굴 천장을 한번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형민에게 물었다.


“걸으실 수 있으면 잠시 바깥 공기 좀 마실까요?”


노인을 따라 일어나 동굴 밖으로 나온 형민은 산의 정상이 보이는 언덕에서 새벽을 깨고 아침을 여는 붉은 해를 바라보았다.



새벽 여명을 바라보며 한참을 침묵하던 노인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60년 전 일입니다. 제가 14살 때였죠.

아버님은 조상 대대로 남해에서 배를 타던 어부였습니다.

저도 평생 뱃놈으로 살 줄 알았죠.

어려서부터 우리 식구들과 아버지 친구분들, 친구 가족분들이 어울리며 바다고 산이고 다니곤 했는데, 14살 때 이곳 신병산(神屛山)에 처음 와봤습니다.”


노인의 말을 붉은 아침 햇빛을 정면으로 맞으며 형민은 묵묵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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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 깊어지는 모의 (1) +2 21.07.21 203 6 7쪽
71 71. 거대한 음모 (2) +2 21.07.20 195 5 9쪽
70 70. 거대한 음모 (1) +2 21.07.19 209 6 7쪽
69 69. 격동하는 정치판 (2) +2 21.07.18 211 6 8쪽
68 68. 격동하는 정치판 (1) +2 21.07.17 208 7 8쪽
67 67. 국방력 강화할 마지막 기회 +2 21.07.16 214 5 8쪽
66 66. 신병산(神屛山) 기지 (2) +2 21.07.15 217 5 10쪽
65 65. 신병산(神屛山) 기지 (1) +2 21.07.14 214 6 9쪽
64 64. 냉혹한 권력투쟁 (2) +2 21.07.13 222 5 8쪽
63 63. 냉혹한 권력투쟁 (1) +2 21.07.12 216 4 7쪽
62 62. 대책을 강구하라 (2) +2 21.07.11 214 5 7쪽
61 61. 대책을 강구하라 (1) +2 21.07.10 219 6 7쪽
60 60. 비상 회의 (2) +2 21.07.09 217 4 7쪽
59 59. 비상 회의 (1) +2 21.07.08 222 5 8쪽
58 58. 현실이 된 경고 (2) +2 21.07.07 227 5 7쪽
57 57. 현실이 된 경고 (1) +1 21.07.06 234 6 7쪽
56 56. 암투의 시작 (2) +2 21.07.05 233 5 8쪽
55 55. 암투의 시작 (1) +2 21.07.04 234 5 7쪽
54 54. 국정원 출근 첫날 +2 21.07.03 239 4 7쪽
53 53.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의 후예 +2 21.07.02 242 6 8쪽
52 52. 전쟁을 배우다 (2) +2 21.07.01 251 6 8쪽
51 51. 전쟁을 배우다 (1) 21.06.30 272 5 9쪽
50 50. 새로운 삶 (2) +2 21.06.29 272 6 8쪽
49 49. 새로운 삶 (1) +2 21.06.28 266 4 7쪽
48 48. 400년의 비밀 (2) +2 21.06.27 260 4 8쪽
47 47. 400년의 비밀 (1) +2 21.06.26 268 7 7쪽
» 46. 조여오는 위협 (2) +2 21.06.25 253 5 7쪽
45 45. 조여오는 위협 (1) +2 21.06.24 256 6 8쪽
44 44. 혼자 남다 (2) +2 21.06.23 247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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