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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영혼 님의 서재입니다.

2032 임자왜란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시간의영혼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6
최근연재일 :
2021.11.18 10:00
연재수 :
1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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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56
추천수 :
980
글자수 :
658,694

작성
21.06.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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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추천
7
글자
7쪽

47. 400년의 비밀 (1)

DUMMY

“저희 외가가 산골이라 외가를 가는가 했는데, 처음 보는 산속에 와서 아버님과 친구분들이 저를 둘러쌓더니 평소와 다른 표정으로 집안에 내려온 비밀을 들려주겠다 하시더군요.


대대로 충무공의 뜻에 따라 신분을 감추고 어부와 농부, 장사꾼으로 살아온 아버님과 친구들 모두 통제영에 속한 장수들의 후손들이었습니다.


한낮에 시작해서 저녁해가 질 때까지 들려주던 통제영에 속했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집안의 숨겨진 역사에 저는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리며 듣던 기억이 납니다.


존재를 숨기고 살아야 했던 부모님의 삶이 가슴 아팠고, 집안의 운명을 이어가야 한다는 당부에 또 서러웠습니다.”


차가운 새벽바람 때문인지 월일산의 지난 세월 때문인지 어느새 형민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형민 영수님. 부담감이 크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14살이 되어 집안의 역사와 통제영의 운명을 평생 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다들 며칠을 울며 고민했던 세월의 아픔을 겪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이 겪어온 지난 야만의 세월을 돌아보면 무능력하고 국민을 돌보기보다는 권력 싸움에만 심취하고 국권을 외세에 팔아온 권력자들의 행태를 볼 때, 왜 충무공께서 통제영의 존재를 비밀리에 이어가도록 하셨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민족의 미래를 지킬 최후의 보루는 통제영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저는 더 이상 슬프지도...

외롭지도...

않았습니다.“


형민은 울컥 쏟아지려는 눈물을 억지로 참았다.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14살의 어린 나이에 다들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니...’


”정부만 믿고 민족의 운명을 맡기기에는 위험하다는 상황은 사백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우리 힘으로 다가올 국난을 대비해야 합니다.“


월일산의 말에 형민은 아무 말 없이 다가와 그를 안았다.


그가 겪어온 긴 고통의 세월이 형민의 심장에도 전해지는 듯했다.



동굴로 돌아온 형민이 나지막이 말했다.



”충무공의 유언이 적힌 면포를 다시 한번 볼 수 있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형민에게 다시 가져온 나무상자에서 월일산은 조심스럽게


무명베로 곱게 짠 면포를 꺼내어 형민에게 전했다.



舜臣 予 純信


순신 여 순신


“충무공 이순신의 뒤를 무의공 순신에게 넘긴다. 일본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통제영의 존재를 세상에 감추고 민족을 지킬 최후의 보루로서, 다가올 침략에 대비하라.”


떨리는 손으로 형민은 글자가 새겨진 면포를 가까이 보았다.


“이것이 충무공이 남기신 마지막 유언이셨습니다.


‘통제영의 존재를 세상에 감추고 민족의 생존이 걸린 다가올 위협을 대비하고 준비하라.’


명량해전에서 충무공과 함께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던 전쟁을 겪은 12명의 이순신의 장수들에게 남기신 마지막 명령이셨습니다.”


형민의 눈에선 참을 수 없는 눈물이 떨어졌다.


‘이 사람들은 그럼 사백여 년이 넘게 존재를 감추고 대대로 민족의 위기를 대비하며 살아왔다는 것인가?’


쏟아지듯이 떨어지는 눈물에 형민은 가슴 깊이 살아온 아픔이 전달되는듯했다.


월일산 노인의 눈에서도, 천 윤식의 눈에서도 주혁과 사람들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사람들을 바라보는 형민은 무슨 말인가 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민족의 생존을 위해 숨어 살아온 이들의 운명을 안 순간,

형민은 가슴이 무너지는듯한 고통이 전해지는 듯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형민에게 사람들은 조용한 방으로 안내하였다.


방으로 들어온 식사도 거른 채, 생각에 잠기던 형민은


다음날 마음을 정리한 듯 윤식을 찾았다.



“제가 영수가 된 것은 어떻게 된 일인가요?“


”영수의 후계자를 결정하는 건 오직 영수만이 할 수 있습니다.“


형민은 월일산을 바라 보았다.



손을 흔들어 만류하며 월일산이 말했다.


”저는 최석필 영수가 통제영을 이끌 수 있도록 공부를 시켰을 뿐, 영수의 권한은 오로지 영수만이 행사합니다. 사백여 년을 이어온 불문율입니다.”


윤식이 대답했다.


“영수는 충무공의 후계자입니다. 영수가 결정을 내리면 통제영은 실행해 왔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명령대로 돌파합니다.

그런 엄격한 규율이 있었기에, 통제영이 지난 사백여 년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동굴을 울려왔다.


”민주주의가 더 발전하면 철인정치가 된다고 하죠.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수천 년도 전에 말해왔던 완벽한 이성을 가진 한 사람에 의해, 갈등 없이 살아가는 이상 사회...


동서양의 옛 성인들이 말했던 철인정치가 통제영에서는 실현되고 있었습니다.“


동굴 입구 쪽에서 누군가 걸어오며 큰 소리로 말했다.


뒤돌아보니 중년의 사내가 상기된 표정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 교수! 늦었구만.“


”네 고문님. 미국에서 영수님이 오신다는 말을 듣고 부지런히 오는 길입니다.“


형민 앞에선 남자는 한쪽 무릎을 꿇고 인사를 했다.


”어 철주라고 합니다. 학생들 가르치며 밥을 먹는 교수질로 입에 풀칠한다고 다들, 어 교수라고 부릅니다.“


이런 인사가 부끄러운 형민은 남자를 안아 일으키며 같이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김형민입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영수님”


어 교수는 따듯하게 형민을 앉아주었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서 느꼈던 것 같은 온기가 형민을 감싸는 듯했다.



“궁금하신 게 많으실 텐데... 차근차근 하나하나 알아가시면 됩니다.“


어 교수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긴 형민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최석필 영수는 어떻게 된 건가요?”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사고는 아닌 듯합니다.”


주혁이 대답했다.


“저희 통제영 사람들이 조사한 결과로는 굴곡진 해안도로에서 사람을 칠만큼 과속할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더욱이 사고 낸 화물차는 5km나 떨어진 영진해변에서 다음날 발견되었네요."


”CCTV를 해킹해 본 결과, 사고 전 500m 앞의 마지막 CCTV 영상에는 유모차를 밀고 가는 여자가 보이는데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찌그러진 유모차에는 혈흔도 없었습니다.

그 후 주변 영상 어디에도 여자도 아기도 전혀 보이지 않았고

경찰 조사에서도 영상의 여자는 이동네 사람이 아니었어요.

길 건너려던 석필을 차로 끌어들이기 위해 유모차로 사고를 유인한 듯합니다.”


사고 조사를 듣던 소민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주문진 아들바위 앞에서 사고가 나고, 차는 영진해변 쪽에서 발견이라...”


“네. 모두 CCTV 없는 곳에서 사고를 내고, 운전자가 차를 두고 사라졌습니다."


천 윤식이 말을 받았다.


"아무래도 작업한 냄새가 나."


모두들 참담한 표정이었다.


가족을 잃은 것 이상으로 이 사람들에게 최석필의 존재는 큰 의미인 듯 짐작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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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 거대한 음모 (2) +2 21.07.20 196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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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 격동하는 정치판 (2) +2 21.07.18 212 6 8쪽
68 68. 격동하는 정치판 (1) +2 21.07.17 208 7 8쪽
67 67. 국방력 강화할 마지막 기회 +2 21.07.16 214 5 8쪽
66 66. 신병산(神屛山) 기지 (2) +2 21.07.15 217 5 10쪽
65 65. 신병산(神屛山) 기지 (1) +2 21.07.14 214 6 9쪽
64 64. 냉혹한 권력투쟁 (2) +2 21.07.13 222 5 8쪽
63 63. 냉혹한 권력투쟁 (1) +2 21.07.12 216 4 7쪽
62 62. 대책을 강구하라 (2) +2 21.07.11 214 5 7쪽
61 61. 대책을 강구하라 (1) +2 21.07.10 219 6 7쪽
60 60. 비상 회의 (2) +2 21.07.09 217 4 7쪽
59 59. 비상 회의 (1) +2 21.07.08 223 5 8쪽
58 58. 현실이 된 경고 (2) +2 21.07.07 228 5 7쪽
57 57. 현실이 된 경고 (1) +1 21.07.06 234 6 7쪽
56 56. 암투의 시작 (2) +2 21.07.05 234 5 8쪽
55 55. 암투의 시작 (1) +2 21.07.04 235 5 7쪽
54 54. 국정원 출근 첫날 +2 21.07.03 240 4 7쪽
53 53.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의 후예 +2 21.07.02 242 6 8쪽
52 52. 전쟁을 배우다 (2) +2 21.07.01 251 6 8쪽
51 51. 전쟁을 배우다 (1) 21.06.30 272 5 9쪽
50 50. 새로운 삶 (2) +2 21.06.29 272 6 8쪽
49 49. 새로운 삶 (1) +2 21.06.28 266 4 7쪽
48 48. 400년의 비밀 (2) +2 21.06.27 260 4 8쪽
» 47. 400년의 비밀 (1) +2 21.06.26 269 7 7쪽
46 46. 조여오는 위협 (2) +2 21.06.25 253 5 7쪽
45 45. 조여오는 위협 (1) +2 21.06.24 256 6 8쪽
44 44. 혼자 남다 (2) +2 21.06.23 247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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