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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돌청년 클래식 님의 서재입니다.

군주의 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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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프픗
작품등록일 :
2017.01.14 10:35
최근연재일 :
2020.05.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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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회

DUMMY

인류 제국의 황제는 카오스 신에게 맞선 끝에 황금옥좌에 안치되었다.

그런데 마침 루그레스도 혼돈의 신이다.

표절인가?


통증에서 의식을 돌리기 위하여 실없는 생각을 하고있자, 작업을 마친 로웬이 한숨을 푹 내쉬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최근 그녀가 이만큼 힘을 쏟아붓는 것은 거의 본적이 없었다.

나만의 황금옥좌가 완성된 덕분에 온몸을 좀먹어가던 통증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최고급 재료로 만들어놓길 잘했군요. 덕분에 인챈트가 쉬웠습니다."

"어... 이거 별로 안 비싸다며?"


요정의 숲에 있는 신좌는 옛날의 것을 그대로 썼지만...

자유 교역 도시의 것에는 아린의 문양이 새겨져 있어서 새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재정적인 부담을 걱정해서 너무 비싼 재료는 쓰지 말라고 했는데, 그걸 깔끔하게 무시한 모양.

교단의 재무부장을 겸하고 있는 레니아가 내 눈을 슬쩍 피한다.

반면 로웬은 미안하다는 듯 웃으며 사과했다.


"거짓말입니다. 그래도 용서해주실거죠?"


언뜻보면 별 생각 없는 것 같지만, 아까부터 묘하게 내 눈치를 살피고 있다.

아마 루그레스의 신성력이 내게 끼친 영향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그녀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짜증이 살짝 솟았으나, 예쁘니까 봐주기로 했다.


'음?'


독한 술에 취한 듯, 사고가 조금 이상하다.

마찬가지로 내 안색을 살피던 레니아가 걱정스레 물었다.


"혼돈신의 신성력이 알룬님께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음... 확신은 못하겠지만, 알룬님의 생각과 행동이 한층 충동적, 폭력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 앞이라서 그런지 조심스레 말을 고르는 로웬.

사실 척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

내가 되도록 조심하고자 마음먹던 중. 잔뜩 겁먹은 레니아가 오늘의 일정을 모조리 취소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미처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종탑이 울리며 2시를 알렸다.

덕분에 아까부터 도착해있던 대기자들이 지체없이 입장한다.


황급히 경비들에게 명령해서 그들을 막으려던 레니아였으나...

나는 손을 들어서 그녀를 말렸다.

어차피 이 상태가 금방 해결될 것 같지도 않고.

간단한 상소 정도는 받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레니아는 여전히 우려를 표했으나, 로웬도 신중한 표정으로 찬성.

결국 두 명의 상소자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는 그들의 얼굴만 봐도 상소의 내용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내 휘하의 영주들 중 두 명.

서로 가까운 영지를 지닌데다, 힘이 비슷한 탓에 시종일관 으르렁대는 사이다.


"알현을 허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룬님, 저자의 사병들이 또 제 영지의 인근을 돌아다니며..."

"아니, 그렇게 앞뒤 다 떼먹고 설명하면..."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은 나를 앞에 두고 자기들끼리 다툼을 벌이기 시작했다.

괜히 자유 교역 도시까지 상소를 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듯, 가만히 놔두면 멱살 잡고 싸울 것 같다.

원래는 두 사람이 진정할 때까지 가만히 놔두곤 했지만 오늘은 내키지 않는다.


두 영주의 추태를 보다못한 아슬론이 대검으로 바닥을 찍어서 묵직한 소음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겨우 진정한 두 사람이 나를 올려본다.

상소 때 마다 내 목소리를 담당하던 레니아가 신성통신으로 문의.

내가 직접 말을 하면 위엄이 떨어져보여서 그녀에게 대리를 맡기곤 했다.


'알룬님. 어떻게 할까요?'


나는 그녀의 신성통신을 무시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계속하라. 우리를 위협하던 용족들은 그대들의 하찮은 다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줄테니."

"데, 데뎃?"

"죄송합니다 알룬님."


내 기억이 맞다면, 이렇게 영주들을 대놓고 비꼬아댄 적은 아예 없었다.

덕분에 두 사람은 기괴한 신음과 함께 얼굴을 굳혔다.

나는 내친김에 예전부터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것을 모조리 뱉어냈다.


"두 사람이 매번 그런 모습을 보이면 내가 어떻게 중책을 맡길 수 있겠는가. 명색이 연합인데 이토록 자주 다투니, 함께 전쟁을 하는 것은 꿈도 못 꾸겠다. 차라리 둘 중 하나가 멸망할 때까지 싸워라."

"네, 그, 그것은..."

"저희가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역시 싸우라고 멍석 깔아주면 못한다.

나는 그대로 두 사람을 적당히 갈구다가 판결을 내렸다.


"서로 못난 짓만 골라서 했으니, 당장 판결을 내릴 수 없다. 추후에 더 큰 전공을 세운 영주의 손을 들어주겠다. 불만이 있는가?"

"아닙니다."

"알룬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매맞은 강아지처럼 물러가는 영주들의 뒷모습을 구경한 뒤,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레니아와 아슬론이 입이 쩍 벌어져 있었다.

역시 뒷생각 안하고 너무 질러댔나?

반대편에 있던 로웬의 의견을 구하기도 전에 다음 사람이 입장.

오늘은 평소보다 대기자가 많은 듯, 팍팍 들여보낸다.


"아, 알룬님. 역시 오늘은 쉬시는게..."

"괜찮다. 다음은 뭐지? 난쟁이족의 장인인가?"

"알룬님을 뵙습니다. 이번에 새로 생산한 장비를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

"그야 당연히 내 사제들부터 우선적으로 분배하라. 가장 앞에서 싸우는 자들이 가장 좋은 장비를 차지해야 마땅하다."


생각이 뇌를 거치지 않고 목구멍으로 곧장 튀어나가는 기분이다.

내 대답에 난쟁이 장인들의 대표는 물론이고 스스로도 놀랐다.

난쟁이들의 최고급 장비는 연합군의 영주들을 달래줄 선물이 아니었던가.


아니다.

잘 생각해보니까, 장비 좀 늦게 받는다고 지들이 어쩌겠는가.

꼬우면 용족이랑 혼자서 맞짱뜨던지.

어차피 인류의 구심점이 되어줄만한 군주는 나 뿐이다.


나는 그 뒤로도 척수반사를 이용하여 상소를 처리했다.

평소의 2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건만, 상소가 완전히 끝나는데에 걸린 시간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일이 대충 끝나자, 묘하게 시원하면서도 상쾌한 표정을 짓고있던 아슬론이 툭 내뱉었다.


"아니, 이렇게 좋은 게 있었으면 진작 좀..."


깡!

대주교의 말을 듣던 로웬이 지팡이로 머리를 내리쳤다.

늘 쓰고다니던 용머리 뼈 투구는 벗어두고 입장했으나, 워낙 돌머리라서 별 탈은 없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아슬론은 입을 비죽 내밀었으나 별 말은 하지 않았다.

사실 로웬이 침식을 막아줘서 이 정도로 끝난 것이다.


"알룬님이 워낙 순둥이... 아니, 워낙 순수하고 선한 심성을 가지고 계셔서 다행이네요."


마찬가지로 안심한 레니아가 옆에서 몇마디 거든다.

나는 또다시 충동적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레니아. 병량은 충분하나?"

"병량이요? 그, 그렇습니다. 용족들은 보급로를 습격하거나, 밀밭을 불태우는 등의 게릴라 전술과는 거리가 멀어서 여유가 좀 있지요. 당장은 구 성왕국의 국민들에게 투자되고 있지만 추수기가 오면 곧 회수될거고요."

"그럼 우리 교단의 식비를 2배로 증액하라. 부식도 팍팍 내주고. 그 밖에도 부족한 것이 있으면 당장 채워라."


내 말을 듣고있던 로웬이 눈을 질끈 감았다가, 이내 좋은 생각이라도 떠올린 듯 입꼬리를 올렸다.

이내 지팡이를 신좌에 기대어둔 그녀가 나를 걱정해주는 체 하며 몸을 기댄다.

이게 워낙 크고 넓은 의자라서 두 사람이 앉아도 좁게 느껴지지 않는다.


"알룬님. 침식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되도록 이곳을 벗어나지 말아주십시오. 제가 옆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보필하겠습니다."

"로웬."

"네?"


나는 굳이 그녀를 밀어내지 않고, 오히려 더 가까이 당겼다.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는 듯 순식간에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

그녀는 마땅히 부끄러워 해야한다.


"내 비공정은 도대체 언제 수리되는 거지? 여기서 노닥거릴 시간이 있나?"

"아, 그게... 죄송합니다. 지금 바로 가볼게요."


순식간에 공간이동으로 사라지는 로웬.

이어서 어디론가 사라졌던 아슬론이 내 집무실의 가구들을 통째로 들고왔다.

폭이 넓은 사장님 책상이며 소파 따위가 무슨 공깃돌처럼 가볍게 척척 놓인다.

그 모습을 감시하던 레니아가 어김없이 잔소리를 놓는다.


"아, 거기 흠집 안나게 살살 내려주세요."

"대주교가 직접 일하는 앞에서 팔짱 끼고 말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제가 열심히 움직여봤자 대주교님께서 팔꿈치 한 번 굽히는 것만 못한걸요."


그건 그렇다.

순식간에 신좌의 방을 집무실처럼 꾸며둔 레니아가 아까와 똑같은 자세로 지도를 노려본다.

당장 급한 불은 어찌어찌 껐으나...

결국 북쪽에 골치아픈 적이 하나 추가됐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혼돈신이 직접 강림한 것은 아닐텐데... 도대체 정체가 뭘까요?"

"이 게임의 최종보스 같은 건가?"


메인 퀘스트와 연관되어 있던 재앙의 씨앗이 모여서 만들어진 녀석이니,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비공정을 수리하기 위하여 향했던 로웬이 신성 통신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저쪽도 꽤 바쁜 것으로 알고있는데 재주도 좋다.


"알룬님께서 보신 것은 루그레스의 파편입니다. 신도들의 정신이 오염될 수도 있으니 신성통신에는 올리지 마시고... 그냥 루그레스 스폰 정도로 부르면 되겠네요."

"우리가 놈의 사도를 둘이나 처치하지 않았던가?"

"루그레스는 최상위 신격이라서 그 정도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아무래도 외계신들이 일으킨 혼란 때문에 파편들이 늘어난 것 같은데..."


외계신인 나를 의식하느라 답지 않게 말을 고르는 로웬.

결국 인과응보라는 것이다.

나를 위시한 외계신들이 허구한날 치고박아서 루그레스의 힘이 강해졌다.

재앙의 씨앗을 처치하면 대량의 신앙점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길드 차원에서 사냥을 해왔는데도 이 정도다.


"백룡왕의 신성력과 아스트라도 잘 먹히지 않았어. 지금 당장은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것 같은데?"

"그렇지요. 일단 합류중인 씨앗들을 처리해서 힘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용족들이 날뛰고 있는 한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하긴.

용족들의 연합은 역사서를 뒤져봐도 찾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혼란.

이 상태로는 루그레스를 이길 수 없다.

먼저 용족들을 처치하고 루그레스 스폰을 치는 것이 올바른 공략 순서다.


다행히 지도에 그려진 씨앗의 군체는 얌전히 멈춰있는 상태.

아직은 움직일 기미조차 없다.

그래도 마음먹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금방 남부에 다다를 것이다.


"...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이 모자랍니다. 비공정의 완성까지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아요."

머릿속으로 주판을 굴려본 레니아가 쓰라린 목소리로 알렸다.


청룡족은 로드를 잃고 크게 약화된 상태.

적동색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고, 녹룡은 애초에 약해서 위협거리가 안 된다.

역시 가장 위험한 것은 적룡족.

연합군의 중추를 맡고 있는 놈들을 분쇄하면 그대로 와해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적룡왕은 어떤 상대지?"

아슬론이 벌써부터 전의를 불태우며 물었다.

그러자 부르지도 않았던 알레디우스가 귀신같이 나타나며 비아냥거린다.


"다른 종족은 몰라도 너희가 적룡왕에 대해서 모르고 있으면 안 되지."

"그게 무슨 뜻이냐.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라."


그러나 아슬론은 정말 짐작조차 하지 못한 상태라서 비아냥이고 뭐고 먹히지 않았다.

작게 한숨을 내쉰 알레디우스가 이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키메라 제작의 대가, 대마법사 알리자르를 협박해서 용인족을 탄생시킨 장본인이 바로 적룡왕이다."

"아, 그러고 보니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카스트로 파티가 방문했던 알리자르의 유적.

그곳에서 얻어낸 정보를 어렵사리 떠올린 아슬론이 그제서야 아는 체를 한다.


적룡왕은 용인족의 탄생과 깊게 연관된 상대.

그 누구보다도 용인족에 대해서 잘 알고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 적룡왕 본인의 무력은 어떻지?"

"장난 아니지. 청룡왕 보다 늙고 사나우며 잔인하고 교활한 녀석이다. 저번에 놈이 제시했던 평화 협정도 일종의 함정이었을 확률이 높다."


레니아와 아슬론, 알레디우스는 지도가 펼쳐진 책상 위에서 머리를 모은 채 작전 회의에 돌입했다.

나는 불안한 심정으로 그것을 관람한다.


작가의말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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