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개돌청년 클래식 님의 서재입니다.

군주의 정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데프프픗
작품등록일 :
2017.01.14 10:35
최근연재일 :
2020.05.02 00:21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782,302
추천수 :
25,197
글자수 :
786,849

작성
17.10.17 16:40
조회
2,013
추천
64
글자
12쪽

130회

DUMMY

내 호출에 다급히 일어난 참모진은 졸린 기색조차 없는 목소리로 신성통신에 참여했다. 아마 너무 놀라운 소식에 잠이 다 달아난 것이리라. 전쟁의 기사는 우리가 의논을 마칠 때 까지 기다리겠다는 듯, 쓰러진 나무에 걸터앉았다.


우리는 이제껏 구 신성제국이 거의 멸망했다고 추측하는 중이었으나. 지금 우리에게 던져준 금괴들을 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다. 이 정도 양의 금괴면 우리 정도 되는 세력도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그쪽의 여력이 충분하기만 하다면, 구 신성제국은 동맹으로 삼기에 제격인 세력이다. 자기들이 저질러 놓은게 있으니 섣불리 앞에 나서지도 못할테고, 그러니 주도권을 뺏길 염려도 적다.


그뿐이랴. 신성제국은 다른 세력들에 비하여 동기도 꽤나 명확하다. 그쪽이 원하는 것은 자유 교역 도시에게 빼앗긴 영토를 되찾는 것이리라.


추운 북부에서 지내는 것 치곤 그럭저럭 벌이가 좋은 것 같지만, 그 정도로 만족할만한 놈이었으면 애초에 전쟁을 일으키지도 않았다.


세력이 쪼그라들었다곤 해도 신성제국의 능력은 무시할 수 없다. 그건 놈들과 싸워본 우리가 가장 잘 알고있다.


"타락했을지도 모르는 원주민 교단에, 이제는 신성제국까지... 아예 빌런 연합이라고 불러도 되겠는데?"


나는 내심 영입쪽으로 마음을 기울이며 푸념하듯 말했다. 지금 우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이 놈들을 그냥 내칠 수가 없다. 전쟁의 기사도 그것을 잘 아는지라 그토록 먼 길을 온 것이겠지.


그 뒤로 이어진 참모진의 반응는 딱 내 예상대로였다. 레니아는 두말없이 찬성을 표했으며, 카엘은 약간 걱정하긴 했지만 차마 반대하지는 못했다. 내가 속으로 결정을 내리자 아슬론이 전쟁의 기사를 노려보며 말했다.


"병력이랑 자금은 얼마나 있지?"


"정예병이 300에, 그 정예병들을 먹여살리고도 남을만큼. 그 정도면 충분한 대답이 되겠지."


"뭐라고?"


아슬론은 그의 대답에 대놓고 불신을 표했다. 정예병 300이라고 하면 언뜻 봐선 적은 것 같지만... 우리가 요정들의 도시로 옮겨오기 전에 가지고 있던 상비군이 30명도 안 됐다.


물론 영지민들을 비상소집해서써먹으면 그 숫자는 배 이상으로 늘어나겠지. 그런데 평상시부터 전투 훈련을 받던 상비군과 비상소집한 병력은 그 전투력이 확연히 차이난다. 이 세계의 전투란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의 창칼을 맞대는 것이라 더더욱 그렇다.


막말로 비상소집된 병력은 머릿수 채우기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런데 신성제국은 정예병만 300명이 있단다. 이건 어지간한 대형 영지도 가지기 버거운 숫자다.


척박한 북부로 쫓겨난 주제에 어떻게 그만한 병력과 그들을 먹여살릴 돈을 마련했다는 것일까? 전쟁의 기사는 아슬론의 얼굴을 보고 웃으며 자랑하듯 떠들어댄다.


"예전에 밀수꾼들의 비밀통로를 보여준 적이 있었지 않나? 거기에 있던 물건들만 처분해도 우리 교단을 재건할만한 돈이 나왔다. 물론 신성제국의 전성기에 비하면 형편없는 규모지만, 그래도 정예병 300 정도를 유지하기엔 충분하지."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는데."


"당연하지. 그 때 이야기했으면 내 목이 지금까지 붙어있겠나?"


그럴리가 없다. 만약 신성제국의 부활이 의심됐다면 아슬론과 애버론은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끝장냈으리라. 아슬론은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린다.


"좀도둑들의 통로에서 국가 단위의 돈이 나왔다... 그걸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거냐?"


"왜 못 믿어? 나 혼자서도 도시 하나 탈탈 털어먹었구만. 그렇게 큼지막한 비밀통로까지 파고다니는 놈들이라면 당연히 대단한 자금력을 지니고 있지 않았겠어?"


그의 말에 대답한 것은 전쟁의 기사가 아니라 신성통신을 엿듣고 있던 라르고였다. 하긴. 이 시대의 토목공사라는게 그리 쉬운 것도 아니고... 그만한 땅굴을 만드는데엔 엄청난 돈과 인력이 들었을 것이다. 그럼 당연히 그 통로 주인도 무척 부유했다는 말이 된다.


아무래도 밀수라는게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돈이 되는 사업이었나보다. 전쟁의 기사는 살짝 뻘쭘해진 아슬론을 놀리듯 말했다.


"너도 교단의 일원이니 믿음을 좀 가져라."


"예전부터 생각했었지만, 단칼에 털린 주제에 정말 잘도 지껄인다. 네놈은 전쟁의 기사가 아니라 혓바닥의 기사라고 불러도 되겠어."


"재주는 많을 수록 좋지. 그래서, 우리는 이제 동맹인건가?"


전쟁의 기사가 악수하듯 손을 살짝 내밀자, 아슬론이 그것을 쳐냈다. 로웬이 그가 무슨 일을 저지르기 전에 재빨리 물었다.


"잠깐. 그럼 그쪽에서 우리한테 원하는건?"


"그야 좀 있으면 대륙의 패자가 될지도 모르는 자유 교역 도시를 견제하고, 구 신성제국령을 수복하는거지. 전부는 안 줘도 좋다. 다만 남부로의 복귀는 확실히 보장해줘야겠어."


"남부에서 다시 활동을 펼치겠다는건가?"


나는 그들의 '포교활동'을 떠올리며 혀를 살짝 씹었다. 이들은 지나가던 여행자들을 가둬놓고 신도로 만들던 놈들이 아닌가. 전쟁의 기사는 내 걱정스러운 기색에 너스레를 떨며 확언했다.


"아무리 그래도 똑같은 실수를 두 번씩 저지르진 않을겁니다. 아직은 세력이 좀 작기도 하고... 제 주인께서는 이미 마땅한 협력자를 구해놓으셨지요."


외계신은 가명을 쓰면 신앙점수를 획득할 수 없다. 하지만 신앙점수라는건 남에게서 받으면 그만이다. 명색이 남부의 패자였던 푸르뉘우스인 만큼, 협력자를 구하는건 그리 어렵지 않았으리라. 어쩌면 멋모르는 초보가 걸려들었을지도 모른다.


'뭣하면 남의 주교를 붙잡은 채 협박해도 되고.'


남부의 땅을 떼어주는건 좀 꺼려지지만, 지금은 우선 이겨야한다. 아린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저 멀리 북부에 있는 구 신성제국보다 우리쪽이 더 빨리 사라질거다.


음침한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에는 집무실로 돌아가서 한밤중의 회의를 가졌다. 촛불 아래에서 가죽으로 만든 지도의 이곳저곳에 장기말이 놓였다.


"이제 대충 자유 교역 도시와의 균형이 맞춰졌네요. 물론 저희쪽 동맹이 단 하나도 이탈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지만..."


"여기에 파룡대만 합류하면 확실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


카엘이 아슬론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러자 아슬론은 되레 레니아의 눈치를 살피며 움찔거리는 입을 애써 닫는다. 하지만 이 자리의 모두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파룡대가 성공적으로 합류하는 그림은 좀처럼 그려지지 않았다.


파룡대는 아슬론의 아버지인 카스트로가 사적으로 모은 집단인 만큼, 용족들과의 전투 외의 싸움에서 쓰기엔 굉장히 껄끄럽다.


결국 고민하던 레니아는 일단 파룡대의 합류를 제쳐두고 강수를 두길 권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동맹이 결성됐으니, 더 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습니다. 당초의 계획을 약간 바꾸지요. 최대한 빨리 병력을 집결시켜서 성왕국이 방패 역할을 해주는 동안 자유 교역 도시를 치는겁니다."


"원래 계획은 성왕국과의 전쟁이 끝날 때 까지 기다리는거였지?"


아니. 우리는 이제껏 충분한 병력이 없었으니, 사실 기다린다고 하기도 뭣하다. 만약 아린과 전쟁을 한다면 성왕국이 살아있을 때 하는게 당연히 이득이다.


결국 나는 날이 밝자마자 카엘과 아가르타를 시켜서 동맹들에게 소집 요청을 보냈다. 그런데 신수들을 관리하던 아가르타의 표정이 딱딱히 굳었다.


"어... 알룬님? 잠깐 이걸 좀 보셔야겠는데요?"


"왜 그래?"


나는 녀석이 알려준대로 황급히 신수들을 살폈다. 수 많은 신수들 중 주목할만한 것은 애버론과의 북부 원정 도중 만들어냈던 녀석이다. 유달리 탁월한 능력으로 신수들의 대장 역할을 하고있던 녀석은 아린의 영토에 숨어들어 정탐을 하던 중이었다.


살짝 익숙한 자유 교역 도시의 상공. 수 많은 거체들이 위엄있는 모습으로 공중을 노니고있다. 그들은 도시의 수장인 아린을 부르며 그나마 넓은 광장에 착지한다.


나는 구름 속에서 벗어난 이들을 보고 순간적으로 내 눈을 의심했다. 자유 교역 도시를 찾아온 방문객들은 다름이 아니라 적동빛을 비늘을 지닌 용들이다. 그 숫자는 대략 7기 정도. 체격은 일전에 맞붙은 부부용보다 살짝 작지만 그래도 용들인 이상 무시할 수는 없다.


"저, 저거 아린이 부른건가?"


"아니오. 그런 것 치곤 많이 소란스럽습니다."


로웬이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며 내게 말했다. 확실히, 예정된 손님을 맞는 것 치곤 도시의 주민들이 과하게 분주하다. 민간인들 뿐만이 아니라 아린의 신도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있다.


"일전에 동족들이 살해당한 건을 눈치챘나보다. 우리 이제 어쩌냐?"


라르고가 눈에 띄게 불안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아슬론이 용인인 이상 이런 일은 예정되어 있었으나... 이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 게다가 놈들이 노린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타이밍이 나쁘다.


벌써 세 명의 동족들을 잃은 적동룡들은 이전과 같이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먼저 파룡대의 존재를 확인했으니, 그들은 우리를 치기 위해서 아린의 힘을 빌리려는 것이리라.


하지만 용족들 특유의 싸가지가 어디 가진 않았다. 그들은 협상에 앞서 내내 고압적이고 아니꼬운 태도를 취해보였다. 누가 보면 아린쪽이 그들에게 방문해달라고 사정사정 한 줄 알았겠다.


아린은 우리 도시를 방문했을 때 이용했던 영매를 앞세워 그들을 맞았다. 그러나 정작 용족들이 꺼낸 이야기는 통보에 가까운 것이었다.


"네놈들에게 우리를 도울 수 있는 영광을 주마. 어서 군사를 일으켜 감히 용족을 살해한 역적들을 쳐라."


"저, 저흰 지금 성왕국이랑 전쟁 중이니 그쪽을 먼저 도와주시면..."


당황한 와중에도 용케 교섭을 시도하는 그녀였지만, 용들은 그녀의 제안에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저놈들은 애초에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다.


"우리가 왜 네놈들의 사정을 봐줘야하지?"


"1개월 안에 공격을 시작해라. 그러지 않으면 우리들의 분노는 네놈들에게 향할거다."


"자, 잠깐!"


그들은 아린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돌풍을 일으키며 날아가버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참모진들은 뻘쭘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본다.


"성가신 적이 늘긴 늘었는데..."


"저희 쪽에만 성가신건 아닌 것 같네요."


"잠깐. 용인은 용족들의 천적이자 공적이 아니었나? 왜 다른 용족들을 끌고오는게 아니라 굳이 아린의 힘을 빌리려는거지?"


"... 적동룡은 수 많은 용족들 중에서도 약한 축에 속하는 이들입니다. 게다가 용족들은 자기들끼리도 사이가 그리 좋지 않지요."


레니아가 신중히 고민하며 대답하자 로웬이 거들었다.


"게다가 용인들은 이제 용족들 전체의 위협이 되긴 힘듭니다. 대부분의 용인들은 자신들의 뿌리조차 잊은 채 숨어살기 바쁘니까요."


이제와서 용족들에 대한 척살을 요청해봤자 다른 용족들의 웃음거리가 될 뿐이리라. 아니, 그저 비웃어지는 것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평소에 사이가 나빴던 놈들은 용인의 출현을 빌미로 적동룡들을 해치려 할지도 모른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악재가 아니다. 아린측에 용족들이 개입한 것을 확인했으니, 우리는 이제 거리낌 없이 파룡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아마 용족들에게 대한 증오를 가진 파룡대도 두말없이 지원에 나서리라.


상황을 파악한 카엘과 아가르타는 동맹들의 소집령에 다시금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막연히 생각되었던 전쟁이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왔다.


작가의말


요즘들어 연재가 뜸해졌네요... 이래저래 손댈게 많은데다 스토리 상으로도 고비라서 좀 늦어지는 것 같습니다.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군주의 정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군주의 정오 용어 및 등장인물 소개 +2 20.05.01 3,184 0 -
154 154회 +20 20.05.02 2,729 35 12쪽
153 153회 +10 20.05.01 821 21 13쪽
152 152회 +10 19.03.25 1,907 35 12쪽
151 151회 +14 19.03.17 966 31 13쪽
150 150회 +4 19.03.14 930 29 13쪽
149 149회 +5 19.03.13 840 30 13쪽
148 148회 +5 19.03.12 955 28 12쪽
147 147회 +8 19.03.12 851 30 12쪽
146 146회 +5 19.03.11 919 28 13쪽
145 145회 +5 19.03.09 918 41 13쪽
144 144회 +22 19.03.07 1,153 36 12쪽
143 143회 +8 18.04.25 1,608 55 11쪽
142 142회 +5 18.04.14 1,266 53 13쪽
141 141회 +5 18.04.09 1,235 54 13쪽
140 140회 +3 18.04.08 1,317 51 12쪽
139 139회 +7 18.04.07 1,330 57 12쪽
138 138회 +5 18.04.05 1,280 44 10쪽
137 137회 +6 18.04.02 1,320 51 12쪽
136 136회 +5 18.03.30 1,343 50 12쪽
135 135회 +9 18.03.27 1,376 49 12쪽
134 134회 +5 18.02.13 1,652 54 11쪽
133 133회 +6 18.02.07 1,438 49 10쪽
132 132회 +11 18.02.06 1,496 54 12쪽
131 131회 +17 18.02.04 1,674 57 13쪽
» 130회 +9 17.10.17 2,014 64 12쪽
129 129회 +5 17.10.07 1,798 62 11쪽
128 128회 +8 17.09.24 1,958 75 10쪽
127 127회 +13 17.09.14 2,104 62 10쪽
126 126회 +7 17.09.12 2,006 7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