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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돌청년 클래식 님의 서재입니다.

군주의 정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데프프픗
작품등록일 :
2017.01.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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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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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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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DUMMY

내가 그 앱을 발견한 것은 순전한 우연이었다. 잘 건드리지도 않던 메뉴의 한구석에 처음 보는 앱이 설치되어 있었다. 방구석에서 뒹굴며 폰을 만지던 나는 이 생소한 앱을 보고 가장 먼저 해킹을 떠올렸다. 요 며칠간 앱 스토어 따위를 들어간 기억은 없는지라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앱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해본 나는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내가 설치한 기억이 없는 앱의 아이콘은 천사의 날개 같은 모양새였다. 이름은 가디언 소울. 이건 어느모로 보나 게임 역할의 앱이다. 해킹으로 인해서 심어진 것 치고는 이상한 감이 있다.


애초에 나는 지금 제대로 된 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둔지 대략 3주. 원래부터 넉넉찮았던 통장 잔고는 빠르게 바닥을 드러내고있다. 이런 내 폰을 해킹해서 무슨 짓을 한다는 말인가? 돈 같은 것을 원한다면 더 좋은 상대가 얼마든지 있을거다.


'이상한 링크 같은 곳에 들어갔던건가?'


요즘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웹서핑으로 보내곤 했다.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찾는 시간 외에는 소소한 재미를 찾기 위해서 이런저런 사이트들을 기웃거렸다. 그 과정에서 이런 수상쩍은 게임 하나 정도는 다운 받았을 수도 있었으리라. 인터넷에는 별의 별놈들이 다 모여드는지라 이러한 일에 재능과 시간을 낭비하는 부류도 종종 있다.


이지스탕스와 레스토랑스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저항군이 나타난 것일까? 나는 조금 흥미가 동해서 이 생소한 앱을 실행시켜봤다. 가로로 회전된 화면이 검게 암전되더니 이내 시뻘건 경고창을 하나 띄워냈다. 나는 그 내용을 보고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이 게임에서의 패배는 죽음을 의미합니다. 정말로 게임을 실행하시겠습니까?]


검은색 배경의 속에서 붉게 빛나는 글자들은 꽤 섬뜩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그래봤자 게임이다.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시절에나 유행했던 저주의 편지보다 하등 나을게 없는 협박. 이러한 공갈에 겁먹은 경험이 없다는건 내 몇 안 되는 자랑거리들 중 하나다.


그대로 수락 버튼을 누르자 그제서야 어둡던 화면이 밝아졌다. 다음에 이어진 것은 게임의 홍보영상 비슷한 것이었는데, 그래픽의 수준이 무척 뛰어났다. 아무런 수정 없이 영화 예고편으로 써먹어도 될 정도. 나는 여기서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용량이 장난 아니었겠는데... 이런걸 받는동안 아무것도 몰랐던건가?'


내가 그렇게 느끼거나 말거나 동영상은 게임의 흐름을 차근차근 보여줬다. 플레이어는 판타지 세계의 가디언 소울... 즉, 수호령이 되어 게임 캐릭터들을 육성하거나 선도하는 역할이라고 한다. 단순히 다 때려부수는 액션 게임을 예상했던 나로서는 살짝 의외였다. 물론 그렇다고 불만을 가지지는 않았다. 적어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양산형 게임은 아닌 모양이니까.


육성 시뮬레이션을 아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도 나름 게임 마니아다. 어차피 기대치가 낮았는지라 그럭저럭 할만한 수준만 되어도 감지덕지다. 그러나 동영상의 설명을 귀담아 듣고있자 자연히 불안감을 가지게 됐다.


플레이어가 맡게되는 역할인 수호령이란 판타지 세계의 하급신으로, 신도들의 신앙을 얻어서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게다가 일을 잘못하면 신도가 수호령을 배신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데... 제법 현실적이긴 하지만 게임상에서 제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싶은 설정들이다.


정체불명의 게임은 내 불안감을 씻어주듯 동영상을 끝내고는 다음 화면을 띄웠다. 초기 캐릭터 선택창이라고 표시된 화면에는 수 많은 얼굴들이 보였다. 성별과 나이는 물론이고 종족까지도 제각각. 게다가 화면의 옆에 표시된 스크롤은 아직 많이 남아있다.


'캐릭터는 자동생성인건가?'


한 화면에 표시된 캐릭터들은 대략 10개 정도. 밑에도 한참이 남아있으니, 대략 100체 이상이라고 봐도 되겠지. 이만한 캐릭터들을 일일히 만드는 것은 보통 수고가 아닐터다. 그러나 나는 캐릭터들의 얼굴을 뜯어보며 내 추측을 거두게 됐다.


이 게임의 그래픽은 한 없이 실사에 가까운데, 프로그램으로 자동생성 한 것 치고는 캐릭터들의 얼굴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앞으로 나올 캐릭터들도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인가? 아니다. 이런 사소한 것들은 게임을 하다보면 자연히 알게되리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캐릭터들을 하나씩 선택해봤다. 그러자 캐릭터의 아이콘이 확대되며 옆쪽에 세세한 사항들이 표시된다. 이름이나 나이, 종족은 물론이고 대략적인 능력치들도 별점으로 표시되어있다. 그렇게 캐릭터들은 몇 번 만져보자 다시금 고개를 갸웃거리게된다.


'이것들 능력치가 왜 이리 제각각이야?'


보통 이런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의 경우 스타팅 캐릭터의 능력치는 비슷비슷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게임의 캐릭터들은 능력치 차이가 엄청나다. 거의 모든 능력치가 중반 정도인 캐릭터들이 있는 반면, 아예 바닥을 찍는 캐릭터가 있다. 물론 몇몇 능력치만 비정상적으로 높은 캐릭터들도 존재한다.


초기 캐릭터들 돈내고 사는건가 싶었지만, 그런 메뉴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캐릭터들의 설명을 자세히 살펴보던 나는 조금 시간이 지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게임은 밸런스를 맞추지 않은 것이 아니다. 조금 더 골때리는 방법으로 밸런스를 맞춘거다.


능력치가 전반적으로 높은 캐릭터들의 설명을 잘 살펴보면, 이들은 예외없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다. 전사계 캐릭터의 경우에는 검투사 노예나 전쟁터의 하급병으로 활동하는 중이고, 마법계 캐릭터의 경우에는 마법사의 노예 내지는 실험체로 잡혀있다.


반면 능력치가 낮은 캐릭터들은 주변환경이나 신분이 아주 좋다. 해당 종족의 귀족인 경우도 종종 있고, 귀족까지는 아니더라도 당장 목숨을 위협받을 일은 없다. 나는 그제서야 게임 개발자의 뜻을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능력치가 높은 캐릭터들은 육성 난이도가 높구나.'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에는 공식이란 것이 존재치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공략법이 존재하긴 존재하는데, 그게 각 게임마다 제각각이다. 해당 게임의 어떠한 요소가 중요한지는 순전히 개발자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일단은 난이도가 낮은 캐릭터를 선택하여 게임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리라. 하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고싶지는 않았다. 능력치가 낮은 캐릭터는 재미가 별로 없을 것 같다.


'재미 없어보이면 그냥 지우지 뭐.'


능력치가 높은 캐릭터들을 위주로 훑어보던 나는 화면의 한구석에서 손가락을 멈췄다. 내 눈길을 잡아다 끈 것은 아주 건장한 체격의 아인종. 뱀 같은 피부를 가진 거구의 전사다.


[용인 전사 아슬론]


내가 주목한 것은 이 캐릭터의 능력치다. 전사계 캐릭터 답게 근력과 민첩성, 체력 등등이 무척 충실하고 마법 저항력도 대단히 높다. 별점의 총합으로 따져보면 이제껏 봤던 캐릭터들 중 원톱이다. 다만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이 녀석은 용인과 인간의 혼혈인데, 성인식 때 사고를 쳐서 동족들에게 쫓기고 있다고 한다. 나는 혼혈이라는 대목에서 눈살을 찌푸렸다. 용인이라는 것 자체가 용과 인간의 혼혈이 아닌가? 나는 캐릭터의 설정을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야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있었다.


이 게임의 용인이란 것은 용과 인간의 혼혈이 아니다. 어떤 마법사가 용의 모습과 힘을 본따서 만든 인조생명체인 모양. 물론 인조생명체라고는 해도 생식행위는 가능하다. 그러니까 인간과의 혼혈아를 만들어냈겠지.


문제는 용족들의 자존심이 쓸데없이 드높다는 것이다. 놈들은 자기네 종족을 어설프게 본따서 만든 용인들을 혐오한다. 직접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눈에 보이기만 하면 곧장 죽여버리는 모양. 상황이 이런만큼 용인들은 깊은 숲 속의 마을에서 조용히 모여산단다.


그 때문에 용인들은 타 종족과의 연합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용인의 신체능력과 마법 저항력은 굉장히 뛰어나지만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안 그래도 세력이 작은데, 그 작은 세력에서마저 쫓겨났으니 얘는 아주 큰일난거다. 거의 전 세계가 잠재적인 적이라도 봐도 될 것이다.


최상급의 능력치에 걸맞는 최상급의 난이도. 캐릭터 선택창을 좀 더 뒤져봐도 비슷한 수준의 능력치는 찾을 수가 없다. 나는 이 캐릭터의 희소성과 강력함에 흥미가 동했다. 기왕 게임을 해볼 것이라면 이런 캐릭터를 선택하는게 재밌지 않겠는가.


예쁘장한 여성 캐릭터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캐릭터의 외형보다는 성능을 더 중시하는 부류다. 어차피 이건 육성 시뮬레이션이니 나중에 다른 캐릭터를 얻을 수도 있으리라. 그렇게 짧은 고민을 마치곤 그대로 선택 버튼을 눌렀다.


다음 순간, 내 시야가 점멸하며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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