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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돌청년 클래식 님의 서재입니다.

군주의 정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데프프픗
작품등록일 :
2017.01.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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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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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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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눈 앞에 떠오른 카드를 붙잡자 신성한 힘이 내 안으로 스며들었다. 나는 별다른 설명조차 듣지 않고 자연스레 새로운 권능의 사용법을 이해했다.


"기아스... 켈트 신화에 나오는 그건가?"


"그, 그게 무슨 뜻인지요?"


"어찌됐든 경축드립니다."


병실 안의 신도들은 새로운 성취를 축하하기 위하여 곧장 내게 무릎을 꿇었다. 나는 그들을 재빨리 일으킨 뒤 아슬론의 상처를 치료해줬다. 레니아는 나의 미묘한 표정을 보고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새로운 권능이 마음에 안 드십니까?"


"음... 그렇게 쉽게 써먹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닌 것 같아. 외계신들이 흔히 쓰는 특성이나 기적에 비해서 사용법이 많이 까다로워."


적동용왕은 적동룡 일족의 수장이자, 모든 적동룡들의 어머니 같은 존재였다. 따라서 그녀의 권능은 자식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종류다. 어찌보면 나 같은 외계신들에게 잘 어울린다고 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어머니는 자식들을 항상 쓰다듬기만 하진 않는다. 때로는 당근으로, 때로는 채찍으로 훈육하는게 올바른 어머니. 내가 새로이 얻은 권능은 당근보다는 채찍 쪽에 가까웠다.


"일단 한 번 가볍게 시헙해볼까? 아가르타, 앞으로 나오거라."


"네!"


아가르타는 기대에 찬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우선 권능을 발동하기 전에 녀석의 의사를 확인한다.


"기아스를 사용하려면 먼저 해당 신도에게 걸릴 제약을 정해야해. 아가르타, 오늘 하루동안 동생들을 보지 않아도 되겠느냐?"


"도, 동생들이요? 으음. 하루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동생들을 워낙 끔찍이 여기는 아가르타였지만 하루 정도 떨어져있는건 큰 일도 아니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보인 아가르타에게 권능을 사용했다.


"기아스."


"으읏!"


아가르타의 전신이 살짝 빛나더니, 그녀의 신성력이 살짝 증폭됐다. 레니아가 그것을 보고 살짝 감탄했다.


"제약을 거는 것으로 신도의 능력을 높이는거네요."


"그래. 제약을 비용으로 인정해줘서 그런지, 발동하는데에 신앙 점수도 안 들어가. 이번의 제약은 비교적 약한거라서 그만큼 효과도 별볼 일 없는 것 같아. 그럼 아가르타, 이곳으로 동생들을 불러오거라."


"네에? 오늘 하루동안은 동생들을 만나면 안 되는 것 아니었나요?"


아가르타가 조심스레 묻자 레니아가 고개를 젓는다.


"제약을 어겼을 때의 반응도 확인해봐야죠."


"가벼운 제약인 만큼 어겼을 때의 반동도 그렇게 크지는 않을거야. 그렇지 로웬?"


내가 혹시나 싶어서 로웬에게 묻자 그녀가 곧바로 동의했다.


"네. 이 정도 제약의 반동이라면 아가르타 자매님도 충분히 버틸 수 있을겁니다."


아가르타는 로웬의 대답을 듣곤 재빨리 동생들 중 하나를 불렀다. 아무리 실험을 위해서라곤 해도 동생들과 하루 동안 떨어져 있는 것은 싫었나보다. 하지만 잠시 뒤, 녀석은 동생과 마주치자마자 갑작스레 무릎을 꿇었다.


"어엇. 갑자기 힘이... 쿨럭!"


아가르타의 기침에서는 핏물이 조금 섞여나왔다. 나는 생각보다 강렬한 반응에 당황하며 녀석을 치료했다. 레니아가 살짝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 일단 제약을 어기는건 생각도 안 하는게 좋겠네요."


"가벼운 제약의 반동이 이 정도라니. 제대로 된 제약을 어기면 반드시 죽겠는데요?"


당황한 아가르타의 동생을 안심시키고, 녀석을 일찍 퇴근시켰다. 아슬론은 방금 전의 상황을 보고도 눈을 번뜩였다.


"알룬님. 제게도 그 권능을 주십시오. 어떠한 적과 맞서싸우더라도 물러서지 않을테니..."


"됐거든? 기아스는 당분간 봉인이다. 이건 당장은 쓸만한 구석이 없을 것 같아."


정확히 말하면 섣불리 쓰고싶지 않았다. 방금 전처럼 실험용으로 써보면 또 몰라, 제대로 써먹으면 취소도 못하는 권능이다.


레니아와 로웬, 엘리자베스, 그리고 카스트로는 그새 합심해서 아슬론을 갈구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 파울볼을 2연타로 때려버린지라 아무런 변명도 못하고 그저 얌전히 고개를 조아린다.


곧이어 동맹의 모든 병력들을 소집한 우리는 마침내 자유 교역 도시를 치기 위해서 출정했다. 아군의 총원은 대략 3천 정도. 자유 교역 도시 측의 방어군은 1만 5천 근처다.


대륙의 명운을 결정하는 일전 치곤 무척이나 보잘 것 없어보이는 숫자지만... 우리측의 병력은 이곳저곳에서 끌어모은 징집병이 아니라, 각 세력이 저마다 정성껏 육성한 정예들이다. 괜히 머릿수를 채우기 위하여 징집병을 모아봤자 진군속도가 느려지고 보급이 힘들어질 뿐이다.


보통 수준의 전쟁이라면 또 몰라. 로웬과 아슬론 급의 용사들이 활약하는 전장에서 일반적인 징집병은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당장 로웬이 마법만 주구장창 써도 한 방에 수십 단위로 나가떨어질게 뻔하다.


제대로 모으려고 작정하면 훨씬 많이 모을 수 있었지만, 레니아는 쓸데없는 인명피해를 제물로 바쳐서 승산을 끌어올리는 지휘관이 아니었다. 반면 자유 교역 도시는 성왕국 쪽의 전선에 병력의 대부분이 묶여있는지라 병사의 대부분이 징집병이다.


물론 질적인 측면에서 아득히 앞선다 해도 4배의 병력차가 아주 의미없지는 않다. 우리는 공격 측이니 상대보다 보급도, 인원 충원도 어렵다. 그러나 아슬론과 로웬은 별달리 긴장한 기색도 없이 선두에서 군대를 이끌었다.


대검을 진 아슬론의 옆에는 면갑이 달린 투구를 착용한 카스트로가 있다. 그는 파룡대를 끌고오진 못했으나, 아슬론의 아버지로서 전쟁에 참여하기로 했다. 연합군의 총사령관인 레니아는 대열의 중앙에서 나와 함께 말을 몰았다.


나는 살짝 흥분한 듯한 그녀를 보며 어젯밤의 작전회의를 떠올렸다.


레니아는 작전지도의 중앙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유 교역 도시를 치려면 먼저 이 관문을 점령해야합니다. 일단 여기만 뚫으면 그 다음은 평지라서 마음편히 공격할 수 있어요."


그녀의 손가락이 위치한 곳은 아린이 예산을 아끼지 않고 지어놓은 요새였다. 남부와 중부의 관문 역할을 하는 그곳은 난공불락으로 유명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곳을 빙 둘러서 피해가려고 했다. 레니아를 제외한 참모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기에 주둔한 병력이 무려 1만 5천입니다. 대부분이 징집병이긴 하지만, 자유 교역 도시가 사력을 다해서 수비하려고 하는 곳이에요."


"이런 곳을 굳이 뚫으려고 할 필요가 있을까요? 옆으로 돌아서 다른 요새를 치면..."


"그럼 늦습니다. 성왕국의 전선이 언제 뚫릴지 몰라요. 자유 교역 도시의 본대가 회군하면 끝장이니, 저희는 조금이라도 빠르게 본진을 쳐야합니다. 이만한 대군을 몰고 옆으로 돌아갈 시간따윈 없어요."


강경하게 주장하는 레니아였으나, 참모들의 반발은 그곳에서 그치지 않았다.


"단순히 방어군이 많고 성벽이 튼튼한게 아닙니다. 이걸 보십시오. 요새 앞쪽에 깊고 넓은 강이 있어서 공격하기도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공성무기를 만든다 해도 운용하기가 힘들어요."


"강에서 조금만 더 나가면 화살 맞습니다. 여차할 때에는 후퇴할 수도 없죠."


"그래서 굳이 이곳을 선택한겁니다. 저희가 다른 요새를 노린다고 해도, 방어 병력을 옮기는건 너무 쉬운 일입니다. 이 정도 요새도 뚫지 못하면 어차피 저희가 집니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따라와주세요."


내 권위까지 빌려가며 모두를 침묵시킨 레니아는 공성전이 시작되자 한 번 더 모두를 경악시켰다. 이번에는 다른 영지 출신의 참모들 뿐만이 아니라 같은 교단의 식구들도 의구심을 표한다.


"별동대 5백을 제외한 본대 2천 5백은 지금 즉시 도강을 실시. 조금이라도 늦으면 군율에 따라 참하겠습니다."


"초, 총사령관님?"


"강을 뒤에 끼고 병력을 운용하다니... 옆구리를 치거나 하는게 아니었습니까?"


레니아가 모두의 항의를 무시하자 그녀의 상관인 내쪽으로 시선이 향한다. 하지만 나는 레니아의 전법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끼며 그녀를 지지했다. 그녀가 이제껏 해놓은게 있으니, 아무 생각도 없이 전 병력을 꼬라박진 않을 것이다.


요새의 병력들은 강에 도착하자마자 도강을 실시하는 우리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우리측 인원들이 맛 좋은 먹잇감처럼 보일 것이다.


원래 수성전이란 성 안에 굳게 틀어박혀서 공격측의 보급선을 노리는게 보통이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떡밥을 던지면 걸려들지 않을 수가 없다. 레니아는 아군이 포위되기 쉽도록 진형을 짜둔 꼴이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우리측 전력의 큰 축을 담당하는 아슬론도 별동대로 빼버렸다. 당장은 적측의 보급선 공략을 경계한다고 하는데, 그 말고도 실력자라 불리는 이들이 거의 다 뒤로 빠졌다. 덕분에 본대는 카스트로와 로웬 둘이서 겨우 지키는 꼴이다.


결국 몸이 달아오른 적군은 우리가 강을 다 건너자마자 성 밖으로 뛰쳐나왔다. 하긴, 이대로 가만히 있어봤자 로웬의 마법 포격을 주구장창 얻어맞을 것이다. 레니아는 적들에 대한 대응 보다도 아군의 퇴로를 끊는 것을 우선시했다.


"로웬 자매님은 도강에 쓰인 가교를 끊어주세요."


"... 이젠 나도 모르겠다."


로웬이 작게 탄식하며 마악 준비하고 있던 포격 주문을 가교로 쏘아냈다. 그러자 성급하게 도망치려던 병사 몇몇이 폭발에 휩쓸려서 불타버린다.


아무리 정예병이라 해도, 우리의 병사들은 소속이나 출신이 좀 과하게 가지각색이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이 살길을 먼저 찾을 수 밖에 없다.


대장기의 옆에 선 레니아는 금방이라도 자신을 찌를 듯한 아군들에게 차갑게 말했다.


"이제 도망칠 길은 없습니다. 비록 숫자가 많다고 해도 저쪽은 오합지졸. 몸을 사리지 않고 싸우면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죽기 싫으면 온 힘을 다해서 끝까지 싸우세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잔뜩 흥분한 적군의 공세가 시작됐다. 배수진을 취한 병사들은 하는 수 없이 무기를 붙잡고 적들에게 맞서싸웠다.


작가의말


완결을 낸 기념으로 좀 쉬려고 했는데 달리 할 짓이 없네요...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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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3회 +6 18.02.07 1,438 4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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