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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돌청년 클래식 님의 서재입니다.

군주의 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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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프픗
작품등록일 :
2017.01.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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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2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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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하룻밤 사이에 반 이하로 줄어든 병력을 보고 탄식을 금하지 못했다.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두면 남아있는 동맹들도 죄다 탈주해버릴 분위기였다. 레니아는 서둘러 회의를 모집해서 앞으로의 행동방침을 논의했다.


다르몬드의 신도들이 동맹들의 탈주를 감시하고 있긴 했지만,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침중한 분위기의 천막 속에서 아슬론이 당당히 말했다.


"어차피 적들의 도시까지는 제대로 된 요새도, 관문도 없다. 나와 로웬, 그리고 다르몬드님의 신도들만 있어도 손쉽게 격파할 수 있겠지."


"글쎄요..."


깊은 생각에 빠진 레니아는 아슬론의 말을 한 귀로 넘기며 침음을 삼켰다. 아슬론은 그녀의 행동에 눈을 살짝 찌푸렸으나, 사실은 나도 레니아와 비슷한 감상이었다.


우리측의 병력은 원래 3천 가량. 그런데 앞선 전투에서 소모된 것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미 절반 가량이 탈영했다. 탈영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남은 병력은 1천 가량이라고 보면 된다.


반면 적측은 관문에 묶여있던 것만 무려 1만 5천명. 우리가 대략 3천 가량을 해치웠다고 쳐도, 아직 1만 이상이 남아있다. 도시로 가면 그 숫자는 더욱 많아지겠지.


물론 상대는 성왕국과의 전쟁에 참여할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한 징집병들이다. 그러니 병력의 질로서는 우리쪽이 압도적. 하지만 벌써부터 물량이 10배 이상 차이나는데, 이대로 자유 교역 도시를 점령할 수 있을리가 없다.


다른 신도들이 그러한 점들을 들어서 그를 설득했지만, 아슬론의 생각은 조금 다른 듯 했다. 그는 주먹을 불끈 쥐고 나를 주시하며 말한다.


"알룬님. 지금이야 말로 새로운 권능, 기아스를 제게..."


"안 돼."


내가 자신의 말을 단칼에 거절하자 아슬론의 표정이 살짝 묘해졌다. 레니아가 살짝 뻘쭘해진 나를 위해서 뒤늦게 설명했다.


"아슬론님의 힘이 모자란게 아닙니다. 사실 자유 교역 도시를 함락시키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어요. 숫자 차이가 어떻든 간에 저희쪽의 전력은 압도적이니까요."


로웬과 아슬론, 카스트로와 다르몬드의 신도들... 솔직히 말해서 이쪽의 전력은 알짜 중의 알짜다. 보급의 필요성을 줄이기 위하여 병력을 엄선한지라 한 명 한 명이 가히 일당백의 용사들이라 부를 수 있다.


상대측이 지리적인 이점을 쥐고 게릴라전을 펼친다면 상당히 괴로워지겠지만, 어쨌거나 승리는 할 수 있다. 그 말을 들은 아슬론이 짜증스레 대꾸했다. 만약 내가 이 자리에 없었다면 진작에 불호령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럼 도대체 뭘 망설이는건가?"


"도시를 함락시키는건 문제가 아닙니다. 점령이 문제지요. 저희는 원래 자유 교역 도시를 점령해서 아린측의 항복을 받아낼 생각이었습니다."


성왕국으로 원정을 나가있는 아린에게 있어, 도시가 함락되는건 굉장히 치명적이다. 잘못하면 우리와 성왕국의 사이에 끼어서 이도저도 못하고 모든 전력을 잃게된다.


아린의 병력은 우리보다 훨씬 대규모다. 그러니 보급이 끊기면 훨씬 더 괴로워진다. 성왕국을 점령할 정도의 군세면 주변을 약탈해봤자 간에 기별도 안 가겠지.


하지만 현재 우리의 병력으로는 도시를 함락시킬 수 있어도 점령할 수가 없다. 우리가 도시를 점거하면 아린의 신도들이 사방에서 날뛸텐데... 1천 이하의 병력만 가지고 그걸 통제할 수 있을리 있나.


어렵사리 아슬론을 납득시킨 레니아는 내게 세 개의 선택지를 제시했다.


"알룬님. 제게 3개의 해결책이 있으니 알룬님께서 직접 선택해주십시오. 첫 번째는 이대로 군을 물려서 요정의 숲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추천드리고 싶지 않네요."


"회군이라... 돌아간 뒤에는 어떻게 하려고?"


"성왕국이 되도록 길게 버텨주길 바라면서, 저희들의 힘을 키우는 겁니다. 다시말해 숲 속에 꽁꽁 숨어서 행운을 비는거지요."


첫 번째 해결책은 얼핏 듣기에도 썩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자유 교역 도시의 인적, 물적 자원은 압도적이다. 설령 성왕국과의 전쟁에서 전력을 까먹는다 해도, 우리와는 규모가 다르니 금세 힘을 보충하겠지.


레니아는 내 반응을 살피다가 곧장 두 번째 해결책으로 넘어갔다.


"두 번째는 이대로 자유 교역 도시까지 진격하는겁니다. 물론 지금 상태로 도시를 점령하는건 무리이니, 도시를 함락시킨 뒤에 기반시설을 철저히 파괴합니다. 가져갈 수 있는 보물들은 모두 가져가고 신도들을 죽여 아린의 힘을 꺾으며 챙기지 못한 것들은 모두 불태우는겁니다."


"가지지 못할 바에야 부수자는건가."


이건 전략적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선택지다. 만약 도시가 멸망한다면 성왕국과의 싸움에서 힘을 소모한 아린은 그대로 자멸할 것이다.


자유 교역 도시는 모두가 탐내는 남부의 요충지. 그곳을 상처입힌다면 우리 말고도 다른 이들이 사방에서 물어뜯겠지.


그러나 이 자리의 모두는 이미 내 대답을 알고있었다. 나는 힘겹게 고개를 저으며 두 번째 계획을 반려했다.


"재산만 불태우면 몰라. 도시에 남은 노약자들까지 몰살시키는건 좀..."


"하지만 도시의 인적 자산을 그대로 놔두면 큰 후환이 될겁니다."


나는 레니아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내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가 없었다. 얼마 전까지 한솥밥을 먹던 아린의 신도들을 죽일 각오는 있었지만, 그들의 가족과 자식들까지 모조리 죽일 자신은 없다.


다행히 내 신도들은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은 눈치였다. 내가 이제껏 쌓아둔게 평판밖에 없는데, 그 평판마저 무너져버리면 말 그대로 남는게 없다.


레니아는 살짝 쓰게 웃으며 마지막 방법을 꺼내들었다.


"세 번째는 이대로 도시를 지나쳐서 성왕국과의 전쟁에 참여하는겁니다. 비록 뒤쪽을 친다곤 해도, 자유 교역 도시의 본대와 싸우게 되는거니 저희도 무사하진 못하겠지요."


또다시 내 고집 때문에 신도들을 사지로 내몰게 되는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고민하며 신음을 삼켰다. 이제껏 숨을 죽이고 있던 카엘이 내 선택을 돕기 위해서 질문했다.


"만약 성왕국 쪽으로 진군한다면 동맹들이 순순히 따라줄까요?"


"아마 힘들겠지요. 그들은 아린의 본대와 싸우기 위하여 참전한게 아니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저희쪽의 희생이 클겁니다. 하지만 성왕국이 분전해준다면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나는 그 즈음에서 마음을 정하곤 카엘의 말을 끊었다.


"만약 그렇게 이긴다 해도, 그 다음은? 만신창이가 된 채로 하이에나들에게 물어뜯기는 것 아닌가?"


"상처입은 맹수에게 쉽사리 덤빌 사람은 없습니다. 지금처럼 아린의 흉계를 경계한다면 더더욱 그렇지요."


"아니. 미안하지만 세 번째도 반려다."


설령 아린에게 이긴다 해도, 내 신도들이 크게 상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레니아는 상당히 자신이 있는 모양이지만... 그런 그녀조차 우리쪽의 희생이 클 것이라고 했다.


그건 이 자리의 사람들 중 반절 정도는 죽는다는 뜻이리라. 아린이 무슨 마왕도 아니고, 그런 작전을 허가할 수는 없다.


살짝 실망한 기색의 레니아는 내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조심해서 묻는다.


"그럼 요정의 숲으로 회군하시는겁니까?"


"그래. 인정하긴 싫지만 이번 원정은 이미 실패했어."


마음 같아서는 자유 교역 도시의 창고라도 털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어중간하게 욕심을 냈다가 인명 피해가 나오면 착잡할 것 같았다. 자유 교역 도시는 위치가 워낙 좋고 상업이 발달한지라 단순한 재산 피해는 금세 복구해버릴 것이다.


결국 우리는 다른 동맹들과 함께 요정의 숲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자유 교역 도시의 관문을 쉽사리 점령한 것 치곤 허무한 결말이었다.


로웬은 관문의 지하에서 주문을 사용하여 두껍고 높은 성벽을 간단히 허물어버렸다. 다른건 몰라도 이 관문을 재건하려면 적잖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남은 동맹들은 당분간 우리의 숲에서 머물 생각인 모양이었다. 아린의 수법이 워낙 충격적인지라 어떻게든 뭉쳐야겠다고 생각한 것일까.


"으음..."


침중한 분위기 속에서 말을 타던 로웬이 돌연 북쪽 하늘을 보며 침음을 내뱉었다. 그녀의 곁에 있던 레니아가 다급히 묻는다.


"저쪽에 뭐라도 있나요?"


"거대한 비행체가 세 개... 틀림없는 용족입니다. 하지만 우리를 노리는건 아닌 것 같네요."


"용족이라고?"


카스트로와 아슬론이 바짝 긴장하던 찰나 슬슬 익숙해지려는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로웬의 말대로, 그들은 명백히 다른 방향을 향해서 날아가고 있었다.


"그냥 지나가던건가?"


"지금은 놈들을 사냥할 때가 아닙니다. 일단 무기를 거두고 얌전히 통과시키..."


"극대 실장검!"


레니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력의 칼날이 쭉 뻗어나가서 용족들 중 하나를 덮쳤다. 나는 뜬금없이 기술을 사용한 아슬론을 보며 경악했다.


"아슬론, 멈춰!"


"으으윽..."


아슬론은 괴로운 신음을 내뱉으며 내 명령을 무시한 채 용족들에게 덤벼들었다. 적동룡들을 해치운 뒤 나들이를 즐기던 용족들은 난데없는 공격에 발작하듯 대응했다.


숲으로 들어가던 진입로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나는 내 말을 도통 듣지 않는 아슬론을 보고 뒤늦게 혀를 찼다.


'적동용왕의 저주! 역시 아슬론의 행동을 강제하는 종류였나!'


우리에게는 불행히도, 이번의 상대들은 몸집이 크고 전투에 능한 용들이었다. 아슬론의 기습을 받은 놈도 어렵게나마 자세를 회복하여 다시금 공중으로 솟구친다.


로웬은 놈들이 마법으로 폭격을 가하려는 것을 보고 재빨리 주문을 사용했다.


"타천의 사슬!"


"아아, 진짜 돌겠네."


땅바닥에서 솟아난 은색의 쇠사슬들이 용 두 마리의 몸을 구속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카스트로가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검을 뽑아들고 아슬론에게 합세한다.


하지만 나머지 용 한 마리는 이미 로웬의 주문이 닿지 않을 정도로 높게 올라가버렸다. 놈은 공격 주문을 사용하여 철수 중이던 원정군을 폭격해버린다.


"이... 이 버러지 같은 놈들이! 불의 심판! 불의 세례! 불의 정화!"


성난 화룡이 쏟아내는 공격은 굉장히 매서웠다. 이미 용 두 마리를 붙잡고 있는 로웬은 힘겹게 그것을 받아내며 악을 지르듯 외친다.


"저희를 괴롭히기로 작정했네요. 죄송하지만 저도 오래는 못 막아요!"


"이런..."


내가 어설프게나마 손을 써봐야하나 고민하던 중. 구름 속에서 용의 그림자 하나 더 나타났다.


용족 치고도 상당한 덩치를 가진 불청객은 공격을 퍼붓던 화룡의 머리를 발톱으로 찍어버리더니, 그대로 땅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어어? 저건 또 뭐야?"


"왜 동족을 공격하는거지?"


우리가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그는 깔끔한 솜씨로 화룡 하나를 죽여버렸다. 자신의 몸무게를 실어서 억지로 낙하시키다가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혼자서 벗어난 것이었다.


맹렬한 기세로 추락한 화룡은 굉음과 함께 목뼈가 부러져버렸다. 단단하기로 소문난 용의 뼈가 단숨에 부서질 정도의 충격. 땅이 울리고 나무들이 쓰러지는 광경에 원정대가 경악했다.


"무, 무슨 지진인가!"


"요... 용 사냥꾼! 어째서 네놈이 여기에..."


청색의 비늘을 가진 불청객은 탄식을 토해내던 동족에게 재빨리 날아들었다. 하지만 적동용왕의 저주에 사로잡힌 아슬론이 그런 그를 막아선다.


"크르륵!"


"이런."


짧게 활공하며 강습하던 청룡은 덩치에 맞지 않는 민첩함을 발휘하여 공중에서 반바퀴를 돌아버렸다. 그의 발톱에 채여버린 아슬론은 나무를 몇 개나 부수며 숲 속에 처박힌다.


다행히 청룡은 그것으로 아슬론에게서 신경을 꺼버리곤, 사슬에 묶인 동족들을 사냥하기 위하여 다시금 날개를 펼친다.


작가의말


원래 조금 더 일찍 올리려고 했는데,


얼마 전에 어떤 놈이 제가 보는 앞에서 제 소설의 텍본을 만들었다며 자랑하더니, 그걸 그대로 불법 공유 사이트에 올려버리는게 아니겠습니까...


그것 때문에 요새 멘탈이 좀 위험해졌습니다.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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