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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돌청년 클래식 님의 서재입니다.

군주의 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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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프픗
작품등록일 :
2017.01.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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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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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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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마법신의 파편을 모두 회수한 아슬론은 엘리자베스에게 치료를 받곤 데이자드의 시체로 다가갔다.

강대하기 짝이 없던 대악마는 아슬론이 신성력을 사용 할 줄은 몰랐던 듯, 처참한 몰골로 살해당했다.


비록 급하게 소환됐다곤 해도 아예 본체를 끌고나온 것인데...

그 동안 아슬론이 많이 강해지긴 했던 모양이다.


'역시 적동용왕의 신력을 흡수한게 컸나?'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아슬론이 단검 크기로 조정된 수다쟁이를 들고 놈에게 다가갔다.

아까 심장에 이름을 새기니 뭐니 하던걸 들었던 카스트로가 잽싸게 그를 말린다.


"아슬론. 시체 가지고 장난치지 말고 대충 끝내라. 애버론 녀석은 그런 짓 안 해도 만족할거야."

"와. 저 사람 진짜 네 아버지 맞아? 이 야만적인 용인족이랑 피가 이어졌다는게 믿기지 않네."


그의 행동에 기겁하던 수다쟁이도 몇 마디 거들자 아슬론이 멈칫했다.

결국 그는 놈의 심장을 도려내는 선에서 만족했다.


"그럼 이걸 영감님의 무덤에 바치도록 하죠."


피가 질질 흐르는 심장을 챙긴 그는 놈이 사용하던 장검으로 시선을 옮겼다.

대악마의 칼 치곤 조금 작은 사이였지만 상당히 강력한 물건이다.

놈이 말하던 것을 보면 수다쟁이를 만들어낸 장인의 작품인 모양.


그가 그것을 들어올려서 요리조리 돌려보자 수다쟁이가 불안하게 말했다.


"너 설마 그걸 쓸 생각은 아니지? 걘 너무 돌대가리라서 자기 주인까지 상처입힌다고. 저놈이야 대악마라서 불 속성에 면역이지만 넌 아니잖아?"

"너도 내 귀를 쉴새없이 상처입히는데 뭘."


아슬론이 그렇게 한 마디 던지자 수다쟁이가 토라졌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불타는 장검을 던져버리곤 수다쟁이를 칼집에 밀어넣었다.


"인심 썼다. 저렇게 조그만걸 칼이랍시고 휘둘러댈 수는 없지."

"아니. 그렇다고 저렇게 버리란건 아니고..."


칼을 주워든 엘리자베스가 열기에 인상을 찌푸리며 내게 다가온다.

나는 기적을 사용해서 그것을 챙기곤 겨우 정신을 차린 로웬을 맞이했다.

데벨론에게 먹히고도 용케 자아를 유지한 그녀가 나를 올려다본다.


"알룬님. 흑마법사는..."

"네 덕분에 잘 끝났어. 마법신의 파편도 모두 회수했다. 잘 씹어먹어."


모두가 회수한 조각이 가죽 주머니에 담겨서 전달됐다.

로웬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전투력을 회복한 우리는 너무 늦기 전에 유적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백룡왕이 우리를 인정한 것 같긴 하지만, 아직 놈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


다행히 유적 입구의 백룡왕은 아까 봤던 자세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밖에서 원군 따위를 불러온 흔적도 없다.

그의 지친 음성이 넓은 지하공간을 울린다.


"잘도 해냈구나. 좋다. 동족들에 대한 복수는 너희에게 맡기겠다. 알레디우스의 말대로 나는 너무 늙고 지쳤거든. 복수도 괜찮겠지만 역시 편히 쉬고싶어."


힘겹게 거체를 일으킨 그가 우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약속했던 포상을 받을 시간이다. 누가 백룡왕의 선물을 받겠는가."

"으음... 역시 알룬님께서 받으시는게 제일이겠죠."


엘리자베스가 그렇게 말하자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룡왕은 적동용왕과 비슷한, 신적인 존재다.

그의 선물이라면 신성력이 관련됐을 확률이 높겠지.


내가 화신체를 한 발짝 앞으로 움직이자 백룡왕이 고개를 끄덕인다.


"잘 선택했군. 내가 줄 것은 정화의 신성력이다. 모든 사악을 깨끗이 씻어내는 힘이지."


정화의 신성력이라.

백룡왕은 그 힘을 가졌기 때문에 봉인의 수호자로 선택받은 것이리라.

그의 힘은 흑마법사 데벨론과 완전한 상극이다.


선물의 정체를 들은 카스트로가 묘한 웃음을 보이는 사이, 백룡왕이 내게 신성의 파편을 전달했다.

예전과 같이 카드의 형태로 빚어진 권능이 내 손에 들어오자 백룡왕의 거체가 천천히 흩어진다.

이제 봉인 수호의 의무가 끝난데다 백룡족도 멸종했으니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는 꽤나 홀가분한 목소리로 작별 인사를 건넸다.


"잘 가라. 하늘에서 너희들의 활약을 지켜보마."

"편히 쉬시오 백룡왕."

"생각보다 곱게 가는군. 말썽을 좀 피웠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까지 줬고."

"정화의 신성력이라. 요긴하게 써먹을 곳이 있을까요?"


유적을 나서던 일행이 수군거리던 중. 카스트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의외의 소식을 내놓았다.


"당연히 있지. 예전에 우리 파티가 해치웠던 마룡. 그놈의 심장이 아직 북부의 얼음협곡에 남아있을거야. 이제 정화의 신성력이 생겼으니 그걸 활용 할 수 있지 않겠어? 겸사겸사 엘리자베스네 교단도 정화해주고."

"아, 맞다. 그런데 그걸 굳이 써먹을 필요가 있을까요? 마룡이란 놈이 그렇게 강했습니까?"


아슬론이 살짝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자 카스트로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남들은 없어서 못 쓰는게 용의 심장인데, 이놈은 그걸 몇 개나 먹어서 귀한 줄을 모른다.


"마룡은 못해도 적동용왕급의 괴물이었어. 우리 파티도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당했을거야. 라르고를 시켜서 둥지를 털어낸 다음 애버론의 마법진이 있는 곳으로 끌어내서 잡았지."


그만한 괴물의 심장이라면 확실히 발품을 팔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카스트로와 탈리고라, 그리고 엘리자베스는 서부를 나서자마자 일행과 헤어져서 북부로 달려갔다.


그 사이 요정의 숲으로 돌아온 나는 아슬론 일행의 승리를 축하하는 한편, 교단의 행사 때문에 머리를 굴려야했다.

성왕국을 집어삼킨 뒤로 더욱 바빠진 레니아는 사제의 충원을 요청했다.


"이제 슬슬 알룬님의 손발을 늘려야합니다. 성왕국 출신의 관리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보다 훨씬 믿음직한 사람들이 필요해요."

"하긴, 우리 교단은 규모에 비해서 사제가 너무 부족하지."


레니아의 말마따나 이곳저곳에서 나온 협력자들이 있긴 했지만, 정식 서임을 받은 사제는 대주교까지 합쳐서 10명 이하다.

잠깐 빌려온 것이나 다름없는 엘리자베스까지 합쳐도 아슬론과 로웬, 레니아, 카엘, 아가르타, 힐데, 그리고 라르고 정도.

다른 교단은 주교급만 5명이란걸 감안하면 정말 턱도 없이 적다.

덕분에 레니아와 카엘은 매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있다.


하지만 사람을 뽑는다는게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다.

믿음직하지 못한 사람이나 첩자를 골라버리면 안 뽑느니만 못하다.

게다가 우리 교단의 사제들은 죽어라 굴러대는 것으로 소문이 났으니 지원자가 있을지나 모르겠다.


보통은 아가르타를 받아들였을 때 처럼 유망주를 교단에서 키우는 방식이지만...

나는 그 방식에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오갈데 없는 고아들에게 밥좀 먹여놓고 인생을 결정해버리는 것은 너무하단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지금 우리 교단에게 필요한건 당장 활동 할 수 있는 인재들이다.


"그럼 공개채용 해버리자. 지원자가 얼마나 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모아놓고 그 안에서 뽑으면 되잖아."

"그렇군요. 선발 시험은 어떻게 치루실건가요?"


레니아가 기대를 머금은 목소리로 묻자 나는 그 기대를 고스란히 돌려줬다.


"그건 네가 생각해야지."

"아, 네... 일단 다른 사제들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사제 선발 시험에 대한 소식을 들은 아슬론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의견을 보냈다.


"일단 뜨겁게 달군 철판 위를 걷도록 하자. 대충 100미터 정도만... 알룬님께 대한 믿음이 있다면 그 정도는 할 수 있을거다."

"아뇨. 믿음이 있어도 못 합니다."

"일단 벽보부터 붙이자. 빨리 알리지 않으면 올 사람도 안 올거야."


내가 솔직한 생각을 토로하자 레니아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로부터 약 1주일 뒤. 나는 내 생각이 완전히 잘못됐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제 선발 시험이 치뤄질 예정이었던 안마당은 수 많은 인파로 미어터질 지경이었다.


척 봐도 수백이 넘는 사람을 보고 얼어붙은 내 옆에서 카엘이 담담한 목소리로 읊었다.


"성왕국에서 6백명, 자유 교역 도시에서 3백명, 용인족 전사와 주술사들 거의 전부, 원주민 영주들의 땅에서 2백명... 요정의 숲과 떠돌이 출신까지 합치면 대충 2천명 정도 됩니다."

"망했다."


나도 모르게 비명 같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지원자가 많아봤자 50명 정도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몰려들다니.

언제부터 우리 교단의 인기가 이토록 좋아진 것일까.


물론 우리가 남부를 넘어서 대륙 최강급의 외계신 세력이긴 하지만... 그만큼 적도 많다.

내 한탄을 엿들은 레니아가 엷게 웃으며 말했다.


"알룬님께서 먹여살리신 성왕국 국민만 10만 단위입니다. 어차피 저희들의 휘하에 있는 이상 용족들을 적으로 돌린 것이나 마찬가지고..."

"일단 한 마디 하시지요."


카엘이 테라스의 문을 열어주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치솟는다.

나는 잔뜩 긴장한 채 그들의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서 외친다.

신성력으로 증폭된 목소리가 궁정의 안뜰을 가득 채웠다.


"뭘 어떻게 잘못 듣고 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긴 내 사제를 선발하기 위한 자리다."


아쉽게도 내 말을 듣자마자 달아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함성과 박수가 더욱 커진다.

나는 이게 아니다 싶어서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했다.


"우리 좀 있다 용족들이랑 전쟁할건데?"


또다시 귀가 먹어버릴 것 같은 함성.

이번에는 용인족 전사들과 주술사들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했다.

나는 반쯤 자포자기한 나머지 뒤쪽에 있던 아가르타에게 주문했다.


"아가르타, 불판 가져와."

"네? 그거 진짜로 하시게요?"

"아니. 환상 주문 걸고 흉내만 좀 내자. 로웬, 가능하겠어?"

"2천명 정도야 크게 어려울 것 같지도 않네요."


마법신의 파편을 간식 마냥 깨작이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결국 나는 아슬론의 방식을 따르기로 했다.


첫 시험의 내용이 공개되자, 섣불리 몰려들었던 지원자들 중 절반 정도가 달아났다.

대부분은 성왕국과 떠돌이 출신이다.

바꿔 말하자면 불에 달군 철판을 내놓았는데도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


이쯤되자 어제는 등장과 동시에 반려됐던, 어렵다 못해 황당한 시험들이 아주 진지하게 검토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나절을 꼬박 시험으로 소비하자 마침내 남은 것이 100여명.

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용사들이다.


다른 교단에 가면 단번에 주교급이 될 수 있을만한 사람들을 사제로 서임하니 마침내 날이 저물었다.

나는 새로운 사제들의 축하 파티에 참석한 뒤 북부에 있는 카스트로와 엘리자베스에게 눈길을 옮겼다.

그들은 때마침 얼음협곡에 도달하여 마룡의 무덤을 회수했다.


"알룬님, 이곳입니다."

"고마워. 그럼 어디 한 번..."


망설임 없이 화신체를 내려보낸 나는 백룡왕에게서 새로 얻은 권능을 시험해봤다.

원래 신성력은 정화의 효능을 지닌 힘이지만, 마룡의 심장은 엘리자베스가 있던 교단 전체를 타락시켰을 정도로 위험한 물건이다.

그런걸 내가 제대로 정화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백룡왕의 신성력은 새카맣게 물들었던 용의 심장을 순식간에 원래의 색으로 되돌려놓았다.

용의 몸 아래에서 천천히 썩어들어가던 대지도 건강한 흙빛으로 회복했다.

적동용왕의 권능인 기어스에 비하면 다소 심심한 권능이지만 그만큼 강력하다.

내 권능을 본 엘리자베스가 얼굴을 환하게 빛내며 말을 잇지 못한다.


"아아... 드디어..."

"그래. 이제 레티르 교단을 정화하러 가자."

"탈리고라. 여기까지 온 김에 우리도 돕고 간다."

"레티르 교단이면 동쪽이었죠? 서쪽 다음엔 북쪽, 그 다음엔 동쪽... 이러다 아주 대륙 일주 하고 돌아가겠네."


탈리고라는 살짝 투덜거리면서도 순순히 말 위에 올랐다.

나는 정화된 용의 심장을 신성 창고에 넣곤 영지로 돌아갔다.

카스트로의 파룡대는 이걸 내게 완전히 양도하기로 했다.

어차피 백룡왕의 신성력이 없으면 써먹지도 못할 물건이었는데다, 먼 옛날 애버론 파티가 잡은 것이라 카스트로 혼자서 소유권을 주장 할 수도 없다.


'그럼 이걸 어디다 써먹는다...'


나는 요정의 숲에서 신도들을 내려다보며 즐거운 고민을 시작했다.


작가의말


사실 어제 나온 극광 실장검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극광 실장검.

극광 = 오로라. 라서

오로롱! 하는 효과음을 넣으려다 관뒀습니다. 잘 했죠?


죄송합니다. 까불지 않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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