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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돌청년 클래식 님의 서재입니다.

군주의 정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데프프픗
작품등록일 :
2017.01.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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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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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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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한 번 무너져내린 전열을 수습하는 것은 어렵다.

하물며 불안정한 공중에서, 훈련도 받지 않은 용족들이 그걸 해낼 수 있을리 없다.

비공정과 그리폰 기병들의 침입을 허용한 그들은 정신없는 난전 속에서 하나둘씩 추락하기 시작했다.


체급이야 저쪽이 압도적이지만, 덕분에 자기들끼리 꼬여서 혼란이 가중될 뿐이다.

용족들은 집단전술은 커녕 서로 협조해본 경험도 거의 없는 것 같다.

그제서야 승리를 확신한 카엘이 조용히 가슴을 쓸어내렸다.


"큰 피해 없이 용족들의 주력을 격퇴 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주력?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아직 저쪽의 주력은 나오지도 않았다."


알레디우스가 낮게 읊조리듯 말하던 찰나.

지평선의 끄트머리에서 섬광이 솟아오른다.

굵은 번개의 창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비공정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경로상의 그리폰 기병을 몇 기나 태워버린 번개는 비공정의 보호 주문과 거세게 격돌했다.

이제껏 용족들의 주문에도 꿈쩍 않던 비공정이 단 한 방에 항행불능 상태가 되어서 천천히 추락한다.

다행히 승무원들은 대부분 무사 한 것 같지만 최강의 공중전 전력이 단 일격에 날아가버렸다.


"어엇, 이건..."

"뭐라도 꽉 잡아요! 비행 주문 사용 가능한 사람은 탈출!"

"배를 버려라!"


덕분에 여유가 생긴 용족들은 서둘러서 전장을 이탈했다.

모두가 잠시 할 말을 잃은 가운데, 청색의 거체가 태양을 가리며 당당히 등장한다.

아직 도시와 아득한 거리가 있지만 덩치가 워낙 커서 제법 잘 보였다.

아무리 작게 잡아도 백룡왕 급의 체격이다.


그 사이 새카만 연기를 피워올리며 추락하던 비공정은 제법 거세게 지면과 격돌했다.

지진이라도 난 듯한 진동의 직후, 깊고 긴 고랑이 배의 경로에 만들어졌다.

조타실에 있던 탈리고라는 배의 상태를 확인해본 뒤에 비명을 지른다.


"염병, 우리가 이걸 어떻게 띄운건데... 수리하려면 한 세월은 걸리겠네!"

"이 배의 보호 주문은 용족의 숨결도 버텨낸다면서?"


땅속에 반쯤 파묻힌 비공정에서 뛰쳐나온 카스트로가 투덜대자 탈리고라가 그를 따라나섰다.


"저거 용 숨결 아니에요. 뭔진 몰라도 신성력이 섞인 것 같습니다."

"설마 권능인가?"


백룡왕과 적동용왕의 권능은 전투와 거리가 멀어서 위력을 짐작하기가 힘들다.

신성 통신을 이용하던 레니아가 얼굴을 굳히고 있자 숨을 고르던 알레디우스가 작게 읊조리듯 말한다.


"청룡왕의 권능은 '아스트라'다. 용왕급 존재들의 원거리 공격 중에서도 최강이지. 한 번 노린 상대는 절대로 빗맞추지 않아. 마법 왕국의 장난감이 제법 잘 버텼군."

"청룡왕... 결국 용왕이 직접 나섰군요."


상처입은 용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달아났지만, 청룡왕은 이 정도로 끝낼 생각이 없어보였다.

하계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맹약을 어긴 탓에 몸이 조금 희미해지긴 했지만, 적동용왕 때 처럼 금방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다시금 공중으로 솟아오른 알레디우스가 모두에게 경고했다.


"이번에 청룡족이 많이 당해서 맹약에 여유가 있을거다. 아스트라 한 번 정도는 더 쓸 수 있을테니까 조심하도록!"

"비공정도 없이 저놈을 어떻게 잡지?"

"대주교님! 섣불리 접근하지 마세요. 무작정 돌진해봤자 거리가 너무 멀어서 표적이 될겁니다."


겁먹은 그리폰을 격려하며 돌진하려던 아슬론이 레니아의 만류에 행동을 멈췄다.

도시를 향해서 천천히 접근하던 청룡왕은 알레디우스를 보고 한숨을 내쉰다.

그들은 같은 청룡족이니, 필시 안면이 있을 것이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날개를 쭉 펴고 활공하는 알레디우스가 먼저 말을 걸었다.


"청룡왕! 잘도 둥지에서 기어나왔구나. 신들의 맹약이 두렵지 않으냐!"

"맹약이 두렵든 말든간에 할 일은 해야지. 못난 아들의 뒷처리를 하는 것은 용왕의 일이자 어미의 일이다."


청룡왕의 담담한 대꾸에 이쪽 진영이 크게 술렁였다.

보통 용들보다 덩치가 좀 크고 강하다 싶었지만... 설마 알레디우스가 청룡왕의 자식일 줄이야.

알레디우스는 그것을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이빨을 드러냈다.


"일족의 행패를 방치한 주제에 잘도 지껄이는군."

"그래. 솔직히 후회하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귀중한 신력을 소모해가며 직접 나서고 있지 않으냐."


아들의 비아냥을 웃어넘긴 그녀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인간들은 들으라! 과인이 부덕하여 아랫것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지난 수천년간 내 동족이 그대들의 땅을 불태우고 금품을 약탈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싸우다 말고 갑자기 사과라니.

나는 그녀의 의중을 파악하기 힘들어서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모든게 돌이킬 수 없게 되었구나. 이미 대륙의 패자가 된 그대들은 머지않아 우리를 절멸시키기 위해서 움직이겠지. 내 동족들이 쌓아온 업보가 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적동용왕의 저주나 알레디우스의 원한 따위가 없어도 마찬가지다.

강대한 힘을 지닌 용족들은 지난 수천년간 셀 수도 없는 악업을 쌓아왔다.

가만히 있던 마법사를 협박해서 가디언을 만들게 하고, 다짜고짜 영지에 쳐들어와서 금을 세 수레씩 내놓으라 하던 것은 예사다.


"게다가 너희를 이끄는 외계신들의 세계에서는 인간들이 모든 종족을 노예처럼 부린다더군. 미안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당해줄 생각은 없다. 이제와서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으니, 청룡왕의 신벌을 받아보거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친 청룡왕의 머리 위에서 번갯불이 번뜩였다.

어렴풋한 신성함마저 느껴지는 그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몸집을 불린다.

저게 아까 알레디우스가 말했던 아스트라란 권능이리라.

번개의 창을 만들어낸 청룡왕의 시선은 도시를 향하고 있었다.


용족들의 주문을 받고도 멀쩡하던 것은 물론, 아예 용의 몸을 들이박았던 비공정을 단 일격에 침몰시킨 공격.

저 권능의 모태가 됐을 법한 인도 신화의 아스트라는 가히 핵무기에 비견될만한 파괴력을 지녔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진짜 핵무기 정도는 아니겠지만 위험하다.

로웬의 보호 주문을 감안해도 도시는 최소 반파. 최악의 경우에는 초토화 당할 수도 있다.


"로웬 자매님!"


마음이 급해진 레니아가 로웬의 도움을 청했으나, 그녀는 냉정하게 고개를 저으며 주문을 쥐어짜냈다.

다만 그녀가 준비하고 있는 것은 방어가 아니라 공격이다.


"저걸 막아내봤자 한 번 더 올겁니다. 청룡왕이 소멸을 각오하고 덤벼들면 방어로는 승산이 없어요. 저는 반격을 준비할테니 어떻게든 막아주세요."

"이런..."


아슬론과 카스트로가 있긴 하지만 청룡왕과의 거리가 너무 멀다.

결국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은 성벽을 지키던 병사들과 알레디우스 정도.

공중에서 활공하며 도시를 내려다본 알레디우스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앞으로 나선다.


"청룡왕의 아스트라는 결코 빗나가지 않는다. 하지만 막을 수는 있지. 여기서 너희가 당하면 용족을 완전히 절멸시킬 수 없어."

"뭐라고요? 알레디우스, 설마..."


로웬이 깜짝 놀라는 사이. 알레디우스가 갖가지 보호주문을 한가득 펼쳐냈다.

그와 동시에 지금껏 아껴두었던 숨결을 충전.

자신의 아들이 나선 것을 본 청룡왕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뭐 하는 짓이냐 알레디우스! 거기서 비켜!"


그녀의 절규와는 무관하게 아스트라가 완성됐다.

그와 동시에 로웬이 영창에 박차를 가한다.

더 이상 지체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청룡왕은 눈을 질끈 감으며 아스트라를 쏘아냈다.


집채만한 번개창이 그녀를 떠나서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그러나 알레디우스는 피하지 않았다.

갖가지 보호 주문과 청룡의 숨결을 가볍게 찢어발긴 공격이 청룡의 거체에 적중한다.

신성력이 가미된 공격이라 그런지, 아무리 번개를 다루는 청룡이라도 무사 할 수는 없었다.


"그으으윽!"


힘겨운 기합과 함께 날개를 퍼덕이는 알레디우스.

그 꼴을 보다못한 청룡왕이 이를 악 물며 아스트라를 취소시켰다.

불완전연소된 공격이 허공으로 흩어지자 알레디우스의 거체가 힘 없이 추락한다.

성벽의 코앞에 떨어진 그는 얕게나마 숨을 쉬고 있다.


"내 아스트라에 정면으로 맞서다니. 멍청한 짓을..."


깊게 한숨을 내쉬며 재빨리 두 번째 아스트라를 만들어내는 청룡왕.

안 그래도 반투명하던 그녀의 몸이 허공으로 녹아든다.

마침내 주문을 완성시킨 로웬이 지팡이를 치켜들었다.


"대주교님, 카스트로씨!"


성벽 위에 오른 그녀의 몸이 번뜩이더니 이내 아슬론과 카스트로의 곁에 나타난다.

이윽고 세 사람은 눈 깜짝할 사이에 청룡왕의 지척에 도달했다.

아득하던 거리를 단숨에 좁히는 연속 순간이동 주문.

우리 진영의 에이스들이 청룡왕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눈부신 검광이 청룡왕의 몸을 수 차례나 베어냈다.

처참하게 난도질당한 그녀는 아스트라를 준비하다 말고 크게 홰를 쳤다.

그러나 근접전에 들어선 이상 아슬론과 카스트로의 연계를 막아낼 수는 없다.

그녀의 주문은 로웬이 완벽하게 봉인하고있다.


"데벨론이 가지고 있던 마법신의 파편과 용인족, 그리고 파룡대인가... 아아, 업보로다! 모두 나의 동족들이 자초한 것이구나. 우리를 향한 원한이 하늘에 닿았으니 이렇게 되는 것이 마땅하다."


청룡왕은 아예 싸움을 포기 한 듯, 허탈하게 읊조리며 땅에 닿았다.

굉음과 진동, 흙먼지가 걷히자 엉망이 된 그녀의 몸체가 드러난다.

천하의 아슬론과 카스트로도 그 처참한 몰골에 공격을 중지했다.

이제 그녀의 목숨은 그저 시간 문제일 뿐이다.


힘 없는 눈으로 하늘을 보던 청룡왕이 나를 부른다.


"이제 청룡족의 멸절은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인간족의 신 알룬이여! 그대는 알레디우스의 헌신을 보았는가!"

"똑똑히 보았다. 그대의 아들이 자유 교역 도시의 수 많은 생명을 구했지."

"알룬님, 위험합니다!"


내가 화신체로 강림하며 말하자 아슬론과 로웬이 황급히 내 앞을 막았다.

그러나 청룡왕은 그저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용족들은 절멸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 아이는 끝까지 살아남았으면 한다. 알레디우스를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내 권능을 주마."

"그런건 필요없다. 알레디우스는 이미 나의 맹우다."


나는 적동용왕의 저주와 완벽히 상충되는 내용의 계약에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게 아니라도 알레디우스를 죽일 생각 따윈 없다.

처음에는 좀 미심쩍은 구석이 있긴 했지만 그는 이미 우리편이다.


"잘 됐군. 가져가라. 우리가 끝나면 최악의 적이 나타날거다."


내 대답에 만족한 듯한 청룡왕은 자그마한 파편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

나는 그녀의 경고에 몸을 굳혔다.

그새 파편을 주워든 아슬론이 한쪽 무릎을 꿇고 내게 그것을 진상한다.


"알룬님, 받으십시오. 적동용왕의 것과 같은 저주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차라리 알레디우스에게 주는 것은..."

"글쎄요. 그 녀석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네요."


로웬이 그렇게 말하자 카스트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청룡왕의 파편을 받아들였다.

슬슬 눈에 익어가는 메세지창과 함께 새로운 권능, 아스트라가 손에 들어왔다.


자꾸만 눈을 빛내는 세 사람 때문에 그것을 대충 사용해보자, 자그마한 빛무리가 손 안에 떠올랐다.

다소 여유롭게 소환해두었던 화신체의 신성력이 그쪽을 향해서 미친 듯 빨려들어간다.

매우 강력하지만 그만큼 신성력의 소모가 심한 권능이다.


"으음... 자주는 못 써먹겠어. 평범한 기적이 아니라 필살기 같은 느낌이네."

"자잘한 패는 이미 많으니 강력한 한 방이 훨씬 좋지요. 경축드립니다."

"용족의 본대를 격파했으니까 이제 각지의 둥지를 습격하면 되겠네. 탈리고라, 비공정 수리는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카스트로가 힘겹게 웃으며 묻자 비통함으로 가득찬 목소리가 돌아왔다.


"글쎄요... 대충 1세기 정도? 이거 그냥 폐기하고 새로 만드는 편이 더 빠르겠는데요?"

"야, 안 돼. 비공정이 없으면 둥지를 공략하기 힘들단 말야. 도시의 모든 장인들이랑 마법사들을 붙여줄테니까 무조건 고쳐. 도와주실거죠 알룬님?"

"당연하지."


내가 흔쾌히 허락하자 탈리고라의 슬픔이 더욱 심해진다.


"아니. 몸체는 어떻게든 고친다 쳐도 아스트라 때문에 회로가 다 타버렸단 말입니다... 얘가 이래봬도 엄청 섬세한 녀석이에요."

"괜찮아. 우리에겐 마법의 신이 있잖아."

"아, 그렇지?"


두 사람의 신성 통신을 엳듣던 로웬이 귀찮은 티를 팍팍 내면서도 비공정으로 향한다.

나는 알레디우스와 부상자들을 살펴보기 위해서 도시로 돌아갔다.


작가의말


즐... 겁게... 읽어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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