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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돌청년 클래식 님의 서재입니다.

군주의 정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데프프픗
작품등록일 :
2017.01.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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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0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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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적동용왕의 심장을 먹은 아슬론은 정신을 잃은 채 전용 병실로 옮겨졌다. 비록 겉보기엔 잠잠하지만, 몸 안쪽에서는 막대한 힘이 소용돌이치며 활발히 변이를 일으킨다. 그의 간호를 맡은 로웬은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렇게 막 행동하시는 것도 슬슬 그만둘 때가 됐는데..."


"그러게요. 이번 일 때문에 전략적인 문제도 생겼으니."


옆에 있던 레니아가 침중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리 세력 최강의 전력 두 명이 죄다 병실에 묶여있게 된지라, 그녀의 계획은 자연스레 수포로 돌아갔다.


로웬과 함께 간호를 담당하게 된 용인족 마법사, 힐데가 걱정스레 묻는다.


"이번 변이는 얼마나 걸릴까요?"


"지금 추세로 보면 적어도 이 주 정도? 길면 한 달도 가능하겠죠."


"그러고 보니 적동용왕의 저주 말인데... 그거 그냥 마지막에 용 한 마리 남겨두면 되는거 아냐?"


내가 약간의 희망을 품고 말하자 로웬이 차가운 말투로 그것을 꺾어버렸다.


"신룡의 저주가 그렇게 만만할리 있겠습니까? 저주를 받는 대상인 아슬론님의 역량에 따라서 달라지긴 하겠지만, 아마 아슬론님의 행동을 강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할겁니다. 눈 앞에 용족이 있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덤벼든다든지..."


"그럼 평소랑 똑같네 뭐."


내 딴에는 농담이라고 한 소리였는데, 다른 신도들은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 발 물러나서 듣고있던 카스트로가 애써 가볍게 말한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용족들을 멸종시키는게 그렇게 쉬웠으면 우리 파룡대가 만들어졌을리 있냐."


"뭐, 그것도 그렇죠. 이건 당장 큰 문제가 되진 않을겁니다. 나중에 발목을 잡을까봐 그렇지."


로웬은 아니꼬운 기분을 접어두고 아슬론의 진료를 계속했다. 내가 쓰라린 한숨을 내쉬며 병실 밖으로 나오자 아가르타가 말을 걸어왔다.


"알룬님. 북부쪽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구 신성제국 놈들이요."


"응? 그놈들이 갑자기 왜?"


구 신성제국이 보내준다던 병력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원체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연락이 왔다니까 급격히 불안해진다. 아가르타는 내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비보를 전했다.


"그게, 남쪽으로 향하는 협곡이 막혀서 못 오는 중이라고..."


"우리가 북부로 원정 갔을 때 썼던 그 길인가?"


나는 즉시 지도를 띄워서 놈들의 경로를 살폈다. 중부와 북부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그곳에는 큼지막한 씨앗이 하나 있다.


"재앙의 씨앗... 왜 하필 지금 여기에 있대? 아니, 것보다 그놈들은 명색이 교단이면서 재앙의 씨앗 하나 처리 못해?"


"제가 그렇게 말했더니, '원래는 거뜬히 해치울 수 있는데 누가 교단의 주교들을 줄줄이 죽여버려서 못한다'라네요."


"별로 미안하진 않다고 전해줘."


"괜찮아요. 이미 그렇게 대답했으니까. 아무튼 누굴 보내긴 보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실래요?"


나는 때마침 나를 따라서 나오던 레니아를 불러서 상담한 뒤 결정을 내렸다.


"로웬을 보내자. 내가 같이 가면 재앙의 씨앗 하나 정도는 처리할 수 있겠지."


기껏 병력을 모아놨는데, 막힌 길 좀 치우자고 많은 인원을 보낼 수는 없다. 로웬과 내 기동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니 둘이서 빠르게 처리하고 오면 될 것 같았다. 로웬은 힐데에게 아슬론의 간호를 맡겨두곤 지팡이를 집어들었다.


"좋습니다. 그럼 당장 출발하죠. 교단에서 가장 빠른 말을 준비해주세요."


"응? 너 공간이동 주문 같은거 못 써?"


나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빠르게 처리하려고 했던지라 살짝 당황했다. 로웬이 해당 지점에 도착하기만 한다면, 나는 화신 강림 특성으로 그녀를 따라갈 수가 있지 않은가. 하지만 로웬은 웃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협곡까지는 그렇게 멀지도 않습니다. 알룬님이 직접 만들어내신 말이라면 금방 도착하겠죠. 공간이동 주문은 마력을 많이 먹어서 전투에 앞두고 써먹기 힘들어요."


"그, 그렇다면 뭐... 좋아. 난 화신강림을 해제시켜 둘테니까 도착하면 말해줘."


"네? 저랑 같이 가시는거 아니었나요?"


내 말을 들은 로웬이 갑작스레 얼굴을 굳힌다. 나는 창 밖의 마구간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영지에서 가장 빠른 말이라면 아슬론이 타던 녀석인데, 다른 말들은 걔 속도를 못 따라와."


"그럼 저랑 같이 타시면 되죠. 아슬론님의 몸무게가 저희 둘을 합친 것 보다 더 나갈겁니다."


"그건 그런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신앙점수는 아직 넉넉하니까 화신강림을 해제해도..."


"설마 전장으로 향하는 마법사를 혼자 두실 생각이신가요? 마법사에게 호위를 붙이는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로웬의 행태를 보다못한 레니아가 대화에 끼어들며 한 마디 했다.


"잠시만요. 알룬님께 이토록 불손한 태도를 보이다니. 교단의 신도로서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저는 그저 알룬님의 명을 받드는데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정 그렇게 호위가 필요하시면 용인족 병사들을 붙여드리겠습니다. 교단 최강의 전사인 아슬론님께 직접 사사받은 이들이니..."


"알룬님의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호위가 제 도움이 될 것 같습니까?"


내가 두 여성의 옆에서 멍청히 서 있자, 아가르타가 내 등을 살짝 떠밀었다. 하긴. 보는 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 이상 떠드는건 결코 좋지 않다.


"두 사람 다 그만하라. 기껏 우리 교단을 믿고 모여준 동맹들이 듣겠다. 내 앞에서 이게 무슨 추태냐."


"...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두 여자는 황급히 내게 사과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나는 일부러 크게 한숨을 내쉬곤 화신강림 특성을 해제했다. 그러자 로웬은 하는 수 없이 아슬론의 말을 타고 숲을 나섰다.


아슬론이 타던 말은 바람처럼 움직여서 협곡에 도달했다. 음산한 분위기의 골짜기 안에는 늑대 같은 모양새의 짐승이 있었는데, 몸집이 집채만한데다 전신에 가시가 비죽비죽 솟아있어서 굉장히 위험해보였다.


척 봐도 자연적으로 태어난 생명체는 아니다. 부서진 마차나 사람의 시체 등을 보아하니 이미 사상자가 발생한 것 같다. 나는 서둘러서 로웬의 옆으로 강림한 뒤 말을 멈춰세운 그녀에게 물었다.


"다른 플레이어가 만든 신수일까?"


"...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저쪽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묘하게 익숙해요."


로웬은 재앙의 씨앗 쪽으로 겁도 없이 걸음을 옮기더니, 갑자기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시체를 뜯던 놈이 몸을 벌떡 일으켜서 그녀에게로 달려들었다.


내가 황급히 그것을 막으려 했으나 로웬이 내쪽으로 손을 세워보인다. 잠시 뒤, 그녀는 놈을 쓰다듬으며 만족스레 웃었다.


"역시. 이건 제 파편들 중 하나입니다. 아무래도 짐승의 몸에 들어간 파편이 멋대로 변이를 일으킨 것 같네요."


사납게만 보이던 늑대는 그녀의 손을 핥으며 친근함을 표해보였다. 아마 자신과 뿌리가 같은 존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눈치챈 것이리라.


당황한 내가 뭘 어떻게 할거냐고 묻기도 전에 로웬의 일처리가 시작됐다. 괴물의 몸 속에서 무언가를 뽑아든 그녀가 스스로의 가슴에 그것을 박는다.


그러자 늑대의 몸집이 눈에 띄게 작아지고 전신의 가시가 하나둘씩 뽑혀나왔다. 머지않아 송아지 만한 늑대로 변한 녀석은 조용히 우리가 지나온 숲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로웬의 마력이 한 층 강렬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 녀석의 일부를 흡수한거야?"


"네.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저는 마법신의 권좌에서 떨어져나온 파편이라... 이렇게 조각을 모을 때 마다 원본에 점점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그럼 너보다 더 큰 조각을 만나게 되면..."


내가 살짝 불안하게 중얼거리자 로웬이 피식 웃었다.


"저보다 큰 파편은 그리 많지 않을겁니다. 만에 하나 마주친다 해도... 그 때는 잘게 조각낸 다음 제가 먹으면 돼요."


로웬은 무척 가볍게 말했으나, 그것이 그리 쉽게만 보이지는 않았다. 로웬은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아가르타와 통신을 마친 뒤 말머리를 돌렸다.


"장애물이 치워졌다고 알렸어요. 신성제국 놈들과 동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으니 먼저 귀환해도 되겠죠?"


"그래. 난 먼저 영지로 돌아갈테니까..."


로웬은 내가 말하는 도중, 미묘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내 앞으로 말을 끌고온다. 무언의 압박에 굴복한 나는 하는 수 없이 말 위로 올라탔다.


그녀는 여기까지 능숙히 말을 몰아온 주제에, 승마를 잘 모른다며 내 뒤에 앉아서 허리를 잡는다. 상당한 시간을 소모해서 산책하듯 교단으로 돌아오자 의외의 선물이 우리를 맞았다.


"알룬님. 아슬론님이 지금 막 자리에서 일어나셨는데..."


"뭐? 벌써?"


나는 아가르타의 전언을 듣곤 로웬과 함께 황급히 병실로 향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병상에서 일어난 아슬론은 이마와 등에서 신성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로웬이 그것을 보고 아랫입술을 꽉 물었다.


"용왕의 심장이 대단하긴 대단하네요. 아슬론님은 신성력 적성이 없었는데... 막대한 마력과 신성력이 복용자의 적성마저 바꾼 것 같습니다."


"그게 정확히 무슨 소리야?"


"저 빛은 적동용왕이 가지고 있던 신성의 파편입니다. 물론 계승받는 과정에서 큰 손실이 일어난데다, 세계의 처벌까지 받은 탓에 기껏해야 하급신 정도의 힘이겠지만..."


그 파편을 집어삼킨 아슬론은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존재로 탈피하는 중이었다. 막 병실 안으로 들어온 로웬을 목격한 아슬론이 그녀를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물었다.


"이, 이게 다 뭐냐! 나는 이런걸 바란게 아닌데..."


"그러게 누가 아무거나 집어먹으라고 했습니까? 안심하십시오. 신족이라곤 해도 하급신이니까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뭐야? 신족이라고!"


그녀의 말에 기겁한 아슬론이 자신의 이마를 쥐어뜯더니, 피가 뚝뚝 흐르는 살점을 바닥에 내동댕이쳐버렸다. 그리곤 빛이 새어나오던 어깨죽지도 똑같이 처리한다. 우리는 그 믿기 힘든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었다.


보다못한 로웬이 넋이 나간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이 파충류 자식이 진짜... 도대체 뭐 하는겁니까!"


"나는 알룬님의 몸종이다. 그런 내가 어찌하여 알룬님과 똑같은 곳에 설 수 있겠는가."


신성의 파편을 바닥에 내다버린 아슬론이 당당함까지 내보이며 말했다. 로웬은 그의 대답에 끙끙 앓는 소리를 내더니 아가르타에게 그것들을 줍게 시켰다.


"저만한 신위를 준다면 영혼이라도 팔 작자들이 널려있는데... 됐습니다. 아가르타 자매님, 저걸 모아서 알룬님께 바치세요."


"응? 내가 왜?"


내가 살짝 움츠러들며 되묻자 로웬이 나를 안심시켰다.


"저건 순수한 신성의 파편입니다. 무슨 사악한 잡신도 아니고, 원래 적동용왕의 것이었으니 힘의 격이 아주 높지요. 알룬님께 득이 됐으면 득이 됐지 해가 되진 않을거에요."


"으음..."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녀의 충고에 따라서 아슬론의 살점을 손에 쥐었다. 막대한 신력이 내 화신체로 흡수되더니, 이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목소리가 들려온다.


[상급 신의 파편을 획득. 그 종류에 어울리는 권능을 부여하겠습니다.]


"어엇..."


이건 가디언 소울에 접속한 직후 들었던 그것이다. 목소리가 그치자 내 눈 앞에 한 장의 카드가 나타났다.


작가의말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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