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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돌청년 클래식 님의 서재입니다.

군주의 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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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프픗
작품등록일 :
2017.01.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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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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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0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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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회

DUMMY

아슬론이 그러했듯. 로웬도 자기가 맡고있던 방면의 주교를 해치웠다. 하지만 아린의 주교들이 모두 전선에 나와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루아침에 두 명의 주교를 잃어버린 아린은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곤 철수를 선택했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주교는 단 2명 뿐이니, 심적으로 굉장한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그녀에겐 불행히도 공성을 시켜둔 병력을 물리는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린의 병력은 대부분의 물자들을 그대로 놔두고 퇴각해야했다. 그들의 상황이 얼마나 급했는지, 미처 챙기지 못한 보급품들을 불태울만한 시간조차 없었다.


레니아는 회군하는 병력들을 사냥하기 보다는 자유 교역 도시로 통하는 길목을 지키기로 했지만... 아린의 본대는 자유 교역 도시로 돌아가지 않았다. 천리안으로 우리의 함정을 파악한 그녀는 포위망이 없는 외곽지역으로 달아났다.


아린의 본대를 치고 본대와 합류한 아슬론이 그 소식을 듣곤 불만스레 중얼거렸다.


"그냥 쫓아가게 해줬으면 후환을 덜어냈을텐데..."


"괜찮습니다. 아린이 많은 병력을 보존하긴 했지만, 그 중 대부분이 머지않아 사라질겁니다."


"뭐라고? 혹시 그쪽 방면에 매복시켜둔 병력이라도 있나?"


"아뇨. 천리안을 상대로 매복 작전 같은걸 펼치는건 바보짓이지요. 아린은 금전적인 부담 때문에 알아서 병력을 덜어낼겁니다. 저희가 굳이 손을 쓸 필요도 없어요."


군대라는건 예로부터 돈 먹는 하마였다. 아린은 빠르고 정확한 판단으로 대부분의 병력을 온존했지만, 그들을 먹일 기반인 자유 교역 도시는 우리에게 이미 빼앗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돈줄이 말랐으니 수만명 규모의 군대를 먹여살릴 수 있을리가 없다. 결국 그녀는 머지않아 군대를 해산시키게 될 것이다. 승리를 확신한 레니아는 발이 빠른 기병대에게 즉시 명령했다.


"지금 즉시 자유 교역 도시 쪽으로 향해서 탈주하는 상인들을 붙잡으세요. 그들의 재산이 아린에게 들어가게 놔둬서는 안 됩니다."


"알겠습니다."


"알룬님. 저희는 자유 교역 도시를 점령하러 떠나지요. 전쟁으로 힘이 빠진 성왕국 따위는 언제든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아슬론은 지금 당장이라도 성왕국을 먹어치우고 남부 지방의 패자가 되길 원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랬다가는 성왕국의 땅을 내 신하들에게 잘게 찢어서 나눠줘야 할 것이다. 전쟁에 참여한 신하들에게 보상하는 것은 군주의 기본이다.


우리에게 로웬이 있는 한, 성왕국을 점령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괜히 조바심을 내서 우리의 몫을 줄일 필요는 없다.


몇몇 아군들의 걱정과는 달리. 자유 교역 도시에 입성하는 것은 굉장히 수월했다. 아린은 용케도 신도들을 시켜서 값진 물건들을 가지고 도망친 뒤였다.


그들 중 반 이상이 추격대에게 붙잡히긴 했지만, 아린은 상당한 재화를 확보했으리라. 하지만 레니아는 그것을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아린이 보유한 것은 종잣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자유 교역 도시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땅이다. 남부 지방 최고의 요지를 차지한 이곳은 막대한 돈과 물자들이 지나다니는 통로.


그러니 이곳을 차지하고 있으면 돈이 절로 굴러들어올 것이다. 나는 전공을 세운 이들에게 보상을 해주기에 앞서 도시의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공표했다.


"만약 도시를 떠나고 싶으면 나가도 된다. 보유한 재산도 일정 한도 내에서 챙겨가게 해주겠다. 하지만 전임 영주가 나눠준 토지권은 모두 몰수한다."


"아, 알룬님. 그랬다간 저희들의 몫이..."


"이곳에 남겨두고 재산을 빼앗아봤자 아린의 내통자가 생길 뿐입니다. 이렇게 하는 쪽이 후환이 적지요."


레니아는 그렇게 말하며 신하들의 불평을 단칼에 잘라냈다. 그러자 뒤쪽에서 찝찝한 표정으로 서있던 아슬론이 냉큼 그녀의 옆에 섰다.


자비를 베품으로서 손쉽게 후환을 줄인 다음에는 본격적인 논공행상이 이루어졌다. 자유 교역 도시 길드는 구 신성제국령까지 모조리 먹어치운 상태였는지라 영토가 무척 넓었다.


나는 가장 먼저 블랙우드 가문에게 옛 땅을 돌려주고, 내 영지를 되찾았다. 그리고 카엘의 조언에 따라 신하들에게 땅을 분배해주기 시작했다.


어차피 내가 모두 관리하기에는 지나치게 넓은 땅이다. 그러니 각지에 새로운 영주를 임명하여 세금을 거두고, 유사시에 병력을 동원받는 것이 훨씬 낫다.


자유 교역 도시를 확보한 레니아는 아예 본거지를 이쪽으로 옮기자고 했으나, 나는 결정을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확실히 이곳은 남부의 요충지인데다 기반시설도 충실히 갖춰져있다.


그러나 내 마음은 옛 영지나 요정의 숲 쪽으로 조금 더 이끌렸다. 참모들과 함께 고민중이던 나를 도운 것은 인간의 형태로 원정을 따라온 알레디우스였다.


"무엇을 망설이느냐? 세 곳 중 한 곳으로 본진을 정해야한다면 당연히 요정의 숲이지."


"어째서입니까?"


레니아는 갑작스레 회의에 끼어든 그를 보고 당황하면서도 예의바르게 물었다. 알레디우스는 그녀의 자세가 마음에 드는 듯, 기꺼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 도시는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사방이 평지라서 방어하기 어렵지 않느냐. 요정의 숲은 이곳에 비하면 천혜의 요새다."


"... 제가 방어 마법을 펼친다는 전제를 하면 숲 쪽이 훨씬 튼튼하긴 합니다. 그쪽은 규모가 작은데다 높다란 나무들 투성이라 위장하기도 쉽지요."


"아린도 몰아냈는데 그렇게까지 조심해야할까..."


나는 반론을 꺼내면서 스스로의 실책을 깨달았다. 일단 머지않아 탐욕스런 용족들이 적동용왕의 심장에 대해서 알게될게 뻔하고, 주교가 한 명 뿐인 내 교단으로서는 위험을 최소화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물론 자유 교역 도시 정도 되는 곳이 쉽게 함락당하지는 않겠지만... 위치가 좋다는 것은 적들에게 사방에서 두드려맞기 좋다는 뜻도 된다. 결국 아슬론을 비롯한 주력 신도들은 대부분 요정의 숲에 남기로 했다.


나는 카엘을 자유 교역 도시의 시장대리로 임명하고, 적잖은 병력을 남겨서 그녀를 돕게 만들었다. 이곳의 기반시설들과 세금 수입은 교단에게 큰 힘이 되리라.


영주들은 이번 전쟁 덕분에 각자의 배를 흡족히 불렸지만, 전쟁에 휩쓸린 일반인들은 그러지 못했다. 나는 요정의 숲까지 나를 따라와준 영지민들에게 선택지를 줬다.


요정의 숲을 본진으로 삼긴 했지만, 그렇다고 옛 영지를 내버릴 생각도 없었다. 그곳을 제대로 점령하면 구 신성제국령 전체에 손을 쓸 수 있게된다. 요정의 숲으로 돌아온 레니아가 옛 영지민들에게 알렸다.


"여러분들은 이제껏 알룬님을 믿고 따랐습니다. 때문에 알룬님은 그에 대한 포상을 결정하셨습니다."


옛 영지민들은 요정의 숲에 그대로 남거나, 다시금 영지로 돌아가서 땅을 받을 수 있었다. 둘 중 어느쪽을 선택하든 이전보다 더한 땅이나 재산을 받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영지민들은 자신들의 고향인 옛 영지를 선택했다. 그들은 뼛속까지 농민이었고, 따라서 자신의 농토를 가지는 것을 가장 선호했다.


나는 아예 주변의 영지들까지 내 것으로 만들어서 구 신성제국령에 커다란 거점을 만들었다. 성역선포 특성을 제대로 써먹으려면 이러한 작업이 꼭 필요했다.


내게서 땅을 분배받은 신하들은 대부분이 만족하며 자신의 땅으로 되돌아갔으나, 개중에는 자유 교역 도시에 남고자 하는 이들도 있었다. 내 신도들은 그들을 너무 홀대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각종 일들을 처리했다.


아린이 우리에게 패배한 이유는 우리가 잘났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그녀가 플레이어들의 암살을 지시함으로서 사람들의 마음을 거슬렀기 때문이다. 원래 우리의 병력은 3천에 불과했지만, 그녀의 실책 덕분에 6배 이상 불어났다.


카엘과 나는 전임 시장의 실수를 따라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오는 상소를 받는 것은 꽤 귀찮고 골치아픈 일이었다.


남부 지방은 물론이고, 다른 지방의 플레이어들 중 수 많은 이들이 내 깃발 아래에 뭉쳤다. 따라서 나는 신하들 사이의 크고작은 다툼을 중재할 의무가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1개월 정도를 보냈을까. 새로이 얻은 영토들도 마침내 안정되기 시작했다. 정복지에 관용이 가득한 정책을 펼치느라 우리들의 몫은 줄어들었으나, 그만큼 평온함이 빨리 찾아왔다.


평소처럼 해묵은 영역다툼과 감정싸움을 타이르던 나는 꽤 이색적인 상소를 맞이하게 됐다. 먼 길을 온 듯한 기색의 사람들은 낡은 여행복을 벗곤 이곳저곳이 해진 사제복을 드러냈다.


내가 그들의 성표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뒤에 서있던 카엘이 빠르게 조언했다.


"저것도 원주민 교단의 성표입니다. 꽤 오래전에 남부에서 밀려난 것으로 아는데..."


"좋은 소식을 가져온 것 같지는 않네."


나는 수심이 가득한 얼굴을 숨기곤 그들을 맞이했다. 원주민 교단의 사제들은 나를 대면하자마자 몸을 숙이고 무릎을 꿇더니 간절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아돌레나의 미천한 종들이 남부의 대영주, 용인의 주인, 약자들의 수호신이신 알룬님을 뵙습니다!"


"... 원주민 교단의 사제들은 고개를 들라."


그들의 기세에 살짝 당황한 카엘이 애써 엄숙하게 대답했다. 단순한 인사를 건네는 것인데도 애절함이 묻어나오는 것이, 보통 사연을 들고 온 것은 아닌 듯 했다.


잔뜩 지친 사제들이 어렵사리 고개를 들자 카엘이 묻는다.


"그대들은 무슨 연유로 머나먼 이곳까지 와서 알현을 요청하였는가?"


"저희는 오직 알룬님의 자비를 구하기 위하여 이곳에 왔나이다."


도움도 아니고 자비라는 말은 꽤 묘하다. 이건 마치 내가 그들을 괴롭히기라도 한 것 같지 않은가. 카엘은 그들의 단어 선택이 불쾌하다는 듯 비아냥거리는 것 처럼 되물었다.


"자비? 알룬님께서 그대들에게 자비를 베풀 일이 있다는 것인가?"


"아뢰옵기 황송합니다만, 그렇습니다. 저희 아돌레나 교단은 서부의 끝자락에서 상처입은 사람들을 돕고 농경지를 다듬는 법을 알려주며 사람들의 다툼을 중재하는 활동을 하고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전에 알룬님의 깃발을 내건 사제들이 달려와 낡은 신전을 허물고 저희 사제들을 해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들이 말을 이어나가자 장내의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자유 교역 도시의 경비를 맡은 신도들이 딱딱한 표정으로 사제들을 노려본다.


"그대들의 말에 한 점의 거짓도 없다고 맹세하는가?"


"아돌레나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불한당들이 알룬님의 깃발을 훔쳐쓰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깃발에 용의 성표가 그려진 것은 확실히 봤습니다."


로웬의 건의로 수정된 용 모양의 성표는 우리 교단의 새로운 상징이다. 나는 신성 통신으로 카엘과 레니아에게 질문했다.


'벌써 우리 교단의 깃발을 훔쳐쓰는 놈들이 있는건가?'


'그, 그럴지도 모르지만... 깃발이 위조품일 가능성은 낮을겁니다.'


'왜?'


'저희들은 얼마전에 남부 최강의 세력이 됐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저희들의 깃발을 베껴서 화를 자초할 멍청이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교단의 성표를 베껴서 악행을 저지른다면 반드시 처벌해야한다. 그러지 않으면 교단의 명예가 손상되고 신의 진명이 더럽혀진다.


이건 이 세계에서는 다섯 살 짜리도 알고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한낱 도적떼들이 내 교단을 적으로 돌리는 대담한 바보짓을 벌였을리가 있나? 게다가 그들의 행동은 단순한 도적이라고 보기도 힘들었다.


나는 온몸을 벌벌 떨며 자비를 구하는 사제들에게 친히 말했다.


"지금 즉시 조사대를 보내겠다. 그대들은 조사대와 동행하여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데 힘써주기 바란다."


"크나큰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아돌레나님도 알룬님의 덕행에 기뻐하실겁니다."


원주민 교단의 사제들은 내 확언에 크게 기뻐하며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가의말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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