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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돌청년 클래식 님의 서재입니다.

군주의 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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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프픗
작품등록일 :
2017.01.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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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2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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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3.3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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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먹잇감을 덮치는 독수리처럼 날아가는 청룡에게서 어렵사리 눈을 떼곤 아슬론을 살폈다. 나무를 몇 개나 부수면서 날아가긴 했지만, 몸이 워낙 튼튼해서 큰 이상은 없는 모양이었다.


나와 같은 곳을 보고있던 로웬이 다시 일어나려는 아슬론을 구속했다.


"알룬님. 대주교님은 잠시 묶어두겠습니다."


"그래, 고마워."


로웬의 주문이 끝나자 용족들을 묶었던 사슬이 아슬론의 몸을 휘감았다. 이성을 잃은 아슬론은 괴력을 발휘하여 그것을 끊어내려 했지만... 용족의 몸도 구속한 사슬이 그저 힘만 준다고 끊어질리 없다.


나는 그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적동용왕의 저주는 예상보다 훨씬 큰 문제였다. 단순히 행동이 제약되는 것이라면 또 몰라. 저래서야 아슬론의 전투력도 확연히 낮아진다.


그는 단순히 자신의 힘만 믿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전사가 아니었다. 답답한 성격과는 별개로 싸움에 있어서는 융통성이 뛰어나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문제를 고민하던 사이. 용 사냥꾼은 사슬에서 막 풀려난 동족을 한 명 더 죽여버렸다. 다른 용족들이 일단 마법부터 쓰려고 하는 것과는 달리, 그는 자신의 체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우선 발톱으로 날개를 찢어서 비행능력을 봉하고, 상대의 몸통을 위쪽에서 짓누르며 단번에 관절을 공략했다. 용족의 것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능숙한 몸놀림. 용족 버전의 암바가 불쌍한 희생양에게 작렬했다.


몸싸움에 익숙하지 않은 용족은 하루종일 비명만 지르다가 심장을 공격당해서 숨이 끊어졌다.


"자, 잠깐만. 나를 살려주면 천금을 줄테니... 크헉!"


마지막 남은 용이 그에게 자비를 구걸했지만, 용 사냥꾼은 그것을 듣지도 않았다. 컵라면 하나가 겨우 익을만한 시간에 용 세 마리를 정리한 청룡이 아공간으로 그들의 시체를 수거하곤 아슬론에게 다가갔다.


놀란 로웬과 카스트로가 그의 앞을 막아서자 청룡이 가소롭다는 눈으로 그들을 내려봤다. 다행히 놈에게는 아직까지 적의가 보이지 않았다.


"한심하구나. 적동용왕의 힘을 이어받은 놈이 이런 애송이라니. 아직 저주를 통제하는 법도 모르는건가."


"웬 놈이냐."


로웬이 살짝 짜증스레 묻자 청룡이 그녀를 내려다봤다. 조소를 담고있던 눈매가 살짝 바뀐다.


"마법신의 파편... 조금은 격이 있는 녀석이 나왔군. 일단 저 녀석부터 좀 조용히 시켜라."


아슬론은 용과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분노의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로웬이 인상을 쓰며 혀를 차자 용 사냥꾼이 힌트를 준다.


"적동용왕의 저주는 그녀의 신력으로 비롯된거다. 일단 신성력을 이용해서 억제해봐라."


"제가 한 번 해보죠."


"저, 저도요!"


뒤쪽에 빠져있던 엘리자베스와 아가르타가 재빨리 뛰쳐나가서 아슬론의 몸에 손을 댔다. 두 사제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린 아슬론은 주변을 휘휘 둘러보다가 로웬에게 말했다.


"으음... 이것 좀 풀어봐라."


"적동용왕의 신력을 이어받은 주제에 아직 신성력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건... 어어? 너 이 자식 그거 어디다 버렸어?"


아슬론을 차분히 관찰하던 용 사냥꾼이 놀란 목소리로 내뱉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슬론은 용족의 말에 기분이 상한 듯 눈살을 찌푸린다.


"넌 또 뭔데 갑자기 훈계냐."


"아까 못 들었냐. 내가 바로 최고의 용 사냥꾼. 용들의 종언 알레디우스다."


청룡은 우쭐한 표정으로 자신의 자랑을 뱉으며 가슴을 살짝 내밀었다. 원래 이종족들의 얼굴은 제대로 알아보기가 힘들지만, 나는 아슬론 덕분에 파충류의 표정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아슬론은 그저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최고의 용 사냥꾼? 그런 것 치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멍청한 용인족 같으니라고. 네 지식이 얕은건 자랑이 아니다."


아슬론이 발끈하며 로웬을 쳐다보자, 자신의 기억 속을 뒤지던 로웬이 손뼉을 쳤다.


"알레디우스라. 500년도 더 전에 잠적한 용들 중 그런 이름이 있었죠."


"500년?"


그걸 다 기억하고있는 로웬은 도대체 몇 살인걸까.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가볍게 내뱉자 로웬이 나를 잠시 노려봤다. 아슬론은 그녀가 그러거나 말거나 눈 앞의 청룡을 비꼬았다.


"게으른 도마뱀 답구만. 그럼 계속 잠이나 자고 있지, 왜 이제와서 기어나온거냐."


오만한 용족과 오만한 전사의 궁합은 별로 좋지 않았다. 나는 아슬론을 뒤로 물리곤 구원 투수로 레니아를 등판시켰다. 그새 태세를 정비한 원정군은 한 발 먼저 되돌아가기 시작한다.


"알레디우스님, 저희 교단을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알룬님의 혀를 맡고있는 레니아라고 합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500년 만에 몸소 나서신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조금은 예의를 아는 인간이 나왔구나. 그렇게 묻는다면 대답해주지 못할 것도 없지."


용 사냥꾼은 아까전부터 입이 근질거렸는 듯, 흔쾌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500년 씩이나 잠적했다는 양반이 그저 우연히 지나가다가 싸움에 개입한 것은 아닐터다.


레니아는 알레디우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시에 신성 통신으로 로웬에게서 정보를 얻어냈다. 두 사람과 동시에 대화하면서도 한 치의 실수조차 없는 모습. 나는 그걸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해도 머리가 절로 어지러워졌다.


'알레디우스는 원래부터 동족 살해자로 유명합니다. 오만한 용족들 사이에서조차 용 사냥꾼이라고 불리곤 했죠.'


'저번에 용족들이 최고의 용 사냥꾼은 용이라고 하던데... 그게 알레디우스를 가리킨 말이었나?'


확실히 알레디우스의 실력은 범상치 않았다. 체급 차이가 있다곤 해도 불과 5분만에 용 세 마리를 도살해버렸으니, 용 사냥꾼이란 별명이 붙을만 하다.


레니아는 찬사와 허례허식으로 가득찬 대화를 이어나가며 나름대로의 결론을 갖다바쳤다. 용들은 수명이 길다보니 말투가 낡아빠졌고, 무엇보다도 고어와 사어를 자주 써대서 나로서는 알아먹기가 힘들었다.


'알레디우스는 모종의 사건 때문에 동족들을 적대하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홀몸이라 힘이 달려서 다른 용들에게 패퇴한 것 같습니다.'


'그런 용이 이제와서 왜 아슬론이 찾아왔지?'


'그야 대주교님이 얻으신 적동용왕의 힘에 관심이 있으신거겠지요. 용 사냥꾼으로 위명을 떨치던 그도 용신의 심장을 얻은 적은 없었으니까요.'


'설마 내 힘을 탐내서...'


아슬론이 눈에 띄게 경계하는 기색을 보이자 알레디우스가 한심하다는 눈초리로 그를 내려다봤다.


"걱정마라. 네 자그마한 심장을 탐내서 온 것은 아니니까. 적동용왕이 나를 놔두고 용인족인 네게 자신의 힘을 건네준 이유가 있다."


적동용왕은 아슬론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종족이라고 했다. 아슬론은 그것을 떠올리며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한다.


"그래, 도와줘서 참 고맙다. 이제 구경도 다 했을테니 이만 가봐라."


"나도 이만 가보고 싶은데, 네 꼴이 너무 한심해서 못 가겠다. 이대로 가만히 놔두면 기껏 얻은 용신의 힘조차 빼앗길 것 같지 않으냐."


"그럼 뭐 어쩌려고."


부아가 치미른 아슬론이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말하자 알레디우스가 카스트로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는 흥미를 품은 목소리로 그에게 제안한다.


"너는 제법 재미있는 놈들을 이끌고 있던데... 내가 특별히 동업자로서 노하우를 좀 알려주마."


"으음?"


파룡대의 수장인 카스트로는 사상 최초로 용족 회원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했다. 옆에 있던 아슬론이 그런 아버지를 보고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아버지. 설마..."


"이 자식아, 자존심은 잠시 내려놔라. 너도 알레디우스의 실력을 직접 보지 않았느냐."


자신들보다 500년 이상 먼저 활동한 선배인 만큼, 그에게서 얻어낼 것이 적지 않을 것이다. 용족 만큼 용족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존재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어차피 용족은 가입이 안 된다는 조항도 없으니..."


잠시 뒤 카스트로가 고개를 끄덕이자 알레디우스가 만족스레 그르렁거리며 인간의 형상을 취했다. 호리호리한 청년으로 변신한 그는 품이 넓은 후드를 뒤집어 쓴 채 남는 말 위에 오른다.


그를 감시하듯 옆쪽에 자리잡은 카스트로가 걱정스런 기색으로 물었다.


"그런데 아슬론이 적동용왕의 힘을 이어받았다는건 어떻게 알았지?"


"그야 내가 너희를 예전부터 주시하고 있었으니까. 인간과 용인족은 드래곤 슬레이어를 꽤 많이 배출했거든. 물론 그놈들이 잡은거 다 합쳐봤자 나 하나보다 못하지만."


"흠."


웬일로 칭찬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 자랑을 하는게 용족 다웠다. 알레디우스는 그의 속내을 안다는 듯 피식 웃으며 첨언했다.


"오래지 않아 다른 용족들도 그 사실을 알게될거다. 적동용왕 정도 되는 존재가 왕래하면 필연적으로 흔적이 남지. 자기 딴에는 조용히 움직이긴 했지만 제대로 조사하면 다 나올거야."


"..."


카스트로는 아들이 더욱 위험해진 것을 깨닫곤 잠시 말을 잃었다. 용족들은 근래 용인족에 대한 관심을 잃은 것 같았지만... 적동용왕의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아슬론은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엘리자베스에게 열심히 갈굼을 당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빨리 신성력 다루는법을 익히세요. 교단의 대주교가 신성력을 쓰지 못한다는 것도 우스울 뿐더러, 적동용왕의 저주를 스스로 통제하기 위해서라도 배워야합니다."


본래 아슬론에게는 신성력 적성이 없었으나 적동용왕의 격조 높은 힘은 그의 체질마저 완전히 바꿔버렸다. 그는 그녀의 제안을 못 들은 체 하며 끙끙 앓았다.


엘리자베스는 본인의 분야에 대해서는 굉장히 깐깐하고 엄격한 성격인지라, 아무래도 그녀에게 배우기는 싫은 것 같았다. 그것을 보다못한 아가르타가 한숨을 쉬며 제안한다.


"그럼 당분간 제가 가르쳐드릴게요."


"그, 그래주면 고맙지."


두 사람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자 아슬론을 뒤따르던 용인족 마법사, 힐데가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


마침내 숲속에 다다른 병사들은 그리운 고향에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가기 위하여 속도를 올렸다. 그런데 숲 속의 요새 앞에는 못 보던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뒤늦게 그것을 발견한 레니아가 내게 다급히 물었다.


"서, 설마 아린이 그 새 역습을..."


"아냐. 그런 일이 있었으면 진작 보고가 들어왔겠지."


게다가 저 사람들은 딱히 적대적이지도 않았다. 병사는 물론이고 평범한 주민들도 포함되어있는 집단은 우리를 보자마자 환호성을 지른다. 작전상 후퇴라는 것을 전해놓았건만, 분위기만 보면 무슨 개선 장군의 행진같다.


"어서 오십시오!"


"믿고 있었다고! 수고했어!"


"여러분들은 영웅입니다!"


"... 뭐야?"


나는 가지각색의 인삿말에 어이가 없어졌다. 사람들의 환대가 너무 뜨거워서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아린의 본대를 싹 발라버리고 온게 아닐까 착각할 정도. 참을성이 바닥난 레니아는 신성통신으로 요새의 경비대장을 찾았다.


경비대장은 떨떠름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자초지총을 설명한다.


"그게, 얼마 전부터 외계신들 중 동맹 희망자들이 잔뜩 모여와서 이렇게..."


"... 설마."


레니아는 짐작가는게 있는 듯 혀를 찼다. 아슬론이 늘 그랬듯 그녀를 재촉한다.


"혼자서 그러지 말고 그냥 입 밖으로 내놓아봐라."


"그게, 아린측이 이번에 굉장히 극단적인 방법을 쓰지 않았습니까? 그 소식을 듣고 이렇게 서둘러서 모여든 것 같습니다. 현 시점에서 아린을 막을 가능성이라도 있는 세력은 저희들 뿐이니까요."


"아하. 금기시 된 방법을 쓴 부작용인가?"


아린의 만행은 조용히 살아가던 플레이어들 마저 겁먹게 할 정도였던 것 같다. 우리가 동맹을 애타게 찾을때에는 얼굴조차 비치지 않던 이들이 냉큼 달려와서 찬사를 내뱉는걸 보니 기분이 묘하다.


카엘은 레니아의 말을 못 믿겠다는 듯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너무 많은데..."


"누구나 자기 목숨은 소중한거죠. 그리고 아직 반도 도착하지 않은 것 같아요. 아린측의 만행이 알려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까..."


아가르타가 신수들의 보고를 받으며 우리에게 알렸다. 나는 복잡한 심정을 품고 성문 안으로 들어갔다.


작가의말


연중을 너무 자주해서, 언제 한 번 요약본 같은거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네요.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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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139회 +7 18.04.07 1,330 57 12쪽
138 138회 +5 18.04.05 1,281 44 10쪽
137 137회 +6 18.04.02 1,321 51 12쪽
» 136회 +5 18.03.30 1,344 50 12쪽
135 135회 +9 18.03.27 1,377 49 12쪽
134 134회 +5 18.02.13 1,652 54 11쪽
133 133회 +6 18.02.07 1,439 49 10쪽
132 132회 +11 18.02.06 1,497 5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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