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114,810
추천수 :
1,166
글자수 :
581,133

작성
22.07.30 09:00
조회
898
추천
8
글자
9쪽

괴수같은 인간, 인간같은 괴수(1)

안녕하세요.




DUMMY

백수와 무명은 사천으로 돌아오자마자 안 량과 안 호를 비롯한 의협단 단원들에게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백수는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단원들이 이미 의협단의 거점이 될 만한 장소의 물색과 위장을 다 끝냈다는 사실에 내심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면 사천에서만 평생을 살며 많은 인맥과 정보를 가진 안 량과 안 호에게 이 정도는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모용 세가의 세작들이 사방에서 감시의 눈을 번뜩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일을 해낸다는 건 분명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이 놈 안량, 아직 죽지는 않았나 봅니다. 골동품 장사를 하려 한다고 하니 사방에서 손을 내어주더군요. 덕분에 좋은 자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거점이 될 골동품 가게는 사천 도성에서는 거리가 있으나 아예 인적이 드문 자리는 아니고, 위급 시에 탈출로를 모색하기도 수월한 전략적 요충지였다.


"단주님과 단원들은 이 곳에서 일을 도모하고 도성 내에 있는 작은 객잔 하나를 사 두었으니 정보는 그 곳에서 모으면 됩니다.

상점의 뒤편엔 물자를 은닉하기 좋은 산도 있으니 그 곳에 창고를 만들어 두는 게 좋을 것 같소이다."


백수는 웃으며 안 량의 손을 잡았다.


"스승님이 계시니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습니다. 안 총관도 수고 많았어."


"어허, 이제 그냥 하대를 하시라니까 그러시네."


안 호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묘안을 짜냈다.


"제대로 조직을 갖추려면 어느 정도의 위계가 있어야 하니 저희 아버지를 총관으로 임명하시고 저를 부관으로 쓰시면 어떻겠습니까?

아버님과 저는 이 곳에서 여러 대협들의 일을 지원하는 일을 맡겠습니다.

아무래도 아버님은 연세가 있으시고 저는 무력이 미천하니 직접 나서는 데는 쓰임이 적을 것 같군요."


"이 녀석이 지금 날 무시하는 게냐? 비무는 당장이라도 환영하니 밖으로 나와라!"


백수는 의기 충천한 안 량을 겨우 뜯어 말리고 난 후, 안 호의 말을 따져보니 일리가 있었다. 누군가는 거점을 지키고 정보를 한데 모아야 일을 수월하게 진행하고 중원 각지에서 활동할 단원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그럼 직책에 대한 문제는 좀 더 생각해보기로 하고 총관의 말대로 두 분이 이 곳을 맡아 거점을 하루빨리 완성하고 도성과의 원활한 연락망을 구축하는 데도 신경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아직 불만이 남은 듯한 안 량도 백수의 말에 별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헌데 단주님께 청이 하나 있습니다." "말씀하시죠."


"제가 지내던 마을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는데 제가 그 일을 해결해주겠다 약조를 하고 이 곳에 왔습니다.

상점을 완공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있을 것 같으니 이틀만 말미를 주시면 가서 일을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무슨 일이신데 그러십니까?"


안 호에게 자초지종을 전해 들은 백수는 묘한 호기심이 생겼다.

소 한 마리를 통째로 들고 갈 수 있는 사람이라니...

안 량의 말대로 그게 사람의 소행이라면 보통 인물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호기심이 동하는군요.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단주님까지 오실 정도의 일은 아닙니다. 제가 아들놈을 데리고 다녀오겠습니다."


"확실하게 파악되지 않은 이상 마냥 얕볼 일이 아닐 수도 있지요. 말씀하신 대로 상점을 다 지으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고, 어차피 함께 할 단원을 구하러 다녀야 하니 같이 일을 해결한 후, 스승님은 돌아오시고 저와 무명은 사천 근처의 인재를 만나러 다녀볼까 합니다."


"쓸만한 인재를 찾으신 겁니까?"


"예. 전에 청사령의 밀정에게 정보를 얻었습니다. 얼마나 수확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거점이 완성될 즈음엔 돌아올 생각입니다."


"알겠습니다. 단주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그럼 그 곳은 스승님과 나 그리고 무명이 다녀올 테니 안 총관은 거점이 차질없이 완성되도록 잘 살펴주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빈틈없이 살펴서 제대로 완성시키겠습니다."


백수는 길을 떠나기 전 인적이 드문 곳에 깊숙히 몸을 숨긴 이 무빈의 가족을 찾았다. 9 남매의 막내였던 자호는 이 무빈의 두 아이를 친동생처럼 잘 챙겨서 백수의 마음이 흐뭇했다.


'역시 사람의 일이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자호가 이렇게 쓸모있는 사람이 되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대업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사람을 잘 쓰고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해야 할 것이다.'


길을 나서는 백수 일행의 뒤로 이 무빈이 따라나섰다. 그의 얼굴에 송구함과 수심이 가득했다.


"저만의 욕심으로 고집을 부려 의협단에 큰 폐가 되었습니다.

이제라도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몸까지 성치 않으니 단주님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


백수는 이 무빈의 기 죽은 얼굴이 맘에 들지 않았다. 강호의 어떤 강자를 만나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했던 무빈은 여러 차례 넘나든 생명의 위협과 자신을 위해 큰 고난을 겪는 동료들을 보며 미안함과 무력감에 예전의 총기를 잃은 상태였다.

이 무빈을 제 때 사용하려면 먼저 호랑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한 마리 늑대였던 예전의 그가 돌아와야만 했다.


"이제 의협단에는 상당한 인물들이 모일 거야. 그들 사이에서 자신의 몫을 하려면 이 대협이 모용 세가에 있던 때의 모습으로 돌아와줘야 돼.

무공은 앞으로 더 강해지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대협이 예전의 자신감과 여유를 되찾는 거야.

아무래도 지금 이 대협의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 보는데, 항 량 선생한테 계속 치료받고 하루 빨리 기력을 회복하도록 해."


이 무빈은 황송함을 감추지 못하고 더욱 깊게 고개를 숙였다.

백수는 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서 사 온 노리개와 보리로 만든 과자를 이 무빈의 아이들에게 전해준 후, 안 량이 살던 마을을 향해 길을 나섰다.


상단을 나온 후, 안 량이 아들과 함께 자리를 잡은 소광촌(小光村)은 생각보다 큰 마을이었다. 안 량의 도착한 마을의 지주 손 씨의 집에는 상당히 큰 축사가 있었고, 소와 돼지가 어림잡아 수십 마리는 되어보였다.

손 씨는 배가 산만큼 나온 데다가 턱까지 살이 늘어진 돼지상을 가진 남자로 길게 찢어진 눈과 두툼한 입술, 펄럭거릴 것 같은 귓볼이 전형적인 악질 지주의 상이었다.

손 씨는 안 량에게 백수를 소개 받고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백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안 대인의 소개라면 믿을 만 하겠지요. 그렇다고는 해도 도저히 사람이라고 믿기 힘든 미모를 가진 분이라 온 몸에서 광채가 나는 것 같습니다."


백수는 손 씨의 눈에서 흐르는 끈적한 욕망의 흔적들이 매우 거슬렸지만, 티를 내지 않고 방긋 웃으며 말했다.


"오면서 보니 손 대인의 집이 상당히 크더군요. 식솔 숫자도 상당하고 가축도 백 마리 이상 되는 것 같던데 작은 마을에서 훌륭하게 재산을 키워내신 걸 보니 성실함과 지혜를 타고 나신 것 같습니다."


백수의 과한 칭찬을 받은 손 씨가 크게 만족한 얼굴로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백수의 영리한 대처로 그들은 집에서 가장 좋은 방을 받았고, 집을 자유롭게 다녀도 좋다는 허락까지 받았다.

세 사람은 먼저 집을 나와 마을의 다른 집들에 가 보았다. 손 씨의 집과는 달리 마을의 다른 집들은 중원의 작은 마을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집들이었다.

가축이래봐야 돼지나 닭이 전부였고, 괴수에게 습격을 당한 집도 거의 없었다.

결국 괴수에게 가축을 잃은 건 마을의 지주인 손 씨 뿐이라는 이야기였다.

안 량이 자못 심각한 얼굴로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백수와 무명의 걸음을 세웠다.


"사실 저도 이상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마을에서 괴수에게 습격을 받은 사람은 손 씨와 두 세 집 정도인데, 그 두 세 집도 사실 모두 손 씨의 집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란 말입니다. 주변에 알아본 바로는 손 씨의 평판이 그리 나쁘지도 않고 마을 사람들을 수탈한 것 같지도 않으니 더욱 이상합니다."


백수도 사실 손 씨의 욕심 가득한 얼굴과 가난한 마을 사람들과 달리 어울리지 않는 재물을 가진 것을 보고 그가 마을 사람들의 고혈을 쥐어짜서 부자가 된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 하니 조금 머쓱해졌다.


"특별히 이상한 부분이 없다면 결국 남은 방법은 괴수를 잡는 것 밖에 없겠군요.

그런데 관군이 와서 경계를 했는데도 가축을 가져갔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한 걸까요?"


"그걸 알 수가 없어서 저도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단주님이 손 씨를 잘 구워삶아주신 덕에 집을 자유롭게 수색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 집에서 단서를 좀 찾아보는 게 좋겠군요."


"그 말은 지금까지 집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거군요."


"예. 식솔들과 수하 몇 명을 빼면 그 집에 들어가 본 사람이 없습니다.."


세 사람은 마을에서 큰 단서를 얻지 못 하고 손 씨의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축사 근처의 높은 담 벼락을 수색하던 무명이 눈을 반짝이며 백수를 불렀다.


"아무래도 이 곳인 것 같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실세 왕백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괴수같은 인간, 인간같은 괴수(1) 22.07.30 899 8 9쪽
59 썩은 열매엔 아쉬움을 두지 않는다 22.07.29 888 7 10쪽
58 부정하지만 강한 수단 22.07.27 879 9 12쪽
57 잃었으나 손해는 없다. 22.07.27 920 9 13쪽
56 죽음을 넘어서다 22.07.26 886 9 11쪽
55 탈혼(脫魂)과 추혼(追魂) 22.07.23 914 7 12쪽
54 나를 만나다 22.07.21 862 7 11쪽
53 고치 속에 든 것은 22.07.21 854 6 10쪽
52 사막의 꽃은 썩었다. +2 22.07.20 888 9 15쪽
51 사막의 꽃 +2 22.07.18 889 8 12쪽
50 사천의 괴수 +2 22.07.16 910 8 12쪽
49 무명과 효령의 담판 +2 22.07.15 912 9 11쪽
48 결정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 +2 22.07.14 894 9 13쪽
47 이리떼는 호랑이를 죽일 수 없다. +2 22.07.13 930 10 12쪽
46 어떤 죽음에 명분이 있는가 +4 22.07.12 960 10 12쪽
45 피로 물든 손 +2 22.07.09 984 10 15쪽
44 강호의 천지안(天池眼)(2) +2 22.07.08 985 11 10쪽
43 강호의 천지안(天池眼)(1) +2 22.07.07 1,006 11 12쪽
42 새로운 길을 찾다 +1 22.07.06 1,013 11 12쪽
41 약선(藥仙) 운 효령 +2 22.07.05 1,042 12 13쪽
40 부자의 해후, 형제의 해후(2) +2 22.07.02 1,030 12 12쪽
39 부자의 해후, 형제의 해후(1) +1 22.06.30 1,033 12 15쪽
38 충성을 맹세하다 +2 22.06.29 1,029 9 15쪽
37 모용 세가 침투(4) +2 22.06.28 1,014 11 13쪽
36 모용 세가 침투(3) +2 22.06.25 986 11 13쪽
35 모용 세가 침투(2) +2 22.06.25 1,005 10 12쪽
34 모용 세가 침투(1) +2 22.06.23 1,052 11 11쪽
33 요령성 잠입(2) +2 22.06.21 1,065 10 14쪽
32 요령성 잠입(1) +2 22.06.20 1,097 11 11쪽
31 무사와 건달을 얻다 +2 22.06.18 1,129 1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