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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114,798
추천수 :
1,166
글자수 :
581,133

작성
22.07.27 20:02
조회
878
추천
9
글자
12쪽

부정하지만 강한 수단

안녕하세요.




DUMMY

문 소는 백수의 담담한 한 마디에 내심 크게 놀랐으나 내색은 하지 않았다.


"마적들이 왜 우리를 따라왔는지 알고 있었나? 내가 얘기해 준 기억은 없는데 효령 저것이 떠들어댔나보군."


"바깥이 소란스러워 그 내용이 다 들리더군요."


저 청년은 사막의 말을 모를텐데?

문 소는 신전의 지하에 다녀온 후, 백수에게 큰 변화가 생겼다는 걸 알았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어 조심스러웠다.

백수를 둘러싼 기운은 분명 혈교의 비급이 가지고 있던 마공이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백수가 주화입마에 빠지거나 마기에 지배당한 건 아닌 것으로 보였다.


"지하에 있던 비급은 찾았나? 왜 가지고 오지 않았지?"


"비급은 이제 없습니다. 어차피 비급이라 할 수도 없는 조잡한 내용 뿐이었으니 두 분께 도움이 되진 않았을 겁니다."


"그걸 자네가 어떻게 아는데?"


"제가 두 분을 되돌려 놓은 게 그 증거 아니겠습니까? 그 책을 계속 봤다면 두 분께 더 안 좋은 일이 생겼을 겁니다."


할 말이 없어진 문 소가 입을 다물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저 놈이 누구도 해독 못한 혈교의 비급을 그 짧은 시간 만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고?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자신과 효령이 몇 년에 걸쳐 해독하고 연구했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 했던 일이고, 겨우 무엇인가를 해냈다고 생각했을 때 그들이 얻은 건 몇 년을 쉬어야 할 정도의 내상과 괴상하게 바뀌어버린 몸 뿐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희멀건 녀석이 나타나 자신들의 십 수년 노력을 한 시진도 안 되는 시간에 다 따라잡았다고 떠들고 있는 것이었다.

직접 눈으로 보았고 증거도 확인했지만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 자네가 탈혼술과 소혼술을 사용하는 건 나도 봤고 그 증거로 우리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으니 그건 믿어야겠지.

하지만 그게 비급이 스스로 사라졌다는 증거는 못 되지 않나? 자네가 갑자기 욕심이 생겨 비급을 다른 곳에 숨기고 모르는 척 하는 게 아니라고 확답할 수 있겠나?"


문 소의 도발에도 백수는 감정의 동요가 없없다. 오히려 뒤에서 듣고 있던 무명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중원에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있는데 딱 당신을 두고 하는 말 같군. 위험을 무릅쓰고 그대들이 만들어 놓은 실수를 해결해 준 데다가 바뀐 몸도 되돌려 주었더니 이젠 도둑으로 의심을 하는 건가?"


약선과 침선, 한 때 강호에 적수가 없었던 두 사람의 눈에 살기보다 더 무거운 한기가 흘렀다. 무명은 상황이 쉽지 않음을 깨닫고 검집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쉽지 않은 상대다. 사실 둘 중 한 명만 상대한다 해도 이길 장담을 하기 힘든 강적들을 앞에 두고 있으나 무명에겐 예전 모용 선화에게 쫓기던 절벽 앞에서나 지금이나 항상 한 가지 목표만이 존재했다.

내 주인을 지킨다. 내 힘이 다할 때까지.

그러나 이 어려운 상황을 타계해 준 것은 의외로 거무스름한 피부와 멋진 미소를 가진 사막의 주인, 마적떼의 두목인 하마드였다.


"적들이 싸우면 아무것도 하지말고 지켜보라는 격언이 있긴 하지만 궁금해서 안 되겠군.

대체 너희들끼리 왜 싸우고 있는 거냐?

저 계집애같이 생긴 녀석은 내 보물 창고에 생긴 저주를 풀긴 풀었나?"


정파 오협 중 두 사람이 내뿜는 살기에 더해 혈교 역대 최강의 존재였던 자의 마공을 이어받은 백수의 마기까지 더해져, 다가가기만 해도 살이 에일 듯한 무시무시한 투기의 압박이 주위에 휘몰아치자 그렇잖아도 백수의 신묘한 술법에 바짝 기가 죽어있던 마적들은 발이 땅에 달라붙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마드는 아군이라 생각했던 저들 사이에 피어난 묘한 분위기를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그에게 동료와 부하들을 제외한 모든 생명은 죽이거나 사용하는 물건과도 같은 의미일 뿐이었다.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한 후 싸우는 것이 본능인 그에게 사막의 꽃이나 그 곁에 있는 징그럽게 생긴 남자, 그리고 사막에서 태어났으나 중원의 검을 가진 청년은 섣불리 싸움을 걸 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질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다른 이득이 될 만한 곳에 써먹어야 할 부하들의 목숨을 이런 일에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상황에 적들끼리 자중지란이 벌어지는 것은 하마드에게 쌍수를 들고 환영할 상황이었다.

가만히 지켜보다가 자기들끼리 피부림이라도 나면 대환영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적당히 싸움을 붙인 후,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있으면 자신에게 손해가 될 일은 없었다.

정 안되면 자신이 나서서라도 싸움을 일으킨 후, 이길 법한 쪽에 붙어 적당히 손을 쓰다가 나중에 살아남은 쪽을 전력을 다해 처단해버리면 될 일이었다.

오랜 시간 사막에서 여러 번의 학살에 가담했고, 자신 또한 죽음의 위기를 수 차례 넘겼던 하마드에게 눈 앞에 있는 미모의 청년은 지하에 들어가기 전까지와는 다른 존재감을 하마드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유적에 깃든 저주 때문에 지하에 발을 들이기만 해도 살이 썩어들어가고 뼈가 녹아내렸는데 저 녀석은 오히려 더 강해져서 나왔군.

잘은 몰라도 저 녀석을 이용하면 사막에 내 적수는 더이상 없을 것이다.'


사막의 왕자 하마드에게 거칠 것은 없었다. 적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사막 위에서 그는 지배자였고 절대자였다.

그가 원한다면 그가 무엇이던 어디에서 왔던지간에 하마드에게 무릎을 꿇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하마드가 지배하는 사막의 법이다.


그 때 서로 마주보며 불꽃튀는 살기를 교환하던 문 소가 하마드를 돌아보았다.

온 몸에 징그러운 털이 가득한 못 생긴 남자가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힘을 합쳐 저 놈들을 처리하자. 저것들은 지금 너희 보물을 노리고 있다.-


하마드는 순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막에서 가장 강력한 마적단의 두목은 말이 안 통한다 하여 상대의 의도조차 파악 못하는 바보가 아니었다.

하마드가 보기에 여유가 있고 싸움에 큰 관심이 없는 건 저 쪽, 그리고 급해 보이면서 얕은 꾀를 부리려 하는 건 이 쪽이었다.

만약 저 청년이 자신의 재물을 노렸다면 굳이 여기로 다시 나와서 자신들과 대치를 하고 있을까?

그냥 여기 있는 자들을 모두 죽여버릴까 하는 생각도 가졌던 하마드에게 지금의 상황은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었다.


하마드 만큼이나 효령 또한 자신의 수십 년 협객행을 재정립할 수도 있는 지금의 상황에 고민이 깊어져가고 있었다.


-문 소 놈을 말려야 할까? 하지만 너무 이상해. 왕 백수는 어떻게 그리 짧은 시간에 저리 깊은 수준의 마공을 가지고 나올 수 있게 된 거지?

활인혈의 소유자라 해도 기본적인 무공이 전무한 상태라 체력과 맷집만 강한 어린 아이를 호랑이 무리에 던져 놓은 것과 다름이 없었는데...'


사실 효령의 생각도 문 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혈교의 비급이 풍기는 마기는 그 악독함이 상상을 초월했고, 무엇보다 주변의 기운을 빨아들여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백수가 어찌어찌 비급을 가지고 나온다 해도 그에게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게 문 소와 효령의 예상이었다.

그런데 백수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히 나왔을 뿐 아니라 자신들도 견디지 못한 마공을 자신의 몸에 오롯이 품고 멀쩡히 나왔다.

이 상황을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효령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지금까지 내가 온 몸을 바쳐서 해 온 연구는 대체 뭐란 말인가? 혈교의 마공은 과거 도사들의 초 극강 무공이나 전설 속 병장기처럼 사용해 줄 사람을 스스로 정하는 것이었나.

그렇다면 침선과 나는 저것을 받아들이기에 모자란 사람이었던 건가?

상단에서 잔머리나 굴리던 저 녀석이 중원의 안녕을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았던 우리보다 더 뛰어난 존재였단 말이야?'


효령의 아름다운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고 있었으나, 자신은 그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다만 근처에 서 있던 길잡이 파산 만이 사막의 꽃이 풍기는 역한 기운을 느끼고 뜻모를 헛구역질만 하고 있었다.

그 때 침묵을 지키던 백수가 표정을 한결 누그러뜨리며 약선과 침선에게 입을 열었다.


"두 분께서는 과거 강호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정파의 영웅입니다. 혈교의 마공으로 인해 겪지 말았어야 할 고통을 겪으면서 두 분의 마음에도 어두운 기운이 뻗쳐 들어간 것 같습니다.

두 분이 저를 쓰러뜨린다 하여 그로 인해 얻는 것이 무었입니까?

마공의 끝을 보는 것이 두 분의 목적입니까? 혈교의 마공은 그 시전자를 내부로부터 무너뜨려 결국 시전자를 마공의 노예가 되게 만듭니다.

두 분께서는 혈교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두 분은 이미 목표한 바를 이루셨습니다."


백수의 맑은 음성에 효령의 마음에 곰팡이처럼 끼어있던 더러운 기운이 걷혀가는 기분이 들었다.

효령은 문 소가 딴소리를 하기 전에 하마드를 보며 분명하게 말했다.


"당신들은 이제 얼마든지 지하에 들어갈 수 있어. 여기서 더 욕심을 부리면 우리가 죽을 수도 있겠지만 당신들도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게 될 거야.

그것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상대해 줄 것이고, 재물을 가지고 조직을 재정비할 생각이라면 아마 빨리 움직여야 할 거야.

당신도 느꼈겠지만 저기 있는 미소년은 지금 보통 무서운 존재가 아니거든."


지금껏 녹슨 쇳조각 굴러가는 소리만 들어왔던 여인의 입에서 평생 들어본 적도 없는 아름다운 미성이 흘러나오자 하마드를 포함한 마적들의 신음에 가까운 감탄이 터져나왔다.


"오오, 바로 저거지!" "저렇게 깨끗한 목소리는 처음 들어보는구만."


"저런 목소리를 가졌으면서 지금까진 왜 낙타 토하는 소릴 낸 거야?"


마적들의 생각이야 어쨌든 간에 효령의 관심사는 오로지 하마드의 결정이었다.

그 때 효령의 귓가로 짜증에 가득찬 문 소의 전음이 들려왔다.


-지금 뭐하는 거지? 기껏 하마드를 붙들어놨는데 그냥 보내려고 하면 어떡하냐?-


-네 놈 속셈은 알겠어. 지금 단주가 있을 때 마적들을 최대한 많이 죽여서 그 시신을 가지고 실험을 계속하려고 했던 거 아니냐? 생각보다 잠복중인 마적의 수가 많지 않으니 우리들만으로도 어떻게 해 볼만 할 지도 모르지.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우린 정의와 의협을 평생의 가치로 두고 살았던 사람이었다.

아무리 목숨걸고 지킨 정파에게 버림받았다 해도 이런 식으로 타락하는 건 내가 바란 평안한 노후 생활이 아니야.-


-아직도 그런 한심한 소리냐? 정의와 의협이 대체 무엇이냐?

그 알량한 정의의 의협의 상징인 무림 정파들에게 버림을 받아놓고 아직도 그 뜬구름잡는 가치에 매달리고 있다니 한심하구나.

우리에게 남은 건 그 비급 뿐이었어. 무림맹에서는 우리가 술병 하나와 쓰고 갈 장포 하나 가져가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지.

우리가 왜 그것들의 가치에 평생을 헌신해야 하는 거냐?

혈교의 비급은 우리의 삶을 바꿔줄 수 있어. 지금이 아니면 저 놈을 다시 잡을 기회가 있겠냐?-


그 때 두 사람의 전음 사이로 백수의 맑은 음성이 끼어들었다.


-두 분 말씀 나누시는데 죄송합니다만,

침선이 말씀하시는 비급은 이제 두 분의 것이 아닙니다.

두 분이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저를 어떻게 하면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버리시는 게 좋을 겁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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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괴수같은 인간, 인간같은 괴수(1) 22.07.30 898 8 9쪽
59 썩은 열매엔 아쉬움을 두지 않는다 22.07.29 888 7 10쪽
» 부정하지만 강한 수단 22.07.27 879 9 12쪽
57 잃었으나 손해는 없다. 22.07.27 920 9 13쪽
56 죽음을 넘어서다 22.07.26 886 9 11쪽
55 탈혼(脫魂)과 추혼(追魂) 22.07.23 913 7 12쪽
54 나를 만나다 22.07.21 862 7 11쪽
53 고치 속에 든 것은 22.07.21 854 6 10쪽
52 사막의 꽃은 썩었다. +2 22.07.20 888 9 15쪽
51 사막의 꽃 +2 22.07.18 889 8 12쪽
50 사천의 괴수 +2 22.07.16 909 8 12쪽
49 무명과 효령의 담판 +2 22.07.15 912 9 11쪽
48 결정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 +2 22.07.14 893 9 13쪽
47 이리떼는 호랑이를 죽일 수 없다. +2 22.07.13 929 10 12쪽
46 어떤 죽음에 명분이 있는가 +4 22.07.12 960 10 12쪽
45 피로 물든 손 +2 22.07.09 984 10 15쪽
44 강호의 천지안(天池眼)(2) +2 22.07.08 984 11 10쪽
43 강호의 천지안(天池眼)(1) +2 22.07.07 1,006 11 12쪽
42 새로운 길을 찾다 +1 22.07.06 1,013 11 12쪽
41 약선(藥仙) 운 효령 +2 22.07.05 1,042 12 13쪽
40 부자의 해후, 형제의 해후(2) +2 22.07.02 1,030 12 12쪽
39 부자의 해후, 형제의 해후(1) +1 22.06.30 1,032 12 15쪽
38 충성을 맹세하다 +2 22.06.29 1,029 9 15쪽
37 모용 세가 침투(4) +2 22.06.28 1,014 11 13쪽
36 모용 세가 침투(3) +2 22.06.25 985 11 13쪽
35 모용 세가 침투(2) +2 22.06.25 1,005 10 12쪽
34 모용 세가 침투(1) +2 22.06.23 1,052 11 11쪽
33 요령성 잠입(2) +2 22.06.21 1,065 10 14쪽
32 요령성 잠입(1) +2 22.06.20 1,096 11 11쪽
31 무사와 건달을 얻다 +2 22.06.18 1,128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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