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114,789
추천수 :
1,166
글자수 :
581,133

작성
22.07.27 09:00
조회
919
추천
9
글자
13쪽

잃었으나 손해는 없다.

안녕하세요.




DUMMY

한 편, 백수가 혈전을 벌이고 있던 유적 밖에서는 마적 떼와 약선 일행 간의 묘한 신경전이 계속 벌어지고 있었다.

마적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능글능글한 남자는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싱글거리면서 침선의 성질을 긁고 있었는데, 효령 못지 않게 더러운 성질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그가 지금까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었다.


"계집애같이 생긴 녀석은 뭘 믿고 저 아래로 내려간 거지? 지금까지 저 아래로 한 발짝 들이기만 해도 뼈까지 삭아버리던데.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 건가?"


"우리 계약에 이런 재잘거림을 받아준다는 내용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만.

사내 자식의 입이 낙타 눈썹보다도 가벼운 게냐?"


자신들의 두목을 비웃는 문 소의 한 마디에 마적들의 눈에 사막의 햇살만큼 뜨거운 살기가 피어올랐다. 사막의 마적들에게 수장의 존재는 신과 거의 동급이었다.

그가 죽으라고 명한 생명은 대부분 죽게 되는 것이 사막의 법칙이었다.

재미로도 사람을 얼마든지 죽이는 자인데, 그의 성질을 돋군다면?

그러나 문 소는 장난이라도 치듯이 마적단 두목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고 있었다. 물론 문 소와 효령 둘 다 강호를 주름잡던 초강자들이니 마적단 정도에게 겁을 먹지는 않으리라는 걸 어느 정도 예상할 수는 있었지만, 문 소와는 달리 효령의 얼굴은 심각하기 그지 없었다.

무명은 마적들이 듣지 못 하도록 효령에게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요. 문 소라는 사람은 왜 마적을 여기까지 데려와서는 이렇게 대치하고 있는 겁니까?

그리고 저들과 문 소가 맺었다는 계약은 대체 뭡니까?"


효령은 무명에게 눈길도 돌리지 않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제가 알기로 이 곳은 저 마적떼들이 약탈한 재물을 숨기는 장소에요. 문 소가 여기에 혈교의 비급을 숨김으로써 마적들은 이 곳에 얼씬도 못 하게 되었을 거에요.

비급의 마기는 왠만한 내공을 가진 자들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강력하거든요.

문 소는 마적들이 곤란해하자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나선 후, 그 대가를 받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지하에서 풍기는 마기로 봐서는 자기가 감당하기도 힘들어져서 이리저리 시간을 끌고 있었겠지요. 그러다 이렇게 된 거구요."


"그럼 지금 자신도 감당하기 힘든 곳에 주공을..."


"만약 사지로 보내는 길이었다면 제가 그리 두지 않았을 겁니다.

단주님은 무사할 거에요. 마기는 사람의 생명력을 갉아 먹는데, 단주님의 생명력은 갉아 먹히는 정도로는 절대 해를 입지 않는답니다."


무명은 효령의 말을 믿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백수가 지하로 내려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무명에게는 반 나절 이상 지난 느낌이었다.

그 때, 문 소와 마적단 두목이 있던 곳에서 검을 뽑는 쇳소리가 들렸다.

마적들 중 한 사람이 그들 특유의 휘어진 검 신월도(新月刀)를 뽑아 든 자세로 문 소를 노려보고 있었다.


"네 놈이 두목님을 모욕하는 것을 더 이상 참지 못 하겠다.

잘 싸운다는 건 익히 들었으니 한 번 붙어 보자고!"


이미 전투 준비를 마친 자신의 부하와 종잡을 수 없는 전투력을 가진 문 소를 양쪽으로 두고서도 마적 두목의 얼굴에서는 긴장한 기색 같은 것이 보이지 않았다.


'역시 무공을 숨기고 있는 게로군. 아니면 저 상황에 저런 여유를 보일 수는 없다.'


동료가 검을 뽑았으니 어찌 되었던 전투는 시작된 것이다. 다른 마적들도 바로 검을 뽑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전투에 뛰어들 준비를 마치고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문 소는 자신의 커다란 눈을 살짝 흘기며 주변을 돌아보더니 갑자기 한 편에 서 있는 마적을 가리켰다.


"야, 거기 너!!" "...나 말이냐?"


갑자기 지적을 받은 마적이 자신도 모르게 크게 대답하고는 크게 민망함을 느꼈는지 얼굴이 벌개졌다. 문 소가 손을 들어 가늘고 하얀 손가락으로 그를 다시 가리켰다.


"네 귀여운 동생이 천지 분간 못하고 죽으려고 용을 쓰는데 형이 돼서 보고만 있는 거야? 네가 대신 나서던가 동생이라도 말리던가 해야지!"


'뭐야, 저 사람이 내 형인 걸 어떻게 알았지?'

'뭐야, 저 녀석이 내 동생인 걸 어떻게 알았지?'


당황한 두 형제의 생각이 멀리 있는 무명과 효령에게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무명은 다른 건 몰라도 하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무공은 강한 것 같지만 생각만큼 영리한 자들은 아니다.

문 소의 한 마디 지적으로 바보 형제가 되어버린 두 사람은 서서히 분위기를 파악하면서 동시에 분노도 차올랐다.

결국 형제 중 형 되는 남자가 자신의 쌍검을 들고 뛰어 나왔다.


"그래, 네 소원대로 내가 상대해주마! 네 년의 목을..."


불행히도 큰 소리로 떠들던 남자의 목이 먼저 떨어지는 바람에 그가 문 소의 목을 어떻게 하려고 했던 것인지는 결국 아무도 알지 못 하게 되었다.

마적들의 두목이 이마를 치며 한탄에 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구 이 놈들아. 싸울 거면 한 번에 뛰어들고 아니면 가만히 있으라고 그렇게 말을 해줬는데도... 귀는 똥구멍에 넣어두고 다니냐?"


두목의 웃음 섞인 외침에는 마적들만이 알 수 있는 서슬 퍼런 죽음의 경고가 담겨 있었다.

마적들은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됐음을 깨달았다.

이대로 있으면 두목에게 죽게 될 것이다. 굉장히 강해 보이는 저 미녀와 싸운다면 여럿이 죽겠지만 운 좋게 살아남은 녀석들은 목숨을 건질 수 있게 된다.

그들의 머리 속엔 한 가지 생각만이 분명하게 떠올랐다.


'나만 안 죽으면 돼.'


마적들은 자신들이 가진 가장 자신있는 무기를 매만지며 문 소와 무명, 효령을 조용히 포위했다.

구경하다가 졸지에 전투에 가담하게 된 효령과 무명도 진지한 얼굴로 곧 벌어질 전투에 대비했다.

좀 바보같기는 해도 저들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사막에서 살면서 사막에서 죽고 죽였다. 어디에서 싸우는 것이 유리하고 상대를 어디에 몰아넣는 것이 유리한 지 속속들이 알고 있는 자들이었다.

무명 또한 어렸을 적에 사막에서 살았지만, 이 곳을 떠난 지가 오래 되었고, 수 년의 시간동안 중원의 싸움에 익숙해진 그는 어제까지 사막에서 구르고 검을 휘둘러 온 마적들이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럴 더욱 긴장하게 한 건 효령의 태도였다. 청무회와 모용 세가의 정예들을 상대하면서도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효령인데, 지금은 이마에서 땀을 흘릴 정도로 많이 긴장을 했고, 전장의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효령은 무명의 궁금증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최대한 입을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저 자는 이 사막의 마적떼 중 가장 강하고 가장 규모가 큰 무리를 가진 자입니다.

지금 눈에 보이는 숫자는 잠시 후 몰려올 숫자에 비하면 강 앞에 떠 놓은 세숫물 정도 밖에 안 돼요."


무명은 더욱 의아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강대한 마적떼라면, 그리고 효령이 알고 있을 정도라면 문 소가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는데 대체 왜 그는 상대하기 버거운 마적단의 두목을 그리 자극한 것인가?

유랑이라도 온 것처럼 여유로운 두목과는 달리 마적들은 당장이라도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한 점에 쏟아부을 준비를 갖추고 무명 일행과 대치하고 있었다.

빼앗고 죽이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는 그들이 바로 출수를 하지 않는 건 자신들의 두목이 자신들과 적들의 한 가운데에서 혼자 딴 세상에 있는 것처럼 여유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남자만 문소에게서 거리를 두면 마적들은 언제라도 사막의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모래 폭풍처럼 적들에게서 혼의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갈아 뭉개버릴 자신이 있었다.

그 때 자신들의 두목이 놀란 얼굴로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다.

바로 전투에 들어가려던 마적들과 무명 일행도 두목의 행동에 관심을 가지며 그가 가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두목이 가는 방향에는 마치 땅속에서 솟아나온 것처럼 연기처럼 모습을 보인 백수가 서 있었다.


"단주님!"


무명의 다급한 외침 때문일까, 마적들에게 적의 방심은 개전을 알리는 북 소리와도 같은 신호였다.

마적들은 일제히 자신의 주무기를 뽑아 들고 소리를 지르며 가까이 있는 적을 향해 살기 가득한 무기를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고 했다.

그 순간 후욱 하면서 시커면 연기 같은 기운이 땅에서 퍽 하고 피어오르더니 마적들과 무명, 약선과 침선까지 땅에 발을 붙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을 하늘로 붕 떠올렸다.

약선과 침선, 무명과 마적의 두목은 순간적으로 벌어진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다시 중심을 잡고 착지 했으나, 마적들은 생전 처음 겪어보는 기현상에 당황하다가 땅바닥에 패대기쳐진 사람이 많았고, 머리나 허리부터 떨어진 몇은 그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못 했다.

백수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눈치 없이 목소리만 큰 동생을 둔 대가로 가장 먼저 불귀의 객이 된 마적의 시신을 발견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다행이네. 탈혼술을 쉽게 하려면 최소한 방금 죽은 시체가 하나 필요했는데."


백수는 처음이지만 익숙한 손놀림으로 시신의 몸에 추혼의 술법을 부여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효령과 문 소를 보며 손짓을 했다.


"지금 시작할 테니 빨리 이 쪽으로 오세요. 싱싱할 수록 효과가 좋으니까."


뭐에 홀린 듯 백수에게 다가간 효령과 문 소의 단전에 손을 댄 백수가 오랜 혈교의 주술을 읊조렸다. 아직 혼이 완전히 떠나지 않은 시신에게서 최후까지 남은 혼의 흔적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흔적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해 잠시 방황하다가 백수의 주술에 붙잡혀 문 소와 효령에게로 흡수되었다.

그 장면을 본 문 소와 효령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자신들이 수 년 간 그렇게 찾던 혈교의 최고 비법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서로의 몸에서 혼이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처음 변혼술을 시험했을 땐 세상이 꺼지는 느낌과 함께 바로 정신을 잃었었는데, 이번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두 다 느끼는 상태에서 술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역시 그 비급은 진짜였어. 그런데 어째서 이 청년이 탈혼술을 사용하는 거지?'


문 소는 희미해져가는 의식 속에서도 마음속에 드는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했다.

두 사람의 혼이 몸을 빠져나와 자신들이 있었어야 할 제 자리를 찾아가는 동안, 주변의 모든 생명을 다 찢어버릴 기세로 전투에 임했던 마적들은 그저 할 말을 잃은 채 눈 앞의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과거에 있었던 전설로 전해지던 고대의 마법사나 요상한 술법을 쓰던 도인의 이야기는 사막에서도 전해지고 있으나 그건 모두 미신의 영역이었고, 눈 앞에 있는 재물과 흘러내리는 피 아니면 아무것도 믿지 않는 그들에게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 옛날 얘기로만 들었고 그렇게 믿고 있었던 진짜 마술이었다.

잠시 후 백수가 두 사람에게서 손을 떼자 두 사람은 극강 내공의 고수답게 바로 정신을 차렸다. 먼저 정신을 차린 효령이 눈 앞에 있는 문 소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본 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찾았어. 십 년 만에... 이제서야..."


효령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 문 소 또한 손등에 털이 가득한 투박한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기쁨의 괴성을 질렀다.


"오랜 고생이 이제야 빛을 보는구나. 이렇게 되찾게 될 줄이야, 하하핫!!"


마적들도 잠시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있다가 두 사람의 변화를 눈치채고 놀라워했다.


"뭐야 사막의 꽃 목소리가 바뀌었다. 이제 진짜 여자 같은데?"


"저 새하얀 꼬마 놈이 뭔가 했어. 저 놈은 진짜 마술사야!"


마적들은 백수에게 경계나 적개심보다 놀라움과 경외심을 보였다.

마적의 두목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관심을 갖던 효령(이젠 자신의 몸을 되찾았으니 문 소가 아니었다)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백수에게만 모든 관심이 쏠려 있었다.


"잘 모르겠지만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대체 뭘 어떻게 한 거지?"


백수는 자신을 향해 뭐라 떠드는 남자를 보며 제 모습을 찾은 문 소에게 말했다.


"저 자에게 이제 지하에는 아무런 저주도 없으니 자유롭게 들어가도 된다고 전해주세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실세 왕백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0 괴수같은 인간, 인간같은 괴수(1) 22.07.30 898 8 9쪽
59 썩은 열매엔 아쉬움을 두지 않는다 22.07.29 887 7 10쪽
58 부정하지만 강한 수단 22.07.27 878 9 12쪽
» 잃었으나 손해는 없다. 22.07.27 920 9 13쪽
56 죽음을 넘어서다 22.07.26 885 9 11쪽
55 탈혼(脫魂)과 추혼(追魂) 22.07.23 913 7 12쪽
54 나를 만나다 22.07.21 862 7 11쪽
53 고치 속에 든 것은 22.07.21 854 6 10쪽
52 사막의 꽃은 썩었다. +2 22.07.20 887 9 15쪽
51 사막의 꽃 +2 22.07.18 889 8 12쪽
50 사천의 괴수 +2 22.07.16 909 8 12쪽
49 무명과 효령의 담판 +2 22.07.15 912 9 11쪽
48 결정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 +2 22.07.14 893 9 13쪽
47 이리떼는 호랑이를 죽일 수 없다. +2 22.07.13 929 10 12쪽
46 어떤 죽음에 명분이 있는가 +4 22.07.12 960 10 12쪽
45 피로 물든 손 +2 22.07.09 984 10 15쪽
44 강호의 천지안(天池眼)(2) +2 22.07.08 984 11 10쪽
43 강호의 천지안(天池眼)(1) +2 22.07.07 1,006 11 12쪽
42 새로운 길을 찾다 +1 22.07.06 1,013 11 12쪽
41 약선(藥仙) 운 효령 +2 22.07.05 1,042 12 13쪽
40 부자의 해후, 형제의 해후(2) +2 22.07.02 1,030 12 12쪽
39 부자의 해후, 형제의 해후(1) +1 22.06.30 1,032 12 15쪽
38 충성을 맹세하다 +2 22.06.29 1,029 9 15쪽
37 모용 세가 침투(4) +2 22.06.28 1,014 11 13쪽
36 모용 세가 침투(3) +2 22.06.25 985 11 13쪽
35 모용 세가 침투(2) +2 22.06.25 1,004 10 12쪽
34 모용 세가 침투(1) +2 22.06.23 1,052 11 11쪽
33 요령성 잠입(2) +2 22.06.21 1,065 10 14쪽
32 요령성 잠입(1) +2 22.06.20 1,096 11 11쪽
31 무사와 건달을 얻다 +2 22.06.18 1,128 1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