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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연재수 :
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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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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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1,133

작성
22.07.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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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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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이리떼는 호랑이를 죽일 수 없다.

안녕하세요.




DUMMY

운 효령이 경공의 속도를 최대한 높여서 산의 초입에 도착했을 때, 무명과 아두는 누가 더 심하다 단언하기 힘들 정도의 곤경에 빠져 있었다.

무명은 지금까지 중원의 고수들을 상대하면서 출신의 이점을 많이 누린 편이었다. 강호의 무사들은 어려서부터 내공을 키우고 문파를 정해 한 가지 무공을 주로 습득했다. 그리고 그 무공의 기본은 다양한 초식이었다. 달리 말하면 그 초식만 파악하면 약점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모용 세가의 추적대 무인들은 무명과 비슷한 자유분방한 움직임을 가지고 있었다. 정해진 초식이나 통일된 움직임을 보여주는 자가 하나도 없었다.

문제는 그러면서도 모두가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진을 펼치고 동료의 빈틈을 채워준다는 점이었다.

하나 하나의 무공으로 보자면 무명의 현재 실력으로 충분히 상대할 만한 자들인데, 힘을 합치면 보통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청사령의 실력자인 아두 또한 추격자들을 떨쳐내지 못해 고전하고 있었다.

다양한 암기와 예측하지 못한 시점의 공격으로 활로를 뚫는 아두의 전법에 그들은 크게 당황하지 않고 포위망을 점점 좁혀오고 있었다.

다양한 상황에서 많은 전투를 치뤄본 모용 세가의 그림자와 같은 자들이었다. 모용 가의 비전 절기를 배우지도 못했고 정식 제자로 인정을 받지도 못했으나, 가문을 위해 누구보다 많은 피를 보고 그보다 많은 피를 흘려온 진정한 가문의 수호자들이었다.

무림맹 본진 한 가운데 들어가도 살아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자부하던 아두에게 어떤 방법을 써도 뿌리칠 수 없는 7~8 명의 추적자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포위망이 좁혀들면서 아두는 청사령의 무사들이라면 주저없이 행해야 할 그것이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청사령의 밀자는 그 누구에게도 포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팔 다리가 잘려 나가도 자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 아두의 어금니 뒷편에는 혀를 조금 움직이는 것만으로 내장이 녹아 들어갈 정도의 독을 삼킬 수 있었다. 아주 잠시 그의 뇌리에 작은 누이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죽는 것은 아쉽지 않으나 이 정도의 사냥개들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결했다 하면 누이는 한쪽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그를 비웃을 것이 분명했다.


'조금만 더 가면 대나무 숲이다. 시야가 가려지니 암기를 사용하기 수월한 환경이고, 저들도 그걸 알 테니 그 전에 포위망을 더 좁히려 하겠지.'


지금까지 저들은 동굴로 너구리를 몰듯 아두를 몰아가면서도 아두의 사정거리에 절대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숙련된 사냥꾼들은 사냥감을 도저히 도망칠 수도 숨을 수도 없는 곳까지 몰아넣은 후 잡으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넓은 대나무 숲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수십 년을 자란 두꺼운 대나무들은 그들의 시야를 가리고 암기를 발견하기 어렵게 할 것이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추적자들은 아두가 대나무 숲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숲으로 가는 길을 막거나 그 전에 아두를 포위하려 할 것이다.

그들이 거리를 좁혀오는 그 때가 아두에겐 마지막 기회가 되는 것이다.

아두는 자신의 품 안 깊숙한 곳에 숨겨둔 폭독(爆毒)의 매듭을 풀었다. 청사령의 정예 무사들에게만 주어지는 이 맹독은 자신 뿐 아니라 주변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였다. 그리고 폭독의 매듭을 풀었다는 것은 동귀어진의 상황에 놓였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두가 점점 모여드는 추적자들의 숨결을 느끼며 자폭을 준비하는 순간, 자신의 주위로 모여들던 무사들의 기척이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뭐지? 무명 대협이 추적자들을 모두 제압했나?'


순식간에 사라지기 시작한 동료들의 기척에 당황한 건 추적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기습이 있었다면 공격을 당하더라도 모두에게 전음을 날리거나 그들만이 알 수 있는 휘파람 소리라도 내야 할 무사들이 단말마도 없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추적대 중 절반이 사라지자 한 명이 결국 크게 소리쳤다.


"물러나서 대열을 정비한다!"


하지만 그 또한 대열을 정비하러 가지 못하고 어디선가 다가온 살수에 비명도 못 지른 채 목뼈가 부러지고 말았다.

아두를 중심으로 포위망을 좁히던 무사들은 갑자기 후퇴를 하게 되자 정돈하려던 대열이 오히려 흐트러지고 말았다. 추적자들의 혼란을 느낀 아두는 이제 상황이 뒤바뀌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때문인지도 알 수 있었다.

아무런 기척도 없이 아두의 곁에 나타난 효령은 그의 귓가에 조그맣게 속삭이고는 다시 숲 속으로 사라졌다.


"여긴 내가 맡을 테니 무명을 도우러 가요. 상대는 하지말고 이 쪽으로 몰아와요."


아두는 지금까지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방금 아두의 곁을 스쳐간 남자는 자신이 중원 최강이라고 여겼던 청사령의 대장로보다도 한참 위의 기량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아두는 품 속에 있던 폭독의 매듭을 다시 채웠다. 약선이 아군으로 있는 이상 자신과 무명이 패할 리는 없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 편 무명은 두 개의 커다란 바위가 있는 계곡에서 모용 세가의 무사들과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추적대를 지휘하는 마 근홍은 바위 틈으로 상대를 몰아넣으면 퇴로가 없다는 사실을 산의 초입에서 미리 파악한 후, 무명을 그리로 몰아넣는데 성공했지만, 무명은 무사 둘을 쓰러뜨리면서 쉽사리 포위당하지 않고 있었다.


'처음 보는 검술인데 남방의 무사인가?'


독고 구검은 최근 전승이 되지 않고 있어서 모용 세가의 무사들에겐 생소한 무공이었다. 무명은 계곡의 바위에 검 끝을 튕기며 날아 올랐다가 그를 향해 찔러오는 무사의 검날을 딛고 다시 한번 방향을 바꿨다.

셀 수 없는 전장에서 다양한 무공을 보아온 추적자들도 처음 보는 초식에 약간 당황한 눈치였으나, 노련한 마 근홍은 무명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알아채고 허리 춤의 단검을 뽑아 들었다.


'다음 번 공격을 막아내면서 바위 위로 뛰어 오를 생각이구나. 저 자의 도약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바위는 스무 척이 넘는 높이라 경공의 고수라 해도 한 번에 뛰어오르기는 힘들어 보였지만, 무명이 보여주는 무공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가능하려면 뭔가 밟고 도약할 만한 것이 있어야 했고, 마 근홍은 무명이 다음 번 공격을 막아내면서 주변의 높은 나무를 밟고 튕겨 오를 것이라 예측했다.

그리고 그의 추측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계속 수비적인 자세를 취하던 무명은 갑자기 공세로 전환하며 무사들 사이로 뛰어들었고, 무사들은 당황하지 않고 대열을 유지했지만 그 사이 무명은 그들을 지나 맞은 편에 있던 나무를 향해 돌진했다. 마 근홍이 노리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러나 마 근홍은 백발 백중인 자신의 투검을 던지지 못했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바람을 타고 암기 수십 개가 날아와 주변의 무사들을 쓰러뜨렸기 때문이었다.


"후방의 기습에 대비해라!"


무명을 포위하는 진영을 짜고 있던 무사들은 급히 방향을 돌려 원형의 진을 만들었다.

마 근홍도 진영의 중심에서 상대의 기척을 살폈지만, 주위에선 아무런 살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디서 암기를 사용한 거지? 이런 작은 암기를 멀리서 정확하게 던질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침과 같은 작은 암기는 기척 없이 기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산들 바람에도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조금만 거리가 멀어져도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상대는 기척이 느껴지지도 않는 장거리에서 미세한 암기를 정확하게 명중시킨 것이다.

마 근홍은 은빛 살기를 내뿜는 자신의 애검을 뽑아 들었다. 전장에서 쌓인 자신의 육감이 이번 전투가 쉽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 사이 무명은 자신의 계획대로 바위 위로 뛰어올라 높은 곳에서 전황을 살필 수 있었다.

아두가 향했던 대나무 숲 근처에서 아두가 이 쪽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추적자들을 벌써 제압했나? 보통이 아니군.'


그러나 추적자들을 제압한 장본인은 무명이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미 바위 근처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마 근홍만이 잔뜩 웅크린 대호의 서슬퍼런 살기를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보통 적이 아니다. 내가 상대를 불러내면 비산진(飛散陣)을 편 후 사방에서 포위 공격한다. 다른 놈들은 무시하고 이 놈 하나만 잡는다."


마 근홍은 자신도 모르는 새에 코 앞까지 다가와 얼음장같은 살기를 풍기는 상대에게 내심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오랜 무인 생활에 이런 상대는 처음이었다.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 속에 잠자고 있던 무인의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한 마 근홍은 검집을 집어 던지고 앞으로 튀어오르며 상대가 있는 풀숲으로 두 개의 투검을 던졌다.

뭔가 반응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마 근홍은 급히 도약을 멈추고 방어를 위해 검을 몸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와 동시에 풀숲에서 자신이 던졌던 투검이 자신이 던진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날아왔다.

이미 방어를 준비했던 근홍은 투검을 튕겨낸 후, 바로 풀숲으로 뛰어들었다.

다른 무사들도 사방으로 흩어져서 자신의 대장이 사냥감을 풀숲 밖으로 꺼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무명은 자신도 전투에 참가하려 했지만, 노련한 추적자들은 바위 위 자신의 위치를 훤히 노출한 무명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풀숲의 상황을 주시하면서도 계속해서 암기를 던지는 통에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야 하는 무명은 전투에 참가하기도 전에 수많은 암기에 맞아 고슴도치가 될 판이었다.

뒤늦게 전장에 뛰어든 아두 또한 추적대의 무사 세 명이 어느새 매복하고 있다가 기습을 하는 바람에 몸을 피하기 바빴다.

그 사이 풀숲에서는 고수들의 소리 없는 진검 승부가 벌어지고 있었다.

근홍은 모습을 감춘 상대를 향해 자신의 쾌검을 찔러 넣었다.

나무들을 이용해 근홍의 검을 막아낸 상대는 작은 암기를 던지며 계속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근홍은 상대가 근접전을 원하고 있다는 걸 알고 품에 있던 작은 반월도 두 자루를 꺼냈다. 손바닥 크기만한 반월도는 근접전이 되면 검보다 사용하기 편한 무기였다.

검을 휘두를 수 없는 거리 안으로 들어온다면 상대는 모습을 드러내고 살수를 뻗을 것이다. 검을 휘두를 수 없을 것이라 방심한 상대에게 날이 바짝 서 있는 반월도는 일합으로 숨통을 끊을 수 있는 확실한 살상 무기였다.


'그래, 조금만 더 다가오너라. 내 목이 여기 있으니.'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효령은 근홍이 수세에 몰려 검을 방어적으로 쓰고 있다고 판단하고, 근홍의 다리를 노려 선침(線針) 몇 개를 날렸다.

그리고 검날의 방향이 하체 쪽으로 내려간 틈을 노려 근홍을 향해 돌진했다.

근홍 또한 기다렸다는 듯 검을 던지며 양 손에 반월도를 쥐었다.

그와 동시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풀숲이 흔들릴 정도의 내공의 충돌이 일어났고, 날카로운 무기와 사람의 손이 부딪혔다 하기엔 높고 둔탁한 파열음이 여러 번 좁은 풀숲을 뒤흔들었다.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는 지 알 수가 없는 모용 세가의 무사들과 무명, 아두는 그저 상황을 지켜볼 뿐이었다.

눈먼 짐승처럼 공격을 퍼붓다 우군을 다치게 할 바엔 전황을 지켜보다가 전투에 참가하는 편이 나았다.

추적대의 무사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무명과 아두를 경계만 한 상태로 풀숲의 상황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숲의 나무들이 뽑혀 나갈 정도의 진동과 함께 두 개의 인영이 튀어나왔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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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괴수같은 인간, 인간같은 괴수(1) 22.07.30 898 8 9쪽
59 썩은 열매엔 아쉬움을 두지 않는다 22.07.29 888 7 10쪽
58 부정하지만 강한 수단 22.07.27 879 9 12쪽
57 잃었으나 손해는 없다. 22.07.27 920 9 13쪽
56 죽음을 넘어서다 22.07.26 886 9 11쪽
55 탈혼(脫魂)과 추혼(追魂) 22.07.23 914 7 12쪽
54 나를 만나다 22.07.21 862 7 11쪽
53 고치 속에 든 것은 22.07.21 854 6 10쪽
52 사막의 꽃은 썩었다. +2 22.07.20 888 9 15쪽
51 사막의 꽃 +2 22.07.18 889 8 12쪽
50 사천의 괴수 +2 22.07.16 910 8 12쪽
49 무명과 효령의 담판 +2 22.07.15 912 9 11쪽
48 결정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 +2 22.07.14 893 9 13쪽
» 이리떼는 호랑이를 죽일 수 없다. +2 22.07.13 930 10 12쪽
46 어떤 죽음에 명분이 있는가 +4 22.07.12 960 10 12쪽
45 피로 물든 손 +2 22.07.09 984 10 15쪽
44 강호의 천지안(天池眼)(2) +2 22.07.08 985 11 10쪽
43 강호의 천지안(天池眼)(1) +2 22.07.07 1,006 11 12쪽
42 새로운 길을 찾다 +1 22.07.06 1,013 11 12쪽
41 약선(藥仙) 운 효령 +2 22.07.05 1,042 12 13쪽
40 부자의 해후, 형제의 해후(2) +2 22.07.02 1,030 12 12쪽
39 부자의 해후, 형제의 해후(1) +1 22.06.30 1,032 12 15쪽
38 충성을 맹세하다 +2 22.06.29 1,029 9 15쪽
37 모용 세가 침투(4) +2 22.06.28 1,014 11 13쪽
36 모용 세가 침투(3) +2 22.06.25 985 11 13쪽
35 모용 세가 침투(2) +2 22.06.25 1,005 10 12쪽
34 모용 세가 침투(1) +2 22.06.23 1,052 11 11쪽
33 요령성 잠입(2) +2 22.06.21 1,065 10 14쪽
32 요령성 잠입(1) +2 22.06.20 1,097 11 11쪽
31 무사와 건달을 얻다 +2 22.06.18 1,129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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