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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연재수 :
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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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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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6
글자수 :
581,133

작성
22.09.0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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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추격(2)

안녕하세요.




DUMMY

무명은 일부러 일검대가 포위망을 좁히도록 자리를 내주며 조 색이 최대한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

조심스럽고 방심을 하지 않는 조색은 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자신의 방어 또한 확실하게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무명은 알고 있었다. 상황이 유리하면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방심을 하게 되어있다는 걸.

이제 검을 서로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까지 근접하자 손이 근질거리는지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는 무사들이 보였다.

조 색 또한 이 정도 거리가 되니 이젠 무명이 빠져 나가기 힘들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검 끝을 무명쪽으로 내밀었다.

무명은 일부러 조 색에게서 조금씩 물러서며 다른 무사를 먼저 상대하려는 모양새를 보였다.

숙련된 낚시꾼이 던진 미끼를 확인한 조 색은 무명이 반 보 물러서기 위해 한 발을 드는 찰나에 모용 세가 비전 쾌검식인 도화검무(桃花劍舞)를 사용하며 돌진했다.

조 색의 검끝이 빠르게 회전하며 마치 꽃이 피는 것처럼 화려한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이 모든 행동을 유도한 무명에게는 그저 흐드러지게 핀 한 송이 복사꽃 정도로 보일뿐이었다.

탄검세(綻劍勢) !

무명의 검은 화려한 움직임을 가진 조 색의 검기를 삼키듯 크게 원을 돌렸다.

그러자 조 색의 검이 마치 사라지는 것처럼 무명의 검에 삼켜지고 남은 건 어이없는 얼굴의 조 색이 온 몸을 드러내고 있는 처량한 모습 뿐이었다.

무명은 가차없이 조 색의 가슴 한 가운데를 검으로 뚫어내며 일검대의 포위 진을 빠져 나왔다.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채 여전히 어이 없는 얼굴로 쓰러져 있는 조 색을 보며 일검대의 무사들은 생전 처음으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조 선배가 아무 것도 해 보지 못하고 죽었어?'


당황해서 검을 놓칠 뻔한 무사들도 있었지만, 일검대에는 그런 풋내기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 색과 비슷한 시기에 모용 세가에 입문한 진 공화와 호 영문은 얼이 빠져 있는 젊은 무사들을 독려하며 함께 앞으로 나섰다.

더 이상 사기가 떨어지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그들을 움직이게 했다.

대선배 둘이 앞으로 나서자 다른 무사들도 다시 전열을 정비했다.

강력한 한 방으로 기선을 완전히 제압했다 생각했던 무명으로서는 예상 밖의 빠른 회복이었다.


'만만치 않은 놈들이군. 하긴 그래야 제대로 수련이 되겠지.'


무명에게 이 싸움은 백수에게 배운 독고구검을 완벽하게 익히는 수련의 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만큼 현재의 무명은 어떤 전투의 상황이 오더라도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일검대의 진 공화와 호 영문의 선공으로 일검대와 무명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진 공화가 화륜검법(火輪劍法)으로 검을 풍차처럼 돌리며 공세를 펼치자 호 영문 또한 자신의 주무기인 설풍검법(雪風劍法)으로 마치 눈 폭풍이 날리는 듯한 검기를 쏟아내며 무명의 접근을 차단했다.

다른 일검대 무사들은 무명의 측면과 후방을 에워싼 채로 시시각각 빈틈을 노리며 검을 찌르고 들어왔다.

많은 숫자의 검객들이 진영을 갖추고 공격하니 무명으로서도 헤쳐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지만, 독고구검에는 어떤 상황, 어떤 적을 만나도 대처할 수 있는 모든 공략법이 존재했다.

무명은 진 공화의 강력한 공격을 뒤로 흘리며 후방에 있는 무사들의 혼란을 유도하면서 포위망을 뚫으려 했다.

그러나, 호 영문의 지원으로 뜻대로 되지 않자 다시 후진을 모르는 진 공화의 전진을 이용해서 포위망의 헛점을 노렸다.

그러나 정파 무림의 양대 거두인 모용 세가의 포위망은 생각처럼 쉽게 뚫리지 않았다.

진영을 갖춘 일검대 무사들의 검술은 강력했고, 한 명 한 명이 방심없이 집중하니 빈틈을 노리기도 쉽지 않았다. 수십 차례의 합을 교환하고 나서도 한 명의 적도 쓰러뜨리지 못하게 되자 무명도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상대가 백수의 존재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 다행이긴 했지만, 자신은 이 싸움을 이겨야 할 뿐 아니라 더 많은 적이 오기 전에 백수를 데리고 탈출까지 해야만 했다.

싸움을 이기고 탈출에 지장이 되는 부상도 입지 않아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은 셈이었다. 무명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독을 먹고 더 많은 숫자에 포위 당하고서도 살아남았는데 이 정도의 적이 두렵겠는가.'


하지만 분명 그 때와는 다른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먼저 상대의 기량이 당시와는 너무나 달랐다. 상대의 방심을 틈 타 가장 힘든 상대를 제거하긴 했지만 모용 세가 정예 무사의 수준은 무명의 바램만큼 허술하지 않았다.

진 공화와 호 영문도 강력했지만 뒤를 받쳐주는 무사들의 무공도 상당했고, 무엇보다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몸에 문신처럼 새겨진 전투 기술이 그들을 움직이고 있었다.

모용 세가는 본시 강력한 고수가 출현한 적이 없는 문파였다. 그러다 보니 다수 대 다수의 전투에 집중을 하게 되었고, 수 많은 진법과 다양한 집단 검술을 익히게 되었다.

하나로 다수를 상대하는 강력함 보다는 다수가 하나를 상대하는 안정감을 중시하는 모용 세가의 검술은 지금 무명을 상대하면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다.

무명은 자신이 전력을 다 하면 돌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전투에서 고전을 거듭하게 되자 자신도 모르게 당황하게 되면서 실수가 생기기 시작했다.


진 공화의 검법은 정면 돌파를 할 수 없도록 정면을 압박했고, 뒤로 시선을 돌리려 해도 잘 짜여진 일검대 무사들의 통일된 움직임을 뚫지 못하고 뒷걸음질치기 일쑤였따.

몇 번이나 돌파가 제지당한 후, 무명의 머리 속에서는 처음으로 패배라는 단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돌파가 쉽지 않겠구나. 허 도사와 구 대협은 구 숙정을 쫓고 있을 테니 바로 돌아오기 힘들 것이고... 주공을 구해야 하는데 낭패다.'


그 때 진 공화의 뒷편에서 펑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 유황 냄새가 강하게 풍기면서 짙은 연기가 주위를 감싸 돌았다. 모두가 당황하는 사이 누군가 무명의 손을 살짝 잡았다.

무명은 깜짝 놀랐지만 손의 체온만으로도 누군지 알수 있었기에 기척을 최대한 죽이고 따라 나섰다.


-언제 깨셨습니까?-


-잠깐 쉰 거야. 독고구검의 계승자가 상당히 고전하던데 내가 잘못 봤나?-


-주공이 누워 있으니 그런 것 아닙니까. 짐이 되시면 곤란합니다.-


-짐이 된 건 맞네. 미안해, 어서 허 도사와 구 대협을 도우러 가자고.-


두 사람은 구 숙정의 연막탄 덕분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벗어났다. 사실 이 연막탄은 구 숙정이 조금 전 백수 일행에게 쫓길 때 떨어뜨리고 간 것인데 우연히 백수가 발견하여 중요할 때 써먹게 된 것이다.

모용 세가의 무사들이라면 왠지 구 숙정의 암기에 대한 파악을 못 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사용한 고육지책이었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너무 좋아서 오히려 백수가 당황했을 정도였다.


"뭐야, 어디냐!" "섣불리 나서지 말고 자리를 지켜라!"


백수와 무명이 사라진 후에야 자욱한 안개는 천천히 걷히기 시작했다.

모용 세가의 무사들은 모두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조금 전의 혼란 상황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냉철한 살기가 풍기고 있었다.

진 공화는 남은 일검대의 숫자를 확인한 후, 고개를 들어 먼동이 트는 시각을 확인했다.

그에게 이 전투의 승패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돌아가 오랜 벗의 아내에게 남편의 사망을 전해야 하는 어려운 임무와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일검대 전력을 투입했다가 사망자까지 나온 것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분배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만 남아있었다.

상대가 누구였는가에 대한 문제는 적어도 진 공화나 다른 일검대 무사들에게는 당장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우 대인의 둘째 장과가 목숨을 잃었네." "이런 빌어먹을..."


"우 대인 댁과 우리 집안은 사돈 사이인데 그 분께 뭐라 전해야 한단 말인가..."


문파의 규모가 커질 수록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책임져야 하고 고개 숙여야 하는 일이 많아진다. 집단의 규모가 커진다는 건 그만큼 많은 재물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방 귀족이 지원이 없으면 현재 무림 2대 세력이라 할 수 있는 모용 세가라 해도 오래 버티기 힘들었다.

무사들은 공짜로 일하지 않는다. 급료를 줘야 하고 먹을 것과 잠자리를 책임져야 한다.

강한 무사일수록 더 편한 잠자리와 좋은 음식을 원하는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세상의 이치였다. 그 이치를 잘 지켰기 때문에 지금 모용 세가가 정파의 거두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이다.

오랜 벗이었던 조 색의 죽음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뒤를 쫓아 뼈까지 갈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진 공화의 선택은 일검대로서의 의무룰 지키는 것이었다.

그것이 나중에 천추의 한이 될 만한 실수로 귀결된다 할 지라도 지금 진 공화의 선택에 반감을 가지는 무사는 아무도 없었다.


한 편, 허 성과 구 천명은 구 숙정을 계속 쫓고 있었다. 무사와 도를 닦는 도사인 그들이 자객의 뒤를 밟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단주의 명도 있었고, 어찌 보면 첫 임무의 연장이었기에 실패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구 숙정의 경공 속도가 두 사람보다 앞선다는 것을 느낀 순간, 구 천명이 자신이 가진 암기를 모두 날렸다. 동시에 바닥에 밟는 순간 발바닥에서 폭발을 일으키는 폭약가루가 담긴 구슬을 던졌다. 시시각각 날아오는 암기를 피하기 위해 공중으로 도약했던 구 숙정은 모든 동물이 그렇듯이 언젠가는 땅에 내려와야 했고, 운 없게도 구 천명이 뿌려놓은 구슬 중 하나를 정확하게 밟고 말았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구 숙정의 오른 발에는 큰 구멍이 뚫렸다. 고통에 둔감한 편인 구 숙정이라 해도 발등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 고통을 참아내긴 힘들었다.

화살 맞은 너구리처럼 신음 소리를 내면서 구 숙정은 유 환명이 만들어 놓은 지하 통로로 몸을 숨겼다.

두 사람은 거침없이 따라 들어갔다가 순간 멈칫 하고 말았다.

유세 표국의 비밀 지하 통로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그들은 사방으로 뻗은 갈림길과 좀은 통로의 너비에 기가 질리고 말았다.


"여긴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함정을 만들자면 수백 개는 만들 수 있을 법한 동굴이군요."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저 여자를 놓치면 단주님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

일단 경계를 하면서 쫓아 봅시다."


자신있게 말은 핬지만 천명 자신도 이런 좁은 동굴에서의 추격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멍청이는 아니었다.

함정 뿐 아니라 암기에도 바로 노출 되어있고, 무엇보다 상대는 알 수도 있는 길을 자신들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따라붙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만약에 목표물을 놓치기라도 하면 자신들은 이 동굴 미로에 갇힐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구 천명은 첫 임무에다가 단주의 부친을 구하는 임무라면 반드시 공을 세우고 싶었다. 사실 그런 마음은 허 성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구 숙정의 흔적을 쫓아 동굴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목표물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바닥에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만한 혈흔이 짙게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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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동상이몽(3) 22.10.01 450 7 10쪽
106 동상이몽(2) 22.09.30 426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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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회의 소집(1) 22.09.21 521 7 9쪽
98 이름을 알리다. 22.09.20 513 8 9쪽
97 제대로 훈육할 생각이라면 매를 들어야 한다 22.09.20 504 8 9쪽
96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2) 22.09.16 571 8 11쪽
95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1) 22.09.15 552 7 8쪽
94 날아오르려면 땅을 박차야 한다 22.09.14 584 9 10쪽
93 와호장룡(臥虎藏龍) 22.09.13 598 5 14쪽
92 들개 떼의 눈에 띄다 22.09.12 609 6 13쪽
91 와신상담(臥薪嘗膽) 22.09.11 606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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