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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연재수 :
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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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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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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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회의 소집(3)

안녕하세요.




DUMMY

백수가 진 가민과 담판을 벌이는 동안 광주에 있는 점창파의 신궁 근처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장사꾼으로 혹은 기녀로, 여러가지 행색으로 점창파로 모여든 그들은 신궁 근처 계곡 아래의 은밀한 장소에서 자신들의 본 보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바로 무림맹의 전문 암살 조직인 화도선(花圖仙)에 속해있는 죽음의 선인들이었다.

꽃과 그림을 사랑하는 선인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잔인하고 냉혹한 그들은 목표물이 정해지면 중원 어디에서든 이틀 안에 모여서 숨 쉴 틈도 없이 일을 처리하는 빠르고 치명적인 집단이었다.

화도선에는 수장도 없고 각자의 역할 같은 것도 없었다. 무림맹에서 이름이 전달되면 근처에 있는 선인들이 이틀 안에 모여서 각자의 방식으로 목표물을 제거한 후, 각자의 방식대로 사라진다. 그래서인지 나이도 경력도 다양한 그들 사이에는 선 후배 간의 예의나 같은 조직 구성원 간의 의리 같은 건 없었다.

그저 목표물이 생기면 몰려가서 죽이는 것 뿐이었다.

계곡 아래 모인 사람은 다섯 이었다. 그 중 체격이 가장 좋은 남자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서신에는 오늘 안으로 처리하길 원한다 했으니 계곡 너머로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려보고 더 이상 선인들이 안 오면 바로 출발한다."


대답은 없었다. 다만 어딘가에서 킹 하는 콧방귀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그리고 어린 여자 아이의 음성이 방향을 알 수 없도록 사방에서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맹주님 인장이 아닌 걸 보니 그 놈이 보낸 거구만. 이 어린 놈이 이젠 우리를 사조직처럼 부려먹네?"


"말 조심 해라! 무림맹의 결정은 곧 맹주님의 결정이다."


계곡 어딘가에서 들려오던 아이의 음성은 남자의 작지만 단호한 한 마디에 모래성 무너지듯 사라져버렸다.

모여있던 다른 사람들도 계획이 정해지자마자 여기저기로 모습을 감추었다.

철저한 독자 생존. 그것이 바로 화도선의 임무 수행 방식이었다.

그들이 모여서 정하는 건 임무 개시 시간 뿐, 침투 방식이나 탈출 경로 등은 모두 개인적으로 알아서 찾아내야 한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고 도울 수도 없다. 그저 무림맹에 대한, 남궁 세가에 대한 충성심 하나로 움직이는 살수들이 바로 화도선이었다.

각자의 무기를 정비하기위해 혼자만의 장소를 찾는 그들의 귀에 급한 전음이 들려왔다.


-발각됐다. 전ㅌ...-


말을 제대로 끝 맺지 못할 정도의 급한 상황. 화도선의 암살자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계곡과 산으로 숨어 들었다.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이 생활화된 이들에게 숨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을 쫓는 누군가가 이런 상황을 모두 예측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켁! 함정이 있다!!"


다급한 나머지 있는 힘껏 소리를 친 굽은 허리의 중년인은 어디선가 나타난 복면인의 검에 어깨와 목이 잘려나갔다.

그러자 다른 선인들 또한 가지고 있던 모든 짐을 버려두고 무기만 가진 채로 더 깊이 숨어들었다.

그들의 뇌리엔 이미 낭패라는 단어가 떠올라 있었다.

오늘 내로 제거해야 하는 상대가 신궁에 있는데 신궁에 들어가기도 전에 발각되어 쫓기게 생겼으니 이제 그들에겐 잘 해야 살아서 빠져나가는 것이 고작인 상황, 하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목표물을 전달받고 그냥 꽁무니를 뺀 적은 없었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신궁에 숨어들어 장문인의 유일한 후계자인 태선의 목을 벨 작정을 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도 숲 이 곳 저 곳에서 무기가 부딪히는 파열음과 희미한 단말마가 조금씩 들렸다가 잦아 들었다.

계획을 완전히 간파당한 상태에서 감행하는 기습은 상대를 놀라게 할 수도 혼란을 유발할 수도 없는 데다가 오히려 자신들이 기습을 당하게 되는 상황이 될 뿐이라 발각됐다는 걸 알게 된 순간에 기습은 그 의미를 잃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실패라는 단어를 접해본 적이 없는 죽음의 선인들은 그냥 흩어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굳이 생각을 주고 받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각자의 방식으로 임무를 완수하기로 했다.

선인 중 둘 혹은 셋은 계곡에서 의협단의 무사들에게 목이 잘렸으나, 그 틈에 다른 선인들이 그 곳을 빠져나와 신궁으로 숨어들 수 있었다.

설화량(雪禍魎) 조 민(趙 慜)은 계곡의 난리통을 빠져 나와 가장 먼저 신궁에 잡입했다.

이 정도로 준비가 되어 있었으니 신궁의 경비 또한 삼엄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조 민은 자신의 작은 체구를 이용해 최대한 작은 창을 찾아 건물 벽을 오르내렸다.

의외로 외부의 경비는 수가 많지 않았다. 사실 목표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면 사방에 경비를 둘 필요는 없는 것이다.

점창파는 구파 일방의 일원인 점창파는 지금의 세가 조금 기울었다 해도 절대 만만한 조직이 아니었다.

결국 신궁에 잠입하는 것 까지는 성공했으니 태선이 있는 곳까지 가는 길이 또한 험난했다.


'누구든 먼저 시선을 좀 끌어주면 좋으련만...'


조 민은 정면 전투에 강한 무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주 작은 틈만 있다면 목표를 제거하는 건 자신있었다.

조 민은 신궁의 넓직한 복도 사이사이의 구석진 곳에 숨어 기회를 살폈다.

조 민의 은신술은 무림맹 전체를 봐도 손에 꼽힐 정도로 뛰어났는데, 그건 열 살 정도의 어린 아이 정도밖에 안 되는 그 녀의 작은 체격도 한 몫을 했다.

신궁의 누구도 조 민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조 민은 끈기있게 단 한 순간의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고, 그 기회는 얼마 안 되서 찾아왔다.

태선의 방에서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침입자다! 교두님을 모셔라!!"


'그래, 그래야지. 어서 밖으로 나와라.'


조 민은 쾌재를 불렀다. 누군가 먼저 습격을 해 준 덕에 조 민에게 한 번의 기회가 생겼다. 태선은 암살자를 피하기 위해 이 잡은 문으로 나올 것이다.

사방으로 호위가 붙어 있겠지만, 조 민은 지상으로 접근할 생각이 없었다.

위에서 뛰어들어 한 방으로 성문혈에 검을 찔러 넣는다.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는 조 민만의 필살법이었다.

조민은 더욱 숨을 죽이며 자신의 검에 손을 대기만 했다. 그녀의 검은 같은 길이의 나뭇 가지보다도 가벼웠기에 많은 힘은 필요 없었다.

드디어 작은 문이 열리고 호위 무사 둘을 앞세운 태선이 나왔다.


'꼬마야 둘은 너무 적지 않니? 그래도 저승에 가는 핑계는 생겼구나.'


조 민은 틈을 주지 않고 바로 태선을 향해 뛰어내렸다. 상대를 보는 순간 제압하는 것이 조 민의 살생 방법이었다. 더 좋은 기회를 본다고 시간을 끄는 건 성질 급한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조 민이 살짝 팔을 뻗자 소매 안에 있던 연검의 조각들이 뱀처럼 뛰쳐 나와 태선의 정수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가벼운 연검을 조 민의 체형에 맞게 개조한 모사검(毛沙劍)이 깃털처럼 가볍게 목표를 향해 날아드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나타난 허 성의 정권이 이를 쳐내버렸다.

허 성은 태선의 바로 뒤에서 어딘가 있을 암수를 대비하고 있었다.

공동산에서 도사들의 지저분한 환술에 많이 당해왔던 그는 어디가 숨기에 좋은 장소인지 알고 있었다.

회심의 일격을 저지당한 조 민은 미련을 두지 않고 천장에 붙어 반대편으로 급히 몸을 옮겼다. 근접 전투력이 뛰어나지 않은 그녀는 여기에서 승산이 없었다.

그러나 점창파의 무사들은 당연하게도 조 민을 그냥 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맞은 편 복도에서 나타난 호위 무사들이 조 민이 붙어 있는 천장을 향해 새하얀 실로 뒤덮인 그물을 던졌다.

점창산의 영물이라 불리우는 왕거미 대지주(大蜘蛛) 의 거미줄을 섞어 짠 그물은 조 민의 팔과 다리에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고, 그녀는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렇게 끝나는구나. 이런 허접한 일을 하다가 죽으려니 좀 허무하네.'


조 민은 아쉬운 마음을 삼키고 자결을 하기 위해 혀를 내밀었다.

자객의 삶을 살기로 한 이상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었다.

조 민이 혀를 깨물려는 순간, 뒤에서 다가온 허 성이 혼을 뽑아낸다는 탈혼격(敓魂擊)으로 조 민의 뒤통수를 있는 힘껏 후려쳤다.

조 민은 혀를 내민 상태로 넋이 나가서 그 자세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저러다 혀 깨물 수 있으니 혀나 좀 넣어주시오. 보기도 흉하니."


허 성은 호위 무사들에게 조 민을 맡기고 한 바탕 전투가 벌어진 방을 돌아보았다.


태선의 방에서는 무명과 화도선의 자객 둘과의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자객 둘 정도는 금방 해치울 수 있을 거라 자신했던 무명은 싸움에서 전혀 우위를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여러 고수들과의 전투에서 상대와의 실력 차이를 확연하게 느꼈던 무명은 자신의 검술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모용 세가 뿐 아니라 무림맹의 고수들과 맞붙어도 충분히 해볼 만 하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는데, 현재 남궁 세가나 모용 세가의 정식 제자도 아닌 자객들과의 싸움에서 이렇게 고전한다는 건 무명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내가 상대를 너무 얕잡아봤구나. 자객들이 이정도라면 무림맹의 진짜 고수들은 매우 힘든 상대가 될 것이다.'


무명이 이런 생각에 잠시 빠져 있을 틈도 없이 자객 한 명의 육중한 주먹에 달린 강철 손톱이 무명의 급소를 향해 파고 들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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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협객행 22.10.06 373 5 9쪽
109 권력의 달콤한 맛 22.10.05 402 5 9쪽
108 이름을 알리다 22.10.04 407 7 10쪽
107 동상이몽(3) 22.10.01 450 7 10쪽
106 동상이몽(2) 22.09.30 426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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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뿌리가 썩은 나무는 새싹이 돋지 않는다 22.09.28 469 4 11쪽
103 회의 소집(5) 22.09.27 458 6 10쪽
102 회의 소집(4) 22.09.24 481 8 9쪽
» 회의 소집(3) 22.09.24 478 5 10쪽
100 회의 소집(2) 22.09.22 465 7 9쪽
99 회의 소집(1) 22.09.21 520 7 9쪽
98 이름을 알리다. 22.09.20 512 8 9쪽
97 제대로 훈육할 생각이라면 매를 들어야 한다 22.09.20 503 8 9쪽
96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2) 22.09.16 571 8 11쪽
95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1) 22.09.15 551 7 8쪽
94 날아오르려면 땅을 박차야 한다 22.09.14 583 9 10쪽
93 와호장룡(臥虎藏龍) 22.09.13 598 5 14쪽
92 들개 떼의 눈에 띄다 22.09.12 608 6 13쪽
91 와신상담(臥薪嘗膽) 22.09.11 606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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