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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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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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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9.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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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동상이몽(1)

안녕하세요.




DUMMY

무림맹에는 수많은 문파가 속해 있고, 그들을 대표하는 본주(本主)가 있어 일 년에 한 번 모임을 갖고 무림맹의 크고 작은 일들을 결정한다.

본주 중 둘 이상이 요구하면 긴급히 회의를 열 수 있는데, 몇 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긴급 회의가 이번에 소집되었다.

송 지명은 여러 본주들이 안휘성으로 속속 모이는 현황을 보고 받으며 생각에 잠겼다.

회의를 소집한 곳은 청성파와 점창파였다. 점창파는 장문인의 후계자 암살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를 의논하기 위한 요청으로 보였지만 청성파는 의외였다.

진 가민은 분열된 문파의 기강을 잡는 데만 해도 정신이 없을 것이라 여겼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무림맹의 사절을 보내 진 가민의 통제력을 떨어뜨리면서 문파의 혼란을 유도했던 것이다.

송 지명은 아미파가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것도 신경이 쓰였다.

아미파는 다른 문파의 일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지금까지의 아미파가 보여준 모습이었는데, 이번엔 회의 소집과 동시에 본산에서 출발하여 가장 먼저 도착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이번 기회에 무림맹에 재정 지원을 요구할 셈인가? 정효의 자존심에 3년도 안 되서 또 지원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미파는 이미 2년 전에 큰 수해를 입어 재정 지원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정말 싫은 티를 팍팍 내는 정효 사태의 얼굴을 보며 지명은 아미파는 정효 사태가 장문인으로 있는 한 다시는 재정 지원을 요구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됐던 회의 소집이었으나 뭔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송 지명은 모든 문파의 현 상황을 다시 보고하라는 지시를 무림맹과 남궁 세가의 모든 비밀 조직에 내렸다.

회의에서는 정보가 곧 칼이요, 창이었다. 설전 중 상대에게 전혀 몰랐던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당황하게 되고 그 순간 토론의 패배는 결정되는 것이다.

인삿말 한,두 마디 건네다가 칼부터 뽑고 보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논리로 상대를 설복시키면 된다. 반박할 수 없는 논리를 들이대면 피를 흘리지 않고도 상대를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다.

송 지명은 기본적으로 반전주의자였다. 싸움으로 얻을 수 있는 건 공포 뿐이다.

땅이 가진 모든 물자와 인적 자원을 쏟아 부어서 결국 승리해도 남는 건 폐허와 복잡한 전후 처리 뿐이다. 뛰어난 인적 자원의 손실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완전한 절멸을 바란다는 점은 남궁 쳔율과 같지만, 사파를 바라보는 입장 또한 송 지명은 범접할 수 없는 무력으로 완전한 박멸을 이루어야 한다는 맹주와는 달리 싸움 없이 굴복시키는 반전 주의를 고수했다.

힘으로 굴복시켜봐야 잡초처럼 뽑아도 뽑아도 다시 얼굴을 내미는 그들을 완전히 없앨 수가 없다. 그들 스스로 사파의 이름을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지명의 생각이었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사파가 덤벼들 생각조차 못 하도록 강대한 무력을 갖추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해 봐야 지는 싸움' 이라는 패배주의를 사파인들의 뇌리에 새겨두고 생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보급선을 끊어서 배고픈 그들이 스스로 기어 나오도록 만들자는 것이 그의 계획이었다.

그런 후에 아이들부터 시작하여 사파라는 이름을 머리 속에서 지우고 중원에서 평범한 백성으로 밥은 배불리 먹고 살 수 있도록 지원한다.

등 따숩고 배부르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헐벗고 굶주리던 시절을 머리속에서 지우려 하게 된다. 그렇게 중원에서 사파라는 이름 자체를 지워버리려는 것이 송 지명의 오랜 곰니 끝에 나온 사파 절멸 계획이었다.


그 계획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무엇보다 엄청난 재물이 필요하다. 숨어 있는 사파인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돈은 많을 수록 좋은 것이다.

피치 못할 상황에는 무력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으니 군력을 갖추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이래저래 원대한 계획을 실천하는 데는 많은 금과 은이 요구되는 것이었다.


지명은 정효가 도착했다는 전갈을 받고 급히 정문으로 뛰어 나갔다. 격식을 따지지 않는 아미파 답게 정효는 평범한 동네 아낙들이 입을 법한 간소한 옷차림에 작은 봇짐울 들고 있었다.

어린 시종 둘이 다가와 짐을 받으려 했으나 정효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거절했다.


"맹주님은 우각정에 계신가?"


"지금 바로 확인해보겠습니다. 거처를 마련해두었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시지요."


"난 회의를 하러 왔지 쉬러 온 것이 아니다. 우각정에서 기다릴 테니 맹주님께 그리 전하라."


지명이 예상했던 대로 정효 사태는 여전히 차가웠으며 뭔가 다급해 보였다.


'역시 돈을 요구하려는 건가. 예전같은 명분도 없을 테지만 그렇다고 너무 단호하게 거절하면 무림맹에 반감을 가질 수도 있겠지.

아미파의 무력은 아직 무림맹에 필요하다.'


지명은 부관을 불러 정효를 우각정으로 모시도록 지시했다. 그 후 숨 돌릴 틈도 없이 점창파와 청성파가 도착했고, 소림사에서도 금일 중 도착한다는 전갈이 왔다.

화산파는 진작에 출발했다는 첩보가 있었으나 언제 도착할 지는 알 수가 없었다.

풍류를 좋아하고 자유분방한 그들의 성격 때문이었다.

남은 문파는 멀리서 오느라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곤륜파와 집안에 경사가 있어 조금 늦겠다고 전갈을 보낸 모용 세가, 그리고 종남파와 하북 팽가, 전진파 등이었다.

사천 당문의 장문인은 다른 일로 이미 이 곳에 와 있었기 때문에 진작부터 우각정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뱀 같은 눈을 가진 당문의 문주 오 독경(吾 禿亢)은 지금 쯤 우각정에 앉아 특유의 간사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머리가 비상하고 능력도 출중하나 언행에서 신뢰가 가지 않는 자였다.

어쨌든 무림의 변방에 있던 당문을 무림맹의 본주로 키워낸 실력자임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무림맹에 매년 갖다 바치는 세금이 다른 문파들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누구든 간에 돈을 주는 사람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정오가 지난 후 싱글벙글 노래를 읊으며 등장한 화산파의 영 서강(令 西慶)과 임 증요(任 繒樂)은 지명을 본 척도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며 우각정으로 향했다.

지명은 솟구쳐 오르는 울화를 삼켰다. 아직도 글 읽는 학사를 무시하는 풍조는 정파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특히나 정치나 파벌 싸움을 매우 혐오하는 화산파의 경우 그런 행동이 더욱 심했다.

뒤이어 하북 팽가와 전진파 그리고 늦겠다던 전갈과는 달리 모용 세가의 모용 훤이 아들 모용 학과 함께 도착했기에 지명은 분을 삭힐 여유조차 없었다.

모용 가의 부자를 우각정에 안내한 후, 지명은 장검을 든 무사 둘이 우각정 입구에 서서 검을 뽑는 모습을 확인한 후, 그 곳을 빠져나왔다.

회의 중에는 구파 일방의 주인이 아니면 우각정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것이 무림맹의

법이었다.


'내가 없으면 일 년도 유지하지 못할 무림맹 안에서 언제까지 검을 차고 허세만 부릴 셈이냐.'


무림맹에서 운영과 관계된 중요한 대화를 나눌 만한 사람은 모용 훤 정도 밖에 없었다.

크기가 커지고 유지, 운영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무림맹은 이제 무사보다 정확한 계산을 해주고 인적,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학사들이 점점 더 필요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학사를 천시하는 무림맹의 분위기 때문에 머리 좋은 청년들은 과거 시험을 보고 관직에 진출하기를 원했다.

더 많은 급여를 준다 해도 그들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가 개선되려면 먼저 무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건만, 검을 휘두르는 것 밖에 할 줄 모르는 답답한 사람들의 생각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가끔씩 커다란 웃음 소리가 들리는 우각정을 보며 송 지명은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언제까지 저런 사람들을 데리고 거대한 조직을 이끌어나가야 하는지 답이 나오지 않아서 답답하기만 했다.

능력있는 후계자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신의 문파를 탄탄하게 운영하는 것도 할 줄 모르는 저 무능력자들은 사파가 또 다시 공격에 나설 경우 예전처럼 속절없이 무너질 것이 뻔해 보였다.

그럴 때를 대비할 수 있는 사람은 맹주와 자신 뿐이라 지명은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모든 치욕과 고난을 참아낼 수 있는 것이었다.


"올해도 먼 길 오시느라 고생들 많으셨소. 연례 회합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회의가 소집되었으니 올해의 연례 회합은 취소하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 여러분들 생각은 어떻소이까?"


무림맹의 연례 회합은 큰 돈이 들어가는 무리맹의 최대 행사라 할 수 있었다.

며칠에 걸쳐 매일 주연을 벌이고 수많은 인원이 오가는 행사이다 보니 연례 회합 한 번 할 돈이면 중소 문파 몇 개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주위의 푸념도 있다는 걸 남궁 천율도 알고 있었다.

아미 파의 정효 사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정효가 먼저 입을 떼는 건 좀처럼 없는 일이었다.


"맹주의 혜안에 제 눈이 다 뜨이는 것 같군요. 현명하신 생각입니다."


정효의 차가운 한 마디에는 약간의 비아냥도 섞여 있었지만, 정효는 진심이었다.

문파 식솔들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에 의미 없는 술부림으로 엄청난 돈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백수에게 예상치 못한 지원을 받고 보니 정효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자신이 속한 무림맹에서는 지원을 받으려면 고개를 굽신거리며 앓는 소리를 해야 하는데 생판 알지도 못하는 청년에게 큰 도움을 받고 보니 자신이 속해 있는 무림맹에 대한 회의가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정효와는 달리 그녀의 말에 불만을 품은 자들 또한 존재했다.


'저것은 매번 조용히 있다가 왜 갑자기 나서서 판을 흔드나?'


'술이나 진탕 먹고 가려고 했더니 별 게 다 나서서 방해하는군.'


'이번 회합 때 진행시켜야 할 일이 많은데... 설마 맹주가 정효 말만 듣고 회합을 취소하지는 않겠지?'


여러 사람들의 다른 생각이 부딪히는 사이에 무림맹의 비정기 회의가 시작되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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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청무회(1) 22.10.07 360 5 10쪽
110 협객행 22.10.06 374 5 9쪽
109 권력의 달콤한 맛 22.10.05 403 5 9쪽
108 이름을 알리다 22.10.04 408 7 10쪽
107 동상이몽(3) 22.10.01 451 7 10쪽
106 동상이몽(2) 22.09.30 427 5 10쪽
» 동상이몽(1) 22.09.29 453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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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회의 소집(5) 22.09.27 459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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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이름을 알리다. 22.09.20 513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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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2) 22.09.16 572 8 11쪽
95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1) 22.09.15 552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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