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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연재수 :
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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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833
추천수 :
1,166
글자수 :
581,133

작성
22.11.03 00:06
조회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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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6쪽

청무회(3)

안녕하세요.




DUMMY

무명과 천명이 근처의 청무회 무사를 찾는 동안 그 곳에서 한 시진 거리의 마을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고기 튀김과 매콤한 탕을 곁들여 술잔을 기울이는 그들은 그저 어딘가에서 찾아온 여행객이거나 근처에 용무가 있어서 들른 상인의 무리로 보였다.

그러나 계속 음식을 나르는 점소이조차 그들이 마시는 것이 물과 차 뿐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무림맹의 궂은 일을 맡아서 처리하는 어둠속의 사냥개, 청무회의 무인들이었다. 점소이는 분명 열 명이 넘는 인원이 저리 즐겁게 떠들면서 술과 음식을 먹어대는데 왜 이렇게 음식이 줄지 않는지 잠시 궁금하기도 했지만, 오랜 점소이 경험으로 쓸데없는 일에 호기심을 가지면 명을 재촉할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생글생글 웃으며 더 시킬 것이 없는지 근처를 기웃거렸다.


그 때 밖에 있던 건장한 체격의 한 여인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가 들려 있었다.

여인은 바닥에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본 주인의 못마땅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청무회의 무인들이 식사중인 방으로 뚜벅 뚜벅 걸어 들어갔다.

모두의 시선은 음식과 술잔에 그대로 박혀 있었지만, 그녀는 신경쓰지 않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극광 선배가 당했소."


가운데 앉아있던 비쩍 마른 중년 남자가 고기를 집어 먹으며 관심 없다는 투로 말했다. 목덜미가 발목처럼 보일 정도로 가늘고 팔과 다리에도 살점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남자의 인상은 성질이 매우 더러운 거지 같았다.


"확실한가?"


"내 코는 못 믿어도 밖에 있는 철각견(鐵脚犬)들의 코는 믿어야지. 극광의 배 속에 있는 사향환(死香丸)의 냄새를 맡았어. 거리가 좀 있긴 한데 위치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지금까지 탕그릇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말끔한 인상의 청년이 툭 씹어 뱉듯 말했다.


"그럼 바로 출발했어야지 뭐하고 있는거야."


"개들은 벌써 출발했지. 등신아. 제일 느린 놈이 그렇게 쳐먹고 있을 것 같아서 올라온 거다."


여인의 거침 입담에도 남자는 빙긋 웃을 뿐이었다. 비쩍 마른 중년인이 자리에서 일어섬과 동시에 모든 이들이 한 사람처럼 동시에 일어나 소리도 없이 밖으로 나갔다.

방이 조용해진 것을 이상하게 여긴 점소이가 들어왔을 땐 비어있는 식탁과 음식 값으로 두고 간 은화 밖에 남은 것이 없었다.



객잔을 나온 청무회의 무인들은 각자가 익힌 경공법으로 나무 위나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곳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그 자리에 멈춰섰다. 철각견을 부리는 한 예소(漢 豫昭) 산길 한 가운데 멈춰 서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 거친 대화를 나누었던 영음공자 태건(冷音公子 泰乾)이 한 예소에게 다가가 농을 던졌다.


"왜 바람맞은 처녀처럼 이러고 섰냐, 정인보다 믿음직스럽다던 충직한 개들이 또 말을 안 들어?"


".....죽었어...." "뭐라고?"


"철각견들이 모두 죽었어. 한 순간에..."


그 때 앞장서서 달리던 중년인이 신호를 보냈고 청무회 무인들이 모두 걸음을 멈추고 중년인 주위로 모여들었다.

어두운 밤인데도 중년인의 눈은 마치 혼자만 달빛을 받은 것처럼 번뜩였다.

모두 한 자리에 모이자 중년인보다 먼저 한쪽 눈에 헝겊을 감고 있던 더벅 머리의 젊은 여자가 그들이 가던 방향을 보며 속삭였다.


"오고 있어. 우릴 향한 것 같은데... 그런데..."


여자의 말을 중년인이 받았다.


"마기가 느껴진다. 마교 놈들일 지 모르니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


너무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마교'라는 한 마디는 청무회의 모든 무인들을 긴장시켰다. 젊은 무사 몇 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정사 대전에 참전 경험이 있는 청무회의 무인들은 마교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들과의 싸움에서는 무공이 더 뛰어나거나 강대한 내공을 갖추었다고 해서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항상 암수가 있고, 죽으면서도 주변에 큰 피해를 주며 죽은 듯 보여도 다시 일어나 기습을 하는 괴물들이었다.

그러나 청무회의 무인들 또한 그런 괴물들을 상대로 수십 차례 전투를 해 온 백전 노장들이었다. 따로 지시가 없어도 근처의 엄폐물에 몸을 숨기고 기척을 완전히 지운 후, 나타날 적에 대한 대비를 완벽하게 갖추었다.

모두 몸을 숨겼지만 핼쓱한 중년인 만은 길 한가운데 그냥 서 있었다. 청무회의 대외적인 최강자는 남궁 세가 본가에 있는 설풍진인 양 만회지만 실질적으로 굳은 일을 모두 해내는 사람은 걸괴(乞怪)라는 별명으로 불리우는 금 천기(金 千起)였다.

금 천기는 자신들의 존재 이유이기도 했던 마교의 등장에 오히려 마음이 들뜨는 기분이었다.


'자, 나오너라. 오랜만에 그 더러운 얼굴 한 번 보자꾸나.'


그러나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천천히 걸어오는 인영을 보며 금 천기를 비롯한 무인들의 얼굴에는 당황한 빛이 비쳤다. 검은 복면을 쓴 날씬한 그림자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는데 뒤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자라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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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고요한 학살 23.02.05 147 3 12쪽
» 청무회(3) 22.11.03 299 2 6쪽
112 청무회(2) 22.10.08 448 4 7쪽
111 청무회(1) 22.10.07 360 5 10쪽
110 협객행 22.10.06 374 5 9쪽
109 권력의 달콤한 맛 22.10.05 403 5 9쪽
108 이름을 알리다 22.10.04 408 7 10쪽
107 동상이몽(3) 22.10.01 451 7 10쪽
106 동상이몽(2) 22.09.30 427 5 10쪽
105 동상이몽(1) 22.09.29 453 4 10쪽
104 뿌리가 썩은 나무는 새싹이 돋지 않는다 22.09.28 470 4 11쪽
103 회의 소집(5) 22.09.27 459 6 10쪽
102 회의 소집(4) 22.09.24 482 8 9쪽
101 회의 소집(3) 22.09.24 478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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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회의 소집(1) 22.09.21 521 7 9쪽
98 이름을 알리다. 22.09.20 513 8 9쪽
97 제대로 훈육할 생각이라면 매를 들어야 한다 22.09.20 504 8 9쪽
96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2) 22.09.16 572 8 11쪽
95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1) 22.09.15 552 7 8쪽
94 날아오르려면 땅을 박차야 한다 22.09.14 584 9 10쪽
93 와호장룡(臥虎藏龍) 22.09.13 598 5 14쪽
92 들개 떼의 눈에 띄다 22.09.12 609 6 13쪽
91 와신상담(臥薪嘗膽) 22.09.11 606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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