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114,772
추천수 :
1,166
글자수 :
581,133

작성
22.09.15 12:00
조회
551
추천
7
글자
8쪽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1)

안녕하세요.




DUMMY

광주의 설요산(薛謠山)에 위치한 점창파의 본채에서는 한바탕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점창파의 본산인 운남에서 장로들이 찾아왔기 때문인데, 1년에 한 번 제자들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노선배들을 맞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분주했으나 한 사람만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바로 점창파의 현 장문인 고명자(高明子)였다.

자리에 앉지 못하고 서성이던 그는 결국 문파의 업무를 총괄하는 한부(漢復)를 불렀다.

벌써 열 번째는 족히 부름을 받은 한부는 그래도 싫은 내색 없이 장문인을 맞아 고개를 숙였다.


"아들놈은 아직이냐?"


"태선 공자께서는 아직 입궁하지 않으셨습니다."


"이 놈이... 이러다 대선배들을 기다리게 만들겠구나. 낭패로다.

잘 가는 곳이 있다 하지 않았느냐, 수하들을 더 풀어서라도 찾아와야 한다."


"이미 모두 찾아 보았고, 남은 한 곳에도 사람을 보내두었으니 곧 기별이 있을 것입니다."


"기별 정도로는 안돼... 이제 도착을 해야 한단 말이다."


방을 나온 한부는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점창파 장문인 고명자는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가진 존경받는 무인이지만, 큰 문파를 운영하기엔 배포가 작고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에 비해 고명자가 늦은 나이에 얻은 외아들인 태선(太禪)은 호방한 성격에 머리도 좋아서 주변의 기대가 매우 컸다.

특히 아비인 고명자는 태선이 어느 정도 경험만 쌓으면 그에게 장문인 자리를 물려주고 자신은 운남으로 돌아가 장로들과 신선처럼 도나 닦으며 살 생각이었다.

그러나 단점이 없을 것 같던 아들에게 한 가지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바로 여색을 밝혀도 너무 밝힌다는 점이었다.

일찍 모친을 여읜 태선은 그 외로움을 여인의 품에서 달래려 했는지 어려서부터 수많은 여인과 염문을 뿌리고 다니더니 제자들을 가르치는 검술 교관의 우두머리인 총 교두가 된 후에도 틈만 나면 옆 마을, 뒷 마을로 여자를 만나러 다녔다.

스물 다섯 한창 나이다 보니 여인을 만나는 것 정도야 당연한 사내의 의기라 생각하여 막지 않았던 고명자는 이제 광주의 여인을 모두 안겠다 다짐이라도 한 듯 밖으로만 나도는 아들을 보며 자신의 실책을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부인을 얻고 집안의 가장이 되면 좀 나아질까 하여 혼처도 알아보았는데, 그 와중에 또 혼인은 절대 싫다 하며 피해다니더니 어느 날 부인 삼고 싶은 여자가 있다며 소개한 여인이 근처 산적떼의 우두머리인 열지(烈她)를 데려온 것이다.

이제 좀 아들이 안정을 찾는 건가 하고 기대했던 고명자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태선은 한 술 더 떠서 열지가 아니면 누구와도 혼인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남기고 산적떼와 함께 지내기까지 했다.

정파 무림을 대표하는 명문이며 아직도 고매한 선배들이 즐비한 점창파에서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기에 이번 선배들의 방문이 고명자에겐 더욱 중요했다.

주변의 소문때문에 심기가 불편해진 장로들을 달래고 점창파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때에 이런 일이 생겨버린 것이다.

장로들이 올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면서 이제 고명자는 눈을 감기로 했다.

그에겐 이런 상황은 너무 버거웠다. 검을 휘두를 때가 가장 편안하고 초식을 익힐 때 삶의 보람을 느끼는 그에게 아들을 키우고 문파의 전통을 지켜나가는 일은 어렵기도 하고 뭐 어떻게 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아들놈한테 당장 인장을 넘겨주고 나도 운남으로 가 버릴 테다."


떼를 쓰는 아들 못지 않은 늙은 아버지의 앙탈이었다.



광주는 황실과 무림 양 쪽의 관심을 덜 받는 지역이다 보니 예전부터 녹림채가 득세하면서 많은 산적들의 본거지가 자리했다.

산적들에게 의리나 법도가 있을 리 없으니 그들의 세력이 하나로 규합되는 경우는 거의드물었다.

현재도 장 한덕(將 漢德)이라는 구 척의 호걸이 녹림채의 두령이 된 이후로 주변의 자잘한 산채를 몇 개 흡수하기는 했지만 녹림의 통합은 여전히 먼 이야기였다.

그 중 광주에서 그럭저럭 역사가 있는 산채를 운영하고 있는 열지는 올해로 스물 여덟이 된 키가 큰 미인으로 광주에서는 '열지의 얼굴을 보고 손을 잡을 수 있다면 그 손에 죽어도 아쉬움이 없다' 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여인이었다.

고명자의 아들 태선 또한 처음에는 주변의 산적을 토벌하겠다는 목적으로 열지의 산채를 찾아갔다가 그녀의 매력에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다.

어려서부터 거친 남자들 사이에서 자라면서 남자를 쥐고 흔드는 데는 도가 튼 열지에게 지금까지 어려움도 아쉬움도 없이 살아온 도련님 하나를 자신의 다리 아래 엎드리게 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아버지가 자신을 애타게 찾는 이 시간에도 태선은 열지의 산채에서 그녀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하늘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때 열지의 부하와 태선의 제자가 함께 들어왔다. 태선이 동생처럼 아끼는 온창(瑥昌)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교두님, 이제 출발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운남에서 대장로 어르신들이 오기로 하신 날 아닙니까."


"알고 있다. 눈만 마주치면 답답한 소리만 하는 늙은이들... 사당이나 지킬 일이지 왜 자꾸 오는 거야."


태선의 풍성한 머리결을 쓰다듬던 열지가 태선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장문인의 큰 아들이 문파의 큰 행사에 빠지면 되겠어? 아버지 약 오르라고 일부러 그러는 거야?"


태선은 뜨끔한 듯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이렇게 보면 영락없는 덩치 큰 어린 아이였다.


"아버님은 기회만 생기면 나한테 장문인 자리를 넘기고 자기만 편하게 살려고 하는데 내가 그리 되게 해줄 것 같아?"


열지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다리에 누워있는 명문 점창파의 차기 후계자는 자신의 책무에는 관심조차 없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태선이 차기 장문인이 될 것은 누가 뭐래도 자명한 사실이었고, 그런 사람이 자신에게 홀딱 빠져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 철없는 녀석을 이용하면 광주에서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다질 수도 있고, 잘만 하면 장 한덕의 녹림채를 무너뜨릴 수도 있는 것이다.

열지는 자신에게 두 번 오기 힘든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이 멍청이는 자신을 녹림의 두령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다리가 될 남자였다.

열지는 자신의 길고 단단한 손가락으로 태선의 목 뒷 부분을 부드럽게 눌렀다. 여러 남자들을 극락으로 보낸 그녀만의 지압법이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돌덩이 같은 어깨를 주무르면서 익힌 그녀만의 지압법은 아무리 색욕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그녀에게 빠져들게 만드는 특기 중 하나였다.

태선의 찡그렸던 인상이 풀어지면서 얕은 숨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이 멍청한 점창의 후계자는 지금 부친이 숨 넘어가는 중인 것도 모르고 잠이 들려고 하는 중이었다.

선잠에 빠진 태선을 지켜보는 온창의 얼굴에서 비 오듯 땀이 흘렀다.

그에겐 당장이라도 목이 날아갈 만한 위급한 상황에 세상 모르게 잠이 들려 하는 태선의 편안한 얼굴이 너무나 얄밉고 원망스러웠다.

할 수만 있다면 콧잔등을 내공을 실어서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이대로 간다면 정말로 자신의 목숨이 위험했기에 뭐라도 해봐야겠다고 결심하던 찰나, 밖에서 다른 산적 한 명이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두령! 밖에 이상한 놈이 찾아왔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실세 왕백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정말로 갈려 나갔습니다. 22.10.08 181 0 -
공지 100번 치면 바위도 뚫는다. +1 22.09.24 144 0 -
공지 안전장비는 날 지켜주지 못한다. 22.09.17 115 0 -
공지 앞뒤가 바뀐다는 건... 22.09.08 180 0 -
공지 공지입니다. 22.08.19 867 0 -
115 왜 아무도 남지 않았는가 24.02.25 44 1 13쪽
114 고요한 학살 23.02.05 146 3 12쪽
113 청무회(3) 22.11.03 298 2 6쪽
112 청무회(2) 22.10.08 447 4 7쪽
111 청무회(1) 22.10.07 359 5 10쪽
110 협객행 22.10.06 373 5 9쪽
109 권력의 달콤한 맛 22.10.05 402 5 9쪽
108 이름을 알리다 22.10.04 407 7 10쪽
107 동상이몽(3) 22.10.01 450 7 10쪽
106 동상이몽(2) 22.09.30 426 5 10쪽
105 동상이몽(1) 22.09.29 452 4 10쪽
104 뿌리가 썩은 나무는 새싹이 돋지 않는다 22.09.28 469 4 11쪽
103 회의 소집(5) 22.09.27 458 6 10쪽
102 회의 소집(4) 22.09.24 482 8 9쪽
101 회의 소집(3) 22.09.24 478 5 10쪽
100 회의 소집(2) 22.09.22 465 7 9쪽
99 회의 소집(1) 22.09.21 521 7 9쪽
98 이름을 알리다. 22.09.20 513 8 9쪽
97 제대로 훈육할 생각이라면 매를 들어야 한다 22.09.20 504 8 9쪽
96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2) 22.09.16 571 8 11쪽
»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1) 22.09.15 552 7 8쪽
94 날아오르려면 땅을 박차야 한다 22.09.14 583 9 10쪽
93 와호장룡(臥虎藏龍) 22.09.13 598 5 14쪽
92 들개 떼의 눈에 띄다 22.09.12 609 6 13쪽
91 와신상담(臥薪嘗膽) 22.09.11 606 7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