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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114,151
추천수 :
1,166
글자수 :
581,133

작성
22.09.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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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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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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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추격(1)

안녕하세요.




DUMMY

무명의 다급한 전음을 들었는지 백수가 천천히 문을 열고 걸어나왔다.

그 걸음걸이가 너무 여유로워서 그냥 부친 밤 문안을 마치고 나온 것 같았다.

백수는 주위를 둘러보며 분노에 찬 한 마디를 읇조렸다.


"아버님이 안 계셔. 어디 계신 거지?"


무명과 허 성, 천명이 백수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구 숙정이 건물 지붕에서 뛰어내리며 혈사들에게 소리쳤다.


"이 놈들을 막아라! 나한테로 오지 못하게 해!!"


혈사들이 다급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며 몽진을 혀를 찼다.

자신이 보기엔 모두들 바보 같았다.


'다들 멍청인가, 아니면 공명심에 정신이 나간 건가?

저 여자와 방 안에 있던 녀석들을 저리 쉽게 해치울 정도면 우리 따위가 상대나 되겠나. 이건 그냥 육벽(肉壁)이 되라는 거랑 뭐가 달라?'


몽진은 괜히 나서서 명을 재촉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편검을 더 거세게 휘두르는 척 하면서 앞으로는 나서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적이 자신을 노릴 것에 대비해 허리춤의 연검을 뽑아 들었다.

여차하면 일 , 이 합을 교환한 후, 부상을 당한 척 하며 뒤로 물러설 생각이었다.

그 때 여기저기서 질서 정연한 발소리가 들렸다. 모용 세가의 무사들이 몰려오는 소리였다. 몽진은 쾌재를 불렀다.


'좋았어, 이제 자연스럽게 후방으로 빠지면 되겠군.'


수십 명이 넘는 무사들의 참전에 무명 일행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혈사 몇은 상대 못할 것도 아니었지만, 수십 명이 넘는 병사들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특히나 훈련을 받은 정병들이라면 절반 이상 쓰러뜨린다 해도 언젠가는 아군도 상처를 입게 되고, 그러다 보면 같은 피해를 입어도 상처의 크기는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나 다가오는 장창병들과 검병, 궁수들을 보는 백수의 시선에는 동요가 없었다.

그의 눈은 처소에서 뛰어내려 달아나는 구 숙정에게 꽂히듯 박혀 있었다.


"내가 병사들을 제압할 테니 너희들은 저 여자를 쫓아라. 아무래도 저 여자가 아버님을 숨겨둔 것 같다."


"혼자 말씀입니까? 그건..." "어서 가라. 여자를 놓치면 안된다."


백수의 눈에 가득한 살기와 함께 비춘 어떤 위압감이 무명에게 더 이상의 말대꾸를 허락하지 않았다.

서로 눈빛을 교환한 무명과 허 성, 구 천명이 구 숙정을 쫓아 경공을 펼쳤다.

그 사이 장창병 오 십 정도가 백수가 서 있는 코 앞까지 당도했다. 궁병들은 시야가 트인 곳을 찾아 활 시위를 당겼고, 뒤 쫓아온 도검병들은 적이 한 명이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먹이를 본 이리떼처럼 달려들었다.

그 때 백수가 갑자기 큰 기합 소리와 함께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용서를 빌 상황도 아닌데 예고도 없이 바닥에 엎드린 백수를 보며 모용 세가의 병사들이 당황하고 있을때, 백수는 갑자기 발을 구르며 지면에 자신의 공력을 집중했다.

구파 일방의 모두 인정하는 근접전 최고의 필살기 합마공(蛤蟆功)이었다.

백수가 발을 구르자 지면이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요동치면서 백수 근처에 있던 병사들의 발목과 정강이 뼈를 부러뜨렸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유 환명의 처소 앞은 병사들의 비명 소리와 들고 있던 병장기를 땅에 떨구는 소리로 뒤덮였다.

높은 곳에 자리를 잡은 궁병들은 지면의 상황을 보고 적잖이 당황하면서도 오래 ㄴ훈련을 받은 병사들답게 자신들의 할 일을 잊지 않았다.

백수 또한 그들을 보고 있었다. 한 둘이 아니라 최소 서른 명 이상 되는 숙련된 궁사들이었다. 모두 피하면서 도망까지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걸 쓰고도 내 정신이 버텨 줄 지는 모르겠지만, 안 쓰면 화살받이가 되겠구나.'


백수는 합마공을 쓴 지 얼마 안 돼서 단전 주위가 찌릿찌릿했지만, 고민할 시간도 없었다. 이미 궁사들이 활 시위를 당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백수는 배꼽이 튀어나올 때까지 힘껏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내공을 집중했다.

이 기술은 상대 뿐 아니라 본인에게도 충격이 남을 수 있어서 어지간한 위기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지 말라는 타골 선사의 엄포가 있었다.

백수가 보기엔 지금이 바로 그 어지간한 위기 상황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악!!


천지를 뒤흔드는 듯한 고함 소리가 상단 전체를 휘감았다. 백수를 향해 날아오던 화살은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공중에 멈춰있다가 조각이 나면서 흩어졌고, 백수 주위에 있던 궁사들은 눈과 귀에서 피를 흘리며 땅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사자후(獅子吼)


마치 부처가 모든 악한 자와 귀신과 지옥의 괴물들을 쓰러뜨리듯 백수의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고함은 수십 명의 궁사들을 전투불능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나 연속으로 내공 소모가 극심한 기술을 사용한 백수 또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일어나야 해. 아버지를 찾아야..."


백수의 생각과는 달리 그의 몸은 바닥에서 움직일 줄 몰랐다.

팔과 다리에서는 핏기가 사라지고 호흡 또한 가늘어졌다. 희미해지는 시야 사이로 수많은 무사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백수의 정신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으나 그의 몸은 익숙치 않은 내력의 소모로 인한 탈진으로 더 이상 움직일 기운이 남아있지 않았다.

북적거리는 발소리의 주인공은 모용 세가의 일검대였다. 모용 훤의 지시로 유세 표국에 오긴 했지만 변방의 상단까지 오게 한 가주의 명령에 내심 불만에 차 있던 그들이었다.

파견된 일검대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조 색은 쓰러진 청년이 보여준 상승 무공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곳에서 사자후를 보게 될 줄이야 생각도 못 했는데...

방심했다면 우리도 저 꼴이 되었을 것이다."


조 색은 눈, 코, 입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져있는 궁사들을 가리켰다.

다른 일검대 무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검대 중 한 명은 성 대웅이 조 색을 보며 말했다.


"저 아이는 대체 뭘까요? 사자후도 그렇지만 그 전에 썼던 기술도 그렇고 무공의 깊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일단 본가에 데려가서 심문을 좀 해봐야겠다.

어디의 뭘 하던 녀석인지 그리고 모용 세가에 적의를 품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봐야지."


그러나 조 색의 지시를 받은 성 대웅은 백수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어디선가 날아온 검이 쓰러진 백수 앞에 깊이 박혔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나타난 이는 무명이었다. 아무래도 백수의 상태가 걱정되었던 그는 허 성과 천명에게 구 숙정 추적을 맡기고 자신은 백수를 구하기 위해 돌아온 것이다.


"너는 또 누구냐. 여기가 모용 세가의 상단이라는 건 알고 있느냐?"


"여기가 언제부터 모용 세가의 상단이냐. 여긴 유세 표국이다."


무명의 말에 조 색의 얼굴이 굳어졌다. 모용 세가의 이름을 듣고서도 전혀 기가 죽지 않는다면 보통 적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쫓겨난 유세 표국의 무사들인가? 일개 상단의 호위 무사가 이 정도의 무공을 가지고 있다니... 가주님께서 우릴 보낸 게 이런 이유에서인가.'


일검대의 무사 스무 명은 조 색이 검을 쥐는 것을 보고 일사분란하게 전투 준비를 갖추었다. 오랜 시간 모용 세가에서 끊임없이 훈련하고 경쟁하며 일검대의 자리까지 올라온 경험 많은 무사들이었다.

모용 세가에서 그들보다 우위에 선 자는 가주의 직속 제자들 뿐이니 실상 모용 세가의 2인자들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스무 개의 검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본 무명은 미소를 지었다.

독고 구검은 상대의 무기 형태를 가리지 않지만 그래도 역시 검을 상대할 때 최강의 위력이 발휘되는 검결의 진수였다.

수많은 검술 고수들과의 싸움은 자신의 성취도를 측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할 수 있었다.

무명은 땅에 박힌 검을 집어들었다. 상대는 서서히 포위망을 넓히며 무명과 백수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아군의 수가 적보다 많을 때 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전형적인 전술이었다.

그리고 첫 공격은 항상 상대의 후방에서 시작된다.

무명은 마치 보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뒤에서 쏜살같이 달려드는 무사 한 명의 검을 간발의 차로 피한 후, 그의 넓적다리를 베었다.

쓰러진 무사의 잘린 동맥혈관에서 피가 분수첯럼 뿜어져 나왔다.


"멍청하긴! 진영을 깨지 말고 자리를 지켜라!"


조 색의 추상같은 호령에 일검대의 무사들은 다시 자신의 자리를 정비했다. 같은 일검대라고는 하나 그들 사이에도 엄연한 실력 차이와 위계는 존재했다.

조 색은 일검대 경력이 가장 오래 됐고 실력과 경험도 뛰어났기에 그의 한 마디에는 일검대 모두를 따르게 하는 위엄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무명이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아랫 것들 호령은 그만 하고 네가 한 번 나서보지 그러나."


그러나 경험 많은 조 색은 어린 무명의 도발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시정 잡배 같은 놈이 더러운 입놀림만 배웠구나. 네가 상대하는 것이 누군지 알기나 하느냐?"


"시정 잡배랑 말싸움이나 하는 놈이 뻔하지. 같잖은 이름 알고 싶지도 않으니 덤벼보란 말이다. 스무 놈이 한 명을 상대로 무슨 한심한 작태냐 이게."


이번 광역 도발은 모두에게 먹혀들었는지 일검대 주변에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입장에서 눈 앞의 무사 한 명을 상대로 진을 펼치고 나서지 말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동료 중 한 명이 불의의 일격을 당하긴 했지만 뒤를 잡았다고 방심하다 벌어진 일이었고, 자신들이 힘을 합쳐 전력을 다 하면 일 각에 쓰러뜨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들에게는 있었다.

물론 조 색도 자신들이 질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먼저 달려들다 생명이 위태롭게 된 풋내기 무사같은 희생자를 더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일검대 대부분은 요령성과 주변의 이름깨나 있는 명문가 자제들이 많았다.

그들이 혹여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기라도 하면 가주가 직접 나서서 사정을 설명해야 했다. 조 색은 가주가 그런 꼴을 당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누가 봐도 자신들이 유리한 상황이다. 굳이 도발에 넘어가 입지 않아도 될 피해를 입을 이유가 없었다.


"진을 좁혀라. 공중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라."


조 색은 무명과 맞붙어 본 적이 없음에도 무명의 도약력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대비했다.

무명은 조 색이 만만치 않은 무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무명의 전략 또한 결정됐다.


'저 놈을 먼저 잡는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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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권력의 달콤한 맛 22.10.05 400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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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동상이몽(3) 22.10.01 448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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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회의 소집(3) 22.09.24 475 5 10쪽
100 회의 소집(2) 22.09.22 461 7 9쪽
99 회의 소집(1) 22.09.21 519 7 9쪽
98 이름을 알리다. 22.09.20 509 8 9쪽
97 제대로 훈육할 생각이라면 매를 들어야 한다 22.09.20 498 8 9쪽
96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2) 22.09.16 568 8 11쪽
95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1) 22.09.15 550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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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들개 떼의 눈에 띄다 22.09.12 606 6 13쪽
91 와신상담(臥薪嘗膽) 22.09.11 602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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