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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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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1,133

작성
22.09.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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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회의 소집(4)

안녕하세요.




DUMMY

화도선 내에서 일인자로 꼽히는 철나찰(鐵羅刹) 단구(檀懼)는 몸 그 자체가 무기인 남자였다.

내공과 외공을 두루 연마한 그는 온몸을 북방의 한철로 두르고 있는 바위같은 근육의 소유자이면서도 경공과 빠른 공격을 주무기로 갖춘 뛰어난 자객이자 무사이기도 했다.

무명은 단구를 상대로 자신의 특기인 빠른 속도를 살리지 못했다.

단구의 속도가 무명 못지 않은 데다가 사이 사이에 단구와 함께 칩입한 화도선의 자객인 맥당(貉螳)이 휘두르는 언월도 때문에 무명이 원하는 거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맥당은 손잡이를 짧게 자른 언월도를 들고 있었는데, 그 또한 속도가 빠르면서도 언월도 특유의 강력한 힘은 그대로 가지고 있어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무명은 점창파의 무사들이 들이닥치기 전에 최소한 둘 중 하나는 제압할 생각이었으나, 이런 상황에서는 제압은 커녕 승패도 장담하기 힘들었다.


'호위 무사들이 들어오면 필시 인명 피해가 생길 텐데... 그렇다고 시간을 끌다가 그냥 보내줄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군.'


일부러 점창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의협단의 단원들로만 태선을 지킬 계획을 세운 건데, 이대로는 점창파의 도움 없이 이들을 제압하는 건 힘들어 보였다.

해명과 천명은 신궁 외부의 자객들을 쫓고 있어서 도움을 바랄 수도 없으니 결국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난감한 것은 단구와 맥당도 마찬가지였다. 기습이 발각된 것도 문제였고, 어떻게든 침투는 했는데, 태선을 잡지도 못했다. 밖에도 화도선의 누군가가 잠복하고 있는 기척은 있었지만, 밖의 분위기로 봤을 때 암살에 성공한 것 같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싸움을 이어가는 건 그들에게 전혀 도움될 것이 없었으나, 문제는 상대의 무공이 상상 이상이라는 사실이었다.

점창파에 자신들과 호각으로 대적할 상대는 고명자 뿐이라 생각하고 들어왔는데, 눈 앞의 무사는 자신들 둘을 상대하면서 전혀 수세에 몰리지 않았고, 오히려 점차 자신에게 유리한 형국으로 싸움을 이끌고 있었다.


'더 늦기 전에 탈출해야 한다. 내가 희생을 해야겠군.'


단구는 최악의 경우 팔을 하나 내 주더라도 상대의 주의를 끌고 동료를 탈출시켜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 명이라도 안전하게 빠져나가야 탈출의 가능성이 생긴다. 둘 다 부상을 입고 빠져나가봐야 얼마 못 가 추적대에 잡힐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곳은 점창파의 땅이고 가는 곳마다 점창파를 따르는 무관과 무사들이 가득했다.

둘 다가 힘들다면 맥당이라도 탈출시켜야 한다는 것이 단구의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은 맥당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자신보다 무공이 뛰어난 단구를 탈출시키는 것이 무사히 빠져나갈 확률을 높인다는 생각을 하면서 틈을 보고 있었다.


'어떻게든 누구라도 나가서 저 무사에 대해 보고를 올려야 한다. 어디서 튀어나온 놈인지는 몰라도 무림맹에 해가 될 수도 있다.'


두 사람이 동상이몽 속에서 공격의 속도를 높이자 무명은 두 사람의 속내를 어느 정도 눈치 챌 수 있었다.


'뭔가 하려는 움직임이군. 탈출을 시도하려는 건가?'


무명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기 무섭게 먼저 맥당의 언월도에서 마치 불길이 치솟는 듯한 투기가 솟구쳤다.

그야말로 동귀어진까지 생각한 초 극강의 한 방이었다.

무명은 단구가 있는 쪽으로 피하면서 그의 탈출은 제지하려 했으나, 그것은 무명의 실수였다.

단구 또한 팔에 차고 있는 응조수(鷹爪手)로 필살의 공격을 시도하려는 찰나였기에 무명은 두 명의 고수가 시도하는 극강의 필살기 사이에 몰린 상태가 되었다.

무명은 순간적인 판단으로 단구를 향해 파고들었다. 맥당은 이미 언월도를 휘두르는 중이라 제지하기가 힘들 것이라 생각하고 아직 공격이 시작되지 않은 단구를 노린 것이었다.

맥당의 언월도가 무명을 비켜나간 후 방 바닥에 꽂히면서 거대한 폭음과 함께 엄청난 충격파를 발생시켰다.

단구는 방의 가구가 모두 튀어오를 정도의 충격파 속에서도 자신의 응죠수를 활짝 펼쳐 세 개였던 한철 칼날을 다섯 개로 만들었다.

그리고 무명을 향해 돌진하며 철 손톱을 휘두르니 단구의 공력이 실린 응조수에서 전에 없던 살기가 번뜩였다.

무명 또한 검에 자신의 내공을 가득 실어 단구를 향해 날렸다.

초극강의 두 쇠붙이가 충돌하자 조금 전에 못지 않은 파열음과 함께 널부러져 있던 가구들이 또 한 번 요동을 쳤다.

그 충격으로 무명의 검이 두 동강났고, 무명은 바로 검 조각을 단구를 향해 발로 차 넣었다. 단구 또한 자신의 응조수를 한 번 더 휘드르면서 세 사람은 방의 이 곳 저 곳으로 튕겨 나갔다.

잠시 후, 눈을 뜬 무명은 반만 남은 검을 들고 벌떡 일어나 주위를 살폈지만 단구와 백당은 방에서 이미 사라진 후였다.

명백한 무명의 패배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 무림의 고수들과 연이어 맞붙으면서 자신의 무공에 대한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던 무명에게 무림맹의 자객 두 명이 남긴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자객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 무림맹의 고수라 불리우는 자들은 더욱 상대하기 어렵겠구나.'


무명은 뒤늦게 나타난 점창파의 무사들에게 뒷정리를 맡긴 후 방을 나섰다.

방 밖에는 허 성과 태선이 그물에 붙잡힌 조 민의 처리를 고민하고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한 명이라도 생포할 수 있어서 다행이군요."


"방에 들어온 놈들은 어찌 되었습니까?"


"부끄럽게도 놓쳤습니다. 자객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그럼 이 녀석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허 성이 태선을 보며 물었다. 태선은 잠시 생각하더니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일단 신궁의 감옥에 집어 넣고 아버님께 보고를 드려야겠습니다.

지금 장로들을 모시느라 정신이 없으신데 근심 거리를 만들어 드린 건 아닌지..."


"이건 교두의 잘못이 아니니 죄책감을 느끼실 필요 없습니다. 그럼 저희가 이 놈을 감옥으로 옮길 테니 장문인을 뵈러 가십시오."


태선이 사라지자 무명과 허 성은 그물에 걸린 조 민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하게 원하는 결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백수가 말했던 소기의 성과는 달성한 셈이었다.

아들이 습격을 받았고 그 배후에 무림맹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고명자는 무림맹에 반감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의협단이 무림맹에 가입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고, 백수가 건넨준 어음을 사용하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만들 수도 있었다.

어차피 백수에게 있어봐야 사용할 수 없는 어음이지만 그것을 점창파가 내민다면 상황은 달라지는 것이다.

아무리 무림을 지매하는 무림맹이라 해도 구파 일방의 일원인 점창파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그 와중에 이런 암살 시도까지 했으니 어떻게든 사실을 숨긴다 해도 그들이 점창파의 의견을 묵살할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거기에 잡아둔 조 민이 무림맹의 소행을 증언해주기만 하면 더욱 유리한 상황이 되겠지만, 그들의 실력과 충성심을 생각해볼 때, 그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만약 조 민이 자백을 하지 않는다 해도 무림맹의 자객 중 한 명을 생포했다는 사실의 의미는 매우 컸다.

이제 무림맹은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고심하게 될 것이다.

더 강한 실력자를 보내서 태선을 결국 죽일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 사이에서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이번 무림맹의 점창파 습격 사건으로 한동안 잘 유지되었던 강호의 허울 뿐인 평화는 그 끝을 고하게 됐다고 봐도 무방했다.


점창파에서 큰 싸움이 벌어졌을 시간에 백수는 아미파에서 정효 사태를 만나고 있었다.

술고래로 유명한 정효 사태는 자신의 앞에 놓인 큰 잔을 거침없이 들이켰다.

백수의 잔보다 두 배는 더 큰 정효만의 잔이었다.

연거푸 두 잔을 더 비운 정효가 백수에게 말했다.


"생각보다 빨리 온 것 같은데 벌써 빚을 받으러 온 건가?"


"받으러 온 건 맞는데 돈을 받으려는 건 아닙니다. 아미파가 이번 회의 때 저희를 도아주셔야겠습니다."


백수는 정효 사태에게도 여러 문파가 발행한 어음을 건네고 자신의 계획을 전해부었다. 정효 사태는 말없이 백수의 설명을 듣고 있다가 잔에 술을 넘치도록 부었다.


"네 얘기는 지금 무림맹 회의에서 남궁 세가나 모용 세가 같은 강력한 문파들에게 싸가지 없게 굴라는 거로구나."


백수는 웃으며 자신의 잔을 비웠다. 호수를 닮은 정효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그 말씀이 맞을 겁니다. 하지만 돈이 드는 일도 아니고 만약 어음을 변제해주기라도 하면 아미파에게 손해 볼 일은 없는 거지요."


"그 놈들이 쉽사리 줄 리가 없다는 걸 너도 아니까 이런 걸 나한테 넘기는 것 아니냐. 받을 가능성이 있었다면 네가 직접 받았겠지."


"제게는 그 어음을 누가 받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목표는 돈이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무림맹을 흔들겠다는 생각인가본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무림맹의 다른 문파들이 의협단의 무림맹 편입을 허락할까?"


"그래서 장문인의 역할이 중요한 겁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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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청무회(2) 22.10.08 447 4 7쪽
111 청무회(1) 22.10.07 359 5 10쪽
110 협객행 22.10.06 373 5 9쪽
109 권력의 달콤한 맛 22.10.05 402 5 9쪽
108 이름을 알리다 22.10.04 407 7 10쪽
107 동상이몽(3) 22.10.01 450 7 10쪽
106 동상이몽(2) 22.09.30 426 5 10쪽
105 동상이몽(1) 22.09.29 452 4 10쪽
104 뿌리가 썩은 나무는 새싹이 돋지 않는다 22.09.28 469 4 11쪽
103 회의 소집(5) 22.09.27 458 6 10쪽
» 회의 소집(4) 22.09.24 482 8 9쪽
101 회의 소집(3) 22.09.24 478 5 10쪽
100 회의 소집(2) 22.09.22 465 7 9쪽
99 회의 소집(1) 22.09.21 520 7 9쪽
98 이름을 알리다. 22.09.20 512 8 9쪽
97 제대로 훈육할 생각이라면 매를 들어야 한다 22.09.20 503 8 9쪽
96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2) 22.09.16 571 8 11쪽
95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1) 22.09.15 551 7 8쪽
94 날아오르려면 땅을 박차야 한다 22.09.14 583 9 10쪽
93 와호장룡(臥虎藏龍) 22.09.13 598 5 14쪽
92 들개 떼의 눈에 띄다 22.09.12 608 6 13쪽
91 와신상담(臥薪嘗膽) 22.09.11 606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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