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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연재수 :
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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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830
추천수 :
1,166
글자수 :
581,133

작성
22.10.08 19:00
조회
447
추천
4
글자
7쪽

청무회(2)

안녕하세요.




DUMMY

극광은 품 안에 든 손 도끼를 굳게 잡았다. 언제든 꺼낼 수 있도록 손이 뻗기 쉬운 위치에 놔두긴 했지만 자신의 앞뒤를 포위한 자들이 무기를 뽑을 시간을 줄 것 같지 않아보였다.

극광은 곁눈질로 주변을 살피다 바위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는 틈으로 갑자기 뛰어 들어갔다.

무명과 천명은 미리 말을 맞춘 것처럼 움직였다. 무명은 극광이 들어간 바위 틈으로, 천명은 바위 틈의 반대편으로 가기 위해 바위 위로 날아 올랐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극광이 노리던 점이었다.

고수 둘을 앞 뒤에 두고 싸우기 힘들다 생각한 극광은 어떻게든 둘을 떨어뜨려 놓기 위해 바위를 이용한 것이었다.

천명이 바위 위로 사라지자 마자 들어갔던 바위 틈에서 극광이 튀어나오며, 부채살이 펴지듯 살기 가득한 자신의 무기를 휘둘렀다.

팔뚝 길이의 손잡이가 달린 그의 도끼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무명을 덮쳐왔지만, 무명이 상대의 반격을 예상 못할 정도로 방심하지는 않았기에 극광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막아냈다.

극광은 몇 합을 교환해 본 후, 쉽지 않은 상대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나 반대편으로 간 무사까지 돌아오면 자신이 얼마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극광을 더욱 긴장하게 했다.

그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어떻게든 둘과 싸우면서 이 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살아나가는 것을 포기하고 청무회의 동료들을 부를 것인가.

자신과 상대하는 두 사람은 극광이 더 이상 고민할 틈을 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내가 죽을지 살지는 알 수가 없지만 겨우 찾아낸 이놈들이 다시 숨게 할 수는 없지.'


극광은 마음을 다잡고 동료들을 부를 폭죽을 꺼낼 준비를 했다. 하지만 상대가 알아채면 낭패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비기인 풍화폭열(風火暴洌)로 무명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극광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센 공격을 겨우 받아 넘기면서 무명은 상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자는 싸움에 뜻이 없군. 도움을 청하거나 도망을 가려는 것 같다.'


무명의 예상대로 극광은 화려한 공격을 펼치면서도 무명의 급소를 파고 들려고 하지는 않았다. 모험을 하지 않고 조금씩 뒤로 물러서겠다는 계획이었다.

예전 모용 선화에게 쫓길 때 자신이 썼던 전술이기도 했다.

무명은 상대의 움직임에 최대한 집중하면서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승부를 볼 수 도 있지만 상대는 자신이 전력으로 붙어도 만만치 않은 고수였다.

무명이 방심하고 있다고 상대가 느낀다면 그 때가 기회였다.

천명은 무공의 연성 속도도 뛰어났지만 눈치와 상황을 보는 안목 또한 뛰어난 무사였다.

아마 지금 쯤은 극광이 도망치지 않았다는 걸 눈치채고 거의 돌아왔을 것이다.

천명이 돌아오는 순간, 상대의 빈틈을 노려 한 방에 제압을 하는 것이 무명의 계획이었다.

극광이 휘두르는 도끼는 날이 두꺼운 대부의 형태였는데, 상당한 무게로 보이는 도끼를 마치 나뭇가지처럼 가볍게 휘둘렀다.

게다가 한 번 휘두르는 일 합마다 엄청난 강격과 투기를 싣고 있어서 아무리 내공을 몇 갑자씩 보유한 절대 강자라 해도 오래 버티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저렇게 무거워 보이는 도끼를 계속해서 휘두르는데도 전혀 지치질 않는군.

내공 뿐 아니라 상당한 외공도 보유한 자가 분명한데, 아예 싸울 생각을 하지 않는 건 왜지? 설마 이 자는 청무회의 척후병일 뿐인건가?'


이미 무명은 점창파 습격 사건에서 무림맹 자객들의 뛰어난 무공을 겪어봤기 때문에 지금 극광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을 수 있었다.

극광의 비루한 생김새와 어울리지 않게 큰 도끼를 보고 방심했다면, 지금 쯤 자신의 목이 땅바닥에 굴러다녔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무명은 극광이 딴 곳에 정신을 쏟지 못하게 하기 위해 땅을 박차고 올라 공중에서 검기가 가득 실린 찌르기를 날렸다.

무명의 쾌검에는 빠르기와 함께 믿을 수 없는 힘이 실려 있었고, 그걸 알고 있는 극광은 피하기를 포기하고 도끼의 옆날로 받아쳤다.

무명과 극광은 서로 충격에 몇 발자국씩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무명이 원하던 바였다.

극광의 뒷편에는 어느새 다가온 천명이 자신의 중검을 치켜들고 극광의 정수리를 노리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는 순간 이미 피하기엔 늦었다 판단한 극광이 도끼를 들어 천명의 공격을 막으면서 무명에게는 신발에 숨겨두었던 암기 수십 개를 날렸다.

암기는 무명과 극광 사이에서 빛을 내며 작은 폭발을 일으켰고, 무명의 시야가 잠시 마비되는 사이에 극광은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도끼를 들고 있던 그의 팔에는 어느새 여러 개의 폭죽이 들려 있었다.


"저 놈이 동료를 부르면 안 되오!"


하지만 극광은 동료를 부르기 위한 폭죽을 날리지 못했다. 어느샌가 그의 팔에 철가루가 묻어있는 얇은 줄이 감겨 있었고, 그것이 그의 팔을 조임과 동시에 힘줄과 뼈를 끊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폭죽과 그것을 들고 있던 팔이 땅에 떨어지고, 극광 또한 격통을 참으며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무명은 극광이 딴 짓을 하기 전에 마무리를 짓기 위해 검을 빠르게 뻗었다.

하지만 무명이 그의 숨통을 끊기 전에 극광은 자신의 혀를 잘라내 자결했다.

청무회 최고의 밀정다운 뒤끝 없는 최후였다.

무명은 상대의 상당한 실력과 최후까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던 그의 냉철함에 내심 놀랐다. 무림맹의 실력자들을 상대한 후로는 한 명 한 명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천명이 다가와 무명의 무사함을 물었다. 무명은 처음에 자기 혼자 해결할 수 있겠다고 자만했던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구 대협 덕분에 저 놈의 쓸데없는 짓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회의 때는 제 생각이 짧았던 것 같군요."


"호승심을 부렸던 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도 단주님께서는 그 부분을 꿰뚫어보시고 우리 두 사람을 같이 보내신 것 같습니다."


무명은 고개르 끄덕였다. 이제 두 사람은 극광의 시신을 여기서 먼 곳으로 치워 상대의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고 혹시나 주변에 있을 지도 모르는 청무회의 또 다른 척후병을 잡아야 했다.

밤새 바쁘게 보내야 할 참이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인 탓인지 호흡도 척척 맞았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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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청무회(3) 22.11.03 298 2 6쪽
» 청무회(2) 22.10.08 448 4 7쪽
111 청무회(1) 22.10.07 360 5 10쪽
110 협객행 22.10.06 374 5 9쪽
109 권력의 달콤한 맛 22.10.05 403 5 9쪽
108 이름을 알리다 22.10.04 408 7 10쪽
107 동상이몽(3) 22.10.01 451 7 10쪽
106 동상이몽(2) 22.09.30 427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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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회의 소집(1) 22.09.21 521 7 9쪽
98 이름을 알리다. 22.09.20 513 8 9쪽
97 제대로 훈육할 생각이라면 매를 들어야 한다 22.09.20 504 8 9쪽
96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2) 22.09.16 572 8 11쪽
95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1) 22.09.15 552 7 8쪽
94 날아오르려면 땅을 박차야 한다 22.09.14 584 9 10쪽
93 와호장룡(臥虎藏龍) 22.09.13 598 5 14쪽
92 들개 떼의 눈에 띄다 22.09.12 609 6 13쪽
91 와신상담(臥薪嘗膽) 22.09.11 606 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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