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연재수 :
115 회
조회수 :
114,733
추천수 :
1,166
글자수 :
581,133

작성
22.09.11 09:00
조회
605
추천
7
글자
10쪽

와신상담(臥薪嘗膽)

안녕하세요.




DUMMY

유세 표국 근처의 거친 산세를 유 환명을 들쳐업은 채로 힘겹게 빠져 나온 무명은 근처 마을에 가서 말을 구하려 했다.

그러나 근처 마을까지 모용 세가의 병사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물 한 모금 마시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미 체력이 바닥난 무명에게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었다.


'근처 산에서 산짐승이라도 잡아 요기를 해야겠구나.'


하지만 그들의 싸움과 이후 상황을 모두 알고 있는 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청사령의 밀정들이었다.

무명이 산 속 깊이 들어와 유 환명을 내려놓고 한 숨 돌리려는 찰나, 작은 체구의 복면인이 나무 사이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깜짝 놀라 검기를 날릴 뻔한 무명은 검을 거두고 괜한 볼멘소리를 냈다.


"이러다 한 번 싸움이 나겠소. 기습을 하려는 게 아니라면 인기척을 내면서 나타나 주었음 좋겠는데."


작은 체구의 복면인에게선 열 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어린 소녀의 음성이 흘러 나왔다.


"그런 걸 따지면서 숨어 다니면 이틀도 안 되서 꼬리를 밟힌다. 어차피 우리가 마음 먹고 은신을 하면 넌 목이 잘려나갈 때까지 알아채지도 못 해."


어린 아이의 목소리로 나오는 당돌한 도발이었지만 무명은 그 말을 어느 정도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대면한 사람들은 청사령의 장로도 아니고 일반 밀정의 역할을 수행하는 자들인데, 그들마저도 무명이 알아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후방에 접근해서 불쑥 나타난다.

만약 진짜 실력자들인 장로급 밀정이었다면 무명은 정말로 왜 죽는 지도 모르게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어쨌든 지금 무명의 관심사는 그런 일들이 아니었기에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구 대협은? 구 천명은 무사한가?"


"아직 알 수 없으나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다. 그러나 자네의 단주는 자네가 그 사람을 데리고 청해의 은신처로 최대한 빨리 돌아갈 것을 명했다."


지당한 명이었다. 큰 피해는 입었지만 중요한 건 급습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추격대에 들켜 유 환명을 다시 빼앗기거나 상처라도 입게 되면 큰일이었다.

그리고 왠지 유 환명의 상태가 정상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무명에게는 불안 요소였다.


'관평이 보고 있는 이상 유 단주님께 더러운 짓을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단주님의 상태가 너무 이상하다. 빨리 항 량에게 보여줘야 해.'


무명은 청사령의 밀정이 가져온 말에 유 환명을 태우고 자신은 말을 끌기로 했다.

유 환명의 몸 상태가 안 좋아서 빨리 이동하기가 어차피 어려웠고, 편안하게 눕혀서 이동할 마차를 구하기 전까지는 천천히 이동하는 것이 안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좋았다.

적이 무명을 발견한다면 분명 기습을 시도할 것이고, 말에 탄 상태에서 공격당하는 것보다는 걷는 중이 반격하기 수월했다.

들쳐 업힌 채로 산길을 달리고 무명과 함께 온갖 고난을 겪었는 데도 유 환명은 눈을 뜰 줄 모르고 얼굴의 혈색 또한 파리했다.

대체로 틀린 적이 없는 불길한 예감에 무명은 걸음을 재촉했다.

의협단의 본거지까지는 사흘 정도 가야 하는 강행군이라 한 시가 급했다.



이생의 약방에서 천명을 치료중이던 백수는 부친의 소식이 궁금해서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무명에게 말을 내 주었던 청사령의 밀정이 도착하자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아버님은! 아버님은 괜찮으신가?"


"단주의 아버님께선 지금 무명과 함께 사천의 은거지로 향하는 중입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이나 확실치 않은 중독 증세를 보이더군요.

은거지에 당도하자마자 의원이 확인을 하겠지만 독의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백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기 위해 입을 굳게 다물었다.

관평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가만히 있었을 리가 없다. 그 뿐 아니라 명문 정파에서 딸자식의 시아비를 독살하려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그만한 망신도 없는 것인데, 저들은 겁도 없이 독을 사용한 것이다.


'내가 너희들을 사람된 최소한의 도리를 아는 자들이라 생각한 것이 실수였다. 아버님께 아주 작은 후유증이라도 남는다면 너희들은 그 무엇보다도 더러운 최후를 맞게 될 것이다.'


그 때 백수에게 너무나도 반가운 음성이 들렸다. 작은 신음 소리에 불과했지만, 천명이 의식을 되찾은 것이었다.


"으....으으윽." "구 대협! 정신 차려보게!!"


"왜 이리 춥습니까...? 머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데..."


얼굴에 있던 피부가 사라지면서 뼈가 훤히 드러났으니 천명은 고통보다도 살을 에이는 추위를 먼저 느꼈다.

마치 북방의 얼음 벌판 위에 알몸으로 서 있는 것처럼 끝도 없는 냉기와 추위가 천명의 온 몸을 엄습했다. 태어나서 이런 고통을 처음 겪어보는 천명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비틀었다.

백수는 이생을 보며 안타까운 멀굴로 말했다.


"불을 좀 피울까요?"


"추워서 느끼는 추위가 아니니 그런다고 추위를 안 느끼지는 않겠지만 마음의 안정을 도도할 수는 있을 겁니다."


백수는 얼른 나뭇가지를 가져와 불을 피운 후, 잠시 목을 축이러 나온 이생에게 금화 몇 개를 건넸다.

좋아할 줄 알았던 이생은 황실의 금화를 보고는 자못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혹시 약초를 구하러 다닐 때도 금화를 뿌렸습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사실 지금 당신들의 행동은 보통 사람의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만약 은화 한 두푼이면 살 약초를 사면서 지금처럼 금화를 뿌려댔다면, 의심이 많은 마을 사람 중 누군가는 관청에 신고를 했을 겁니다.

당신들의 상황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주의를 끌고 다녀서 좋을 건 없을 것 같군요."


백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생에게 고개를 숙였다.


"의원의 고견에 탄복했습니다. 제가 마음이 조급하여 그런 부분을 생각지 못했어요.

앞으로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여기서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한 셈이니 어서 떠나는 게 좋을 겁니다.

허름한 마차에 늙은 말을 사서 끌게 하십시오. 가는 길에 동네의 거지 몇 명을 태워서 함께 가면 도움이 될 겁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끌면서 다가오지는 않도록 하는 게 거지들이지요."


"좋은 생각이군요. 그리 하겠습니다. 이건 지혜를 빌려주신 값입니다."


이생은 백수가 준 금화를 뿌리치지 않았다. 만약 백수 일행이 범죄자가 맞다면 자신은 범죄자를 숨겨주고 치료해 준 벌로 매를 맞거나 장사를 못 하게 될 수도 있으니 이 정도 돈은 받아도 된다는 생각이었다.


"조심해서 가시오. 항상 주변의 시선을 조심해야 합니다. 누가 날 주의깊게 보는지 미리 살피는 사람들이 오래 살더군요."


백수는 이생이라는 사람에게 관심이 생겼으나 지금은 때가 아니라 다음에 다시 한 번 찾아오겠다 결심했다.

그리고 백수는 이생이 조언한 대로 늙은 말에 마을의 거지 두 셋을 설득해 마차에 태웠다. 청해에 볼일 있다는 거지들은 신음을 흘리며 누워있는 천명을 보고 조금 놀란 눈치였지만, 잠깐 불편한 기색을 보인 후로는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이생 말대로였다.



먼저 출발한 무명이 은거지에 도착하고 이틀이 안 되어 백수 일행이 탄 마차가 골동품점에 도착했다. 유 환명의 생환에 눈물을 쏟으며 반겼던 안 량과 안 호는 큰 부상을 입은 천명이 도착하자 침통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백수는 자신을 책망하는 것 같은 안 량의 눈빛에 또 한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예전의 안 량이었다면 호랑이같은 눈빛 아래로 병법에 대해 반 나절은 붙잡혀 설교를 들어야 했을 상황이지만, 안 량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지력은 뛰어나지만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아직은 어린 백수에 대한 불안감이 현실화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누군가의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그는 그런 생각을 누구에게도 내보이지 않기로 했다.


'어찌 됐든 엄청난 재력을 가진 건 사실이고, 난 제대로 된 급여만 받으면 되는 거겠지.'


누군가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속내를 마음 속 더 깊은 곳으로 꼭꼭 숨겨 넣었다.

유 환명과 천명은 항 량의 집중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도 항 량이 화상과 같은 살갗 치료에 뛰어난 능력을 보였던 실력자라 천명의 얼굴 치료는 순조로웠다.

얼굴 말고도 여러 곳에 화상과 비슷한 형태의 독창이 남아 있었지만, 의협단의 은거지에서는 훨씬 여유롭게 비싼 약초와 탕재를 준비할 수 있었기에 치료는 순조로웠다.

문제는 유 환명이었다.

어떤 약을 사용한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백약을 써도 효험이 없었다.

이런 저럼 방법을 모두 사용해 본 항 량은 결국 예전 자신을 가르친 사부에게 은밀히 서신을 보내 증상과 해결책을 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승의 답이 왔다.

스승이 내린 진단은 놀라웠다. 환명이 시취단(屍臭團)이라는 독에 중독된 것 같다는 내용이었는데, 충격적인 것은 그 뒤에 적힌 내용이었다.


[시취단은 이십 년도 더 된 옛날에 마교에서 사용하던 악독한 술법이다. 오래된 시체에서 떨어지는 진액으로 만드는데 그 독에 중독되면 오감이 둔화되고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며 결국 시체와 같은 형상이 되어 죽는다.

오래된 술법이라 해독제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지인이 그 독에 감염됐다면 주위에 마교의 인물이 있다는 뜻이니 필히 그를 잡아 해독제를 찾아야 할 것이다.]


마교라니... 백수와 일행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존재의 등장이었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는 무림 정파의 자정을 목표로 세우고 활동해 온 의협단인데, 마교라는 이름이 들어서면 싸움의 양상은 전혀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 분의 말씀이 맞다면 유세 표국에 마교의 인물이 있었다는 뜻입니까?"


"구 대협을 저렇게 만든 구 숙정이라는 사람이 가장 수상했는데, 이미 죽어버렸으니 알 길이 없네. 해독제를 빨리 찾아야 할 텐데."


잠시 고민하던 백수는 청사령을 호출했다. 오랜만에 날신한 형체의 그림자가 백수의 눈 앞에 스르르 모습을 보였다. 교연이었다.


"찾으셨습니까." "응, 찾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백수는 잠시 고민하다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지금 쯤 중원에 있을 것 같은데, 약선 운 효령을 찾아줘."




행복한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실세 왕백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정말로 갈려 나갔습니다. 22.10.08 181 0 -
공지 100번 치면 바위도 뚫는다. +1 22.09.24 143 0 -
공지 안전장비는 날 지켜주지 못한다. 22.09.17 115 0 -
공지 앞뒤가 바뀐다는 건... 22.09.08 180 0 -
공지 공지입니다. 22.08.19 866 0 -
115 왜 아무도 남지 않았는가 24.02.25 44 1 13쪽
114 고요한 학살 23.02.05 146 3 12쪽
113 청무회(3) 22.11.03 298 2 6쪽
112 청무회(2) 22.10.08 447 4 7쪽
111 청무회(1) 22.10.07 359 5 10쪽
110 협객행 22.10.06 373 5 9쪽
109 권력의 달콤한 맛 22.10.05 402 5 9쪽
108 이름을 알리다 22.10.04 407 7 10쪽
107 동상이몽(3) 22.10.01 450 7 10쪽
106 동상이몽(2) 22.09.30 426 5 10쪽
105 동상이몽(1) 22.09.29 452 4 10쪽
104 뿌리가 썩은 나무는 새싹이 돋지 않는다 22.09.28 469 4 11쪽
103 회의 소집(5) 22.09.27 458 6 10쪽
102 회의 소집(4) 22.09.24 481 8 9쪽
101 회의 소집(3) 22.09.24 477 5 10쪽
100 회의 소집(2) 22.09.22 465 7 9쪽
99 회의 소집(1) 22.09.21 520 7 9쪽
98 이름을 알리다. 22.09.20 512 8 9쪽
97 제대로 훈육할 생각이라면 매를 들어야 한다 22.09.20 503 8 9쪽
96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2) 22.09.16 571 8 11쪽
95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1) 22.09.15 551 7 8쪽
94 날아오르려면 땅을 박차야 한다 22.09.14 583 9 10쪽
93 와호장룡(臥虎藏龍) 22.09.13 598 5 14쪽
92 들개 떼의 눈에 띄다 22.09.12 608 6 13쪽
» 와신상담(臥薪嘗膽) 22.09.11 606 7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