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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연재수 :
1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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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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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1,133

작성
22.10.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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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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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동상이몽(3)

안녕하세요.




DUMMY

고명자는 주위를 한 번 천천히 둘러본 후 자신의 두 번째 안건을 꺼냈다.


"사실 두 번째 안건은 첫번째 안건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어음의 원래 소유자는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한 청년인데, 사천과 청해 근처에서 활동하는 의협단이라는 작은 문파의 단주입니다.

그는 정의감과 의협심이 강하고 무림의 미래를 걱정하는 훌륭한 청년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가 무림맹의 일원이 되어 무림 정파의 발전을 위해 힘을 쓸 기회를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 것이 왔구나 하는 표정이 진 가민과 정효 사태에게서 떠올랐다.

정효는 자신이 백수를 돕겠다 약조를 맺긴 했지만 실제로 의협단이 무림맹에 가입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었다.

현재의 무림맹은 답답하고 보수적인 집단이었다.

무림맹의 일원이 되려면 본주들 중 절반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분위기로 보아 찬성표를 던질 사람은 자신과 청성파, 점창파 정도였다.

남궁 세가와 모용 세가, 소림사와 당문 그리고 화산파 등은 듣도 보도 못한 문파의 무림맹 가입을 반길 리가 없었다.

정말로 무림맹에 들어오고 싶었다면 백수는 이런 공작을 벌이는 대신 무림맹에 돈을 바치거나 모용 세가에 줄을 대는 것이 훨씬 유리했다.


'여기까지는 네 뜻대로 됐다만 이제부터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고명자의 연설이 끝나자 남궁 천율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신도 갑자기 나타난 어음과 그 어음들의 주인이라는 청년에 대한 관심이 없지는 않았으나, 그것과 무림맹 가입은 별개의 문제였다.

무림맹의 신규 가입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것은 송 지명의 철칙이었다.

자신의 호기심으로 이것을 어기면 뒤따라올 며칠의 잔소리를 감내해야만 했다.


"자, 그럼 정창파의 고명자 장문인이 내신 안건인 의협단의 무림맹 가입에 대한 가부를 정해야겠군요.

간편하게 거수로 결정하십시다. 의협단의 무림맹 가입에 찬성하시는 본주께서는 손을 들어주십시오."


이 때 정효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이미 예상했던 자신과 고명자, 진 가민 뿐 아니라 당문의 오 독경과 공동파의 현장, 그리고 개방에서 병중인 방주 대신 참가한 후계자 후보 중 한 명인 태선까지 손을 들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꿈쩍도 하지 않을 거라 예상했던 모용 훤이 번쩍 손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정효에게는 놀라운 사건이지만 모용 훤은 이미 어느 정도 회의에서 나올 안건과 내용을 짐작하고 있었다.

중원 사방으로 안 뻗친 곳이 없는 그의 정보망 덕분이었다.

2년 전 쯤 벌어졌던 본가 습격 사건 때부터 추격대의 몰살, 그리고 그 이후 벌어진 모종의 사건들에 눈을 떼지 않았던 모용 훤은 가진 정보력을 총동원하여 사건들 뒤에 숨은 배후 인물을 쫓았다.

결국 그는 백수의 근처까지는 도달했으니 그가 일 년 전 갑자기 모습을 감추는 바람에 추적의 실마리를 잃고 말았는데, 최근 그의 행적이 여기저기서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정사 대전 때 문파들이 뿌렸던 어음을 가지고 있으며 청성파와 아미파, 점창파를 뒤에서 도울 정도의 재력과 인력을 갖춘 자, 모용 훤은 그가 일 년 동안 발톱을 감추고 있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유가 궁금했다.


'그 자의 목적은 대체 무엇인가? 돈이 목적이었다면 점창파는 몰라도 청성파나 아미파에까지 어음을 전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미파나 청성파는 그 정도 금액의 어음을 계산해 줄 능력이 없다. 차라리 내게 가져왔다면 돈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생각을 안 했을 리가 없는데...

다른 사람 손을 빌려 어음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건 안전한 방법도 아닐 뿐더러 돈을 받는다 해도 장문인들이 안면 몰수를 하면 돈을 받아낼 방법도 요원하다.'


결국 모용 훤이 선택한 방법은 모습을 감춘 그를 이 곳으로 불러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지금 의협단의 무림맹 가입을 승인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무림맹의 일원이 된다면 한 번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야 한다. 그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모용 세가가 자랑하는 최고의 밀정들을 총동원해서 그 자의 비밀을 모두 밝혀낼 생각이었다.


손을 든 사람의 수를 세어보던 남궁 천율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 참,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는데... 지금 찬성과 반대가 같으니 바로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게 됐소이다. 이럴 때 규정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봐야 하는데..."


남궁 천율이 말을 듣던 모용 훤이 조용히 일어나 입을 열었다.


"여기 계신 분들 중에는 아직 의협단이라는 곳이 어떤 문파인지 장문인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니 의협단의 장문인을 직접 불러 그의 말을 들어보고 다시 결정하도록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모용 훤의 조리있는 발언에 남궁 천율의 낯빛이 밝아졌다.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헌데 의협단의 장문인을 지금 바로 부를 수 있을 지 모르겠군요."


"이 안건이 가결되었다면 당장이라도 이 곳에 와서 장문인들께 인사를 해야 했을 테니 아마도 근처에 와 있을 겁니다.

진 대인이나 고명자 장문인이 아시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어떻습니까?"


고명자는 정세를 훤히 내다보는 모용 훤의 날카로운 시야에 내심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뛰어난 무공 없이도 모용 세가를 강호의 최강자로 키워낸 남자는 뭐가 달라도 달랐던 것이다.

이번에는 진 가민이 고명자를 대신해 모용 훤에게 대답했다.


"모용 대인의 말씀대로 의협단의 단주인 왕 백수는 지금 무림맹 본채 밖에 있는 객잔에서 회의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견이 없으시다면 지금 그를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진 가민의 지시를 전해들은 무림맹의 무사 한 명이 본채를 나와 근처의 객잔으로 향했다.

무림맹 본채에서 얼마 벗어나지 않은 작은 객잔에 머무르고 있던 백수와 구 천명은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무림맹의 무사를 보고 대강의 상황을 이해했다.


"회의 결과가 나왔나 보군요. 가입이 된 걸까요?"


"안타깝게도 아닌 것 같네. 무림맹의 일원이 되었다면 대접이 지금과는 다르겠지.

화산파에 기대를 걸어봤는데, 자유분방한 호걸도 무림맹 안에서는 어쩔 수 없나 보군."


백수는 무림맹의 무사가 용건을 전하기도 전에 그를 재촉해 객잔을 나섰다.

구 천명의 백수의 뒷모습을 보며 약간 불안한 기분도 들었다.


'설마 무림맹 안에서 쓸데없는 짓을 하려고 들진 않겠지만, 뭔가 꺼림칙하긴 하구나.


천명은 백수의 뒤를 천천히 따르며 주위를 살폈다. 이 곳이야말로 정파 무림의 총 본산이자 모든 힘과 권력이 집중되는 곳이었다.

남궁 세가와 무림맹 본채가 있는 이 곳에서 감히 허튼 짓을 할 얼간이는 없으리라 생각하는 것이 상식적이겠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상식적이지 못한 사람을 여럿 보아온 천명으로서는 경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온 몸이 긴장을 하면서 피부가 팽팽해지자, 천명의 얼굴 반 쪽이 후끈거렸다.

여러 차례의 수술로 녹아내린 얼굴 피부는 거의 복구가 되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얼굴 같지 않은 느낌이 들고 때로는 불이 나는 것처럼 화끈거렸다.

사람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는 호탕한 성격이었던 구 천명은 큰 부상 이후로 약간 말수가 적고 어두운 사람으로 변했다.

그러나 부상을 입은 후 그의 의협심과 악한 자들을 처단하겠다는 정의감은 더욱 깊어졌다. 가끔은 불의에 대한 적의가 강하게 나타날 때가 있어서 걱정스러워 보일 때도 있었지만, 구도장파의 실력자는 정도를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힘을 사용했다.

부상 이후 그는 외부에서는 삿갓을 벗지 않았다. 약선과 항 량이 심혈을 기울인 결과로 얼굴에 흉터가 거의 남지 않았음에도 천명은 자신의 얼굴을 사람들이 보는 것을 원치 않았다.

주변을 순찰하던 무림맹의 무사들이 가끔 천명을 흘깃거렸다. 그러나 삿갓을 눌러쓴 것을 제외하면 천명은 그저 풍채 좋은 젊은이의 행색이었다.

백수에게 다양한 무공을 전수받은 후, 천명은 많은 무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소지한 무기가 많으면 움직임이 둔해지고 여러 상황에 맞는 무기를 사용하려다 보면 생각이 많아져 급박한 상황에 유리하지 않았다.

그래도 백수는 천명이 구도장파의 무공 또한 계속 연마해 나가길 바랬지만, 지금의 천명에게 구도장파의 도검술은 거추장스러운 과거의 유산일 뿐이었다.


백수가 우각정에 들어서자 모든 본주들의 관심이 백수에게로 쏠렸다.

적어도 삼십대 이상일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은 백수의 어린 나이에 놀랐고, 강인한 무인의 얼굴을 하고 있을 거라 예상했던 이들은 희고 고운 백수의 외모에 놀랐다.


"아니 뭐야, 이렇게 아름다운 무인을 이제야 만나다니 나 혼인을 너무 일찍 한 건 아닐까 후회가 되기 시작하는데?"


농을 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절대 빠지지 않는 영 서강이 백수에게 다가오며 먼저 말을 걸었다. 백수가 그를 보며 공손하게 포권했다.


"화산파의 영 대협을 봽습니다."


영 서강은 고개를 숙인 백수를 보며 껄껄 웃었다.


"대협이라는 호칭을 얼마만에 들어보는지 모르겠는데 기분이 괜찮구만. 오늘은 술맛이 좀 나겠는데?"


남편의 주책을 보다못한 임 증요가 영 서강을 가로막고 나섰다.


"한 문파의 문주에게 이게 무슨 추태입니까... 왕 단주는 어서 와서 앉으세요."


"감사합니다. 입 대협."


영 서강 뿐 아니라 그의 부인까지 깍듯이 예우하는 백수를 보며 본주들이 평가를 시작했다.


'예를 아는 자로군.' '재물을 믿고 까부는 놈은 아닌 것 같긴 한데...'


하지만 어찌 됐든 백수가 무림맹에 어음을 들이대고 돈을 요구한 자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백수는 이제부터 여러 선입견과 나이 든 무사들의 꼿꼿한 고집을 꺾고 자신의 목적을 이루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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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청무회(1) 22.10.07 360 5 10쪽
110 협객행 22.10.06 374 5 9쪽
109 권력의 달콤한 맛 22.10.05 403 5 9쪽
108 이름을 알리다 22.10.04 407 7 10쪽
» 동상이몽(3) 22.10.01 451 7 10쪽
106 동상이몽(2) 22.09.30 427 5 10쪽
105 동상이몽(1) 22.09.29 452 4 10쪽
104 뿌리가 썩은 나무는 새싹이 돋지 않는다 22.09.28 470 4 11쪽
103 회의 소집(5) 22.09.27 459 6 10쪽
102 회의 소집(4) 22.09.24 482 8 9쪽
101 회의 소집(3) 22.09.24 478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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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회의 소집(1) 22.09.21 521 7 9쪽
98 이름을 알리다. 22.09.20 513 8 9쪽
97 제대로 훈육할 생각이라면 매를 들어야 한다 22.09.20 504 8 9쪽
96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2) 22.09.16 572 8 11쪽
95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1) 22.09.15 552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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