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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실세 왕백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암사
작품등록일 :
2022.06.14 22:05
최근연재일 :
2024.02.25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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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81,133

작성
22.10.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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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이름을 알리다

안녕하세요.




DUMMY

백수는 상당한 무공을 갖춘 무사 둘의 호위를 받으며 우각정에 올랐다.

사실 호위라기 보다는 감시에 가까웠지만, 정파 무림의 최중심이자 정파의 본주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 들어서는 것이다 보니 오히려 경계가 허술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우각정에 앉아있던 모든 장문인들의 시선은 거침없이 올라온 백수에게 집중되었다.

모두 속으로 백수에 대한 첫인상을 재고 있을 때, 그런 걸 별로 따지지 않는 영 서강이 다가와 백수의 눈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니, 엄청 젊잖아! 스물 둘이나 셋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데?

게다가 무지하게 잘 생겼어! 우리 부인이 딱 좋아하는 얼굴인데, 안 그러오?"


시큰둥한 얼굴로 잔을 비우던 임 증요가 관심없다는 투로 백수를 돌아보며 답했다.


"그렇네요. 살결이 희고 고운 것이 당신 어릴 때를 닮았네.

당신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뻔히 알면서 그렇게 술을 마셔댄 거에요?"


"어, 왜 얘기가 그리 흘러가는 거지. 아무튼 잘 왔네. 어서 앉지."


흠칫 놀란 영 서강이 뒤로 물러섰다. 백수가 싱긋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무림의 수호자이시며 강호의 진정한 협객들이신 여러 본주님들을 만나게 되어 참으로 큰 영광입니다. 저는 의협단의 단주인 왕 백수라고 합니다."


우각정에 모인 모든 이들이 백수에게 궁금증을 가졌으나 그래도 맹주에게 순서를 양보하기 위해 참는 모습이었다.

남궁 천율이 눈을 반짝이며 백수에게 물었다.


"솔직히 나는 의협단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데 어느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소?"


"딱히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은 없습니다. 의협단은 뜻이 맞는 무인들이 곤경에 처한 백성과 약자를 돕고 강호의 정의를 지켜 나가고자 힘을 합텨 만든 무인 연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때가 아니면 질문하기 힘들거라 생각한 진 가민이 급히 말을 이어 받았다.


"무공이 뛰어나다고 들었는데 혹시 어느 스승께 사사를 받았는지 알려줄 수 있겠소?"


"강호에 위명을 널리 알린 분은 아니라서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타골 선사께 제가 아는 모든 무공의 지식을 전수받았습니다."


"타골....? 선사라면 소림의 수도승이신가?"


모설 대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뭔가 깨달았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입을 다물었다. 모설 대사의 모습은 많은 장문인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엔 모용 훤이 차분하지만 근엄한 목소리로 백수를 보며 말했다.


"들은 바로는 단주가 여기 있는 어음을 가져온 장본인이라고 하던데 어음들은 어떻게 구한 것이며 오늘 여기에 어음을 보여준 이유는 무엇이오? 어음을 제대로 처리하고 싶었다면 무림맹의일원이 된 후 직접 보여주는 것이 나았을 텐데."


모용 훤의 베일 듯한 날카로운 시선에도 백수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백수는 장문인들이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모두 예상하고 있었다.


"이 어음들은 제 선친에게 물려받은 것입니다.

제 선친은 오래 전에 상단을 운영하시면서 어음을 모으셨습니다. 그러다 사정이 있어 어음을 사용하지 못하시게 되자 제게 물려주셨지요.

저는 사실 이 어음을 가지고 여러 장문인들을 압박할 생각 같은 건 없습니다만, 이 어음이 무림에 풀린 어음의 전부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음들에 대한 대비를 하셔야 한다는 걸 주지시켜 드리기 위해 이것들을 가져온 겁니다."


"대비를 한다... 어떻게 말이오?"


"무림맹에서 과거 발행했던 어음을 모두 지급하겠다고 발표하십시오. 과거의 것이니 지급할 이유는 없지만 신의를 지키겠다는 의미로 절반의 값을 쳐 주겠다고 하시는 겁니다. 그러면 여기저기서 어음을 가지고 나올 겁니다.

대부분의 어음들은 만들어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여기저기 흠집이 있을 겁니다. 어음의 진위를 의심할 만한 꼬투리는 쉽게 잡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보관이 잘 되어 흠을 잡을 수 없는 어음도 있을 텐데?"


"모든 어음을 지급하지 않으면 주변의 원성을 살 뿐 아니라 무림맹의 신뢰를 오히려 떨어뜨릴 수도 있으니 상태가 좋은 어음들은 지급 하셔야겠지요.

그래봐야 전체 어음의 일 할이나 이 할 정도밖에 안 될 겁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저희 의협단에서 모두 지급해드릴 것이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기저기서 조그만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어지간하면 놀라지 않는 모용 훤 조차도 이번에는 조금 놀란 눈치였다.


"의협단에서 모두 지급한다고? 총액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도 안됐는데 말이오?"


"저희는 이전의 사료들을 모두 조사하여 어음의 총액과 진짜로 인정받을 만한 어음의 금액이 얼마나 될 지를 어느 정도 계산해 놓은 상태입니다.

오차가 크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변의 술렁거림이 잦아들고 장문인들의 머리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저 청년은 엄청난 부자다.'


어디서 튀어나왔고, 어떻게 재물을 모은 것인지는 저들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눈 앞의 청년이 자신들이 상상한 것 이상의 재력가이며, 가까이 하면 나쁠 것이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장문인들의 생각이 눈에 뻔히 보이는 진 가민과 정효 사태 등은 자신들이 다른 본주들보다 조금이나마 앞서 나갔다는 사실에 흡족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백수는 누가 뭐래도 무림의 장문인들이 가까이 두고 싶어하는 인물이 되었다.

그들의 목적이 호기심이던 아니면 이용 가치이던 간에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무림맹에 새로운 식구를 맞아들이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니 본주들께서는 궁금한 것이 있다면 빼놓지 않고 확인해주길 바라오.

질문이 끝나면 다시 한 번 여러분들의 의견을 묻도록 하지요."


처음에 절반의 찬성을 얻었던 상황에서 이제는 만장일치가 기대되는 상황으로 급변했다는 걸 정효는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의협단과 누가 더 가까워지느냐, 그리고 그의 재물을 누가 먼저 얻어내느냐의 경쟁으로 바뀐 듯한 분위기였다.


'다들 새 물주가 생겼다고 좋아하는 것 같은데 저 청년은 그리 만만한 인물이 아니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진 가민은 쓴웃음을 지었다.

본주들의 요청으로 빠르게 진행된 두 번째 하나마나한 표결은 하나마나한 결과로 이어졌고, 의협단은 명실상부한 무림맹의 일원이 되었다.

남궁 천율은 수하를 시켜 무림맹의 일원임을 나타내는 명판을 만들도록 지시했고, 백수는 우각정 한 편에 자신의 자리를 얻게 되었다.

원래 본주가 되려면 3년 간 무림맹에 충성을 다 하는 모습을 보인 후 다시 회의에서 결정하는 것이 규칙이었기 때문에 의협단은 무림맹의 회의를 소집하거나 회의에 참여할 자격이 없었지만, 본주들의 동의 하에 특별히 회의 참여를 허락받았다.

앞으로 어음의 처리를 논하기 위해서는 백수의 참여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백수는 무림맹의 일원이 됨과 동시에 본주만 모이는 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까지 얻게 되었다.

이것은 모두 백수가 오래 전부터 준비한 계획의 일환이었다.

백수는 이제 정파의 모든 장문인들이 모인 앞에서 모용 선화의 악행을 밝힐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하여 모두가 백수의 말을 듣게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모용 세가는 무림맹 안에서 남궁 세가 조차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의협단 또한 무림맹 내에서 어느 정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지 못하면 아무리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와 본들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 분명했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장문인들의 신뢰를 얻고 모용 세가의 여러 악행들을 모두 수집하여 한번에 뿌리까지 흔들지 못하면 결국 우리가 당하게 된다.'


장문인들이 따라주는 잔을 받아 마시면서도 백수의 머리 속엔 다음 계획에 대한 고민만이 가득했다.

딴 생각에 빠진 백수의 곁에 정효가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생각이 많은 건 알겠는데 여기서는 즐기라고. 우각정은 우리들도 아무 때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그리고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구경 거리도 있지."


정효가 가리킨 곳에서는 화산의 영 서강이 주변에 굴러다니는 대나무를 주워 만든 낚시대로 대어를 낚아 올리고 있었다. 틈만 나면 검 한 자루와 빈 술병을 들고 중원을 돌아다니는 그는 한 평생을 자유롭게 살았던 부친의 영향을 받아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를 못했다.

다행히 부인인 임 증요 또한 비슷한 성격의 소유자라 남편을 어느 정도 이해해 주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집에서 쫓겨나지 않는 것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돌고 있긴 하지만, 그가 백수도 알고 있는 독고 구검을 제대로 연마한 화산파의 최강자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것 좀 보시게들! 황금 잉어다. 월척이야!!"


영 서강의 품에는 그의 두꺼운 팔뚝만 한 잉어가 황금빛 비늘을 출렁이며 퍼덕거리고 있었다.

잉어는 기력을 회복하고 몸 속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데 효과가 좋아 '강 속의 영약'이라 불리우는데, 특히 황금빛 비늘을 가진 놈은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는다.

우각호에서는 낚시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긴 하지만 누구도 화산파의 장문인을 제지할 수는 없었기에 영 서강은 이 곳에 올 때마다 좋아하는 술보다 낚시에 집중하곤 했다.


"여기서 낚시를 몇 번 했는데 황금 잉어를 잡은 건 처음이구만.

자네가 어복이 있나 보네그려."


영 서강이 백수를 보며 한쪽 눈을 찡긋거리자 백수가 공손한 포권으로 화답했다.


"자 그럼 이제 요 놈을 맛있게 요리하는 일만 남았는데...

오랜만에 맹주께서 실력 발휘를 좀 해주시겠소?"


술에 얼큰히 취해 얼굴이 붉어진 남궁 천율이 영 서강의 말을 듣고 흐릿해진 눈을 돌려 잉어를 바라보았다.


"올해도 잊지 않고 이 고셍 와 주신 본주 여러분들께 그 정도는 해 드려야겠지요."


남궁 천율은 영 서강에게서 잉어를 건네 받고 자신의 술상 앞에 있는 그릇 위에 올려 놓았다.

백수는 남궁 천율이 대체 뭐 하려고 그러는지 알 수가 없었으나 뭔가 놀라운 것을 보게 될 것 같다는 예감은 들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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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청무회(1) 22.10.07 360 5 10쪽
110 협객행 22.10.06 374 5 9쪽
109 권력의 달콤한 맛 22.10.05 403 5 9쪽
» 이름을 알리다 22.10.04 408 7 10쪽
107 동상이몽(3) 22.10.01 451 7 10쪽
106 동상이몽(2) 22.09.30 427 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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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회의 소집(3) 22.09.24 478 5 10쪽
100 회의 소집(2) 22.09.22 465 7 9쪽
99 회의 소집(1) 22.09.21 521 7 9쪽
98 이름을 알리다. 22.09.20 513 8 9쪽
97 제대로 훈육할 생각이라면 매를 들어야 한다 22.09.20 504 8 9쪽
96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2) 22.09.16 572 8 11쪽
95 진창에 발을 들였으면 더러워질 각오를 해야 한다(1) 22.09.15 552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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