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라인검의 서재입니다.

고양이집사의 은밀한 사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라인검
작품등록일 :
2022.04.22 03:25
최근연재일 :
2022.05.31 17:3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7,896
추천수 :
1,645
글자수 :
264,550

작성
22.05.28 12:10
조회
164
추천
8
글자
12쪽

마이너스 공적 6

DUMMY

주소지에 적혀 있던 청원구 은성로 89길 23 덕일아파트 206동 301호를 향했다.

출발 전 미리 검색해서 버스노선을 확인했기 때문에 거침없었다.

지하상가에서 버스를 갈아탔고 율내동 농협 앞에서 내렸다.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김희수의 집까지 걸어서 10분.

날씨가 추워 빨리 걸었더니 더 빨리 도착했다.


아직 오전 10시도 되지 않은 시간.

어제 몇 마디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김희수는 대학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대학은 벌써 종강했으니 취준생으로 집에 있을 거다.


어제 늦게 들어갔는데 갑자기 아침부터 알바를 구하러 갈 리 없다.

집에서 뒹굴뒹굴 퍼져 있겠지 싶었다.

23살짜리 여자가 어떻게 마이너스 공적 점수를 가지고 있는지도 들이닥쳐 보면 알거다.


걸어가며 은겸이 걱정했던 건 건이 강이가 아무런 위협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하게 있는 경우.


이럴 때를 대비해 적절한 변명거리도 만들어두어야 했다.

밴드 회원으로 고양이를 입양하면 두세 번 정도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고 하는 건 어떨까?


보호소에서 입양할 때 증인으로 회장 김연자가 사인도 했으니 그럴듯한 변명이다.

고양이는 처음 키워본다고 했으니 어려운 건 없는지 들어도 보고 도움도 줄 겸 방문했다고 하면 반박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완벽하다.

스스로 생각해 낸 방법들이 만족스러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어느새 김희수의 아파트 앞이었다.

301호까지 계단으로 올라갔다. 심호흡을 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기다렸다.

인기척이 들리지 않아 초조해졌다.

없는 척 하는 건가?


“김희수씨! 저 어제 함께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봉사활동 했던 청주냥이사랑 밴드의 서은겸이에요. 안에 있어요? 있으면 문 좀 열어주세요!”


이렇게까지 말을 했는데도 조용했다.

은겸은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했다.


고양이코를 활성화했다.

후각이 열리며 미세한 냄새까지 모두 들어왔다.


어제 맡았던 김희수의 향을 떠올렸다.

피부에서 나던 묘하게 불편한 냄새와 진한 섬유유연제향과 동일한 향을 찾았다.


없다! 이 집안에는 김희수에게서 나던 섬유유연제 향이 나지 않는다.

기억 속에 저장된 건이 강이 냄새도 꺼냈다.

301동 안에 일치하는 냄새가 있는지 코를 씰룩이며 확인했다.


역시 없다!

301호에는 김희수의 섬유유연제 향도 건이 강이 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냄새도 전혀 나지 않았다.

고양이 눈으로 찰칵 사진 찍듯 저장해 놓은 주소인데 잘못 기억한 걸까?


아니, 그럴 리 없다.

제우스 시스템에 반하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제우스 시스템이 옳다는 쪽으로 진행해야한다. 두부집사 사건으로 확실해졌으니.


그렇다면 김희수가 틀린 주소를 적어 놓았을 확률이 크다.

전화를 해볼까? 하지만 주소도 틀린데 휴대폰 번호라고 정직하게 적었을까?


엉뚱한 번호를 적었을 것이다. 너무 만만하게 봤다.

공적점수 마이너스가 의미하는 것을.


제대로 한방 먹은 기분이다.

혹시 몰라 은겸은 외우고 있던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 예상했던 일이라 놀랍지 않았다.

계단을 통해 아파트 밖으로 내려왔다.


<건이 강이 구조 제한시간 : 9시간 08분>


1 시간이 넘게 훌쩍 지나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고 환승 대기하고 다시 걸어서 온 것까지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아니, 아직 괜찮아...

초초해지려는 마음을 억지로 위로해보았다.

당연히 쉽게 구할 줄 알았는데 일이 꼬여버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라 다음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차가 있었으면 시간을 많이 절약했을 테지만 은겸은 운전면허증이 없다.


차가 있다 해도 쓸모없다.

운전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불편하긴 하지만 지금까진 참을만했다.


동생이라도 있었으면 믿고 의지하고 기댈 수 있으련만.

막막할수록 정신차려야한다.

분명 건이 강이를 찾을 수 있을 거다.


구할 수 있다.

하지만 혼자는 한계가 있다.

차가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던 한주영 언니가 생각났다.


은겸은 언니에게 전화했다.


“언니, 통화 가능해요?”


- 은겸씨 전화라면 언제든 오케이지. 왜요?


“어제 저희 밴드 회원 김희수씨가 건이 강이 입양한 거 알죠?”


- 당연히 알죠. 근데요?


“어제 건이 강이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김희수씨 품에서 불안해하던 게 마음에 걸려 적응은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해서 김희수씨가 서류 작성할 때 슬쩍 봐둔 주소로 와 봤거든요.”


개인정보 불법 취득으로 고발당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은겸은 사실대로 말하는 게 편했다.


- 은겸씨 감을 믿고 행동했군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구요?


“그게... 김희수씨가 적은 주소에 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휴대폰 번호로도 전화해봤는데 없는 번호라고 나오니까 건이 강이가 걱정되고 무척 불안해요.”


- 이런! 어쩌면 좋아. 그럼 건이 강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거에요? 전 김희수라는 사람을 어제 처음 봐서 잘 몰랐어요.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제 생각엔 주소를 정말 아무렇게나 막 적어 놓은 건 아닐 거에요. 분명 김희수씨와 연관된 주소일 가능성이 커요. 아니었다면 아예 있지도 않는 주소를 적었을 테니까요. 저는 여기서 조금 더 알아보고 움직일 생각인데 제가 뚜벅이라 이동이 너무 불편해서 혹시 같이 다녀주실 수 있을까 싶어 전화 드렸어요”


- 아... 당장 달려가서 도와주고 싶은데 저 지금 약속이 있어 이동 중이에요. 혹시 취소 가능한지 전화해보고 다시 연락 할게요.


“바쁘면 그냥 두세요. 저 혼자 찾아볼게요.”


- 아뇨!! 제가 안 괜찮아요. 고양이 일인데 그냥 둘 수 없죠. 조금만 기다려요. 바로 연락할게요.


선택은 탁월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는 게 아쉬웠다.

그래도 주영 언니라면 약속을 일찍 끝내고라도 도와주러 올 거다.

그때까지 은겸은 건이 강이 위치를 확보해야 했다.


추적 스킬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건이 강이 이름을 바꿨을까 불안하긴 했다.

그랬다면 은겸이 두 아기고양이를 쫓을 단서가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은겸이 현재 있는 곳에서 아이들을 추적하는 거라 스킬이 얼마나 먹힐지도 알 수 없다.


새로운 시도였다.

지금까지는 가출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위치를 정해왔지만 지금은 은겸이 서 있는 곳에서 사방으로 10km까지 추적을 해야 한다.


원격으로도 가능했으니 이런 방식도 가능하긴 할 거다.

김희수가 청주시에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추적 스킬을 실행했다.


건이 강이 두 마리를 동시에 추적하는 건 카이저와 시에나 때 경험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때문에 건이를 대상으로 정했다.

건이 이름과 나이, 그리고 현재 위치를 생각했다.


<공적 100점을 소모하여 스킬 추적 실행.

추적대상 : 고양이(코숏)

이름 : 건이.

나이 : 2개월.

위치 : 현재 서은겸이 서 있는 곳.

날짜 : 10월 01일.

지정 위치기준 반경 10km이내만 탐색 가능>


청주는 청원군과 합친 후 면적이 상당히 넓어지긴 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주민들이 예전 청주시 지역에 밀집되어 살아가기 때문에 탐색 범위 안에서 찾을 확률은 높았다.


50, 60대 나이 지긋하신 사람이라면 몰라도 23살 대학졸업을 앞둔 취준생이 시골에서 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은겸이 추적 스킬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상태 창이 열리고 은겸이 서 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지도가 나타났다.


<추적 중...>


이란 문구가 몇 번 깜빡이더니 사진동에 붉은색 점이 나타났다 선이 되어 움직였다.

날짜 지정을 10월 1일로 하면서 그때는 이름이 없었는데 추적이 가능할까 싶어 또 하나의 실험 차원에서 해본 건데 사진동부터 시작하는 걸 보니 이름이 생기기 전 추적도 가능한 것 같았다.


움직이는 걸 보니 아마도 엄마 뱃속인 듯 했다.

그런 추측이 가능한 이유는 선이 움직이는 동선이 막 태어난 아기의 움직임이 아니었기 때문.

아마도 건이와 강이를 임신한 엄마가 아이들을 안전한 곳에 낳기 위해 돌아다니는 듯했다.


집고양이들은 새끼를 낳고 두 달 이상 수유기간을 가진다.

그래서 더 건강하고 면연력도 좋은 편인데 반해 길고양이는 모성본능이 유별나게 강한 어미고양이를 제외하면 거의 한달 남짓 수유를 하고 독립시키는 경우가 많다.


중성화 되지 않은 길고양이 암묘는 일 년에 두 번 이상 새끼를 임신하고 낳다보니 모성 본능이 점차 사라지는지도 모른다.

때문에 길에서 태어난 새끼고양이는 면역력은 물론 생존률도 떨어진다.

어미가 반복적인 임신과 출산으로 영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기형묘를 출산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건이 강이도 어미묘가 둘만 낳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구조되어 보호소까지 온 건 큰 행운.

하지만 그 힘겹게 잡은 행운이 김희수에게 입양되어가며 깨졌다.


은겸은 깊은 상념에서 깨어나 건이를 나타내는 선이 어제 봉사했던 유기동물보호소까지 이어지는 걸 확인했다.

추적해야할 동선이 많고 길어질수록 추적이 느려진다는 것도 알게 됐다.

정말 필요한 일이 아니라면 날짜를 늘리는 건 조심해야겠다.


드디어 보호소에서 다시 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은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숨을 죽이고 선의 움직임을 쫓았다.

빠르게 움직이는 선이 한 번 멈췄다 다시 움직였다.


어제 봉고로 체육관까지 데려다줬고 회원들과는 거기서 작별인사를 했을 거다.

어쩌면 회원들 중 차가 있는 사람이 김희수를 데려다 줬을지도 모른다.

아기고양이를 입양해 가는 김희수를 위해.


그렇다면 추적스킬을 사용하지 않아도 김희수의 집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김희수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자신의 집을 보여줄 사람이 아니다.


주소와 휴대폰 번호까지 가짜로 적은 여자가 집 위치를 공개했을 리 없다.

데려다준다는 사람이 있었어도 핑계를 대며 빠져 나왔을 거다.


생각할수록 은겸은 김희수를 못된 여자로 만드는 자신의 모습에 놀랐다.

마이너스공적 점수를 보지 못했다면 김희수의 어디에도 악하고 못된 모습은 보지 못했음에도.


제우스시스템이 은겸에게 선입견을 심어주는 건 아닐까?

은겸의 긴 상념을 끝낼 문구가 떴다.


<건이 위치 확인 -

청주시 흥덕구 흥대로 28번길 45. 태양빌라 301호>


도로명 주소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 휴대폰에 입력해 구주소를 확인했다.

가신동이다. 현재 은겸이 서 있는 위치에서 거의 반대쪽 끝이고 은겸이 살고 있는 개경동의 옆 동네다.

은겸의 원룸에서 엄청 가까운 곳에 건이 강이가 있었다니 놀라웠다.


이 말인즉 왔던 길을 다시 그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

걸어서 버스정류장까지 가서 버스를 기다리다 오면 타고 다시 환승해서 가야하는 코스.


또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자동차로 가면 20분이면 충분히 질러 갈 수 있는 거리에 한숨이 나왔다.

바로 연락한다던 한주영언니는 감감무소식.


<건이 강이 구조 제한시간 : 8시간 39분>


추적에 거의 30분이나 걸렸다.

날짜를 너무 길게 잡은 탓이다.

여유부리다 또 잘못될 것 같아 은겸은 일단 움직이기로 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선추코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고양이집사의 은밀한 사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타 사이트 유료화로 인해 비공개전환합니다. +4 22.10.26 60 0 -
50 마이너스 공적 9 22.05.31 188 9 12쪽
49 마이너스 공적 8 +1 22.05.30 173 7 13쪽
48 마이너스 공적 7 22.05.29 165 8 12쪽
» 마이너스 공적 6 22.05.28 165 8 12쪽
46 마이너스 공적 5 22.05.27 166 8 12쪽
45 마이너스 공적 4 22.05.26 160 9 11쪽
44 마이너스 공적 3 22.05.25 173 9 12쪽
43 마이너스 공적 2 22.05.24 172 10 11쪽
42 마이너스 공적 1 22.05.23 172 9 12쪽
41 캣커뮤니케이터 16 22.05.22 175 8 13쪽
40 캣커뮤니케이터 15 +2 22.05.21 190 10 11쪽
39 캣커뮤니케이터 14 22.05.20 170 9 14쪽
38 캣커뮤니케이터 13 22.05.19 182 8 12쪽
37 캣커뮤니케이터 12 22.05.18 177 11 12쪽
36 캣커뮤니케이터 11 22.05.17 170 10 12쪽
35 캣커뮤니케이터 10 22.05.16 175 9 12쪽
34 캣커뮤니케이터 9 22.05.15 176 9 11쪽
33 캣커뮤니케이터 8 22.05.14 177 9 12쪽
32 캣커뮤니케이터 7 22.05.13 180 9 12쪽
31 캣커뮤니케이터 6 22.05.12 184 9 12쪽
30 캣커뮤니케이터 5 22.05.11 189 10 12쪽
29 캣커뮤니케이터 4 22.05.10 181 8 12쪽
28 캣커뮤니케이터 3 22.05.09 191 9 12쪽
27 캣커뮤니케이터 2 22.05.08 190 11 12쪽
26 캣커뮤니케이터 1 22.05.07 203 12 12쪽
25 고양이 탐정 14 22.05.06 244 9 12쪽
24 고양이 탐정 13 22.05.05 212 7 12쪽
23 고양이 탐정 12 22.05.04 204 7 12쪽
22 고양이 탐정 11 22.05.03 219 7 12쪽
21 고양이 탐정 10 22.05.02 223 11 12쪽
20 고양이 탐정 9 22.05.01 215 11 11쪽
19 고양이 탐정 8 22.04.30 232 11 12쪽
18 고양이 탐정 7 22.04.29 220 10 12쪽
17 고양이 탐정 6 22.04.28 216 9 11쪽
16 고양이 탐정 5 22.04.27 233 10 13쪽
15 고양이 탐정 4 22.04.26 215 11 10쪽
14 고양이 탐정 3 22.04.25 224 11 11쪽
13 고양이 탐정 2 22.04.24 216 9 12쪽
12 고양이 탐정 1 22.04.24 241 9 12쪽
11 제우스 시스템 11 22.04.23 226 10 12쪽
10 제우스 시스템 10 22.04.23 252 10 11쪽
9 제우스 시스템 9 22.04.23 246 11 11쪽
8 제우스 시스템 8 22.04.23 239 10 11쪽
7 제우스 시스템 7 22.04.22 249 10 11쪽
6 제우스 시스템 6 22.04.22 285 11 12쪽
5 제우스 시스템 5 22.04.22 323 13 12쪽
4 제우스 시스템 4 22.04.22 382 12 11쪽
3 제우스 시스템 3 +1 22.04.22 498 14 11쪽
2 제우스 시스템 2 +1 22.04.22 665 1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