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라인검의 서재입니다.

고양이집사의 은밀한 사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라인검
작품등록일 :
2022.04.22 03:25
최근연재일 :
2022.05.31 17:3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27,878
추천수 :
1,645
글자수 :
264,550

작성
22.04.26 19:00
조회
214
추천
11
글자
10쪽

고양이 탐정 4

DUMMY

마치 어제처럼 기억이 선명하다.

열심히 헤라야~하고 불러도 제 이름인 줄 알면서 자기 내킬 때만 와서 애교를 떨고 간다.

열 번 넘게 불러도 관심 없으면 쳐다도 안보는 도도함과 시크함이 고양이의 매력이다.


한없이 개냥이처럼 굴다가도 어느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귀찮아하며 숨어버린다.

그럴 때마다 각종 캔과 간식으로 유혹하지만 그것도 통하지 않을 때가 태반이다.


아주 가끔 귀찮다는 듯 니가 그렇게 원하니까 내가 한입만 먹어줄게 라는 태도로 할짝이다 귀여워서 만지려고 다가가면 어딜 함부로 만지냐!! 라는 듯 쌩하고 구석으로 숨어버리는 녀석이었다. 헤라는.


다행히 발목을 잡고 있던 일이 거의 마무리되어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

도착하는 대로 직접 발품을 팔아 찾아보겠다고 김건형은 다짐했다.


“고양이가 먹는 주식과 간식 이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대체 왜?”


“스노우뱅갈을 구조했다는 사람이 주인의 성별과 고양이 나이, 중성화시기, 주식, 간식 등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계속 접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건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니까 그 인간은 왜 그런 걸 요구하는 거지? 보호 중이면 다야? 헤라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그런 걸로 판단하려 하지?”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답답합니다.”


김건형은 헤라가 먹는 주 사료와 간식을 메모장에 적어 비서에게 건넸다.

말로 해봤자 몇 번이고 다시 물어볼 테니 이편이 정확할 것 같았다.


“다 알려줬으니 이젠 찾을 수 있겠지?”


“네!! 당장 찾아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노력 가지곤 안 돼!!”


“대표님 한국에 도착하실 시간에 맞춰 꼭 헤라를 앞에 데려다 놓겠습니다!!”


비서실장은 긴장을 놓지 않으며 큰 소리로 대답했다.

김건형은 믿음직스럽지 못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헤라가 놀랄 수 있으니 찾더라도 강제로 데려올 생각 말고 장소만이라도 찾아서 확보하고 보고해”


“알겠습니다”


대표님의 반려묘의 주식과 간식을 알아냈지만 비서실장은 바로 공지를 올리지 않았다.

한국과의 시차가 7시간이라 기다려야했다.

그는 부다페스트 시간으로 새벽 2시, 한국시간으로 금요일 아침 9시에 회사 전용 홈페이지에 공고를 올렸다.


[대표님의 반려묘가 즐겨 먹는 사료와 간식리스트입니다.]


나이가 7살이라고 올렸던 공지에 이어 스노우뱅갈 고양이 관련 세 번째 공지였다.


*****


금요일 아침 야간알바를 인수인계해주고 퇴근한 은겸은 바로 취침했다.

박수진의 의뢰로 고양이 랑이를 찾기 위해 천안에 가야했기 때문이다.


오후 4시 천안종합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하고 시간 맞춰 출발했다.

3시 버스를 탔더니 약속 시간까지 10분의 여유가 남아 있었다.


“저기, 고양이탐정님 맞으시죠?”


터미널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앳된 여자가 다가와 물었다.


“박수진씨? 저를 어떻게 알고 단번에?”


“탐정님 고용하고 기다리는 동안 카페에서 탐정님 관련 글 읽었어요.”


은겸은 월요일과 같은 카키색야상을 입고 있었다.

날씨가 부쩍 추워져 회색 니트와 속옷 대신 민소매를 안에 겹겹이 겹쳐 입은 상태지만 밖에선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은겸의 비닐 옷장 안엔 이 야상과 한겨울에 입을 파카 하나, 패팅 하나가 겉옷의 전부였다.

겨울은 무조건 이 세 개를 돌려 가면 입고 지낼 생각이었다.


올 겨울 의류 구입은 예정에 없었다.

하지만 탐정일이 돈벌이가 된다면 따뜻하고 세련된 코트 하나 정도는 사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마음뿐이다.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한다.

은겸은 머리가 추위에 약해 모자 달린 옷이 필요하다.


20대 초반에 예쁜 옷을 입고 싶어 큰 맘 먹고 코트를 구매했었다.

한성이를 처음 만나던 때 예쁘게 보이고 싶어 입고 나갔다 두 시간동안 찬바람을 맞고 3일간 두통에 시달렸다.


그 뒤 한 번 더 시도했다 또 망했다.

아깝지만 볼 때마다 입고 싶어지는 예쁜 옷이라 과감하게 의류수거함에 버렸다.


그 후 옷을 살 때는 실용을 먼저 생각했다.

그래도 여자라 예쁜 옷을 입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는지 항상 꿈은 꾸었다.


늘씬해 보이는 정장코트를 입고 당당하게 걷는 꿈.

꿈이었지만 기분 좋았다.

꿈꾸는데 돈은 들지 않으니까.


“진짜 글하고 똑같아요. 신기해. 참, 이거 커피. 따뜻하니 몸을 녹여줄 거에요. 많이 춥죠?”


“네 부쩍 추워졌네요. 커피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추웠는데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기분이 좋아졌다.

센스 있는 여자라 고마웠다.


가만히 있어도 고운데 웃으면 상당히 예쁠 것 같았다.

은겸의 키가 작다는 걸 알고 일부로 운동화를 신고 온 수진씨는 165센티쯤 되어 보였다.


러블러브님이 쓴 글에서 은겸을 묘사한 부분이 생각났다.

탐정님을 만날 때는 소박한 옷과 굽 없는 신발을 신는 게 예의입니다.

란 문구가 떠올라 속으로 웃었다.


본인의 실수를 다른 사람들이 범하지 않게 하기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글이었다.

딱 한 번의 탐정 활동이었을 뿐인데 댓글들도 대부분 호의적이라 다행이었다.


수진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까지 택시로 이동했다.

수진씨는 천안 주공아파트 602동으로 얼마전 이사했다.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고 코리안숏헤어 랑이와 멍이를 반려묘로 두고 있는 고양이집사였다.


랑이랑 멍이는 남매였다.

눈도 뜨지 못한 상태에서 엄마에게 버려졌다.

혹시나 싶어 하루 기다려봤지만 어미고양이가 오지 않아 위험할 것 같아 집으로 데려왔다고 했다.


사실은 세 마리를 데려왔는데 하나가 하루 만에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죽었다.

두 어린고양이를 살리기 위해 수진씨와 부모가 같이 매달렸다.

인터넷을 검색해 젖병과 고양이전용 우유를 구입해 먹여가며 살렸다.


랑이가 숫묘, 멍이가 암묘였는데 6개월에 중성화 수술을 했다.

현재 9살이었고 랑이가 가출했을 때 이사를 오는 중이었다고 한다.


수진씨 부모님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잘 되지 않아 가게를 정리하고 집도 면적을 줄여 오느라 짐이 너무 많아 다 들어가지 않았다.


안으로 들일 것과 버릴 것을 고민하는 사이 랑이가 열린 현관문으로 뛰어나갔다고 했다.

5층이었는데 위층 층계로 올라가던 랑이는 당황해서 따라온 수진씨를 피해 아래로 도로 내려갔다.

그렇게 사라졌고 바로 그날 수진씨가 당황해 카페에 글을 올렸다.


멍이는 이름 때문인지 진짜 멍해보였다.

이사짐이 제대로 정리가 안 돼 실내는 어수선했다.

랑이를 찾느라 모두 짐정리는 뒷전인 듯 했다.

그 때문에 더 비좁아 보였다.

3명이 살긴 좀 작은 아파트였다.


수진씨 아버지가 과일을 깍아 내왔고 어머님이 둥글레 차를 타왔다.

음식점을 운영할 때 아버님이 요리를 맡고 있었다고 했다.

처음 중국집으로 시작해 분식집, 일본 라면과 우동 전문점으로 바꿨는데 모두 잘 되지 않았다.

이번에 정리한 게 일본 라면과 우동 전문점.


“추운데 먼 길 오느라 고생하네요.”


“괜찮습니다. 제 일인 걸요”


괜히 탐정 일에 자부심이 느껴졌다.


“랑이를 찾을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여긴 저희도 낯선 곳이라 어디로 갔는지 짐작도 안돼요.”


얼굴에 그늘이 져 있었다.

하긴 9년이나 함께 가족처럼 산 고양이가 실종됐으니 은겸이라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다.

과일 두 조각과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일어났다.


“제가 주변을 둘러보고 올 테니 여기 계세요.

다들 모르는 곳이고 최선을 다해 찾아봤을 거라 생각합니다.

혹 느껴지는 게 있으면 전화할 테니 랑이가 사용하던 물건하고 집사님들 체취가 묻은 옷 있으면 준비해주세요.

좋아하던 캔이나 간식도요”


따라 나온다는 걸 말리며 아파트 현관문을 닫았다.

추운 날 나이든 부부와 의뢰인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이렇게 마음이 달라지는 구나 싶어 신기했다.


현관에서 심호흡을 한 번 크게 쉬고 스킬 추적을 사용했다.


<공적 100점을 소모하여 스킬 추적을 실행한다.

대상을 지정하시오>


“이름 랑이, 품종 코리안숏헤어, 나이 9살”


주소와 가출 날짜도 속으로 생각했다.


<추적대상 : 고양이(코리안숏헤어)

이름 : 랑이.

나이 : 9살.

입력한 날짜와 지정한 위치 기준으로 추적한다.

지정한 위치 기준 반경 10km 이내만 탐색 가능>


붉은 선이 아파트 입구에서 나타나 움직였다.

수진씨 말대로 계단 위로 향하던 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아파트를 나간 선은 점이 되어 주차장에서 깜빡이며 움직이지 않았다.

선이 알려준 경로를 따라 은겸이 계단을 내려가 밖으로 나왔다.


붉은 점이 은겸을 기다렸다는 듯 선으로 변하며 길게 그어졌다.

주차장 자동차 밑에 숨어 있던 랑이가 차에 시동이 걸리자 다른 곳으로 간 것 같았다.


랑이는 위험하게 대로를 건넜다.

집안에서만 9년을 살았기 때문에 위험도를 인지하지 못한 듯했다.


은겸은 조마조마했다.

랑이는 로드킬 당했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차에 살짝 치여 골목을 헤매다 어딘가에서 죽었을지도.


끔찍한 상상에 몸을 떨었다.

제발 그건 아니길 기도했다.

다행히 선이 도로를 건너 이어졌다.

움직인 시간대는 알 수 없지만 랑이는 많이 헤맸다.


선이 어지럽게 근처를 맴돌았다.

멈추면 점이 되어 깜빡이고 움직이면 선이 됐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호이마트 주변을 맴돌았다.

10분쯤 지나자 경로는 호이마트와 옆 식당가로 좁혀졌다.

잠시 후,


<랑이 위치 확인.

원조춘천닭갈비 명성 뒤뜰 화장실 안 버려진 낡은 테이블들 사이>


붉은 점이 한자리에서 깜빡였다.

마치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는 것처럼.




재밌게 읽으셨으면 선추코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고양이집사의 은밀한 사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타 사이트 유료화로 인해 비공개전환합니다. +4 22.10.26 60 0 -
50 마이너스 공적 9 22.05.31 188 9 12쪽
49 마이너스 공적 8 +1 22.05.30 172 7 13쪽
48 마이너스 공적 7 22.05.29 165 8 12쪽
47 마이너스 공적 6 22.05.28 164 8 12쪽
46 마이너스 공적 5 22.05.27 166 8 12쪽
45 마이너스 공적 4 22.05.26 160 9 11쪽
44 마이너스 공적 3 22.05.25 172 9 12쪽
43 마이너스 공적 2 22.05.24 172 10 11쪽
42 마이너스 공적 1 22.05.23 172 9 12쪽
41 캣커뮤니케이터 16 22.05.22 175 8 13쪽
40 캣커뮤니케이터 15 +2 22.05.21 189 10 11쪽
39 캣커뮤니케이터 14 22.05.20 170 9 14쪽
38 캣커뮤니케이터 13 22.05.19 181 8 12쪽
37 캣커뮤니케이터 12 22.05.18 177 11 12쪽
36 캣커뮤니케이터 11 22.05.17 169 10 12쪽
35 캣커뮤니케이터 10 22.05.16 175 9 12쪽
34 캣커뮤니케이터 9 22.05.15 176 9 11쪽
33 캣커뮤니케이터 8 22.05.14 176 9 12쪽
32 캣커뮤니케이터 7 22.05.13 180 9 12쪽
31 캣커뮤니케이터 6 22.05.12 183 9 12쪽
30 캣커뮤니케이터 5 22.05.11 189 10 12쪽
29 캣커뮤니케이터 4 22.05.10 181 8 12쪽
28 캣커뮤니케이터 3 22.05.09 191 9 12쪽
27 캣커뮤니케이터 2 22.05.08 189 11 12쪽
26 캣커뮤니케이터 1 22.05.07 203 12 12쪽
25 고양이 탐정 14 22.05.06 243 9 12쪽
24 고양이 탐정 13 22.05.05 211 7 12쪽
23 고양이 탐정 12 22.05.04 204 7 12쪽
22 고양이 탐정 11 22.05.03 219 7 12쪽
21 고양이 탐정 10 22.05.02 223 11 12쪽
20 고양이 탐정 9 22.05.01 215 11 11쪽
19 고양이 탐정 8 22.04.30 232 11 12쪽
18 고양이 탐정 7 22.04.29 219 10 12쪽
17 고양이 탐정 6 22.04.28 216 9 11쪽
16 고양이 탐정 5 22.04.27 232 10 13쪽
» 고양이 탐정 4 22.04.26 215 11 10쪽
14 고양이 탐정 3 22.04.25 224 11 11쪽
13 고양이 탐정 2 22.04.24 216 9 12쪽
12 고양이 탐정 1 22.04.24 240 9 12쪽
11 제우스 시스템 11 22.04.23 225 10 12쪽
10 제우스 시스템 10 22.04.23 251 10 11쪽
9 제우스 시스템 9 22.04.23 245 11 11쪽
8 제우스 시스템 8 22.04.23 239 10 11쪽
7 제우스 시스템 7 22.04.22 249 10 11쪽
6 제우스 시스템 6 22.04.22 285 11 12쪽
5 제우스 시스템 5 22.04.22 322 13 12쪽
4 제우스 시스템 4 22.04.22 382 12 11쪽
3 제우스 시스템 3 +1 22.04.22 498 14 11쪽
2 제우스 시스템 2 +1 22.04.22 665 1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