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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검의 서재입니다.

고양이집사의 은밀한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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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검
작품등록일 :
2022.04.22 03:25
최근연재일 :
2022.05.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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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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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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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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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캣커뮤니케이터 12

DUMMY

이 일이 황영록 자신을 속이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된 일일 가능성에 대해 따져보았다.

하지만 멀쩡한 의사부부가 왜 자신을 상대로 사기를 칠까.

어떤 이득을 본다고.


나중에 사기로 밝혀질 경우 그들이 입을 타격은 크면 컸지 결코 좋을 수 없다.

더구나 장한수를 먼저 알아보고 말을 건넨 건 자신이다.

그는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해 관심도 없었다.

그리고 말을 아꼈다.


직접 보고 직접 판단하길 원했다.

문제는 고양이와 대화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를 판단할 수 없다는 거다.

황영록은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어때? 이제 안심돼?’


= 잘 살고 있으면 됐어. 탐정아, 나 턱 좀 더 긁어줘.


‘카이저, 요구가 너무 많아지는 거 아냐? 물에 빠진 고양이 구해줬더니 먹을 거 내놓으라는 거잖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은겸은 카이저의 요구대로 턱을 긁어주었다.

카이저가 무척 만족스러운지 골골송이 더 커졌다.


‘이제 제일 어려운 질문 하나 할 거야. 준비되면 말해’


= 궁금한 게 뭔지 알 것 같아. 준비됐어. 물어봐.


‘예상했구나. 그럼 빙빙 돌리지 않고 바로 물어볼게. 납치사건의 전모. 네가 아는 선에서 말해줘’


= 납치인 거 알고 있었어?


‘당연하지.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라 그렇게 먼 거리를 잘 움직이지 않아.’


= 그렇구나. 우릴 납치한 사람은 여자야. 아빠한테 가끔 진료 받으러 오던 사람이라 시에나랑 나도 몇 번 본 적 있어.


‘다시 보면 찾을 수 있어?’


= 물론. 그 집에서 2주 정도 살았는데 납치범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면 바보지.


‘어떻게 납치당한 거야?’


= 정원에서 시에나랑 놀고 있었어. 근데 그 여자가 맛있는 간식을 들고 오더라고.

올 때마다 나랑 놀아주고 간식을 줘서 경계하지 않고 다가갔지.

정신을 차렸을 땐 뒷좌석에 있던 이동장 안까지 들어간 거야.

이동장 안이 온통 간식 천국이었거든. 아마 여자는 나만 데려가려했던 것 같아.

근데 알다시피 시에나가 껌 딱지처럼 딱 달라붙어 쫓아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둘 다 납치한 것 같아.


‘저런! 시에나가 운이 없었구나’


= 당시엔 시에나한테 바보라고 막 혼냈는데 탈출 후엔 시에나 아니었음 죽었을 거야, 난.


‘어떻게 탈출한 거야?’


= 혼자 사는 여자였어. 매일 아침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해서 우리를 꼬시고 회유하려 엄청 애썼거든.

우린 처음엔 여자를 잔뜩 경계하고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했는데 어느 순간 방법을 바꿨어.

여기서 나가려면 여자의 긴장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 거야. 받아주는 척 하면서 기회를 보고 있었어.

문이 열리는 시간을 확인하고 재며 타이밍을 노렸지. 그리고 여자가 방심한 순간을 틈타 탈출한 거야.

하지만 막상 나오고 나니 어디가 어딘지 알 수도 없고 여자는 쫓아오지 시에나는 무섭다고 징징거리지 정신없었어.

허벅지에 상처 입은 것도 나중에 알았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프고 몸에 열이 심해져 정신을 잃어버린 거야.

내가 아파하면서 앓고 있으니까 시에나가 용감해지더라고. 나 먹을 것까지 가져와서 챙겨줬어.


‘너희들 납치했던 여자 몇 살 정도로 보였어?’


= 탐정보단 많아 보이고 엄마보단 어려 보였어


‘그렇구나. 암튼 진짜 다행이야. 무사히 돌아와서’


= 이게 다 탐정 덕분인거지?


‘아니. 너희들이 탈출해줘서 가능했던 거야.’


<카이저와의 대화가 종료됐다.>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지난 걸까?

한 시간에 질문 3개면 넉넉할 줄 알았는데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다.


대화하다보면 꼭 딴 길로 샌다.

고양이도 대화가 가능한 인간이 있다는 게 사람만큼이나 신기한 모양.


“끝났어요. 카이저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말을 잘해줘서 다행이에요”


“가출 건에 대한 전모가 밝혀졌어요? 왜 그렇게 먼 곳에 있었는지도?”


“퇴원하신다면서요. 수속 밟고 가는 길에 천천히 말씀 드릴게요. 얘기가 좀 길어서요.”


“그럼, 그럴까요?”


유지연은 햇살방 안에 놓아두었던 이동장을 열었다.


“파이, 시에나, 카이저 집에 가자”


보통 고양이들은 이동장을 엄청 싫어한다.

어떻게든 들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억지로 들어가지면 나오기 위해 발톱을 세우곤 하는데 파이, 카이저, 시에나는 집에 간다는 말에 망설이지 않고 바로 이동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호텔식 병원이 좋은 환경이어도 집보다 나은 곳은 없다는 것처럼.

유지연은 이동장을 닫고 나서야 황영록 대표를 발견했다.


“어? 대표님이 여긴 어떻게?”


깜짝 놀랐다.

황영록 대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이라 생각했기에 더욱.


“카운터에서 후배를 만났는데 반려묘들 자랑하고 싶었나 보네. 갑자기 날 여기로 데려오더라고”


“그러셨군요. 대표님도 고양이와 함께 사시나 봐요? 저희 애들 소개시켜드릴까요?”


갑작스런 그의 등장에 유지연은 당황했고 말이 두서없이 나갔다.

하지만 황영록은 고양이들에겐 관심이 없었다.

그는 은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고양이들은 좀 전에 충분히 봤고... 옆에 있는 분은 누구신가?”


“아, 캣커뮤니케이터 분이세요. 고양이탐정이기도 하고. 가출한 저희 애들을 찾아줬고 이번엔 카이저와 얘기를...”


“저... 끼어들어 죄송한데 가출이 아니라 납치에요”


은겸은 소리를 낮춰 조심스럽게 유지연에게 정정했다.


“납치였어요? 세상에!!”


“사모님 이제 나가요.”


은겸은 대표라는 남자의 시선이 불편했다.

카이저의 스토리를 그가 있는 곳에서 하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파이가 있는 이동장을 들고 먼저 나갔다.


“대표님 그럼 저흰 먼저...”


유지연이 말끝을 흐리며 남은 두 개의 이동장을 들고 은겸을 따라 나갔다.


황영록은 말없이 뒤를 따랐다.

카운터에서 장한수 고양이집사가 계산을 끝내고 돌아서 아내가 들고 있는 이동장 중 하나를 받아 안았다.


카이저가 있는 이동장이었다.

카이저가 아무래도 아직은 환자다보니 조심스럽게 이동장을 받쳐 든 모양.


엘리베이터를 탔다. 네 사람은 말이 없었다.

지하 주차장은 순식간에 내려왔다. 대표란 사람도 내렸다.


그를 기다리고 있던 양복차림의 남자가 깍듯이 그를 안내했다.

수행원인지 비서인지 운전기사인지 알 수 없는 남자였다.


장한수가 그 틈에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저흰 이만 가겠습니다. 부디 대표님 의문이 풀렸기를...”


“저 여자분 명함 좀 받을 수 있을지 물어봐 주시오”


은겸을 코앞에 두고 황영록은 장한수에게 요청했다.


장한수가 은겸과 눈을 마주쳤다.

뭔진 모르겠지만 장한수 고양이집사도 은겸 만큼 대표란 사람을 어려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시선이었다.


대놓고 하는 무시와 한참 아랫사람을 보는 것 같은 태도가 은겸의 도도냥 패시브스킬을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턱을 살짝 위로 치켜들었다.


“제 명함은 저한테 요청하셔야죠.”


은겸이 지갑에서 명함을 꺼냈다.

도도냥 패시브스킬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건 막지 못했다.

겉모습만 굴하지 않는 의지를 보일뿐 내면은 대표라는 사람의 압도적인 기운에 눌리고 있었다.


명함을 꺼내기만 하고 건네지 않았다.

기다렸다. 무언의 시선이 공중에서 부딪쳤다.


“누군지도 모르는데 일방적으로 제 것만 드리기엔 애매하네요”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나왔는지 마구 칭찬해주고 싶을 만큼 대견했다.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맞나 싶기도 했다.


명함 교환을 제안하는 은겸의 의도를 황영록도 캐치했다.


“그쪽이 내 명함을 쓸 일은 없을 것 같군”


“그럼 제 명함을 드리고 그쪽에서 저를 필요로 할 때 본인을 어떻게 소개하시려고요? 서울 동물병원 지하주차장에서 명함을 받은 사람이라고 하실 건가요?”


“당돌한 여자군. 헌데 어쩌지? 난 명함을 아무한테나 함부로 남발하지 않는 주의라.”


넌 내 명함 받을 가치가 없다 는 뜻의 완곡한 표현.


은겸은 왠지 화가 났다.

자기보다 30센티 넘게 차이가 나는 큰 거구의 남자를 올려다보며 한쪽 입 꼬리를 살짝 비틀어 올렸다.


“아, 제가 몰라 봐서 죄송합니다. 저는 아무한테나 막 명함을 남발하는 사람이라 제건 그냥 드릴게요”


옜다 이거 먹고 꺼져라! 라는 표정으로 은겸이 명함을 내밀었다.

고양이집사 의사부부도 황영록도 황당한 표정이었다.

은겸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듯.


“제가 받아 두겠습니다, 대표님”


수행원인지 비서인지 운전기사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이 은겸의 명함을 대신 받으면서 명함 신경전은 마무리 되었다.


황영록은 인사도 하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바로 앞에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고급 승용차 운전석에서 누군가 황급히 내려 뒷문을 열어주었다.


황영록이 오르는 차 뒷좌석에 놓인 이동장이 눈에 들어왔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명함을 달라 했으니 당연히 반려묘가 있을 거고 병원 겸 호텔에 있는 건 그 반려묘가 아프다는 뜻이니 말이다.

명함을 받은 사람이 운전기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일이 있었던 걸 떠올렸다.

헤라 아빠가 은겸의 집에 찾아 왔을 때도 비서라는 사람이 대표의 손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은겸은 어느새 대표를 두 사람이나 알게 되었다.

여행사 대표와 방금 은겸을 무시한 그냥 대표.


명함을 달라던 사람이 누군지 모르니 은겸에겐 아직까지 그냥 대표일 뿐인 사람이다.


“뭐하는 분이에요? 포스가 장난 아니던데”


은겸이 카이저와 시에나가 있는 이동장 두 개 사이에 앉아 물었다.


“굉장하죠? 드림엔터테인먼트 CEO 황영록 대표에요.”


대답하는 유지연 고양이집사는 조수석에서 파이가 있는 이동장을 안고 있었다.


알아야 호응을 해주는데 연예계는 까막눈이다.

좋아하는 가수만 몇 명 알고 있을 뿐.

그러다보니 연예기획사도 전혀 알지 못했다.


한류 열풍인 시대를 살아가면서 은겸 만큼 한류에 무관심한 사람도 없을 거다.

아니 어쩌면 그쪽으로 관심가질 여유가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은겸과 연예계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는 관계일 거라고 생각했다.


“유명한 곳인가 봐요?”


“탐정님 간첩 아니에요? 어떻게 드림엔터테인먼트를 모를 수 있어요? 나도 아는데”


유지연은 은겸의 반응에 진짜 놀란 표정이었다.

운전하던 장한수가 뜨끔했는지 슬쩍 와이프의 팔을 툭 쳤다.


“우린 일 때문에 모를 수가 없는 거고. 연예계에 관심 없음 그쪽 관련 회사들 모를 수도 있지 그렇게 면박 주면 탐정님 서운해 해.”


“괜찮아요. 제가 좋아하는 노래, 가수, 연기자, 영화는 있는데 연예인들의 소속사는 잘 몰라요. 근데 정말 유명한 회사인가 봐요. 드림엔터테인먼트?”


“한류 선두주자라고나 할까요? 두말하면 잔소리죠. 제 남편과 협약서를 체결해서 띄우는 건 절대 아니에요.”


“협약서요?”


“그쪽 연예인들의 치아 관리를 전담하고 있거든요. 여기 치과전문의 장한수님이”


유지연이 존경과 신뢰, 자랑스러움이 담긴 시선으로 남편을 바라보았다.

눈에서 하트가 뿅뿅 거리며 발사되는 듯했다.


그때, 은겸의 휴대폰이 울렸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프리랜서로 활동을 하게 되면서 은겸은 모르는 번호를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저, 전화 좀 받을 게요.”


은겸이 전화를 받았다.


- 서은겸 캣커뮤니케이터 휴대폰 번호가 맞습니까?




재밌게 읽으셨으면 선추코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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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캣커뮤니케이터 3 22.05.09 191 9 12쪽
27 캣커뮤니케이터 2 22.05.08 189 11 12쪽
26 캣커뮤니케이터 1 22.05.07 202 12 12쪽
25 고양이 탐정 14 22.05.06 243 9 12쪽
24 고양이 탐정 13 22.05.05 211 7 12쪽
23 고양이 탐정 12 22.05.04 204 7 12쪽
22 고양이 탐정 11 22.05.03 219 7 12쪽
21 고양이 탐정 10 22.05.02 223 11 12쪽
20 고양이 탐정 9 22.05.01 215 11 11쪽
19 고양이 탐정 8 22.04.30 232 11 12쪽
18 고양이 탐정 7 22.04.29 219 10 12쪽
17 고양이 탐정 6 22.04.28 216 9 11쪽
16 고양이 탐정 5 22.04.27 232 10 13쪽
15 고양이 탐정 4 22.04.26 214 11 10쪽
14 고양이 탐정 3 22.04.25 224 11 11쪽
13 고양이 탐정 2 22.04.24 216 9 12쪽
12 고양이 탐정 1 22.04.24 240 9 12쪽
11 제우스 시스템 11 22.04.23 225 10 12쪽
10 제우스 시스템 10 22.04.23 251 10 11쪽
9 제우스 시스템 9 22.04.23 245 11 11쪽
8 제우스 시스템 8 22.04.23 239 10 11쪽
7 제우스 시스템 7 22.04.22 249 10 11쪽
6 제우스 시스템 6 22.04.22 285 11 12쪽
5 제우스 시스템 5 22.04.22 322 13 12쪽
4 제우스 시스템 4 22.04.22 381 12 11쪽
3 제우스 시스템 3 +1 22.04.22 49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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