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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검의 서재입니다.

고양이집사의 은밀한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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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검
작품등록일 :
2022.04.22 03:25
최근연재일 :
2022.05.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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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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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6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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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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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우스 시스템 10

DUMMY

“뱅갈고양이면 귀한 품종이니까 버린 건 아니겠네. 몸 상태는? 병원은 데리고 가봤어?”


“몸 상태는 좋아요. 관리 잘 받은 티가 나더라고요. 병원은 필요성을 못 느껴서 안 갔어요”


“은겸이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옳은 거겠지. 마셔.”


언니가 건네주는 커피를 두 손으로 받았다.

뜨거워 호호 불다 살짝 입가에 조금 머금었다.


“맛있다. 역시 언니가 내려준 게 최고!”


은겸은 커피를 홀짝이며 거실 안을 둘러보았다.

은겸이 함께 구조했던 양파는 소파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이렇게 보고 있으면 정말 시력을 잃은 건가 싶었다.

외부 충격으로 망막이 손상되어 불 수 없다는 진단이었지만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다.


양파는 동공이 확대된 상태로 늘 동그랗게 유지되고 있었다.

밝은 빛에서 칼눈이 되는 고양이의 특성을 잃어버렸지만 다행히 다른 감각은 정상이라 움직임에 큰 제약은 없어보였다.


시력이 80%를 좌우한다고 하는 인간에 비하면 행운인 셈이다.


“양파, 언니가 소파위에 올려놓았어요?”


“아니, 저 혼자 뛰어 올라간 거야. 가끔 얘가 정말 못 보는 게 맞는지 의심스럽다니까”


양파 외에 하지마비로 배뇨배변을 잘 하지 못해 늘 기저귀를 차고 생활하는 감자가 TV옆 방석위에 있었다.

5년 전 교통사고로 하지가 마비됐다는 감자는 현재 10살이다.


“감자는 요즘 어때요?”


“감자도 건강해. 하루 두 번 기저귀 가는 것도 습관이 돼서 얌전하고”


나머지 13마리 고양이는 어디로 숨었는지 은겸의 시야에는 잡히지 않았다.

세연언니가 살고 있는 107㎡(32평)의 아파트는 혼자 살기엔 넓은 공간이지만 고양이들을 위해 이사하지 않고 살고 있었다.


모든 공간은 방 하나를 제외하고 문을 제거해 오픈된 형식이었다.


냥이들이 편하게 오고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문이 달린 방은 새로운 고양이가 들어오면 적응기간을 같기 위한 격리실로 사용하거나 아픈 고양이를 위한 공간이었다.


오랜만에 오니 더 새롭게 느껴지는 공간들이다.

고양이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친다면 은겸 자신보다 세연언니가 더 클 것 같은데 왜 자신에게 제우스 시스템이 시작된 걸까 신기하다.


세연언니는 고양이를 위한 고양이만의 진정한 고양이집사라고 생각했다.

그에 비하면 은겸은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거다.


“호박이는요? 지난번에 갑자기 쓰러졌다고 해서 놀랐는데 괜찮아요?”


“뇌종양이래. 병원을 세 곳이나 돌고서야 알아냈어. 작은 병원은 장비가 없잖아. 충청동물의료센터에서 MRI 찍어서 병명 알아냈어. 지금 항암제랑 스테로이드제 먹이고 있는 중이야”


호박이는 14살 된 숫묘로 언니가 처음 입양한 고양이다.

14년간 병원 한 번 간적 없다던 고양이였는데...


“항암제요? 그건 사람도 부작용이 심하다고 하던데. 영화 속에선 머리카락 죄다 빠지던데 호박이도 털 다 빠지고 그래요?”


“약에 취해 잠이 많이 늘은 것 빼면 상태는 좋아. 우다다다를 젤 심하게 하던 녀석이 조용해지니까 처음엔 적응이 안 되더라고. 그래도 건강하게 잘 살았어, 우리 호박이”


“호박이는 그럼 저쪽 방에 있어요?”


“응. 한 번 볼래?”


“아뇨. 괜히 문 열었다 자는 애 깨면 어떻게요. 다음에 볼 게요”


호박이를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괜히 눈물 날 것 같고 분위기 망칠 것 같다.

언니는 애써 미소 짓고 있었지만 그 내면에 또 한 번의 이별을 준비 중인 듯했다.

특별한 능력이 생겼어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게 안타까웠다.


“배추랑 생강이는요?”


호박이로부터 화제를 돌리기 위해 은겸은 다른 아픈 고양이 상황을 물었다.


“배추는 갑상선항진증으로 하루 한번 호르몬제 먹고 있고, 생강이는 지난달에 피오줌 나오던 거 검사해서 정상 판정 받고 약 끊었어.

그래도 신경이 예민하고 신장에 있는 결석을 녹일 방법이 없으니 언제 재발할지 몰라”


배추는 11살, 생강이는 5살이었다.

참고로 세연언니네 집 고양이들 이름은 모두 채소이름이다.

생강이는 지난번 봤을 때 피오줌이 나와 검사했었고 신장에 작은 결석이 4개 정도 보인다고 해서 약을 먹던 아이다.


“신장에 생긴 결석은 그럼 어떻게 해요?”


“방법이 없대. 그냥 저절로 빠질 수 있도록 사료나 간식 줄 때 신장 결석에 좋은 사료를 먹이는 방법밖에 없는데 생강이가 그 사료를 잘 안 먹어.”


“그래도 일단 쉬 할 때마다 아파하던 증상은 완화됐다니 다행이에요”


“응. 한시름 놓았어. 애기들이 많다보니 항상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네”


“오랜만에 왔다고 살갑던 가지랑 마늘이도 얼굴을 안보여줄 모양이네요”


“그러게. 오늘 따라 왜 그러나 몰라. 인쇄할 거 줘. 바쁜 사람 잡고 하소연만 늘어 놓았네”


“제가 할게요. 컴퓨터하고 프린터만 켜주세요”


세연언니가 컴퓨터를 켜주었다.

은겸이 폰에 저장된 사진을 파일전송 툴로 컴퓨터로 옮겨 프린트했다.

컬러프린트를 써야 해서 5장만 뽑았다.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여놓는다고 찾아지는 건 아닐 테니까.


“와~ 스노우 뱅갈은 처음보네. 진짜 귀족처럼 예쁘네”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더 품위 있어요”


“오늘 안에 찾긴 힘들 테니 저녁에 시간되면 오셔도 되요”


“그래? 그럼 은겸이 좋아하는 반찬 몇 개 해서 가야겠네”


“그냥 빈손으로 오세요. 매번 부담스럽게...”


“나 원래 손 커.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나눠주는 것도 좋아해”


“그럼 거절안하고 받을게요. 저녁 때 오세요”


“그래. 있다 갈게. 근데 야간 알바는 어쩌려고 잠도 안자?”


“하하 그게 사정이 있어서 그만 뒀어요”


포장이 중요하다.

어차피 일은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잘렸다는 것보다 내 의지로 그만두었다는 게 더 듣기 좋을 거다.


위선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을 말하면 동정어린 시선을 받을 게 뻔하다.

그게 싫으니 나름 선의의 거짓말을 한 거다.

은겸은 열심히 자기 합리화를 시켰다.


“그렇구나. 뭘 하든 은겸이는 잘 할 거야.”


“네 생각해 놓은 아이템도 있고 자신도 있어요.”


틀린 말은 아니다.

잘될지 모르지만 고양이탐정을 해볼 생각이니까.


언니랑 저녁 때 만나기로 하고 은겸은 바로 지얼시티로 갔다.

지얼시티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사정을 설명했다.


“이 고양이를 어제 제가 여기 아파트 단지에서 구조했는데요, 혹시 찾는 사람 없었나요?”


“저희 아파트는 원칙적으로 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직원인 듯한 여자의 쌀쌀 맞은 답변이 돌아왔다.


“이거 스노우뱅갈이라고 굉장히 비싼 고양이에요. 분명 키우는 분이 계실 텐데... 높은 층에서요”


“찾는 분 있으면 연락드릴 테니 놓고 가세요”


여자는 끝까지 매정하게 굴었다.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아 은겸은 고양이사진과 휴대폰 번호가 적힌 프린트물 한 장을 놓아두었다.


“그럼 부탁할게요. 이거 버리지만 말아주세요”


지얼시티 1차 관리사무소도 똑같은 반응이었다.


은호어울림은 조금 나았다.

은겸이 건네준 프린트물을 게시판에 붙여준 것이다.


가진 게 많을수록 왠지 더 냉정하고 계산적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것 같아 쓸쓸했다.

지얼시티 1, 2차에서는 자신의 프린트물이 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기적이 일어나 로또라도 당첨된다면 저렇게 살지 말자고 다짐했다.

반면교사로 삼아 하지 않으면 된다.


제우스시스템이라는 기적도 생겼는데 부자가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비록 현재 통장 잔고는 5백만 원이 전부지만...

꿈은 크게 꾸고 못 먹는 감은 일단 찔러보는 거다.


집으로 돌아와 세연언니를 기다리며 밴드와 카페에도 스노우뱅갈 고양이의 주인을 찾는다고 올려놓았다.


요리솜씨가 없어 다과만 준비해두었다.

솜씨 좋은 세연언니가 바리바리 싸가지고 올 것을 대비해 밥만 미리 안쳐두었다.


약속시간에 딱 맞춰 세연언니가 왔다.

양손 가득 반찬과 먹을 것을 잔뜩 싸들고.


원룸 전체 면적이 언니네 거실만한 공간이었지만 언니는 항상 불편한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고마웠다.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은 드문데 은겸은 그런 면에서 인복이 있는 편이었다.

남친 한성이도, 은겸을 벼랑 끝에서 잡아준 담당 사회복지사도 멋진 사람들이고 우연히 만난 세연언니도 지금은 최고의 인연이 되어 있었다.


“누가 보면 시집간 딸 챙기는 엄마로 오해겠어요”


“어? 그럼 은겸이가 내 딸이 되는 거야?”


“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죠. 나이가 안 맞잖아요. 전혀”


언니랑은 18살 차이다.


“고등학교 때 임신해서 낳았다고 하면 되지?”


“어휴, 진짜 농담도 못해”


“반찬은 그냥 냉장고에 넣어뒀다 먹을 때 확인해. 이것저것 많이 해왔으니까”


“잘 먹을게요~”


“와~ 쟤구나! 스노우뱅갈 고양이!!”


흰 바탕에 표범무늬가 회색으로 알록달록 무늬가 있는 뱅갈 고양이를 언니는 단번에 찾아냈다.


낯선 사람의 등장에 제 딴엔 나름 숨는다고 TV 뒤쪽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숨어 있는 게 어찌나 귀여운지 은겸은 헤라집사가 헤라를 찾지 않아 퀘스트를 실패해서 입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귀족고양이나 고가의 고양이가 왜 이름값을 하는지 알아버렸다.


“예쁘죠? 몇 살일 것 같아요?”


“성묘인 것 같긴 한데 다 큰 고양이는 나이를 잘 모르겠어. 3살? 아님 5살?”


대화 스킬을 통해 헤라가 7살인 걸 알고 있는 은겸은 새삼 자신이 가진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실감했다.


이름도 나이도 알면서 밝힐 수 없는 게 못내 아쉬웠다.

사과를 깎고 녹차를 준비해 함께 마시며 한참 뱅갈 고양이에 대해 얘기를 나눌 때였다.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평소 은겸은 모르는 번호는 절대 받지 않았다.


“모르는 번호는 받지 마”


언니도 그렇게 말했지만 받아야했다.


“쟤 때문에 밴드랑 카페에 글 올렸어요.

지얼시티랑 은호어울림 관리사무소에 놓아두고 온 프린트물에도 제 휴대폰 번호가 있고요.

누군지 모르니까 일단 받을게요”


“스피커 켜. 같이 듣자”


은겸이 고개를 끄덕이고 휴대폰을 통화 쪽으로 밀고 스피커를 켰다.


“여보세요?”


- 카페 글 보고 전화 드렸습니다. 스노우뱅갈 고양이 보호하시는 분 맞죠? -


여자였다.

은겸의 안색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네 맞는데요?”


- 휴, 다행이다. 제가 그 아이 집사에요!! 어제부터 계속 찾고 있었거든요 -


답답했다.

거짓말하는 걸 빤히 알았지만 헤라의 집사는 남자라고 주장한다면 근거를 대라고 할 거다.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막막했다.


세연언니가 나섰다.


“뱅갈고양이 엄마시라고요?”


- 그렇다니까요! 찾아줘서 고마우니까 수고비는 드릴게요. 집 주소 알려주시면 지금 당장 출발 할게요 -


은겸이 머리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아냐, 언니. 이 여자 거짓말하는 거야.




재밌게 읽으셨으면 선추코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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