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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검의 서재입니다.

고양이집사의 은밀한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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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검
작품등록일 :
2022.04.22 03:25
최근연재일 :
2022.05.31 17:30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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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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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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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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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고양이 탐정 3

DUMMY

은겸은 어깨 위의 제우스를 쳐다보지 않기 위해 애썼다.

자신은 회복된 제우스를 퇴원시킨 걸로 기억하고 있다.


“매일 매일 와서 아기냥이한테 힘내라고 해주었는데 정말 안 됐어요.”


“그때 제우스가 죽은 원인이 뭐였더라...”


가능한 한 슬픈 표정을 지으며 은겸이 말끝을 흐렸다.


“원인불명 심장마비로 기록되어 있네요.

전날까지도 잘 회복하고 있었는데 보호자님이 방문해서 퇴원수속 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심정지가 왔잖아요”


“아... 그랬었지”


“아기냥이는 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주셨어요?”


“네. 할머니 사시는 시골 텃밭 옆 햇빛 잘 드는 곳에 묻어줬어요”


얼결에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은겸은 속으로 놀랐다.

자신에게 이런 재주가 있을 줄이야 싶었다.


“작은 생명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참 예뻐요”


“감사합니다. 제가 병원비 결제를 할부로 했는지 일시불로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알아보려 왔어요. 카드 결제 일에 맞춰 통장 잔고를 맞춰야 되거든요”


“아! 6개월 할부로 결제 하셨어요”


“할부로 결제했구나. 다행이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뭘요, 좋은 하루 되세요”


은겸은 해피한 동물병원에서 멀어질 때까지 빠른 걸음을 유지했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다니...


순발력과 뻔뻔함에 두 번 놀랐다.

내안에 또 다른 나를 발견한 기분이다.

사기꾼 기질이 이렇게 다분 했었나 싶다.


“제우스, 너 정말 정체가 뭐야? 왜 나한테 왔어?

나밖에 안 보이는 건 뭐지?

심정지로 사망한 걸로 기록이 되어 있다는 게 말이 돼?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데”


살아 있는 게 맞나?

제우스는 성장을 하지 않는다.

아기 때는 하루가 다르게 크는 게 정상이다.


한 달이 넘도록 2개월 정도의 아기고양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건 정상이 아니다.

하긴 제우스와 관련해서 정상인 게 있었던가?

다 비정상이고 비현실적이다.


제우스만 생각하면 복잡해진다.

은겸의 머리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다.


이럴 때는 그냥 무시하면 된다.

감당할 수 없는 무게는 처음부터 드는 게 아니다.

서랍 깊이 넣어 두고 없는 척 살면 된다.


아무렴 어떤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도 아닌데.


제우스 문제는 이런 이유로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평일 알바 때문에 체력 유지를 위해 3시간 정도 짧게 자고 일어나 편의점으로 출근했다.


제우스를 대놓고 데리고 갔다.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있던 남자 알바를 상대로 마지막 테스트를 해보기 위해서였다.


지난번엔 주머니 속에 있어 들키지 안았는줄 알았다.

재채기를 했을 땐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었는데 어쩌면 진짜 털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그걸 확인하기 위한 행보였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남자알바는 제우스를 의식하지 않았다.

재채기는커녕 고양이가 은겸의 어깨 위에 있다는 걸 전혀 모르는 표정이다.


이로서 제우스는 서은겸의 눈에만 보인다는 걸 확인했다.

아무도 보지 못한다면 대놓고 데리고 다닐 생각이다.


고양이와 산책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이젠 가능하다.

제우스의 진짜 정체가 뭔지는 모르지만 은겸의 눈에는 고양이로 보이니 그냥 고양이로 생각하면 된다.


야간 알바는 시간적 여유가 비교적 많다.

은겸은 한성이로부터의 연락을 계속 기다리고 있지만 소식이 없다.


여유를 가져야한다.

한성이 아버지의 일을 안 건 얼마 되지 않았을 거다.

은겸이 그 일을 극복하는데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기다려야한다.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상태 창을 띄웠다.


<서은겸 공적 : 4,540점>


언제 이렇게 많은 공적이 모였을까?

티끌모아 대산이라고 5점 10점 모아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게다가 새롭게 추가된 반복퀘스트는 천 점이나 주니 더 즐거워진다.


실버박스에서 나온 추적 스킬 덕분이다.

100점으로 브론즈박스를 구입할 수 있고 천점으로 실버박스를 구입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 살 수 있는 골드박스는 만 점이 되야 하나를 살 수 있을까?

골드박스가 열린다면 거기에선 뭐가 나올까?


만점까지 만들어 볼까 아님 실버박스를 몇 개 더 살까 고민했다.

제우스의 호감도도 올려야하지만 분위기와 포인트를 잘 잡아내야한다.


실버박스를 열었는데 공적점수가 천점 이하로 나오면 화가 날 것 같아 새벽까지 계속 고민했다.


결론이 나지 않았다.

행운을 시험하기 위해 브론즈박스 5개를 구매해 열어보았다.


<두부모래 한 상자>


<공적 110점>


<패시브스킬 : 고양이기지개 -

스트레칭으로 몸이 자유자재로 유연해 진다. 지속시간 : 1시간>


<공적 50점>


<공적 80점>


두부 모래와 패시브스킬 고양이기지개를 건졌다.

반려묘들 한 달 화장실도 값 킵 했다.


하지만 공적점수는 너무 적다.

3상자를 합해도 60점 손해.


왠지 오늘은 열어볼 때가 아닌 것 같다.

몸이 찌뿌듯했다.

고양이기지개가 어떻게 적용되는 건지 알고 싶어 기지개를 켰다.


<고양이기지개 실행

- 몸이 자유자재로 유연해 진다.

지속시간 : 1시간>


양 팔을 위로 쭉 뻗어 힘줘 뻗으니 몸도 시원해지고 하품까지 났다.

손님이 없어 맘껏 하품하며 10초정도 그대로 있다 내렸다.

목을 좌우로 돌려 보기도 했고 어깨도 움직였다.


은겸은 어릴 때부터 통나무처럼 딱딱한 몸이었다.

유연성은 제로에 가까운 몸이라 다들 신기해했다.

그렇다고 박자감각이 없는 건 아닌데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에 맞춰 안무를 따라 하려고 해도 안됐다.


팔도 짧아 브라를 입을 때 팔을 뒤로 후크를 잠그지 못했다.

늘 앞에서 후크를 잠그고 돌려서 입었다.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유연하게 뒤에서 브라 후크를 잠그고 여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부러웠다.


1시간동안 몸이 유연해진다고 했으니 얼마나 유연해졌는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팔을 뒤로 보내 브라 후크 있는 부분을 향했다.

한 번도 닿은 적 없던 곳이었다.


닿는다.

와~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뿜어져 나왔다.

이게 돼?


몸을 앞으로 숙여 손바닥으로 바닥을 찍었다.

손끝도 닿지 않았던 몸이었는데...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다.


거북한 느낌도 전혀 없었다.

몸을 뒤로 넘겨 바닥을 찍어볼까 하다 손님이 들어와 하지 못했다.

손님이 연달아 계속 들어왔다.

아침 7시 교대시간까지 꾸준히 손님이 들어와 시도하지 못했다.


오전 알바에게 인계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속시간이 지났는지 브라 후크 근처에도 팔이 가지 못했다.


패시브스킬에 재사용대기시간이 있었던가?

살펴보니 그런 부분은 없어보였다.


은겸은 집으로 돌아와 냥이들 화장실을 정리하고 물과 사료를 새로 준 후 기지개를 쭉 한 번 더 켰다.


목을 돌리고 어깨를 두어 번 움직인 후 바로 몸을 뒤로 젖혔다.

천천히 몸을 뒤로 휘어보았다.

내려갔다.


힘겹다거나 아프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완전히 젖혀지니 손바닥이 바닥을 찍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동작들을 다 시도해보았다.


TV에서 보았던 요가 장면들을 기억하며 해봤는데 불가능한 게 없었다.

한때 화제가 됐던 전갈자세 고난도 동작도 가뿐하게 소화했다.

27년 만에 몸이 원하는 대로 자유자재로 휘어지자 눈물이 날만큼 기분이 좋았다.


언제든 원하기만 하면 기지개 한번으로 몸이 이렇게 유연해질 수 있다 생각하니 거짓말 같은 기적이다.

행복한 마음으로 아침잠에 빠져들었다.


깨어나니 저녁 6시.

너무 오래 자서 몸이 찌뿌듯했다.

기지개를 켰다.


<고양이기지개 실행

- 몸이 자유자재로 유연해 진다.

지속시간 : 1시간>


고양이기지개가 실행되며 몸에 달라붙어 있던 끈적끈적한 게으름이 확 달아났다.

문자를 확인하니 자는 사이 스노우뱅갈 집사라며 5통의 문자가 와 있었다.


그중 세 통은 거의 매일 연락 좀 달라고 사정하는 것들이라 스팸 처리 했다.

두 번 이상 같은 번호로 문자가 오면 다 스팸으로 등록해버리고 있었다.


가짜 냄새를 솔솔 풍기는 문자들이었다.

그 많은 문자 중 헤라의 나이를 맞힌 문자는 하나도 없었다.


은겸은 고양이탐정 관련 문자도 두 통이나 와 있어 확인했다.

하나는 은겸이 쪽지를 보냈던 천안에 사는 고양이집사였고 한명은 부산 고양이집사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쪽지 이제 봤습니다. 랑이 찾아다니느라 정신없었네요.

성공 사례비만 받으신다니 의뢰하고 싶습니다. 연락주세요.

냥이랑 활동 닉네임은 내꼬양이고 실명은 박수진 21살이에요.

랑이 가출한지 벌써 4일째에요. 도와주세요 탐정님]


[여자탐정도 있네요?

카페에 올라온 글 보니 두시간만에 가출 고양이를 찾았다면서요?

제 고양이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의뢰합니다.

지난달 초에 나갔으니 벌써 50일이 넘었습니다.

가출한지는 좀 돼서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냥이랑 활동 닉네임은 직진남. 잃어버린 고양이 이름은 세라짱입니다.]


두 건이나 의뢰가 오다니 신기했다.

부산 직진남의 문자를 보고 카페를 들어가 보았다.


어제 막대 고양이집사가 올린 장문의 글이 눈에 띄었다.

첫 인상이 좋지 않았던 러블러브님의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사실만을 묘사했다.


글을 참 잘 썼다.

여자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보니 실망스러웠다.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작은 키에 실망했다.


2시간 동안 주변을 뺑뺑이 돌릴 때는 화까지 났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했다는 지하실로 내려갈 때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는 등 글은 차분했고 흡입력이 있었다.


어느새 은겸도 타인의 시선으로 글을 읽고 있었다.

막대를 찾는 부분의 긴장감과 반전은 감동이었다.

자신이 겪은 일인데도 이정도니 모르는 사람은 어떨까 싶었다.


부산 직진남에게는 거리가 너무 멀어 죄송하다며 문자를 보냈다.

천안 박수진에게는 금요일이나 되야 시간이 나는데 괜찮은지 물었다.


야간알바와 탐정 일을 병행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평일은 의뢰를 받지 않는 게 체력을 위해서도 좋을 것 같았다.


세상의 모든 가출 고양이를 구할 수 없는 이상 은겸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선택하고 행동해야했다.


*****


“뭐라고?”


목요일 저녁 7시 동유럽 부다페스트.

그날의 업무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김건형은 어이가 없었다.


가출한 고양이 헤라를 찾아오는 사람에게 포상금을 걸고 나름 기대하고 있었다.

일주일쯤 지나고 헤라의 나이를 직원들이 물어왔다.

짜증났지만 헤라를 찾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나이를 알려줬다.


그런데 이번엔 헤라가 먹는 주식과 간식을 물어온다.


그런 게 왜 필요하지?

사료나 간식이라도 사서 들고 다니겠다는 건가?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궁금했다.

걱정도 됐다.

하지만 여기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다.


헤라를 영영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 보고 싶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선추코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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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캣커뮤니케이터 1 22.05.07 203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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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고양이 탐정 13 22.05.05 212 7 12쪽
23 고양이 탐정 12 22.05.04 204 7 12쪽
22 고양이 탐정 11 22.05.03 219 7 12쪽
21 고양이 탐정 10 22.05.02 223 11 12쪽
20 고양이 탐정 9 22.05.01 215 11 11쪽
19 고양이 탐정 8 22.04.30 232 11 12쪽
18 고양이 탐정 7 22.04.29 220 10 12쪽
17 고양이 탐정 6 22.04.28 216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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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우스 시스템 10 22.04.23 252 10 11쪽
9 제우스 시스템 9 22.04.23 246 11 11쪽
8 제우스 시스템 8 22.04.23 239 10 11쪽
7 제우스 시스템 7 22.04.22 249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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