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기록장

A Son of The Pitcher

웹소설 > 일반연재 > 스포츠, 일반소설

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80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6.01.08 23:03
조회
632
추천
16
글자
9쪽

너무나 먼 출발선 - 12

DUMMY

**


또다시 들어오는, 이번에는 바깥쪽의 포크볼을 겨우 건드리면서 파울로 만들었다.


[7구도 파울! 타자가 이 공을 건드려 파울로 만듭니다!]


‘더 깊게 떨어뜨리실 수도 있구나!’


풀카운트에서 들어왔던, 6번째 공 포크볼.


헛스윙이 될 번한 것을 겨우 건드려서 파울을 만들었을 때, 이제 낙차는 파악했다고 생각했었다.


그 상황에서 이번엔 바깥쪽 허리 높이로 날아들었던 공.


실투가 아닌, 이건 분명히 포크볼이라고, 그렇게 머릿속에서 확신하고 그 전에 겪었던 낙차를 생각하며 힘차게 휘둘렀었다.


결과적으로는 떨어지는 공, 즉 포크볼이 맞았다.


허나 낙차가 전 것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깊었다.


방망이에서 도망가려는 그것을, 타자였던 오장훈은 겨우 갖다 맞추며 파울을 만들어냈다.


‘회전부터가 일반적인 포크볼과 다른데, 그 상황에서 떨어지는 정도도 자유자재라니……!’


포크볼은 가장 기본이 되는 포심 패스트볼과 비교했을 때 회전을 죽여 낙차를 만들어내는 구종이다.


그러다 보니 던진 이후 포수 미트에 닿기 전까지의 과정에서 눈이 좋은 타자는 그 미세한 회전의 차이를 보고 구종을 파악하는 경우도 있다.


선천적으로 타고 나야만 원활하게 잡을 수 있는 그립과 부상에 대한 위험, 그리고 그런 약점이 있기에 포크볼은 스플리터의 유행에 밀려 사장되어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포크볼의 사장됨은 결국 스플리터가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의 얘기이므로, 약점을 생각해도 그 전 시대에서는 여전히 유용했던 구종이었다.


정말로 포크볼을 제대로 구사할 줄 아는 투수도 부족했던 시대에서부터 활약했던 주정운은, 포크볼이 가지고 있던 그 보이는 것에 대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포크볼에 일반적인 것과는 달리 여러 가지 방식의 회전을 더해보기 시작했다.


당시의 타자들이 생각하고 있던 주정운의 포크볼은 회전이 적은 공.


그렇기에 회전이 잔뜩 걸린 채 날아오는 그 공을 포크볼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사실 그때 그 공은 이미 포크볼이라기보다는 그저 주정운만의 ‘떨어지는 공’이 된 것이겠지만 말이다.


아쉬운 단점이라면 기존의 그립에 손목과 팔로 회전까지 가하려니 상당한 체력 소모와 함께 부상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구사할 때 통증이 있었으나 포기할 수 없었다.


그만큼의 낙차를 가지면서 타자가 예상조차 하지 못하게 하는 공은 정운에게 없었다.


만약 그런 구질을 더 쉽게 던질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면 당연히 그것을 선택했을 것이다.


포크볼이 아닌 떨어지는 공이 필요했을 뿐이니.


그래도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별다른 부상이 없는 걸 보면 성공한 방법이 아닐까?


타이푼즈의 타자, 오장훈은 생각했다.


‘침착하자. 좁혀. 구종을 전부 생각하다보면 결국 하나도 못 친다.’


어떤 공이 날아올 것인가.


어떤 공을 던질 것인가.


저 투수의 위닝샷은 무엇이었는가.


[여기서 포수가 마운드를 방문합니다.]

[신중하게 가야겠죠.]


실컷 결정하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흐름을 끊는 포수의 행동에, 장훈은 맥이 탁 풀릴 번한 것을 겨우 다시 잡았다.


‘선배님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저 인간이…….’


참 좋은 포수다 정말.


8회 말의 1점 차에, 상대 투수는 과거의 동료.


그리고 자신은 지금 4번이다.


새로운 가족이 된 이 팀에, 뭔가 보탬이 되야 하지 않겠는가?


장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승부로 들어가는 걸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포수가 투수 주정운과의 짧은 대화를 마치고서 마운드를 내려왔고, 정운은 곧장 공을 던질 채비를 했다.


[투수, 이제 8구째를 던지겠습니다.]


슉!


그 공은 일단 변화 없이, 여태까지의 것들에 비해 제법 빠른 구속으로 바깥쪽 낮은 곳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구속만 보면 속구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대로 들어간다면 초구와 같은 장소로 도착할 공.


그렇다면 볼이다.


하지만 평소라면 스트라이크(칠 수 있는 공).


낮은 공은 버리자고 생각했던 장훈이었지만, 결국 휘두르고 말았다.


티잉!


[다시 한 번 파울!]


‘……이건 또 대체 무슨 공이지?’


또 떨어졌다.


놔두었으면 볼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떨어지기 전까지 뻗던 코스는 분명 스트라이크.


아니 오늘 주심의 존에서는 볼이다.


그러나 사람이, 심판이 그렇게 컴퓨터처럼 딱딱 맞출 수 있을 리 없다.


결국 참아내는 것도 참아내야겠지만, 그게 들어오는 것인지 볼인지 애매하다면 결국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


확연히 차이가 난다면 참는 게 당연하겠지만, 이렇게 애매한 공을 타자 혼자 판단해서 반응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만일 스트라이크 판정이라도 받아버리면?


여기까지 이어진 승부가 무색해지는 루킹 삼진(strike out looking) 아니겠는가?


‘포크볼의 낙차와 구속을 이렇게까지 다루시는구나.’


편의상 포크볼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 결국 떨어지는 공은 공인데 그게 정말 다양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잠시 장훈은 타석에서 벗어났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대로는 끝이 없다.’


평소라면 어느 정도 공 끝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안타를 때려냈던 자신이 정운을 상대로는 이렇게까지 애를 먹고 있었다.


어느 정도 자존심도 상하고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점점 초조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내가 당한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선배가 어째서 필승조에서 빠지셨는지.’


배터 박스 밖에서 방망이를 몇 번 휘둘러보고,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선 위치는 방금까지 있었던 곳과 다른, 타석의 맨 앞.


‘나가는 것만 생각하고, 변하기 전에 치자.’


어차피 구위가 모자란 공.


변화하는 순간이 문제라면 변화하기 전에 때려내자는 판단을 한 장훈이었다.


그런 장훈의 모습은, 윈즈 시절 오장훈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장훈의 위치를 확인한 리더스의 포수는 즉시 마운드에 있는 정운에게 어느 신호를 보냈다.


그 신호에 정운은 수신호로 답하며 확인했음을 알렸다.


‘예상대로인지, 예상을 벗어났다고 해야 할지.’


수신호 이후 포수에게 자신의 볼배합을 보내며 정운은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여태까지 오장훈이 우직하게 자신만의 방법을 고수하는 것만 할 줄 아는 타자라고 여기고 있었으니, 단순히 승부에서 이기기 위하여 자신의 고집을 꺾는 그 모습이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만 잘하면 됐던 윈즈에선 모두 자신이 최고로 자신 있으면서 하고 싶은 것만 했으니 말이다.


포수가 야수들에게 신호를 보내어 비어있는 공간에 타구가 향할 수도 있음을 알리고, 투수와 볼배합을 다시 확인했다.


마운드의 정운이 고개를 끄덕이고, 투구 모션에 들어갔다.


[투수 이제 제 9구!]


부드러운 투구폼 후, 정운의 손끝에서 공이 쏘아졌다.


‘……왔다!’


확실하게 스트라이크존 안을 향하는 공.


바깥쪽에 탄착점을 형성하고 날아드는 그 공에 장훈은 순식간에 배트를 휘둘렀다.


변화구가 문제라면, 변화하기 전에 그대로 받아칠 계획.


빠른 공에 구위가 좋은 투수가 상대였다면 하기 힘들 행동이었지만, 그 반대인 투수들을 상대로는 상당히 유효한 전략이었다.


장훈의 생각대로 공은 아무런 낌새도 없이 포수 미트로 향하고 있었고, 그렇게 되기 전에 먼저 자신의 배트와 정확히 맞부딪힐 것으로 보였다.


분명 그럴 터였다.


하지만,


거기서 갑자기 공이 사라졌다.


그렇게 장훈은 자신의 뒤에서, 포수 미트에 무언가가 들어가는 소리가 나는 것을 들어야만 했다.


[여기서 헛스윙! 헛스윙 삼진 오장훈! 결국 이 떨어지는 공에 삼진을 당합니다!]

[포크볼을 정말 자유자재로 다루네요. 이번 시즌 보여줬던 모습 중에 지금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주정운 투수!]


자신이 삼진을 당했다는 걸 직감했던 순간, 장훈은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거기서 공이 떨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아니 프로 투수가 그런 엉성한 공을 던졌을 리 없다고 부정했다는 게 더 정확할까?


평소의 자신이었다면 그런 공에 스윙할 리가 없었다.


바로 알 수 있는 허접한 공이니까 말이다.


타격을 할까 말까 결정하는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 벌써 변하는 공이라니, 그런 완성도 낮은 공이 프로에서 먹힐 리가 없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거기에 당한 난 뭐가 되는 걸까?’


마운드 위에서 주먹을 꽉 쥐는 주정운의 모습을 보고 장훈은 그대로 몸을 돌려 타석을 빠져 나왔다.


아무래도 이번 삼진의 충격이 금방 사라질 것 같지 않다.


덕아웃으로 향하는 장훈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작가의말

쓰다가 갑자기 컴퓨터가 뚝 멈추던…… 아아.


사실 뭐 구질이 중요할 뿐이지 구종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만.


개인적으로는 스플리터와 포크볼은 다른 구종이라고 생각합니다.


패스트볼보다 조금 느리게 날아오면서 살짝 가라앉아 땅볼을 유도하는 것과, 회전을 줄여 공을 떨어뜨리며 헛스윙을 유도하는 공.


하지만 뭐 항상 부상 위험이 있다는 말이 붙어다니기도 하고, 선천적으로 타고 나야만 제대로 던질 수 있는 공이기도 하다보니 결국 더 효율적으로 던지면서 비슷하거나 같은 특징을 지닌 구종을 찾게 되겠지요.


유행하는 체인지업이라거나.


커터, 스플리터, 투심 등을 보면 요즘은 결국 무브먼트를 줄이더라도 구속을 챙기는 게 더 유용한 것 같습니다.


괴물 같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진짜 마지막까지 참았다가 공을 확인하고 스윙하기에, 그런 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투수도 그만큼 정말 마지막까지 가만히 있다가 변화하는 공이 필요하다고 했죠(물론 구위는 있어야 하고).


메이저리그를 다녀왔던 일본인 투수가 일본 방송 중 했던 말이었는데 캡쳐본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사사키였던 것 같은데.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마도로스37
    작성일
    16.01.09 06:36
    No. 1

    잘 보았습니다.
    사족인데요.
    소설은 픽션인데 너무 사실적인 묘사에 집중 하는것 같네요.
    그리고 주인공이 아닌 사람들에 너무많은 지면할당도 인기면에는 안좋을것 같네요.
    독자들이 소설을 읽는(판타지) 이유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생각 합니다.
    얼토당토 않는 설정으로 주인공이 먼치킨이 되는 소설을 사람들이 많이 읽는 이유겠지요
    이글에서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대체로 주인공이 활약하는 소설들이 잘나가요.
    왜 그럴까요?
    소설은 위에도 적었지만 스트레스 해소용입니다.
    이소설의 주인공(계속읽은 저도 헷갈려요)이 주연으로 나와야 할것 같네요.
    죄송 합니다.
    글재주도 없는 사람이 두서없이 적었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하늘하늘해
    작성일
    16.01.09 12:05
    No. 2

    의견 감사합니다.
    너무 주인공만 강조하다 보면 정형화되어 이미지 소모가 빠르지 않을까 했는데, 어느새 주인공이 사라지고 있었지요...
    앞으로의 전개에 꼭 참고하겠습니다.
    소중한 의견 감사합니다!
    감동받았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A Son of The Pitcher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너무나 먼 출발선 - 12 +2 16.01.08 633 16 9쪽
37 너무나 먼 출발선 - 11 +2 16.01.07 638 18 11쪽
36 너무나 먼 출발선 - 10 +4 16.01.06 513 17 12쪽
35 너무나 먼 출발선 - 9 +4 16.01.05 536 17 9쪽
34 너무나 먼 출발선 - 8 +2 16.01.04 647 20 14쪽
33 너무나 먼 출발선 - 7 16.01.01 574 18 11쪽
32 너무나 먼 출발선 - 6 +2 15.12.31 548 22 7쪽
31 너무나 먼 출발선 - 5 +2 15.12.30 584 20 8쪽
30 너무나 먼 출발선 - 4 +2 15.12.29 510 21 16쪽
29 너무나 먼 출발선 - 3 15.12.28 725 23 12쪽
28 너무나 먼 출발선 - 2 15.12.25 570 18 13쪽
27 너무나 먼 출발선 - 1 15.12.24 698 21 11쪽
26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4 15.12.23 579 21 14쪽
25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3 +2 15.12.22 746 20 11쪽
24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2 +2 15.12.21 559 17 11쪽
23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1 15.12.19 775 17 10쪽
22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0 15.12.18 617 19 11쪽
21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9 15.12.17 636 18 12쪽
20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8 +2 15.12.16 660 19 12쪽
19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7 15.12.15 712 22 8쪽
18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6 (12.15 - 내용 추가) +4 15.12.14 780 21 19쪽
17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5 15.12.13 801 28 10쪽
16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4 15.12.12 855 25 8쪽
15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3 15.12.12 792 25 7쪽
14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2 15.12.11 842 28 9쪽
13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 15.12.10 1,242 31 11쪽
12 그 투수의 현위치 - 12 15.12.09 1,048 29 8쪽
11 그 투수의 현위치 - 11 15.12.08 1,198 30 8쪽
10 그 투수의 현위치 - 10 15.12.07 1,236 31 7쪽
9 그 투수의 현위치 - 9 15.12.06 1,399 36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