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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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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29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6.01.01 20:23
조회
573
추천
18
글자
11쪽

너무나 먼 출발선 - 7

DUMMY

**


셋이 일렬횡대로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지혁이 자신의 어머니 지숙과 두런두런 얘기를 하고, 그 반대편으로는 태연하게 문아의 손을 잡고 있다.


지숙이 자신의 딸인 미연도 보고 싶다고 하여, 지하철을 통해 이동하여 그 대학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거의 지혁이 끌고 가는 식으로 따라오고 있던 문아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시험이 있다면서 그간 대학의 도서관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던 문아가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지숙과의 대면이었는데, 아쉽게도 처음부터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지숙은 그 당시나 지금이나 그저 웃는 얼굴로 걷고 있었지만, 문아로서는 그 웃음이 어떤 웃음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지혁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표정으로 지숙과의 대화를 계속 했다.


“미연이 데리고 어디 갈까요? 간만에 오셨는데 밖에서 밥이라도 드실래요?”

“사고 쳐서 경기도 못나가고 있으면서 경기하는 시간에 밖에서 놀려고?”


혼났다.


“근처에서 마트나 들려서 고기 좀 사갈까? 아들, 뭐 먹고 싶은 것 있어?”


사고 쳤다니, 자신이 억울하게 당한 상황일 뿐이라고 항변하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던 지혁은 그런 지숙의 물음에 밝게 웃었다.


“음…… 불판에다가 구워 먹을까요?”


고기가 좋은 것일지, 간만에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에 신이 난 것일지.


지혁은 문아와 맞잡고 있던 손을 지숙이 보지 못하는 위치에서 신나게 흔들고 있었다.


이윽고 미연과 문아가 다니는 여대의 정문 근처에 도착한 셋은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 앞에 마련된 벤치에 앉기로 했다.


남성의 출입이 엄격한 곳인지라 신분 검사니 뭐니 그런 게 귀찮았던 지혁 때문이었다.


여전히 말이 없던 문아의 손을 놓고, 태연하게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지혁은 지숙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아버지는 어때요? 별 말씀 없었어요?”

“어차피 오늘 경기 끝나면 바로 버스 타고 이리로 올 테니까 다시 집에 올 일도 없잖니. 너도 다음 주에 원정 가니까 집에 미연이 혼자 있을 테고……. 불안하잖니.”

“문아랑 잘 지낼 텐데요 뭘.”


그렇게 말하면서 지혁이 다시 덥석 문아의 손을 잡았다.


그런 지혁의 언급에 지숙이 문아를 바라봤을 때, 문아는 조용히 그저 지혁이 하는 대로 가만히만 있었기에 지금의 느낌만 보면 정말 지나칠 정도로 얌전하고 순종적인 모습이었다.


그렇게 풀이 죽어있는 채 자신의 아들이 하는 대로 그저 놀아나는 문아의 모습이 지숙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눈에 힘을 주고 문아를 불렀다.


“김문아 양이라고 하셨죠? ……넌 그만 좀 만져!”

“아파!”


어머니의 마음이 듬뿍 담긴 등짝 스매시가 지혁의 등을 차지게 때렸다.


그 충격에 지혁의 고개가 하늘을 향했다.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그 목소리에 문아가 긴장을 숨기지 못한 채 등을 꼿꼿이 세우며 지숙을 향했다.


“네, 네! 마, 말씀 편하게 하세요!”


처음 봤을 때도 그렇고 방금도 그렇고, 뭔가 자신의 아들과 있을 때는 굉장히 활기차 보였는데 지숙 자신과 있을 때는 너무 기가 죽어 보이는 문아의 모습이다.


‘서로 많이 편한 거겠지.’


보아 왔던 옷차림들도 그렇고, 사실은 굉장히 얌전한 아이인데 지혁이 편하기에 서로 그렇게 놀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생각하는 지숙이다.


……그래도 공개적인 장소에서 그러는 건 조금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면. 우리 아들이랑 만난 지 얼마나 됐어? 아들이 한 번도 얘기를 안 해서.”


그러고 보면, 보통 여자 친구 있으면 자랑도 할 법한데 지혁은 자신의 부모님에게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었다.


지숙이 한 번도 자신의 얘기를 안 한 것 이전에, 지혁도 한 번도 자신의 얘기를 안 했다고 생각하자 문아는 조금 서운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귄지는 아직 2년 안 됐어요.”

“아~.”


그렇다면 아직 자신들이 경기도에 살고 있을 때는 당연히 몰랐겠다.


그것과 동시에 그렇다면 아직 늦지 않았겠다고 생각하며 지숙은 문아를 향해 물었다.


“아들, 지혁이 경기 보러 간 적 있어?”

“예. 많이는 못 갔지만…….”

“성공할 것 같아?”

“……네?”


문아의 말을 자르고 갑자기 들어온 지숙의 그 말에 문아도, 듣고 있던 지혁도 눈을 크게 떴다.


성공할 것 같느냐니?


지혁이 당연한 걸 묻고 있다며 말했다.


“당연히 성공해야지. 나도 그냥 무턱대고 하겠다고 나선 건…….”

“아들은 조용히 해.”

“…….”


강한 어조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던 문아는 섣불리 뭐라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것을 보며 지숙이 지혁을 향한 말을 이었다.


“아들은 당연히 자신이 해낼 거라고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본인이 그런다고 주변에서도 그걸 확신하고 마냥 기다려 줄 수 있는 게 아니야.”

“아니 왜 갑자기…….”


그런 지숙의 말이 마치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진 지혁은 조금 답답하고 서운한 감정을 느꼈다.


그런 기분이 되는 것과는 별개로, 자신의 어머니가 어째서 갑자기 이런 말을 꺼냈을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아 엄마, 아니 어머니 잠깐만요. 벌써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좀……!?”


조금만 생각하자 금방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던 지혁의 얼굴이 갑자기 빨개졌다.


데뷔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지숙이 했던 얘기가 떠올랐던 것이다.


그런 지혁의 얼굴을 보고 지숙은 프로야구의 투수라는 사람이 그렇게 얼굴에 금방 티를 내고 다니느냐며 지혁을 꾸짖으며 말했다.


“벌써 라니? 아들도 이제 생각해야 할 때야.”

“아니 얼마나 됐다고 그런 생각을 내가……! 엄마 아들 이제 21살인데!”

“그러다가 네 아버지처럼 되려고!”

“아니 아버지도 지금 기준으론 빨랐는데!?”

“‘그쪽’ 기준에선 한참 늦은 거야!”


‘대체 무슨 대화를……?’


자신에게 했던 질문 이후로 갑자기 옥신각신하기 시작한 모자지간의 모습을 보고 있던 문아는 지금 지혁과 지숙이 무슨 주제를 가지고 저런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모자의 끝나지 않는 대화를 바라보며 문아는 지숙이 자신에게 했던 물음에 대해 떠올렸다.


‘성공.’


프로야구선수, 투수로서 지혁의 성공 가능성은 어떨까?


여자 친구 입장에선 당연히 자신의 연인이 성공할 거라고 믿고 있다.


그런 믿음 이전에 다치지만 말아 달라는 생각이 먼저였다.


그저 별 탈 없이 오래도록 즐겁게 선수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자신으로 인해 이 길을 선택했다는 지혁이니 말이다.


그럼 여자 친구 이전에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선 지혁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팬이라면 당연히 성공을 바랄 것이다.


그러니 팬도 빼고, 그저 여타 다른 선수들의 경우와 비교해봤을 때 지혁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그렇게 묻는다고 해도 문아의 대답은 ‘그렇다.’였다.


문아의 개인적인 바람까지 섞어서, 만일 다치는 경우만 없다면 1군에 올라오자마자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고 2년차인 지금 당당하게 5선발에 안착해 있는 이 우완 강속구 투수가 실패할 만한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어리거나 젊은 강속구 투수들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제구력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정신력에 대한 검증은 이미 작년 포스트시즌에서 끝났다.


응. 아무리 생각해도 실패할 이유는 없었다.


“저…….”


거기까지 생각한 문아가 둘의 눈치를 살피며 겨우 입을 열자, 모자가 마치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대화를 멈추고 동시에 문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문아가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성공할 거예요!”

“여자 친구로서?”

“그것도 있지만, 실패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패하면?”

“네?”


또 다른 질문에 문아가 당황했다.


지혁은 화를 냈다.


“왜 계속 아들 미래를 비관해요!? 아버지가 시킨 거죠? 그런 거죠 이거?”

“비관이라니? 엄연히 물어봐야 할 걸 물어보는 거야. 엄마잖니? ……그리고 너희 아버지는 매일 너를 위해 너를 분석하느라 바쁘다는 것만 알아두렴.”

“나를 위하는 게 아니라 팀을 위한 거겠죠! 아들이고 뭐고 프로니까! 옛날부터 존경스럽다니까 진짜! 두고 봐요 최고의 불효자가 될 거니까!”


아버지인 우진에게 서운하다는 건지 동경한다는 건지 전혀 모를 그런 말과 함께 벤치에서 벌떡 일어선 지혁은 순식간에 의욕에 불타오르더니 갑자기 대학의 정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 자신감이 없던 그 남자와 동일인물인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의지 넘치고 당당한 걸음걸이였다.


그렇게 자신의 딸을 데리러 갑자기 혼자 걸어가 버리는 자신의 아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지숙은, 이내 시선을 거두고 문아의 옆으로 다가갔다.


주변이 달라진 것도 모를 정도로 집중한 채 지혁이 실패할 만한 이유가 있었나 하고 생각 중이었던 문아는 지숙이 그런 그녀의 손을 감싸 쥐고 나서야 그런 자신의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어느새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지숙을 보고 문아가 깜짝 놀라며 자세를 바로하려니 지숙이 입을 열었다.


“저희 아들이 혹시 실패해도, 힘들어해도, 그렇지 않더라도 바쁘다고 문아에게 잘 신경 쓰지 못하고 그래도…… 믿어주실 수 있나요?”


그렇게 묻는 지숙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고 진중했다.


“어, 어머님 말씀 편하게 하셔도…….”

“지혁이 옆에, 계속 있어주실 건가요?”


문아의 대답을 기다리는, 생각하기에 따라는 문아에게 대답을 강요하는 분위기였고, 눈빛이었고, 말투였다.


그런 지숙의 말에, 문아는 지금까지 지숙이 무엇을 바라고 그런 질문을 한 것인지 알 수밖에 없었다.


지금 자신이 하는 대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저는…….”


지숙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녀의 시선 끝에는 여동생과 같이 걸어오는 자신의 남자 친구가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듯 가만히 있던 그녀는 이후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의 한 손을 감싸고 있던 손을 같이 감싸며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대답에 지숙은 그제야 더없이 밝게 웃을 수 있었다.


사실 정말 아들이 그녀에 대한 얘기를 안 했을 리가 없었다.


다만 지숙이 걱정했던 건 그게 단순한 한 쪽의 일방통행이 되어 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아들이 너무나도 섣불리 ‘정말 별 것 아닌 이유로’ 그런 길을 선택해버렸으니 말이다.


그런 지숙의 걱정이 ‘고작’ 그런 말 한 마디에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믿어 보자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작가의말

정말 주말 동안 찬찬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봐주시는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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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너무나 먼 출발선 - 3 15.12.28 725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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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2 +2 15.12.21 558 17 11쪽
23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1 15.12.19 774 17 10쪽
22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0 15.12.18 616 19 11쪽
21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9 15.12.17 635 18 12쪽
20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8 +2 15.12.16 659 19 12쪽
19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7 15.12.15 712 22 8쪽
18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6 (12.15 - 내용 추가) +4 15.12.14 779 21 19쪽
17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5 15.12.13 800 28 10쪽
16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4 15.12.12 855 25 8쪽
15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3 15.12.12 791 25 7쪽
14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2 15.12.11 841 28 9쪽
13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 15.12.10 1,241 3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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