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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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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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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66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5.12.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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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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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8쪽

그 투수의 현위치 - 11

DUMMY

이유를 묻는 수룡에게 주심은 방도가 없다며 설명했다.


"그냥 피했으면 모르겠는데 그렇게 확실하게 엎었잖습니까?"

"정당방위잖아. 주심이 보기엔 그게 얘가 먼저 한 거야?"

"입장이 어떻든 간에 여태까지 제 경기에서 이러면 무조건 쌍방 퇴장이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러는 겁니다."

"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여태까지 해온 대로, 자신만의 원리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데 무슨 말을 더 할까?


어쩔 수 없이 주심이 그렇다면 그런 거다. 잘못은 김광진을 조심하라고 사전에 선수들에게 말하지 않은 자기 탓이리라.


애초에 그런 선수였고 이번 주심 또한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는 걸 사전에 인지하고 경기 시작 전 미팅에서 그걸 선수들에게도 주지시켰어야 했다.


그래도 역시 분한 건 어떻게 할 수 없어 혀를 차는 수룡에게 주심은 이해해줘서 고맙다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투수였던 이지혁 선수가 퇴장이니까 바로 다음 투수 올려주셔야 합니다. 저쪽 차기영 감독은 김광진 퇴장했지만, 미안하다고 똑같은 오른손으로 올렸어요."

"주심이 쓸 데 없는 말은 하지 말고! 저거 분명 이렇게 될 거 알고 오른손 낸 거겠지."


수룡은 자신의 호통에 의해 주심이 몸을 떠는 걸 무시하고 윈즈가 쓰고 있는 1루 측 덕아웃을 봤다(보통 야구장의 홈팀은 1루 덕아웃을 쓰지만, 타이푼즈의 홈구장은 건설상의 문제로 3루를 홈팀이 사용하고 있다).


윈즈의 감독 차기영이 자신의 두꺼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심각한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허나 분명 저건 연기다. 좀처럼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어찌하지 못 하니 그걸 감추기 위해 손으로 저러고 있는 것이리라.


불펜에 우완, 좌완 한 명씩 두었던 것, 지혁이 올라와 당장 할 수 있는 게 이미 준비하고 있던 좌완(박민섭) 밖에 없다는 걸 알고 필시 우타자를 낸 것이다.


아마 경기가 끝나면 "저희들의 잘못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이지혁 선수가 퇴장 당할 줄은 몰랐습니다." 같은 기사나 낼 게 분명하다 생각했다.


그래도 그걸 알아도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 수룡은 억울해하는 지혁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려 주었다.


"미안하다."

"아닙니다. 제가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니. 다음에 누가 덤비면 또 해. 다신 못덤비게."

"……아, 예! 알겠습니다!"


수룡은 스스로 생각해도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선수단과의 소통에서 종종 문제가 생기곤 한다.


허나 선수들의 충성도는 결코 낮지 않았다. 떳떳한 문제라면 당당하게 자신들의 편을 드는 덕이다.


가끔 그게 지나쳐 퇴장도 종종 당하지만, 수룡이 타이푼즈 감독으로 부임 이후 타이푼즈는 감독 퇴장시 9경기에서 8승을 거두고 있었다.


자신의 나이를 반으로 쪼갠 것보다 더 어린, 이 1군의 막내 투수가 자기 말을 진담으로 받아들였을지 농담이라 생각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부디 진담으로 여겨주길 바라며 수룡은 지혁의 등을 더욱 꼿꼿히 세웠다.


"오늘 공 좋았어. 다음부턴 이런 일 없을 거야. 1회부터 똑같이 이러는데 갑자기 또 난리 피우는 놈 있으면 묻어 버려 그냥!"

"네!"


억울한 피해자는 그렇게 당당하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



"그러게 처음부터 나를 올렸어야 했다니까?"


마운드에 올라온 민섭은 성구에게 그렇게 따지고 있었다.


민섭은 종종 단점으로 지적 받을 정도로 바깥쪽 승부를 고집하는 좌완 투수.


처음부터 민섭이 올라왔으면 광진에게 이렇게 당할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럼 이번에 우타자들 다 박살내버려."


하지만 지혁이 먼저 올라온 이유가 단순한 좌우놀이가 아닌 '박민섭은 우타자를 상대로 불안하다.'는 감독과 투수코치의 생각이 원인인 이상 그걸 타파하지 못하면 언젠가 또 이런 상황이 오지 말란 법이 없었다.


"나 우타자한테 깨진 거 그렇게 많지도 않잖아?"


그게 너무 억울해서 민섭은 또 성구에게 따지고 만다.


그니까 이번에 다 잡아내면 다들 생각이 바뀔 거라 말한 성구는 볼배합에 대해 입을 열었다.


"어떻게? 평소대로 바깥?"


방금 그런 일이 있었다보니 몸쪽에 대해 섣불리 요구하기 힘들겠다고 생각한 성구는 그렇게 민섭의 의사를 물었다.


그러자 민섭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느냐는 눈빛으로 성구를 노려보곤, 화냈다.


"넌 무슨 포수가 먼저 쫄았어?"

"뭐!?"


가뜩이나 요즘 포수로서 자신의 미숙함을 느끼던 성구였기에 그런 민섭의 일침은 대단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런 성구에게 민섭이 최후통첩이라며 선언했다.


"반대 같은 거 없어. 오늘 끝까지 몸쪽이야!"


그것은 윈즈에게서 버림받은 투수가 지금 윈즈에게 할 수 있는 최대의 복수이자, 한 팀의 선배로서 후배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복수였다.






14


타이푼즈의 라커룸.


아이싱을 끝마친 지혁은 그 안에서 홀로 앉아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경기는 9회에 넘어가기 전이었고 TV는 8회에 있던-그 일을 포함한- 모든 일을 편집하여 다시 보여줬다.


[몸쪽, 몸쪽, 몸쪽, 몸쪽! 모든 공을 몸쪽으로! 타이푼즈 박민섭, 보란 듯이 몸쪽 승부를 들어가 이닝을 종료합니다. 두 타자 연속 삼진! 타이푼즈 계투진이 윈즈의 8회초 공격을 K-K-K로 끝냅니다!]

[예. 박민섭 선수…… 멋집니다. 남자입니다.]


거기까지 본 지혁은 괜히 소란스러운 건 아닐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걱정하며 TV를 음소거 시켰다.


중계 화면의 카메라는 어떻게 안 것일지, 소리 없는 TV 화면 속 민섭은 카메라 너머를 향하는 기세로 마치 누군가를 지목하는 것처럼 검지를 뻗고 있었다.


그 모습이 왠지 자신을 향하는 것 같아 지혁은 괜히 가슴이 뭉클했다.


8회말의 공격은 그야말로 학살이었다.


7회말에 호승을 제외하곤 타이푼즈의 클린업을 땅볼로 돌려 세웠던 윈즈의 주정운은, 8회말 타이푼즈의 선두 타자인 6번 한성구에게 2루타를 맞고 후속 타자들에게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베이스를 몽땅 채웠다.


이후 겨우 9번을 인필드 플라이로 처리하며 버티나 싶었으나 바로 1번 이태화에게 만루 홈런을 맞고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교체하여 올라온 투수도 곧바로 2번 주원찬에게 3루타를 내주며 불안한 표정을 짓더니 3번부터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를 상대로 관중들에게 3타자 연속 홈런이라는 진풍경을 선사했다.


다시 바꿔 올라온 투수까지 안타를 내주었으나 후속 타자가 벤치클리어링 이후 교체되어 올라왔던 유격수의 호수비에 병살타를 치고 말아 겨우 이닝을 끝냈다.


그로 인한 것인지 8회에 이어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오는 민섭은 분명 잠깐이지만, 웃고 있었다. (윈즈 : 타이푼즈 = 0 : 16)


'아마 다음 주가 걱정되기 시작하셨겠지.'


대승은 확실히 기분 좋지만, 이렇게까지 방망이가 타올라버린 이상 조금 불안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다음주 1-2-3선발 모두 투수전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물론 언제나 그런 상황은 나올 수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점수를 뽑고 난 다음 경기에서 여러 요인이 겹쳐 순식간에 방망이가 식어 버리는 건 어느 정도 흔한 일 아닌가?


'……설마 또 저번처럼 되진 않겠지?'


지혁은 문득 자신의 최근 선발 경기가 떠올라 섬뜩해졌다.

오래 던지고 싶다는 생각과 오래 던져야 한다는 생각은 완전히 다른 생각이라는 것을 사무치도록 깨달은 경기였다.


정말 뒤가 없어서, 죽어도 살아도 마운드에 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던져야 했던 그 상황의 부담은 정말 무지막지했다.


작가의말

 <인물 소개 ─ 주정운>

 나이 : 40

 포지션 : 투수 (우투우타/언더핸드)

 신체 : 178cm, 80kg

 구종 : 패스트볼(최고 127km/h), 싱커, 써클체인지업, 슬로우커브, 슬라이더, 포크볼

 소속 : JS 윈즈

 등번호 : 17


 윈즈의 우완 언더핸드 불펜 투수. 모두들 그의 커리어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부정하지 않으나 아직 우타자를 상대로는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정도는 된다는 평이다. 다만 구위가 위력적이지 않다보니 제구조차 안 되는 날에는 그저 평범한 배팅볼 투수로 전락한다. 언더핸드 투수들 중에서도 공을 놓는 포인트가 낮은 편에 속하다보니 리그에 온지 얼마 안 되는 용병 타자들의 경우 한동안은 공략에 애를 먹는 모습을 보인다.

 다만 좌타자를 상대로는 내보내지 않는 게 좋을 정도란 평이다 보니, 좌우를 섞은 타선을 맞이할 경우 활용할 수 없게 된다. 그의 커리어는 이제 슬슬 끝날 때가 된 것 같다.


 바람 잘 날 없는 윈즈지만, 그 속에서 비교적 조용하게 야구 인생의 끝을 맞이하고 있는 투수다.




 날씨가 점점 추워집니다. 그런데 12월의 겨울은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눈도 오고 더 추워지면 저는 다시 한 번 감기에 걸리겠지요. 지긋지긋합니다.

 추천과 선작,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정말 감사합니다.

 ‘그 투수의 현위치 편’은 다음편으로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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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2 15.12.11 842 28 9쪽
13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 15.12.10 1,241 31 11쪽
12 그 투수의 현위치 - 12 15.12.09 1,047 29 8쪽
» 그 투수의 현위치 - 11 15.12.08 1,198 30 8쪽
10 그 투수의 현위치 - 10 15.12.07 1,236 31 7쪽
9 그 투수의 현위치 - 9 15.12.06 1,399 3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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