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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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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89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5.12.12 15:18
조회
855
추천
25
글자
8쪽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4

DUMMY

**


인화는 호승의 말을 들을 수록 표정이 창백해져 갔다.


이혼이 자기 탓이라는 대목에선 아예 자괴감을 느끼는지 자학까지 할 기세였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정황이 그럴 뿐이지 호승도 무언가 확증을 가지고 말하는 것도 아니었고 단순한 소문을 갖고 그러고 있을 뿐이었으니, 호승은 미안하다고 재빨리 사과했다.


그러나 인화는 그 말이 맞다며 속내를 고백하기 시작했다.


"정말 야구만 하면서 혼자 지내다 보니까 많이 외로웠어요. 타지이다 보니 부모님도 없고 친구도 없었고.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해선 안 될 생각을 하고 말았어요. 저도 모르게 의지하게 됐죠. 희윤이는 그냥 성격이 그럴 뿐이란 걸, 별다른 뜻 없이 그러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현실에 미칠 것 같았죠."

"그 사람은 일찍 결혼했으니까."

"……네. 그 탓에 시선도 안 좋고 남편쪽도 싫어하는 눈치였어요. 무엇보다 스스로가 너무 창피하고 혐오스럽게 느껴졌어요. 그렇다면 답은 하나 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시즌 중에 무리하게 이사를 한 거고? 멀리 가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 때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어. 너부터 시작해서 서로 너도 나도 옮기기 시작할 때가 되서야 무슨 일이 있었는가 겨우 듣고 알았지. 그래도 원인이 누군지는 몰랐다만."


당시의 언론은 완전히 찌라시와 다를 게 없었다. 드러나지도 않은 진짜인지조차 알 수 없는 사람을 물어뜯느라 바빴다.


선수들끼리도 대체 누가 그랬느냐고 말만 많았지 정작 정말 누가 원인이란 것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그냥 밑도 끝도 없는 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루머에 팀이 흔들린다고.


애초에 그 소문의 무대가 되는 건물은 구단 측에서 선수들에게 숙소로 방을 주는 것 외에도 일반 가정의 거주지이기도 했던 탓에 워낙 그 여성과 아는 선수가 다양했다.


무엇보다 의심하는 남편쪽이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그러고 있는 게 아니었다. 의심만 가지고 아내에게 집착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면서 혼자 사실이라고 생각하여, 아내와 조금이라도 일면식 있던 선수이기만 하면 가리지 않고 지독한 악담을 퍼뜨리는 심각한 의처증 환자였다.


인화를 시발점으로 이사를 하는 선수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그럴 수 없는 선수들은 모기업이 직접 나서서 대규모로 선수들의 이사를 도울 정도였다.


이 상황을 이해 못한-가뜩이나 민감했던- 용병과 이해상의 트러블이 발생하고 일은 커져서 그 해 용병 농사까지 망쳤다.


한국시리즈를 바라본다던 타이푼즈는 기세가 꺾여 겨우 5위로 정규 시즌을 끝냈다.


와일드카드는 1차전에서 끝나고 그 해 타이푼즈의 야구 또한 거기까지였다.


"괴로워서 나왔는데 사태가 엄청 커졌죠. 동료들한테는 미안해서 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희윤이가 이혼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언론 쪽에서 사태를 파고들기 시작한 원인은 인화였다.


갑작스런 이사를 묻던 한 기자의 질문에 "집중이 안 된다."고 대답했던 그 한 마디였다.


선수들의 숙소이자 기업의 판매 상품이기도 한 그 건물에 대해 구단 선수가 그런 말을 해버리니, 근처 선수들끼리의 불화설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억측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관심은 더욱 커졌고 기어코 몇몇 선수가 찌라시 수준의 질문 공세에 못 이기고 입을 열고 말았다.


기업의 주가가 떨어졌다. 주변의 집값도 내려갔다. 한 가정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선수를 감싸기만 하고 처벌도 안 한다며 구단까지 쓴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런, 말씀해주신 소문 같은 일은 절대 하지 않았어요."

"알아, 믿어. 네 탓이 아니야. 괜히 소문만 가지고 그런 말해서 정말 미안하다."


원인은 선수가 아니었다.


애초에 아무 일도 없었다.


그저 아내를 의심하는 의처증 환자가 문제였다.


그런데 자신은 어째서 그리 쉽게 자신의 동료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을까?


역시 자신은 그렇게 좋은 선배가 아니라며 호승은 반성했다.


그러나 인화는 괜찮다며 좋은 생각이 났다고 대답했다.


"형 말씀이 옳아요."

"아니, 미안하다니까. 네 탓이 아니었잖아. 넌 옳은 결정을 한 거야."

"아뇨. 이건 제 잘못이어야 해요!"

"……너 지금 이상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갑자기 자신의 과실이라 주장하기 시작한 인화의 눈빛은 마운드 위에서 조용하게 불타오르는 에이스의 그것이었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왜 얘기가 그렇게 가!?"


호승은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다.


모습을 보니 인화는 자신의 결정을 절대 무르지 않을 게 분명했다.


사연 자체는 불쌍하고 가여웠지만, 그런 일이 있었는데 기어코 하겠다고?


"나 이런 일 또 있을까봐 주장 절대 안 할 거라고 한 건데……."

"형만큼 완벽한 주장이 어디 또 있겠어요!"


인화는 호승이 주장이었기에 이런 얘기를 꺼낸 건 아니었다. 호승도 그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화는 과연 알까? 사건이 터져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 그걸 진정시켜야 하는 게 누구의 일인지? 우승에 대한 여러 사람의 갈망을?


주장이니 고참의 미덕이니 다 필요 없다. 역시 이거 때려 치고 싶었다.


"여보, 얘가 나 괴롭힌다……!"

"옛날 생각이 나네요."


혼자 의욕 넘치기 시작한 인화의 모습에 호승은 아직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한 걱정에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오늘만 미래에 대한 걱정이 3개나 생겼다.


'아, 그래. 이게 모두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아서 벌을 받는 건가 보다. 열심히 하자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우승은 해야지. 그딴 일로 또 흔들리면 그 새끼들이 다 프로냐? 다 각오해 그냥.'


그렇지만 어차피 벌어질 일이 된 것 호승은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차라리 좋은 일 하나 정돈 만들자고. 이렇게 된 거 그냥 인화나 응원하자고. 사실 어느 정돈 이해는 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을 토닥여주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잠시 옛 생각이 떠올랐다.


그 때를 생각하고 지금 아내를 보고 있으니, 행복했다. 그래. 자신이라고 그런 적 없는 것도 아닌데, 인화 또한 행복해져서 나쁠 건 없다.


선수단 분위기야 어떻게든 수습하면 될 테다.


"전 응원하고 싶어요."


호승과 혜인의 눈이 마주쳤다.


혜인이 방긋 웃었다. 호승도 웃었다.


갑자기 마음에서부터 힘이 끓어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딸! 아빠 아직 현역이지?"

"나, 나도 들어줘! 꼭 엄마한테만 해주고!"


힘이 넘친다는 건 딱 이런 기분일 거다.


호승은 그렇게 생각하며-자신의 가족과 인화 밖에 없는 집이었지만- 주변에서 보란 듯이 혜인을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었다.


민지가 부럽다고 호승에게 매달려오고, 혜인은 인화가 보고 있는데 왜 그러느냐며 부끄러운 표정을 숨기기 위해 호승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그렇게 갑자기 가족의 행복을 과시하듯 행동하는 호승을 보며 인화는 더욱 더 결심을 굳혔다.


이젠 다 모르겠다고 외치며 아내를 들어 올린 상태로 한 바퀴 빙 돌고 나서, 호승은 인화를 향해 외쳤다.


돌 때 지른 아내의 비명이 귀엽게 느껴졌다.


"너 기왕 하려면 어떻게든 성공해라. 말썽만 일으키고 끝나면 큰일난다? 상대방도 힘들어진다는 건 꼭 알고 있어!"

"예! 두고 보세요!"


호승은 야구를 빼면 인화는 분명 바보가 분명하고 생각하며 예전의 자신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사고만 치던 자신이, 이젠 어느새 후배들의 사고를 수습해줘야 할 나이가 됐다. 시간이 벌써 그만큼 흘렀다고 생각하니 조금 씁쓸해졌다.


하지만 받았던 걸 돌려준다고 생각하니 의욕이 생긴다.


"……너 이제 돌아갈래?"


목까지 빨개진 채로 자신에게 안기면서도 결코 내려 달라는 말은 안 하는 인화를 보니 호승은 왠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샘솟아, 그만 인화를 돌려보내기로 했다.


밥도 먹었고 할 것도 다 했겠다 일찍 누워 보자.


작가의말

행간마다 치던 엔터를 모두 붙여봤습니다. 알고 보니 문단을 바꿀 때마다 문피아 뷰어가 알아서 행간을 조금 넓히고 있었습니다. 참 편리한 시스템.

이번 장을 계속 쓰다 보니 호승의 가정부터 호승의 과거까지 뭔가 다 멀쩡했던 게 없는 것 같은 식으로 보이시지 않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차차 하나씩 설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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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너무나 먼 출발선 - 6 +2 15.12.31 548 2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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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너무나 먼 출발선 - 4 +2 15.12.29 510 21 16쪽
29 너무나 먼 출발선 - 3 15.12.28 725 23 12쪽
28 너무나 먼 출발선 - 2 15.12.25 570 18 13쪽
27 너무나 먼 출발선 - 1 15.12.24 699 21 11쪽
26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4 15.12.23 579 21 14쪽
25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3 +2 15.12.22 746 20 11쪽
24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2 +2 15.12.21 559 17 11쪽
23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1 15.12.19 775 17 10쪽
22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0 15.12.18 617 19 11쪽
21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9 15.12.17 636 18 12쪽
20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8 +2 15.12.16 660 19 12쪽
19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7 15.12.15 713 22 8쪽
18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6 (12.15 - 내용 추가) +4 15.12.14 780 21 19쪽
17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5 15.12.13 801 28 10쪽
»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4 15.12.12 856 25 8쪽
15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3 15.12.12 792 25 7쪽
14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2 15.12.11 842 28 9쪽
13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 15.12.10 1,242 31 11쪽
12 그 투수의 현위치 - 12 15.12.09 1,048 29 8쪽
11 그 투수의 현위치 - 11 15.12.08 1,198 30 8쪽
10 그 투수의 현위치 - 10 15.12.07 1,236 3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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