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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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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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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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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4,914

작성
15.12.22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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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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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3

DUMMY

10


지혁은 태근과의 연습을 마치고 신체 단련을 위해 구장으로 갔다.


지혁의 웨이트는 주변에서 종종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걱정 어린 충고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지혁 본인은 여태까지 한 게 있는 탓에 그 정도는 해야 유지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남보다 더 한다고 알아달라거나, 이런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지만 최근 들어 지혁이 선발투수로서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자신의 이닝 소화 능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보니, 요즘은 조금 무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스스로도 하고 있었다.


감독 김수룡이 프런트를 통해 지혁에게 전달했던 "그냥 편히 쉬어라."라고 했던 것은 이것을 알고 했던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변에서 힘들어 보인다, 지쳐 보인다,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지혁도 프로 운동선수인 이상 자신이 그렇게 보인다는 사실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 쉬려고 해도 동료들이 주변에서 노력하는 게 눈에 들어와, 쉰다면 결국 도태될 것이란 위기감이 들어 늘 고민하게 된다.


'식비를 조금 늘릴까?'


웨이트를 마치고, 런닝을 하기 위해 이동하며 지혁은 홀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데뷔하고 2군에서 훈련 받을 당시부터 코치진과 트레이너에게 지적 받았던 사항은 바로 몸무게였다.


살을 좀 찌우자는 말에 식사량을 전과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늘렸는데, 그럼에도 생각보다 살을 찌우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도 어떻게 전지훈련 동안에 작년보다 5kg을 늘리는 데 성공했으나, 현장은 아직 부족하다며 그 정도를 한 번 더 찌우자는 상태다.


'하지만 시즌 중에 몸으로 뭔가 해봤다가 잘못되면 큰일날 테고.'


한 번 신체 밸런스가 망가진 선수들이 그것을 다시 찾기 위해 고생했다는 이야기는 제법 흔하다.


지혁은 그 사실을 상기하며 너무 많은 욕심을 부리는 건 지양하자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결국 뭘 하려면 다 끝나고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구나.'


데뷔하고 나서 2군에 있을 때는 그저 시키는 대로 좇아다니며 눈앞의 과제를 처리하는 것에만 너무 바빴다.


올 시즌 시작 전의 전지훈련 당시에도 스스로 부족한 것을 찾자는 발상은 하지도 못했다.


오로지 시키는 것만, 감독과 코치들 눈에 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본인이 자신의 부족함을 모르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고 지적하거나 알려주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고, 결국 지혁이 스스로 부족한 것을 알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생각을 하지 않은 결과가 지금 이 상태다.


'그렇다면 올 시즌의 최종 목표는 다치지 않는 걸로 하자. 내년을 위해서. ……벤치클리어링 같은 게 또 일어나면 무조건 도망가자 이제. 감독님은 그러지 말라고 하셨지만.'


자신이 가져야 하는 목표를 지혁은 이제야 겨우 갖게 된 느낌이었다.


조금이지만, 멀리 볼 수 있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올 시즌 끝까지 1군에서 버티며 부족한 것을 파악하자고, 올해의 야구가 전부 끝나면 반드시 모두 고쳐 보자고 생각하는 지혁이었다.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 위험하다 싶으면 포기하자. 무리하지 말자. 다치지 말자.'


생각해보면 작년 지혁은-비록 그땐 눈앞의 것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서 더 하려고 하다가 끝이 좋지 않았고, 결국 무릎 꿇었다.


타이푼즈는 결국 다른 패를 준비하지 못하고 지혁을 끝까지 밀고 가다가 우승을 놓쳤다.


아니. 정말 당시 타이푼즈가 우승을 앞두고 할 수 있던 최선의 방식이 그것이었다고 한다면 결국 우승할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는 뜻이다.


'갑자기 한 번에 많이 깨달았는데.'


문득 그런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는 지혁이다.


그런 마음을 뒤로 한 채 그라운드로 걸음을 옮겼다.


웨이트를 할 때도 그랬지만, 그라운드에도 또한 자신 이외에 연습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이런 타이푼즈 선수들의 모습은, 모두가 내일부터 펼쳐질 6연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래! 이거!"


불펜 쪽에서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포수의 행복한 외침이 들려왔다.


그 우렁찬 성량은 지혁에게 굳이 얼굴을 확인하지 않아도 그 목소리의 주인이 팀의 포수인 한성구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공을 던지는 투수 쪽도 공의 소리만 들었는데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포수의 미트에서 그런 소리가 나오게 만드는 공을 던지는 투수가 국내에 몇이나 될까?


지혁은 경기장에 먼저 나와 있는 손윗사람들에게 인사하며 그라운드로 들어섰다.


기분을 고양시키는 포구 소리를 들으며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그래."


그렇게 달리고 있으려니 지혁의 옆으로 나란히 서서 달리기 시작한 인물이 있었다.


지혁이 인사하며 확인하니 팀의 중견수이자 리드오프인 이태화였다.


지혁보다 큰 키에 무덤덤한 표정, 그리고 남자로선 꽤나 긴 부스스한 금발이 이태화 특유의 불량한 인상과 섞여 그저 달리기만 하는데도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FA로 이미 거액을 챙긴 선수다.


지금만 봐도 팀은 이제 연승을 시작했고, 본인은 어제 경기에서 만루홈런까지 때려냈는데, 그런 태화가 이렇게 항상 "우승이 목표."라며 월요일에도 경기장에 나와 개인 훈련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며 지혁은 가슴 속에 적잖은 존경심을 품고 있었다.


"괜찮아?"


계속해서 지혁과 나란히 달리며 태화는 무심한 어투로 그렇게 물었다.


짧지만 많은 의미가 담겨 있을 그 말에 지혁은 다 털어버렸다고 대답했다.


"결정된 것은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다음 경기를 준비할 겁니다."

"좋은 자세야. 보란 듯이 잘 하는 게 최고의 복수지."


둘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정해진 코스를 몇 바퀴 반복해 돌았다.


태화는 제법 오래 뛰었는데도 페이스가 흐트러지지 않는 지혁을 보고 감탄하며, 자신은 이미 달렸던 게 있던 만큼 먼저 런닝을 끝내기로 했다.


샤워를 하고 돌아가자고 걸음을 옮기며 태화는 생각을 시작했다.


'분명 저게 체력 문제일 리가 없어.'


체력이 안 되고 연투가 안 된다는 선수가 작년에 자신과 헌터즈를 상대로 그런 모습을 보였다는 게 말이 안 됐다.


작년 정규 시즌 막바지에 콜업 됐을 때는 선발로 6이닝을 던진 다음날 중간으로 올라와 3이닝을 던지지 않았던가?


전지훈련 때도 지혁이 딱히 체력에 문제가 있는 듯한 모습은 보지 못 했다.


오히려 그것이 수준급이라, 감독과 코치들이 보는 앞에서 실시했던 투수조의 오래달리기 시합에서는 당시 팀의 1, 2선발인 유인화, 우금진에 이어서 3위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었다.


하고 싶은 만큼만 달리라는 말이 있긴 했던 시합이라 주전급 중에서는 어느 정도 선에서 그만 두었을 선수들도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필사적이었던 다른 비주전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분명 지혁은 월등히 앞서 있었다.


'나만 그렇게 느끼나?'


현재 타이푼즈에서 '실전'으로 지혁과 맞붙었던 사람은 태화뿐이었다.


작년 정규시즌 막바지와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태화 자신이 과대평가하는 것일지 이 팀에서 그 진가를 모르는 것일지…….


'전성기 박호승 형님이라도 그건 못 쳐 분명.'


쉴 틈 없이 달려드는 무지막지한 직구.


겨우 노린 곳이라 생각해서 휘둘러 맞추려는 순간 급격하게 꺾여 떨어지는 슬라이더.


더 무서운 건 그 연투 능력이었다.


1, 2, 3, 5차전 동안 12.1이닝.


당시 단기전임에도 불구하고 혹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국시리즈 동안에도 그 구위는 멀쩡했다.


'선발과 불펜이 그렇게 다른가?'


중학교 때까지는 태화도 투수를 했었지만, 그때는 그냥 나갈 때마다 힘껏 던지는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 잘 알 수 없었다.


태화로서는 지혁이 선발투수로서 체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 외의 다른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냥 감독님의 관리라거나?'


시즌 시작 전에 신인왕이 어쩌고 하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또, 이제 겨우 2년차에 풀타임 1년차인 신인을 우승을 노리는 감독 입장에서 무작정 믿기만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마냥 말도 안 되는 가정은 아닐 것 같다.


언론과 야구팬들은 지혁의 그 짧은 이닝이팅 능력을 '체력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번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느끼게 된 수룡의 내공을 생각해보면 지혁의 문제 또한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게 가능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보다 훨씬 잘하란 말야. 너한테 당한 내가 뭐가 되겠냐.'


태화는 그만 생각을 접기로 하고 몸을 씻기로 했다.


간단한 샤워 이후 몸을 말린 다음, 처음의 생각과는 다르게 바로 돌아가지 않고 태화는 잠시 휴게실로 향했다.


큰 의미는 없이, 일찍 돌아가 봤자 할 것도 없고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 이게 뭐야?"


태화가 휴게실로 들어서자마자 컴퓨터를 하고 있는 곰 같은 풍채의 사내 우금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태화는 반가운 마음에 금진에게 다가가서 금진이 놀라워하며 보고 있던 화면을 확인했다.


"형 뭐 봐요?"

"이것 봐라. 어쩌면 나 내년에 좀 편해질 것 같다."


금진이 태화에게 보여준 것은 어떤 한 기사였다.


「한국야구위원회 이사회, 외국인 선수 관련 규정 강화 논의」


벌써 꽤나 오래 전에 국내 프로야구의 경기력 저하를 이유로 외국인 선수 규정이 완화됐었다.


'3인 보유에 2인 출장'에서 '3인 보유에 3인 출장'으로 변경된 것이 그것인데, 기사를 보니 내년부턴 그 규정을 '3인 혹은 2인 보유, 2인 출장'으로 강화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 같았다.


참 시대를 역행하는 제도 개악이라고 말하고 있는 금진을 옆에 두고 태화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지만 이번 생각은 오래 가지 않았고, 전의 것과는 다르게 금방 결론을 낼 수 있었다.


"형."

"응, 왜?"

"저 정말 우승하고 싶어요."

"그래. 나도 정~말로 올해가 적기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그건 그렇고 일 없으면 나랑 밥이나 먹으러 갈래?"

"좋죠."


둘은 애초에 내년 팀 순위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말하며 그렇게 경기장을 나섰다.


작가의말

공식 시합 기록만 볼 시 이태화가 이지혁보다 투수로서의 구력도 앞섭니다. 야잘잘.

현재 KBO는 3명 보유 2명 출장 동일포지션에 몰빵 불가죠.

실제 야구와 어디까지 멀어질 것인가…….

에이스와 중심타선의 이탈, 기존 전력의 노쇄화. 이야기는 이제 시작했는데 팀은 새틀을 짜나 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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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2 15.12.11 841 28 9쪽
13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 15.12.10 1,241 3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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