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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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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52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5.12.06 20:58
조회
1,398
추천
36
글자
6쪽

그 투수의 현위치 - 9

DUMMY

한편 놀란 건 성구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완벽하게 들어온 것이다.


'얘 컨트롤이 이 정도였나?'


지혁은 평소에도 실점 위기에 놓이면 제구가 급격히 좋아지곤 했지만, 그럴 때의 구위는 평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떨어졌다. 그러나 지금의 공은 정말 '예술'이었다.


'잠깐 저기 있으면서 뭐라도 들었나?'


성구는 팀의 셋업맨과 마무리인 민섭과 델 리오를 떠올렸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그걸 이렇게 바로 써먹을 수 있을 리가 없을 터, 이건 분명 소위 말하는 긁히는 날이다.


'선발 때 좀 이랬어야지!'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기분은 신나 바로 다음 공에 대한 싸인을 보냈다.


몸쪽에 방금 같은 공을 볼로 요구한다. 정면 돌파 몸쪽 승부도 좋겠지만, 마지막은 바깥쪽의 체인지업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공에 헛스윙해도 좋고, 노련한 베테랑을 상대로 지혁의 체인지업이 어느 정도 위력을 지니는지 알아봐도 손해는 없다고 생각했다.


포수의 감이 출루는 없을 거라고 확신을 주고 있었다.


지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더 바짝 붙은-주심이 슬슬 주의라도 줬으면 하는- 광진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공을 뿌렸다. 이번에는 광진이 마치 예측한 것처럼, 아니 마치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그 공을 과장스럽게 피하면서 넘어졌다.


"휴우~!"


안도인지 기쁨인지 성구로서 헷갈리는 그런 한숨을 쉬고 광진은 다시 일어난다.


'……괜찮나?'


광진이 예상과는 다르게 침착한 모습을 보이니 종잡을 수가 없었다. 성구는 광진의 꿍꿍이를 알고 있다 생각하고 있었으나 대체 그게 언제일지 감을 잡지 못했다.


어쨌거나 지금은 아니라고, 1볼 2스트라이크이니 이 체인지업부터 해서 전부 바깥쪽으로 승부하면 이 인간의 얄팍한 수에 당할 일이 없을 거라고 성구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배트를 쥐고 몸을 푸는 광진을 기다렸다.


이만큼 몸쪽으로 던졌으면 의식해서 떨어지리란 판단도 있었다.


그러나 그건 오늘 성구가 한 실수 중 최악의 실수였다.


"아~!"


갑자기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그렇게 소리지른 광진은,


"이 새끼가 정말!"


성구가 앉은 것을 확인하더니 그 자리에 방망이를 내동댕이치고 곧장 지혁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어어!'

"아, 진짜 저 새끼가 또!"

"저 형 왜 저러냐!?"

"너네 선배 간수 안 하냐!"


타석에 서기까지 한 사람이 갑자기 뛰쳐 나가는, 그런 너무 뜬금없는 타이밍에 윈즈와 타이푼즈 양쪽 벤치 모두 두세 박자 늦게 대처할 수 밖에 없었다.


광진이 일부러 이런 짓을 저지르는 상습범이란 것은 양팀 모두 알고 알고 있었지만, 사태가 벌어진 이상 무조건 나가야 했다.


"이 놈이 그래도 눈을 똑바로 뜨고!"


중계진, 관중, 코치진, 선수들 모두가 긴박해진 그 가운데 누구도 붙잡지 못한 광진은 오른 주먹을 꽉 쥐고-진짜인지 연기인지 알 수 없으나- 지혁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


"……어?"

"아!"


잠깐 당황한 기색이었던 지혁은 광진의 그 모습에 곧장 광진의 오른편으로 비켜섰다.


그 덕에 있는 힘껏 휘둘렀던 광진은 그 기세 그대로 투수플레이트에 발이 걸려 그 길로 곧장 굴러 넘어지고 말았다.


그 와중에 광진이 넘어지기 직전 지혁이 겨우 스파이크의 흙털이를 발로 차 치우는 데 성공했고, 지혁의 그 모습과 자신의 창피한 상황이 더해져 광진은 창피해서 차마 곧장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달려오던 선수들이 그 광경에 빨리 지혁을 떼어 놓자 생각하며 다리를 계속 움직일 때 2번째 사태가 발생했다.


"도망쳐!"

"……?"

"Hey, lookie!"


어째서인지 잔뜩 흥분한 채 웃는 얼굴로 윈즈의 타자 용병 호세 할루가 무지막지한 속도로 치고 나온 것이다.


196cm, 102kg의 덩치에 까무잡잡한 그 비쥬얼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기에 모두들 큰일이라 생각하면서도 감히 그 앞을 가로막기가 어려웠다.


타이푼즈의 클로저 델리오는 강훈이 못 나오게 막고 있었으며 타자 용병인 브렛과 맥킨은 왠지 벌써 윈즈의 일부 선수들이 막아서고 있는 그 상황에서, 비열하다 느껴질 정도로 웃고 있는 할루의 표정에 타이푼즈의 선수들과 윈즈의 일부 선수들, 그리고 그것을 보는 관중들은 잠시 후 벌어질 끔찍한 모습에 심장이 요동치는 기분이었다.


어린 투수가 치졸한 늙은이 한 명 탓에 비극을 맞이할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지혁은 그저 어린 투수가 아니었다.


"Don't do th, ho…… holy shit!?"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하늘을 향해 비참하게 배를 드러내고 땅과 등을 맞댄 건 지혁이 아닌 할루였다.


자신도 쓰는 손은 아까운지 왼손부터 들어오는 할루에게 지혁은 어느새 자신의 글러브를 벗어 던진 다음, 왼손으로 할루의 유니폼 상체 옷깃을 말아쥐고 오른손으론 할루의 왼소매를 당기며 자신은 다리부터 할루에게 그대로 파고 들었다. 그대로 팔과 고개를 당기며 할루를 그라운드 위로 돌려 꽂았다.


너무 오랜만에 그런 기술을 익숙하지도 않은 왼손으로 쓰려니 약간 위험천만하게 들어가게 되어, 하고 나선 할루의 상태가 걱정되기도 했으나 당장은 대체 왜 이 인간이 자신에게 손찌검을 하려 든 것인가에 대해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그 감정이 얼굴에 비쳤는지 겨우 달려온 윈즈의 타자들이 지혁에게 진정하라며 지혁을 멀리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야야, 일단 떨어지고 얘기하자. 우리가 잘못했어!"

"미안하다. 내가 힘만 있었어도 안 이럴 텐데!"

"네? 네? 아 이게 설마 그거에요!?"


갑자기 잘 알지도 못하는 상대편의 선수들에게 둘러싸여 사과를 받기 시작하고, 관중들은 비명을 지르거나 박수를 치고, 주변이 조금 넓다 싶었던 마운드는 어느새 몰려든 선수들의 유니폼의 밝은 색으로 눈부셨다.


그제야 지혁은 이 상황이 벤치클리어링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작가의말

 <인물소개 ─ 황추웅>

 나이 : 39

 포지션 : 포수 (우투우타)

 신체 : 183cm, 90kg

 등번호 : 29


 본래 하운즈의 베테랑 포수였으나 팀 코치진과의 불화 이후 FA로 타이푼즈로 이적했다.

 당시 계약금이었던 4년 45억(옵션 12억)은 옵션까지 포함된 것을 생각하면 아무리 30대 중반을 넘어 은퇴를 생각할 법한 나이에 접어드는 고령 포수와의 계약이라지만, 황추웅이 너무 적게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논란이 있었다. 게다가 부상으로 인해 옵션이었던 경기출장수(타석이 아니다)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해 대한민국의 정상급 포수의 말년 벌이가 이래도 되는가 하고 말이 많다.

 특히 하운즈가 이만한 돈조차 못 써서 프렌차이즈를 못 잡은 게 아닐 것이 확실했기에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데뷔 이래 한 팀에만 몸담고 있던 프렌차이즈를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 보낸 것이느냐며 팬들과 일부 야구인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공격력만 보면 10홈런을 겨우 기록하는(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17홈런/타이푼즈 이적 이후 3년간 19홈런), 장타력은 기대하기 힘든 타자이나 3할 언저리의 꾸준한 타율은 이후 포수로 출전하지 못하더라도 핀치히터로서 활용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포수로서 리드 방식은 상대 타자의 약점을 분석하기 보단 그 날 투수의 가장 좋은 공을 중심으로 볼배합을 짠다. 또한 팀의 승리보다도 자신과 투수가 상대 타자를 이기는 것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어 벤치의 고의사구 사인을 굉장히 싫어한다.


 상대가 너무 강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야지 절대 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로인해 정신력이 약한 투수에게,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고육지책 끝에 확률까지 생각하는 말도 안 되는 승부를 강요하고 거기서 정신적으로 투수가 무너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타이푼즈 투수코치 연강훈과의 언쟁처럼 자신이 판단했을 때 이길 수 없는 방법 또한 절대 따르지 않는다.

 갑자기 불쑥 투수들에게 구종을 가르치거나 자신의 포수론을 투수에게 납득할 때까지 강요하고 자신이 싫어하는 것을 투수에게 못 하게 하는 등 투수를 위한 게 아닌(그게 그 투수에게 맞는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자신이 편하기 위한 생각만 한다며 투수들을 자기 입맛대로 설계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항상 자신의 팀 투수들이 상대 타자에게 지지 않길 바라며 투수들의 힘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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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3 15.12.12 792 25 7쪽
14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2 15.12.11 842 28 9쪽
13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 15.12.10 1,241 3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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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투수의 현위치 - 9 15.12.06 1,399 3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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