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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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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82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6.01.07 20:10
조회
638
추천
18
글자
11쪽

너무나 먼 출발선 - 11

DUMMY

**


리더스의 수석코치 이우진은 교체하여 올라온 투수에게 공을 건네며 입을 열었다.


“할 수 있지?”

“…….”


투수는 말없이 공을 받아들고 타석을 준비하고 있는 타자를 바라보았다.


투수가 상대해야할 타이푼즈의 첫 타자는 오장훈.


바로 며칠 전만 해도 윈즈의 소속이었던 선수다.


국내 최정상급의 오른손 슬러거.


투수는 그런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비록 윈즈에서 타이푼즈로 옮기게 된 계기가 누가 봐도 쫓겨나는 식의 트레이드였으나, 그렇다고 한들 실력이 달라질 일은 없었다.


그래. 같은 처지인 자신의 실력 또한 마찬가지로 말이다.


의욕이 부족한 얼굴로 알겠다고 대답하는 투수에게, 우진이 말을 이었다.


“우리는 네가 필요해서 데려온 거야. 까불다가 버려진 쟤랑 너는 다르다. 알아줘라, 진심이다. 그리고, 우리의 선택이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여기 있는 사람들과 앞으로 보게 될 모든 놈들에게 증명해줘라. 부탁한다.”

“……네!”


베테랑, 노장, 끝물, 퇴물.


그런 말을 들어온 그 나이 든 투수에게 갑자기 찾아온 자신의 현금 트레이드 소식은 정말 버림 받은 느낌이었다.


평생 한 팀만을 생각하며 모두가 떠나가도 자신만은 그 팀을 위해 충성했는데.


아무리 냉정한 프로의 세계라지만, 조금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새 유니폼을 받고 나서, 그 옷을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낯설었다.


이 나이에 어디서 다시 시작할 수 있겠는지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혼자 속으로 끙끙 알아봤자 누가 들어나 줄까?


그래. 어쨌거나 자신은 프로가 아닌가?


필요 없다고 버린 팀보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에 있는 게 더 좋지 않겠는가? 기회가 있지 않겠는가?


“그래. 부탁한다.”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리더스의 수석코치와 포수가 각자 그렇게 말하며 마운드를 떠났다.


투수는 그렇게 홀로 남은 마운드 위에서 타자를 기다렸다.


텅 빈 베이스. 하나도 없는 아웃카운트. 자기를 응원할 리 없는 홈팀 관중들.


새로 시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면이었다.


홈~런~ 오장훈! 홈~런~ 오장훈!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자신을 응원해주는 관중들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고,


마운드에 서 있는 이제는 적이 된 자신의 대선배를 향해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그래.”


그런 장훈의 인사에 투수도 고개를 숙였다.


이제 그저 이 둘은 선수와 선수일 뿐이었다.


짝짝짝짝……


누군가로부터 시작되어 울려 퍼지는 관중들의 박수 소리를 배경으로 장훈은 배트를 길게 잡으며 타격 준비에 들어갔다.


[리더스의 4번째 투수는 우완 언더핸드 투수, 주정운 선수입니다. 올해로 프로 데뷔 21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베테랑 투수로, 어제 목요일 아침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윈즈에서 리더스로 이적했습니다. 지금 이 등판이 이적 이후 리더스에서 갖는 첫 등판. 그 첫 상대는 얼마 전까지 자신의 팀 후배이자 동료였던 오장훈 타이푼즈 4번 타자입니다. 위원님, 이 트레이드들을 어떻게 보십니까?]

[윈즈는 오장훈 타자를 트레이드로 보내면서 타이푼즈에게 선수 2명과 현금 15억을 받았습니다. 주정운 투수를 리더스로 보낼 때는 현금 2억을 받았죠. 일단 윈즈는 1군 전력 둘을 내보낸 대신 미래 자원 둘과 17억을 갖게 됐는데, 일단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떠나보낸 두 선수의 연봉까지 생각하면 여유 자금이 더 생기는 것이겠죠?]

[그렇군요. 윈즈가 원체 선수 영입에 적극적인 팀이기도 하니까요.]


타자의 타격 준비가 끝나고 투수가 포수와 사인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포수의 사인이 마음에 안 드는지 투수가 다시 사인을 보내고, 포수는 말도 안 된다면서 다시 투수에게 사인을 보냈다.


결국 투수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저희는 리더스가 어째서 주정운 선수를 영입했는지, 그 이유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 이유라 하심은……?]

[지난 주 윈즈의 경기부터 이번 주에 있었던 헌터즈의 경기까지. 타이푼즈의 주전 야수들이 대부분 우타자인 영향도 있겠지만, 옆구리 투수들에게 정말 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클린업의 용병 듀오는 그 정도가 조금 더 심하죠. 올해 주정운 선수는 좌우가 섞인 타선이라면 그 활용도가 조금 애매해지는 투수였는데, 타이푼즈의 타선은 우타자가 절대적으로 많죠? 윈즈가 벌써 내년을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면, 리더스는 이미 포스트시즌의 설계에 들어가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예. 말씀 드리는 순간 투수 초구를 던집니다!]


제법 날카롭게 역회전이 걸린 공이 우타자 오장훈의 바깥쪽에서 휘어 들어왔다.


심판의 손은 올라가지 않고 볼이 되었다.


[초구는 볼입니다. 1볼 노스트라이크.]


타석에 있는 장훈은 볼이라 판정된 바깥쪽 낮은 그 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리더스의 포수는 주심의 판정이 불만인 듯, 한동안 포구한 그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다가 결국 투수에게 다시 공을 던졌다.


‘이 코스는 끝까지 볼이구나.’


초구를 노리다가 겨우 멈췄던 장훈이 속으로 안도했다.


힘 대결에서 질 것이란 생각은 없었지만, 섣불리 건드렸다가는 허망하게 땅볼만 만들고 물러날지도 모를 상황.


전의 3타석 동안 안타 한 번 기록하지 못했던 만큼 슬슬 하나 치고 싶었다.


‘낮은 공이 없어진다면야 나야 좋지.’


장훈이 다시 투구를 기다렸다.


오늘 주심의 스트라이크존은 조금 높은 경향이 있었다.


낮게 빠듯한 코스다 싶으면 여지없이 볼 판정.


애초에 낮은 코스의 컨트롤을 원활하게 하지 못했던 리더스의 선발 연우주에게는 오히려 조금 높은 공까지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니 이득이 되었지만, 그런 연우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위가 좋지 못한 타이푼즈의 선발 이은석의 경우에는 낮은 공을 활용할 수 없었기에 가뜩이나 방망이를 내지 않는 타선을 상대로 더욱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라. 거긴 볼이다.’


공을 받고 속으로 웃으며, 주정운은 잠시 후 곧장 두 번째 공을 던졌다.


초구에 던졌던 공에 이어 다시 한 번 변화구.


장훈은 갑자기 자신의 왼편, 등 뒤쪽에서 떠오르는 것 같더니 곧장 바깥쪽 존을 향해 미끄러져 들어가는 공을 그저 움찔하며 지켜보고만 있었다.


주심이 손을 올리며 스트라이크임을 알렸다.


[2구도 변화구! 카운트는 이제 1볼 1스트라이크.]

[음, 커브였나요? 오장훈 타자, 지금 무엇을 노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투수가 정면승부를 걸어올 것이란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카운트를 잡기 위해 들어오는 공은 받아쳐야 합니다.]


‘공이 이 정도로 움직이는 투수는 아니셨는데.’


오장훈이 타석에서 벗어나 몇 번 방망이를 휘두르며 방금 공의 타이밍을 떠올려봤다.


실은 타이밍 이전에 확실하게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 그 공을 놓쳤다는 게 너무 분했다.


낮은 공을 안 잡아주니 아예 허리 높이로 던져버리는 게, 정운이 장훈 자신이 아닌 심판과 싸우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만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상대로 이러는 투수가 있었는가?


장훈이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이후 높게 들어오는 역회전이 걸린 공-싱커-을 잡아당겨 봤지만, 파울이 되었고 4구는 아예 버리는 것처럼 타자 눈높이의 높은 공이 들어왔다.


‘뭐야 낮은 공이 안 된다고 이렇게 던지시는 건가?’


높은 공으로 스윙을 유도해 타자를 플라이아웃으로 잡아내는 건 구위가 충분한 투수들의 얘기일 터.


이건 그저 ‘깡’ 아닌가?


다신 놓치는 것 없이, 걸리면 그대로 때려내겠다고 생각하며 장훈은 다시 자세를 취했다.


'몸쪽은 없다.'


내야 수비진은 1루수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눈에 띄게 왼쪽으로 이동해 있었다.


유격수는 멀찍이 뒤에 서 있고, 3루수는 그보다는 안쪽에서 파울라인에 거의 붙듯이 위치해 있었다. 2루수 또한 2루 베이스의 근처까지.


외야수들도 멀찍이 뒤로 간 채 왼편으로 향해 있었다.


철저한 오장훈 시프트였다.


‘언젠 안 그랬다고.’


정말 눈에 띄게 열려있는 1-2간과 외야 우측에 눈이 가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시프트에 자신의 타격을 맞출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그러다가 폼이 망가질 수도 있었다.


자신을 믿고, 자신의 힘으로 뚫어낸다.


여전히 배트를 길게 잡고 타석에서의 위치 또한 변경하지 않았다.


‘중심타자의 자존심이지.’


포수에게 다시 사인을 보내며 투수였던 주정운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넌 그럴만한 타자고.’


포수에게 자신의 볼배합을 밀어붙이면서 자신만만하게 공을 뿌리고 있는 주정운이었지만,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실수했다간 그것을 그대로 장타로 만들 타자다.


그저 정면 승부만으로 자신이 이길 수 있는 타자가 아니다.


[이 공을 참아냅니다! 이제 풀카운트!]


이후 다시 던진, 평소였다면 분명 스트라이크가 됐을 커브가 다시 한 번 볼이 되었다.


장훈이 한 번 숨을 깊게 몰아쉬며 잠시 타석을 벗어났다.


‘침착하게 생각하자. 다시 높은 공이 올 리가 없어. 정면 승부는 없다. 비슷한 공을 던진다면 아마 바깥쪽. 낮은 건 버린다.’


다시 타석에 들어서고, 이번엔 포수가 사인을 보내고 투수는 그것에 고개를 끄덕였다.


리더스의 포수는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정운의 의도를 간파한 것이다.


‘뭐야? 여기서 왜?’


갑작스런 볼배합 주체의 이동에 장훈이 잠시 당황했으나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위험한 승부를 즐기지 않는 포수다.


아마 빠듯하게 던지고 안 되면 그냥 걸어 나가게 하려는 속셈일 것이라 생각하며 장훈은 투구를 기다렸다.


1점차에 여기까지 카운트를 끌고 온 만큼, 볼넷으로 걸어 나갈 수 있으면 그러자고 생각하며.


하지만 갑자기 몸쪽을 찌르는, 확실하게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 그 예상을 빗나간 빠른 공에 장훈이 급하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오늘의 스트라이크존을 생각한다면 꽉 찬 스트라이크.


그러나 평소라면 치기 좋은 높이일 뿐이었다.


‘놀랐지만, ……걸렸어!’


준비조차 못했던 공에 즉시 타이밍을 맞춰 방망이를 휘두르는 그 모습은 확실히 오장훈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그대로 잡아당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 공은,


갑자기 장훈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아니 공이 작아졌다.


떨어지는 것이다.


틱!


[아~, 투수 아쉽겠습니다! 파울! 오장훈 선수가 이 공을 어떻게든 건드려서 기어코 파울을 만들어냅니다!]


‘포크……! 선배님 공 진짜 많았지 참!’


아쉬워하는 정운의 표정을 뒤로, 죽다가 살아난 장훈은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려 타석을 다시 한 번 빠져 나와 시간을 벌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말

15억 VS 2억


어제 썼던 글들 다시 수정하고 있었는데 서버점검이…….

한다는 걸 까먹고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 하러 가야.


요즘 눈이 침침합니다.

책 보고 글쓰고 일하고 눈에게 미안할 정도로 혹사하고 있네요.

제가 사서 하고 있는 거지만.


선호작, 추천, 댓글, 조회수.

여러분들이 글을 봐주신다는 증거에 즐겁게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개인사가 생겨서 어쩌면 글이 안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토요일까지 꼭 완성하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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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너무나 먼 출발선 - 12 +2 16.01.08 633 16 9쪽
» 너무나 먼 출발선 - 11 +2 16.01.07 639 18 11쪽
36 너무나 먼 출발선 - 10 +4 16.01.06 513 17 12쪽
35 너무나 먼 출발선 - 9 +4 16.01.05 536 17 9쪽
34 너무나 먼 출발선 - 8 +2 16.01.04 647 20 14쪽
33 너무나 먼 출발선 - 7 16.01.01 574 18 11쪽
32 너무나 먼 출발선 - 6 +2 15.12.31 548 22 7쪽
31 너무나 먼 출발선 - 5 +2 15.12.30 584 20 8쪽
30 너무나 먼 출발선 - 4 +2 15.12.29 510 21 16쪽
29 너무나 먼 출발선 - 3 15.12.28 725 23 12쪽
28 너무나 먼 출발선 - 2 15.12.25 570 18 13쪽
27 너무나 먼 출발선 - 1 15.12.24 699 21 11쪽
26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4 15.12.23 579 21 14쪽
25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3 +2 15.12.22 746 20 11쪽
24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2 +2 15.12.21 559 17 11쪽
23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1 15.12.19 775 17 10쪽
22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0 15.12.18 617 19 11쪽
21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9 15.12.17 636 18 12쪽
20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8 +2 15.12.16 660 19 12쪽
19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7 15.12.15 712 22 8쪽
18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6 (12.15 - 내용 추가) +4 15.12.14 780 21 19쪽
17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5 15.12.13 801 28 10쪽
16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4 15.12.12 855 25 8쪽
15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3 15.12.12 792 25 7쪽
14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2 15.12.11 842 28 9쪽
13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 15.12.10 1,242 31 11쪽
12 그 투수의 현위치 - 12 15.12.09 1,048 29 8쪽
11 그 투수의 현위치 - 11 15.12.08 1,198 30 8쪽
10 그 투수의 현위치 - 10 15.12.07 1,236 31 7쪽
9 그 투수의 현위치 - 9 15.12.06 1,399 3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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