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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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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44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5.12.11 02:36
조회
841
추천
28
글자
9쪽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2

DUMMY

**


박호승의 외동딸 박민지는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신이 났다.


갑자기 자신의 집에 대스타가 방문한 것이다.


"유인화!? 유, 유인화야! 엄마 엄마, 진짜야!"

"오랜만에 오셨네요."

"이 아빠도 밖에선 잘 나가는 스타인데……."

"하하, 간만에 뵙습니다."


놀람, 반가움, 서글픔, 난감함.


3인 가족과 손님 한 명을 한 단어씩 표현하자면 그런 느낌이었다.


호승이 금방 기운을 되찾고는 익숙하다며 인화를 집에 들였다.


"들어가자! 한두 번도 아니고."

"아빠 삐졌어?"

"안 삐졌어."

"이건 어디에 둘까요?"

"아, 이쪽으로……."


모녀가 예상 못한 손님의 방문에 어수선해졌던 그 집의 분위기는 그렇게 차츰 진정해졌다.


거실로 가 쇼파에 앉았다.


이미 틀어진 경기 하이라이트 방송을 그대로 시청하며 호승은 인화를 불러 앉혔다.


TV는 한창 은석의 피칭을 분석하고 있는 중이었다.


"따님은 처음 본 거 같네요?"

"너 저번에 왔을 때는 월요일이라 학교에 있었으니까."

"중학생이었나요?"


앳되어 보이는, 아니 그것보다 더 어려보이는 민지의 모습을 바라보며 인화는 그렇게 여겼다.


아버지인 호승의 유전자는 하나도 물려받지 못한 건지 걱정될 정도로 키가 작았다.


인화가 보기엔 민지의 머리 위에 자신의 스파이크를 수직으로 세워도 호승의 키에 못 미칠 것 같았다.


호승은 인화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 것 같다고 말하고는 인화의 생각을 부정했다.


"지금 고1."

"네? 고1이요? 앗……!"


고1이라고 해도 중3과 비교하면 1년 정도 밖에 차이가 안 나니 그럴 수 있다고 여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여중생'과 '여고생'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다른 법이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 민지의 모습에 그래서 인화는 무심결에 그런 무례한 반응을 보이고 말았다.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인화가 사뭇 당황한 듯 입을 닫지도 못 하고 그저 눈동자만 움직이며 호승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나 호승은 그렇게 괜찮으니까 그렇게 죄 지은 표정 짓지 않아도 된다며 말했다.


"동안이라고 하지 그거? 어려보이면 좋지 뭐. 자기 엄마 쏙 빼닮아서 그게 좀 심해서 탈이지만. ……완전 애야."

"무슨 얘기하는 거야?"


대화가 신경 쓰이는지 민지가 어머니 혜인의 상차림을 돕다가 그렇게 둘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약간 화가 난 것 같기도 한 표정이었다.


인화는 새삼 두 모녀가 같이 서 있는 모습을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렇게 보고 있으면 민지와 혜인의 모습은 호승의 말대로 '엄마를 닮았다.'고 하기엔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인화는 생각했다.


첫 인상부터가 너무 많이 달랐다.


굳이 납득하자면 아직 어린 딸과 모성애가 가득할 것 같은 여인의 모녀였지만, 실상은 30대 중반의 어머니와 고1의 딸이다. 그나마 닮은 걸 찾자면 동안으로, 조금 넉넉하게 보자면 나이 차이가 나는 자매 정도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유는 이미 아는 바.


그렇다고 해서 그걸 굳이 발설하는 우는 범하지 말자고 속으로 스스로에게 신신당부한다. 그러면서도 인화는 자신의 생각이 은연중에 티가 난 건 아닐지 하고 걱정이 돼 눈치도 볼 겸 호승의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다.


호승은 그저 자기 딸의 그런 모습을 보며 그리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웃는데, 그 웃는 얼굴의 분위기가 평소와 달라 왠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TV는 그저 송신되는 영상을 계속 내보내고 있었다.


이젠 지혁이 퇴장 당하고 민섭이 올라와 곧장 몸쪽 삼진을 잡아내기 시작하는 장면을 비추기 시작한다.


민섭이 지혁의 카운트를 그대로 이어 받아 몸쪽 공 4개로 두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그러고는 TV를 보고 있을 특정 누군가를 지목하듯 손가락을 뻗었다.


"저거 카메라에 하는 거였구나."

"왜 하필 카메라였을지는 뻔하죠."

"좋은 선임이 될 거야 정말."


9회 초 2아웃.


불규칙 바운드가 일어나 타자가 출루하고 말았다.


민섭이 자신을 다그치기 시작하더니 별안간 주변을 둘러보고는 밝게 웃었다.


하이라이트 편집이다 보니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나오지 않았으나, 인화와 호승은 당시 저 현장에 있었다. 그 상황을 모를 수가 없었다.


호승이 방금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저 때 진짜 어마어마했지? 소름 돋았어. 내가 만루홈런 쳤을 때도 그런 반응은 안 나왔던 거 같다 야."

"저게 사실 투수로서 오히려 압박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데도 웃고…… 민섭이 멘탈은 알아줘야 해요."


당시 경기 종료까지 남은 건 스트라이크 단 하나였다.


모두가 설마 하는 그 마지막까지 기어코 민섭은 몸쪽을 찔렀다.


어떻게든 타자는 그 몸쪽 공을 갖다 맞췄고, 생각보다 타이밍이 잘 맞았던 그 타구는 민섭의 정면을 향하며 바로 아래까지 굴러왔다.


민섭은 그대로 기다려서 그 땅볼을 잡고 아웃을 시키기 위해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모두들 그대로 끝날 것이라 예측했던 그 타구가 갑자기 하늘을 향해 튀어 올랐다.


그렇게 평소라면 그저 평범한 플레이가 됐을 그 공은 벤치클리어링과 윈즈 선수들끼리 난투를 벌인 흔적이 마운드에 남아 있던 것인지 순식간에 내야 안타로 바뀌었다.


직후 민섭은 자신이 조금만 더 열심히 했으면 그렇게 될 일이 없었을 거라 생각해 아쉬움에 저도 모르게 마운드의 앞을 짓밟았고, 민섭의 그 모습을 지켜보던 관중들은 갑자기 누가 시작한 것일지 단체로 박민섭 석 자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그라운드에 있던 야수들로선 귀가 먹먹해지고 심장이 울릴 지경이었다. 아주 장관이었다.


지금 생각하니 어쩌면 민섭의 투지에 대한 팬들의 환호가 아니었을까?


"내년에 너 가면 그 자리는 누가 채우냐~?"

"저 아직 확정 아닌데……."

"팀이 이렇게까지 도와주는데 어떻게든 나가야지! 에이전트까지 고용했으면서."


에이스의 패기 없는 모습에 호승이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핀잔을 줬다.


그 말에 인화는 뭔가 아쉽다며 대꾸했다.


"그런데 보통 다른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겠다고 하면 막 전력 약화니 뭐니 그러더니 왜 저는 다들 내보려고 바쁠까요? 왠지 막상 판 깔아주니까 이상하게 서운해요."

"다들 내년은 생각 안 하는 거지."

"그럼 우승은요?"

"올해지."


민섭의 포효와 함께 윈즈 VS 타이푼즈의 하이라이트가 종료됐다. 호승은 쇼파에 몸을 묻으며 마저 이었다.


"용병 잘 뽑았어. FA로 특급 중견수도 데려왔어. 부상도 추웅이 빼면 아프다는 사람도 없어. 게다가 FA 신청도 안 하고 얌전히 재계약만 하던 에이스는 갑자기 무슨 열정이 생겼는지 더 위로 가보고 싶다고 해. 감독님의 재계약 여부는 우승에 달려 있어. 태화는 우승하고 싶어서 왔다고 당당히 외쳤지. 은석이는 우승하고 은퇴하면 보기 좋을 거라고 밑밥 깔고 있고 추웅이는 우승도 못 시키는 나이 먹은 FA 포수면 옷 벗는 게 낫겠다고 떠들면서 올라올 준비하고 있어. 이 모든 모습이 내년에도 있을 거란 보장은 없고 말야. 감독님은 무슨 확신이 생긴 건지 지혁이를 어떻게든 끌어 올리려고 오늘 아주 잔인한 행동까지 하셨지."

"은퇴 생각한다는 선배님들 중에 형 얘기는 없네요."

"난 걔네랑 달라서, 현역이잖아."


당연한 걸 물어서 뭘 하느냐며 무덤덤하게 대답한다.


이런 호승의 당당한 모습 또한 인화는 존경스럽다고 생각하며 여기 오기 전에 신경 쓰였던 걸 실례를 무릎 쓰고 확인하기로 했다.


"다리는 안 아파요?"

"내 다리가 왜 아파?"

"……아빠 어디 아픈 거야?"


호승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발생한 것처럼 흔들렸다.


갑자기 인화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아픈 곳을 찌르려 든다고 생각했다.


누구에게 말한 적도 없는 비밀을 어째서 알고 있는가?


식사 준비를 마쳤다고 알리기 위해 둘에게 다가가던 민지 또한 갑작스레 듣게 된 자기 아버지가 아프단 말에 놀라서 그 자리에서 멈춰서 버렸다.


인화의 진지한 표정과 딸의 두려워하는 표정에 호승은 잠시 한숨을 내쉬고,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며 보란 듯이 자신의 왼다리를 움직여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격해 보일 정도였다.


"오늘 MVP가 누구야? 3홈런 때린 박호승이야. 나라고 나. 아픈 사람이 그럴 수 있었겠어? 난 멀쩡해 이 녀석아."

"……다행이네요. 화요일에 견제구 좀 많이 던질게요."


인화는 뭔가 더 말하고 싶어하는 표정이었지만, 과장스럽게 안심하는 민지의 얼굴에 생각이 바뀌었는지 그저 그런 대답을 할 따름이었다.


작가의말

휴가를 냈습니다. 친구의 병문안을 가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부디 다치지 않고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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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3 15.12.12 792 25 7쪽
»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2 15.12.11 842 28 9쪽
13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 15.12.10 1,241 31 11쪽
12 그 투수의 현위치 - 12 15.12.09 1,047 29 8쪽
11 그 투수의 현위치 - 11 15.12.08 1,197 30 8쪽
10 그 투수의 현위치 - 10 15.12.07 1,236 3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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