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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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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85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5.12.15 22:54
조회
712
추천
22
글자
8쪽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7

DUMMY

5


선발로 예정된 경기의 전 날은 정말 두근거린다.


약간 긴장되면서 흥분된다.


그러면서도 모두의 당부대로 다치지 않게 평소보다 더 조심하며 생활하게 된다.


그 하루 모든 시간이 내일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내일이구나.'


지혁은 평소보다 말끔한 기분으로 기상하고 잠자리를 정리했다.


몸도 가볍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는데 되려 힘이 충만한 게 기운이 넘쳤다.


하지만 일어났을 때의 느낌과 든든한 몸 상태와 달리 머릿속은 금방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4연승 중. 홈 6연전 그 첫 번째 경기의 선발 등판. 어쩌면 이번주는 2경기에 나설지도 모른다.


상대팀은 헌터즈. 시즌 2위고 3위인 타이푼즈와 단 1게임 차다.


1위인 리더스와 맞붙기 전에 순위를 바꿀 수도 있다.


이번 주 전체로 시야를 넓혀보면 잘하면 이번 주에 1위, 2위, 3위를 모두 뒤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언제나 어떤 경기가 안 그렇겠느냐만, 이번 주는 특히 더 신경 써야 할 경기들 밖에 없었다.


'하긴 뭐가 걸린 게임이든 일단 내가 잘 하면 되는 건데.'


선발투수의 역할이란 게 결국 그런 것 아니겠는가.


선발이 제대로 던지고 오래 던지면 팀이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내일은 정말 오래 던져야 할 것이다.


6경기 중의 첫 경기인 만큼 그 경기부터 불펜 소모가 심할 경우 그 주의 모든 경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빠른 승부라.'


모두가 주의 깊게 보라고 했던 어제 은석의 피칭이 지혁에게 어느 정도 길을 알려준 것은 분명했다.


그저 빠른 승부가 아니었다.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자신의 공, 볼배합에 대한 강한 믿음을 바탕으로 망설이지 않고 바로바로 꽂아 넣던 피칭.


그러면서 완급조절에, 급해진 타자들을 상대로 맞춰 잡는 것까지 완벽하게 해,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단 평가를 받던 은석이 7이닝을 던졌다. 그야말로 자신의 클래스를 보여준 경기였다.


선발투수로서의 몸을, 체력을 완성하지 못 한 것 아닌가하는 의심을 받는 지혁에게도 유용한 피칭일지도 모른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안 따라와 주니 원.'


하지만 중요한 건 은석과 달리 당장 지혁은 맞춰 잡는 것도 완급조절도 안 된다.


작년 2군에서 때마침 잠깐 내려왔던 추웅에게서 들었던 말이나 이후 1군에서 투수코치 연강훈에게 지적 받았던 것이나 내용은 같았다.


쓸데없는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것.


조금씩 어떻게든 힘을 빼자고 매번 의식은 하고 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감독 김수룡과 코치 강훈의 말로는 그것만 할 수 있으면 더 강한 공을 안정적으로 오래 뿌릴 수 있을 것이라곤 하지만, 사실 투수 중에서 그걸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투수가 몇이나 있겠는가?


윽박지른다느니 빠른 승부를 한다느니 그런 건 사실 그와 같은 이유에서 나온 어쩔 수 없는 피칭일 뿐이었다.


처음부터 100의 힘으로 던져 버리니 볼 하나만 던져도 그 손해가 여간 큰 게 아니라는 추웅의 판단 하에 만들어진 투구 패턴일 뿐.


같은 빠른 승부라고 해도 어제 은석의 그것과는 질이 다른 것이다.


은석이 제구와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로 상대방의 노림수와 습관을 분석하고 허를 찌른다면, 지혁은 구속과 구위를 앞세워 알면서도 쳐들어가는 타입이었다.


물론 지혁도 그걸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다.


'제구라도 잘하면 하다못해 반대로라도 던질 텐데.'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너클볼을 던지는 것도 아닌데 던질 때마다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심정이다 보니 이닝마다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위기 상황이 올 때마다 스스로 많이 모자란 걸 느끼고 지금부터 조금씩, 시즌 끝나면 어떻게든 제구력을 발전시키자고 다짐하게 된다.


정말 용케 아직까지 사람은 안 맞췄구나 싶다.


'그럼 뭐 해. 필요할 때 사고 치면 늦는 건데.'


지혁은 갑자기 작년 한국시리즈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라, 그걸 잊어버리기 위해 머리를 강하게 털었다. 팔에는 소름이 잔뜩 돋아나 있었다.


주변에서 지혁을 보며 말하길 위급할 때는 제구가 갑자기 뛰어나진다고 하지만, 그 지혁 특유의-항간에선 'The Pitcher'의 컨트롤이라 부르는- 핀 포인트 컨트롤은 스스로 판단하길 엄연히 구위 없는 반쪽짜리였다.


남모르게 조금씩 연습했던 중학교 때나 고등학교 야구부에 들어간 이후 혹시라도 잘못 던지면 그대로 망신이란 생각에 겨우 얻게 된 컨트롤이지만, 긴장의 정도와 힘의 수준이 달라졌기 때문인지 지금 던지는 구속에는 적용할 수가 없었다.


예전처럼 던지려고 해도 그마저도 잘 안 되고.


그래도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평상시 연습 때나 경기 중에 종종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타자 입장에선 그저 배팅볼을 조금 더 신경 많이 쓰고 던지는 정도 밖에 안 되는지 그때마다 여지없이 뻥뻥 맞아 나갔다.


일부러 하려니 위기 상황 때보다 제구도 구위도 형편없었다.


한 번 그렇게 사고 친 다음엔, '포기하고 할 수 있는 거나 하자'는 심정으로 다시 평소의 문제투성이로 돌아와 버려 나중에 경기 동영상을 스스로 확인해보면 정말 꾸역꾸역 막는 경기가 계속 되고 있었다.


결국 내세울 게 빠른 공 뿐인 지혁이 은석의 그 피칭을 따라하겠다는 건 뱁새가 황새 따라하는 꼴이 될 게 분명했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지? 이거 하나로 정말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이 정도 밖에 못 하나?'


수룡과 강훈은 지혁에게 이번 시즌은 그렇게 너무 제구나 변화구에 연연하지 말라고 했다.


충분히 통하고 있으니 괜히 신경 쓰다가 무너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지금보다 더 강력한 무기를 지닐 수 있을 이 투수가 괜히 벌써부터 다른 것에 신경 쓰다가는 두 가지 모두를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작년부터 올해 전지훈련, 시범경기까지 지혁에겐 컨트롤이 아닌 스터프의 향상을 우선으로 훈련시켰다.


비록 작년에 보인 모습이 있긴 해도, 꾸준히 그 모습을 보이려면 그런 과정이 몇 년은 더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사실 팀에서 올 시즌 지혁에게 바라던 기대치는 이미 넘어선지 오래였다.


하위라운드의, 이제 겨우 데뷔 2년차인 선수가 5선발에서 등판하는 경기마다 꾸준하게 5이닝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구단의 5선발들 중에 이 정도 해주는 투수는 없었다. 이젠 별 탈 없이 시즌 끝까지 있어주기만을 바라는 중이다.


애당초 이번 시즌 지혁에게 바랬던 건 한 시즌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의 필요성과 구위 등을 지혁이 스스로 깨닫는 것 정도였다.


갑자기 마구 수준의 변화구나 칼 같은 제구력을 선보이는 건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예 그런 훈련은 하지도 않았으니까.


반쯤은 복권 수준으로 뽑은, 기대도 안 했던 21살의 투수가 이미 많은 것을 보여줬다. 아직 지혁에게 남은 선수 생활은 많다. 이제 시작이다. 충분했다.


사실, 전지훈련 때 갑자기 방문한 회장에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당시 수룡은 지혁의 신인왕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그저 어차피 빈자리이고 싹수가 보이니, 회장의 말도 안 되는 바람대로 마무리로 쓸 바엔 차라리 어리기도 한 거, 일단 선발로 둬보자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당장 작년과 같은 모습을 또 보일 순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지혁으로선 역시 만족할 수 없었다. 급했다. 멀리 내다보는 게 쉽지 않은 21살. 당장 뭔가 더 보여줘야 할 것 같고, 하루라도 더 빨리 이루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작가의말

이건 지금 제가 느끼는 기분과도 비슷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응원하는 구단의 신인이, 1픽도 아니고 듣지도 못했던 선수가 이러고 있으면 굉장히 만족스럽겠죠.

다만 이건 글이니까. 그렇게 점점 발전하는 긴호흡은 너무 지치게 되지 않을까 싶어집니다. 전개 속도에 대한 고민은 점점 깊어집니다.


죄송합니다. 일연에 올라와서 쓰는 첫 편인데, 너무 완성도가 구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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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3 15.12.12 792 25 7쪽
14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2 15.12.11 842 28 9쪽
13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 15.12.10 1,242 31 11쪽
12 그 투수의 현위치 - 12 15.12.09 1,048 29 8쪽
11 그 투수의 현위치 - 11 15.12.08 1,198 3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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