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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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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38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5.12.12 02:12
조회
791
추천
25
글자
7쪽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3

DUMMY

**


식사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호승과 인화 둘 다 술은 절대 입에 대지 않는 선수들인 만큼 같이 먹어도 그 시간이 그리 길게 이어지진 않는다.


사인을 해달라는 민지에게 인화가 사인을 해주고, 호승과 인화는 발코니에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6월의 공기는 이미 선선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밖을 보며 바람을 맞고 그렇게 쉬려니 기분이 제법 괜찮다.


"역시 이 아파트 괜찮네요."


인화가 그런 감상평을 말했다.


"3명이서 살기엔 조금 과하다 싶긴 해. 처음에는 내 예전 생활이 생각나서 그게 싫으니까 과거의 때를 벗긴다고 계속 이사하고 그랬는데 여기까지 오게 되더라. 옮길 때는 딸이랑 아내가 주변에 자랑할 집이라고 생각했는데 둘 다 그런 성격도 아니었지."


집에 대한 칭찬을 자신에 대한 반성으로 대답해버리는 호승이었다.


"그니까 이제 네 얘기 좀 하자."

"……네. 그래야겠네요."


처음부터 그 목적이었는데도 막상 말할 때가 되니 괜히 망설여졌다.


그런 탓에 털어놓으란 호승의 말이 마치 인화에겐 자신에게 도망칠 곳이 없다는 포고처럼 들렸다.


그러나 그런 망설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애초에 도망치려면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저 갑자기 결혼하고 싶어졌어요."

"만나는 사람 있었어?"

"없죠."

"그럼 누구랑?"


난감해 하면서도 인화를 이해한다는 듯한 그 느낌에 인화로선 호승이 알면서도 묻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허나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말한 적도 없는데 호승이 그걸 알고 있을 리가 없다. 끝까지 말하지 않았던 탓에 팀에 한 번 큰 민폐를 끼쳤던 인화 아닌가?


"예전부터 그냥 혼자 생각만 하던 사람이 있었어요."

"일단 그 사람도 널 알긴 아는 거지? 야구선수 말고, 알고 지낸 거지?"

"기억하고 있길 빌어야죠."

"내년부터 다른 나라로 떠날 텐데 그걸 이해하고 같이 가줄 만큼 마음은 넓고?"


정규시즌이 끝나고 포스트 시즌도 마치고-성공할 경우를 전제로- 인화의 해외 이적까지. 이 모든 게 오늘부터 계산해서 앞으로 채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다 벌어질 일들이다.


심지어 갑자기 결혼해서 생각도 안 했던 해외까지 같이 가야 한다.


그럴 만한 일도 없던 사람과 갑자기 결혼하고, 아는 사람 하나 없을 타국살이를 하면서 프로야구선수인 남편을 내조할 수 있는 그런 여자가 흔하진 않을 것이다.


차라리 재산을 노리는 꽃뱀이라면 모르겠다.


하지만 인화가 결혼을 하겠다면, 그 상대는 인화의 계속될 선수 생활을 위해서 꼭 그런 여자여야만 한다.


"잘 모르겠어요. 그냥 결혼하고 싶어요.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고. 그 동안 다른 사람과 만날 수도 있잖아요? 어쩌면 영영 못보고 후회만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급해지네요."

"결혼은 현실이야. 어느 정도 따질 건 따져 봐야 해. 내가 이런 말하면 설득력은 없겠다만, 겪어보고 하는 소리 아니겠냐?"


호승은 그 과정은 조금 이상했지만, 조금 비틀어서 말하자면 분명 여복이 넘치는 인생이었다.


당시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호승 자신의 말대로 정말 설득력 없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할 것이다. 따지긴 뭘 따졌냐고 따질지도 모른다.


인화도 호승의 지금까지 과정을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인화는 호승의 그 말에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생각하자면 그런 호승이 하는 말이기에 믿을 수밖에 없는 말 아닐까?


결혼이 현실이란 건 인화도 분명 '이해'는 하고 있었다. 지금도 프로로서 자기 몸만 챙기기에도 바쁘다. 앞뒤 생각 않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다간 짐만 더 늘릴 위험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역시 하고 싶다. 고백이라도. 말이라도!


"그런데 굳이 그런 생각이면 나한테 말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상대가 돌싱이라서요."

"아하~. 너 가끔 보면 정말 나쁜 놈이다 진짜."


호승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그래서 인화는 역시 말을 잘못했다고 생각하며 호승의 모습을 확인했는데 예상 외로 아무렇지도 않아 하는 표정이었다.


그게 정색일지도 모르지만, 인화는 기왕 털어놓기로 한 것 계속하기로 했다.


"전 주변이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요. 야구를 열심히 한 것도 그 사람에 대한 보답이었어요. 그것 말곤 갚을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제가 이러면 분명 상대는 안 좋은 말을 듣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돈 노린 거다, 꽃뱀이다, 사고 친 걸 거다 등등. 별에 별 말들이 다 나오기 마련이지."


그렇게 대답하는 호승은 무언가를 추억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진만 보여도 알아서 소설을 써주겠지. 상대는 이혼한 게 사실 유인화랑 바람 핀 것 때문이라고, 불륜이니 뭐니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에 시달릴지도 몰라. ……어?"


거기까지 말하고 있으려니 호승은 왠지 자신이 떠들고 있는 이 말들이 전에 분명 어디선가 겪었던 일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자신은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애초에 자신이 말한 것 같은 일이 없었다.


당시에도 찌라시들의 헛소리는 건재했기에 말이 안 나온 건 아니라서, 다시는 그런 말들을 하지 못하도록 여러 방면으로 굉장히 뛰긴 했다.


하지만 그냥 악성루머였을 뿐이지 어쨌든 자신이 술술 뱉은 저 사례들은 자신의 얘기가 절대 아니었다.


그런데 이 익숙한 느낌은 대체 뭘까?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 속에선 현장까지 직접 방문한 모기업 회장이 주의령을 내리고 있었다.


'설마…….'


아닐 거다. 그럴 리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호승은 확인해 보기로 했다.


"……혹시 그 이혼했단 분, 이혼한지 2년 정도 되지 않았어?"

"정말 오늘 타격에서도 기가 막히시더니 신기 생기신 거 아니에요!?"

"지혁이가 지금 살고 있는 집, 전에는 네가 살았었지?"

"그렇죠. 2년 전이지만."

"하하, 세상에……!"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적중하기 마련이다.


왜 하필!


호승은 아파오는 머리를 진정시킬 겸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짧은 시간동안 본의 아니게 계속 진행된 생각 덕에 머릿속에서 퍼즐이 딱딱 맞춰져 머리가 시원해져 눈을 떴다.


이혼 시기를 맞춘 것에 아직까지 놀라워하고 있는 인화를 바라보며,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충고를 해주기로 했다.


아니, 입을 열기 전까지는 분명 충고를 해주려고 했다.


그랬는데 그만, 아직 확증은 없다고 애써 부정하고 있던 의심을 입 밖으로 꺼내고 말았다.


"책임져!"


작가의말

마음에 드시려나 모르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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