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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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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91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5.12.28 21:44
조회
725
추천
23
글자
12쪽

너무나 먼 출발선 - 3

DUMMY

**


[잡아당긴 타구가 그대로 좌익수 앞에 떨어집니다. 좌전안타! 타이푼즈의 대타 작전이 성공하면서 8회 말 무사 주자 1루와 2루의 찬스를 잡습니다!]


다음 타자가 타석으로 향하는 것을 보는 관중들의 흥분이 극에 달했다.


[장유종 선수 이번 시즌 우타자에게 너무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좌타자를 상대함에 있어서 더 우위를 점하기 위한 선택이었다지만, 너무 강약점이 극명한 모습입니다.]

[구체적으로 원인은 무엇인지요?]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팔각도에 조금 변화를 줬다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간단하게 조금 더 내렸습니다. 아무래도 사이드암 투수들과 피슷한 수준이다 보니 우타자가 볼 때는 공이 더 잘 보이겠죠.]

[그렇군요. 자, 이제 다시 1번 이태화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과연 좌완 스페셜리스트라는 생존법을 선택했던 투수 장유종과 좌타자 이태화의 승부 결과가 어떻게 될지, 이제부터 같이 지켜보시죠!]


이태화가 들어서기 전부터 타석을 준비할 때까지 관중석에서는 그의 홈런을 바라는 함성이 뿜어져 나왔다.


절대 그렇게 만들지 않겠다는 투수의 눈빛을 보고 난 뒤 태화는 벤치를 바라보았다.


8회 말인 지금까지 두 팀 모두 무득점인 동점 상황.


그러던 중에 아픈 대가까지 치르고 겨우 얻게 된 천금 같은 무사 1, 2루.


이미 마무리 투수까지 대기시킨 타이푼즈 벤치가 우타자 주원찬을 뒤에 둔 이태화에게 내린 지시는 ‘공격’이었다.


배트를 길게 잡고 자세를 잡은 태화의 모습에 관중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내왔다. 경기장이 온갖 소리로 가득 찼다.


[일단 번트 자세는 취하지 않는 이태화 선수입니다.]

[타자에게 맡기는 거죠. 좋습니다. 이태화 선수 정말 오늘 원 없이 나갔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과연 이번엔 ‘들어올 수’ 있을까요?]

[이태화 선수 오늘 경기 3타석동안 3타수 3안타! 첫 타석에 좌전 안타, 두 번째 타석에서 우측에 2루타, 바로 전인 세 번째 타석에서는 담장을 맞춘 공이 굴러가는 사이에 과감한 베이스 런닝으로 3루타를 기록했습니다.]

[직전 타석에서 3루타를 기록했을 때 어느 정도 본인도 의식하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헌터즈 배터리는 그 부분을 잘 공략해야 할 겁니다.]

[이제 홈런 하나만 더 하면 사이클링 히트입니다, 이태화 선수! 아직 이번 시즌에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선수는 없습니다! 과연 이태화 선수가 친정팀을 상대로 기록할 수 있을지!]




**




“전 코치.”

“예, 감독님.”


타이푼즈의 감독 김수룡의 부름에 타격코치 전흥국이 대답했다.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수석코치와 함께 이태화의 준비를 지켜보고 있던 흥국이 수룡에게 다가왔다.


수룡은 팔짱을 낀 채로 타석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으며 물었다.


“전 코치는 쟤 어떻게 생각하나?”

“좋은 타자입니다. 국내에 저런 타자는 정말 몇 없습니다.”

“힘은 어때?”

“장타력 말씀이십니까?”

“그래. 덩치에 비해 홈런이 조금 적지 않은가? ……일단 공격하라고 해.”


흥국이 수룡의 말에 따라 태화에게 공격 사인을 보낸 뒤 수룡에게 대답했다.


“저도 30개 정도는 때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톱타자 아닙니까? 사실 기록만 보면 당장 클린업을 쳐도 이상할 것 없는 아이입니다. 다만, 본인 말로는 경기 초반에는 출루를 신경 쓰는 덕에 기회가 얼마 없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뒤에는 더 위대한 타자들이 있다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조만간은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더군요, 하하!”


어느 타순에 놓더라도 기대에 부흥하도록 하겠다고 말하던 그 모습이 떠올랐던 흥국이 그렇게 웃었다.


그런 흥국의 모습과 달리 수룡은 농담으로 끝나지 않는 문제라며 말했다.


“정말 그래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나는 마냥 웃기 어렵고만.”

“그렇습니까?”


흥국이 그런 수룡의 반응에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솔직히 임기가 끝난 이후의 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수룡은 초구를 잡아당겨 파울 홈런을 만드는 태화를 보고 말을 이었다.


“용병은 결국 보너스 전력이거든.”


올해 타이푼즈의 클린업 트리오는 맥킨 카이트, 박호승, 브렛 히트.


언제 떠날지 모르는 용병 둘과 선수 생활 막바지인 호승인 만큼 이 클린업이 영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곧 모두 사라질 수도 있다.


당장 그런 상황이 될 경우 지금 그 자리를 대신해줄 수 있는 선수가 있는가 묻는다면…… 아쉽게도 없다.


수룡은 뭐가 재밌는지 미소를 지었다.


“머리 아파 진짜. 올려서 확인하려고 해도 그럴 기회가 넘치는 것도 아니야. 당장 우승은 해야 하는데 우승만 보자니 미래도 신경 써야 해. 끝나는 건 나여야지 이 팀이 그러면 안 되니까. 나이 먹으니까 이 자리도 영 불편해 이제.”

“그래서 감독을 Manager라고 하나 봅니다.”


한참동안 공을 만지던 헌터즈의 투수 장유종이 공을 교체했다.


“아무튼 그래서 말이야. 난 쟤가 중심을 잡아야 하지 않나 싶어. 지금 센터 보면서 그러는 게 부담된다면 빨리 밑에서 수비 잘 하는 다른 애를 찾던지 키우던지 해서 올려야지. 발 좀 빠른 애로.”

“FA인 탓에 장기적인 전략이라는 확신이 없다는 게 문제겠습니다. ……그런 선수를 찾아서 키워야겠지요. 원석은 많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게 참 많아 전 코치.”

“반성하고 있습니다.”

몸 쪽으로 붙인 2구는 볼이 되었다.




**




[과감한데요? 하지만 아쉽게도 볼입니다. 1볼 1스트라이크.]

[자신의 바로 직전에 올라온 투수가 실투였다고는 해도 그런 상황을 만들었는데 말이죠.]


‘마냥 만족하고 계시진 않으셨나 봐요?’


이태화는 자세를 다시 잡았다. 방망이는 여전히 길게 잡은 상태다.


‘그걸 놓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한현승이 한규철을 맞춰버린 것, 그리고 장유종이 앞선 타자에게 몸 쪽 승부를 걸었다가 오히려 당한 만큼 신중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태화다.


병살을 우선적으로 노리고, 만일 카운트를 잡으려고 한다면 바깥쪽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더니 정말 날아온 바깥쪽 속구.


의욕이 앞서서 너무 일찍 당기고 말았다.


평소라면 절대 놓치지 않았을 텐데, 역시 아직 조금 화가 남아 있나보다.


‘몸 쪽 오면 그냥 맞을 겁니다, 선배.’


2구의 파고드는 역회전 공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그 공을 다시 던질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제구가 안 되는 그런 공은 몸에 맞거나 방망이에 맞거나 둘 중 하나 밖에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만일 정말 몸에 맞아 걸어 나가야 한다면 아쉽기야 하겠지만, 태화로서는 생각도 안 하고 있던 기록보단 우승에 더 가까워지는 게 우선이었고 태화가 그렇게 살아 나간다면 맥킨 카이트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생긴다.


태화는 헌터즈의 남은 투수들 중에서 맥킨을 막을 수 있는 투수는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도 할 수 있으면 내가 한다.’


경기 시작 전에 이번 시리즈를 중계하는 방송국을 확인했던 태화였기에, 내심 수훈선수에 선정되는 걸 노리고 있었다.


[배터리가 사인 교환을 마쳤습니다.]


투수 장유종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 태화는 공을 기다렸다. 노리는 코스는 바깥쪽.


[자 이제 3구!]


진지한 표정의 유종이 재빠르게 공을 뿌렸고,


‘어?’


태화는 당황했다.


그리고 그 이상함을 깨달았을 때 이미 방망이는 돌아가고 있었다.


[아~!]


두 손은 그 어떤 무게감도 느껴지지 않아 가벼웠다.


방망이는 손에서 떨어져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태화가 걸음을 뗀 직후 경기장이 무너질 듯 울리기 시작했다.


[우측 담장! 우측 담장! 타구는 계속해서 쭉쭉 뻗어…… 경기장 밖에서 뵙겠습니다!]


8회 말까지 이어진 숨 막히던 동점을 순식간에 깨뜨리는 3점 홈런이었다.


[장외 홈런입니다! 장외 쓰리런 이태화!]


베이스를 따라 돌면서 태화는 멍하니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손에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아니 저릿한가?


‘그런데 대체 어떻게 친 거지?’


아무런 의심 없이, 그보다 생각 없이 몸이 알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홈런이 전에 있었던가?


“저거 완전히 힘으로 친 거지?”

“네!”

“파워가 모자란 건 아니었나 봐?”

“정말 회장님한테 이걸 어떻게 감사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네, 하하!”


덕아웃의 수룡과 흥국은 그저 유쾌하게 웃을 뿐이었다.


“진짜 사랑한다, 임마!”

“형님 멋집니다!”


이윽고 베이스를 모두 돌아 태화가 홈플레이트를 밟자, 먼저 도착해 그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주자들이 격하게 환영해주었다.


두들기는 게 조금 아픈 것 같기도 했지만 태화는 개의치 않았다.


그보다는 방금 자신이 뭘 한 건지 당장 알아야 했다.


‘이 형님이 어디 갔지?’


덕아웃으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던 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태화는 황급히 한 사람을 찾았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덕아웃 안에는 보이지 않았다.


자신은 이렇게 급하게 원하고 있는데 이 사람은 축하조차 안 해주고 어디 있는가?


그러나 그런 원함도 원망도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아, 형님!”


덕아웃으로 들어가 경기장이 보이는 위치로 와서야 태화는 호승이 이미 장비를 챙겨서 나간 뒤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자신을 찾을 것을 알았다는 듯 다급한 표정의 태화를 보며 호승은 만족스레 웃고 있었다.


태화는 덕아웃에서 다시 뛰쳐나갈 기세로 몸을 앞으로 뻗었다.


“형님, 저 그 손! 몸! 막 멋대로 스윙하는데 그게……!”

“알았어 알았어. 조금 기다려. 내 머릿속에 딴 생각 넣지 말고 일단 기다려 봐.”


그렇게 말하며 방망이를 가볍게 돌려보는 호승의 눈빛에는 의욕이 가득했다.




**




[타자가 친 타구가 내야 높게 뜹니다!]


아아……!


맥 빠진 타격음에 관중들이 탄식했다.


결국 남은 3번의 아웃 중에서 단 한 번의 삼진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경기가 넘어갔어도 선발투수 유인화의 탈삼진 기록으로 인해 관중들이 끝까지 주목했던 9회 초.


이 이상 기록의 희생양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헌터즈 타선의 의지였을지, 아니면 공격이 갑자기 길어진 탓에 인화의 어깨가 식었던 것일지 헌터즈의 타선은 9회 초가 끝날 때까지 탈삼진 단 하나를 내주지 않았다.


[마지막에 이런 집중력이 나오나요?]

[3루수 한규철 선수가 이 타구를 잡아내면서 경기 이렇게 끝납니다. 유인화 선수의 완봉승입니다!]


이태화의 3점 홈런 이후 분위기는 완전히 타이푼즈에게로 넘어왔다.


아웃 카운트 하나 없는 상황에서 타이푼즈의 2번부터 상대하게 된 헌터즈의 벤치는 홈런이 나온 그 순간 경기를 포기했는지 바로 패전조를 내보냈다.


타이푼즈의 타자들은 이태화의 홈런에 자극을 받은 듯 그 후 3점을 더 뽑아 0:6의 승리를 가져왔다.


유인화의 완봉승. 헌터즈(3연패)와 타이푼즈(5연승)의 공동 2위.


그리고 이태화의 싸이클링 히트 같은 기록을 남기며 헌터즈와 타이푼즈의 주중 3연전 첫 경기는 타이푼즈의 승리로 마감했다.


타이푼즈는 헌터즈와 함께 공동 2위로 올라섰다.


경기의 MVP는 동점 상황을 끝내는 3점 홈런과 이번 시즌 첫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한 이태화에게 돌아갔다.


훗날, 이 날은 태화가 정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던 최고의 날 중 하루가 되었다.


작가의말

벌써 월요일이 왔습니다. 그런데 3일 있으면 또 연휴군요?

아아 매우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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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너무나 먼 출발선 - 9 +4 16.01.05 536 17 9쪽
34 너무나 먼 출발선 - 8 +2 16.01.04 647 20 14쪽
33 너무나 먼 출발선 - 7 16.01.01 574 18 11쪽
32 너무나 먼 출발선 - 6 +2 15.12.31 548 22 7쪽
31 너무나 먼 출발선 - 5 +2 15.12.30 585 20 8쪽
30 너무나 먼 출발선 - 4 +2 15.12.29 510 21 16쪽
» 너무나 먼 출발선 - 3 15.12.28 726 23 12쪽
28 너무나 먼 출발선 - 2 15.12.25 570 18 13쪽
27 너무나 먼 출발선 - 1 15.12.24 699 21 11쪽
26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4 15.12.23 579 21 14쪽
25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3 +2 15.12.22 746 20 11쪽
24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2 +2 15.12.21 559 17 11쪽
23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1 15.12.19 775 17 10쪽
22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0 15.12.18 617 19 11쪽
21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9 15.12.17 636 18 12쪽
20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8 +2 15.12.16 660 19 12쪽
19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7 15.12.15 713 22 8쪽
18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6 (12.15 - 내용 추가) +4 15.12.14 780 21 19쪽
17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5 15.12.13 801 28 10쪽
16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4 15.12.12 856 25 8쪽
15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3 15.12.12 792 25 7쪽
14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2 15.12.11 842 28 9쪽
13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 15.12.10 1,242 31 11쪽
12 그 투수의 현위치 - 12 15.12.09 1,048 29 8쪽
11 그 투수의 현위치 - 11 15.12.08 1,198 30 8쪽
10 그 투수의 현위치 - 10 15.12.07 1,236 31 7쪽
9 그 투수의 현위치 - 9 15.12.06 1,399 3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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