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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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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64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5.12.31 23:46
조회
547
추천
22
글자
7쪽

너무나 먼 출발선 - 6

DUMMY

4


타이푼즈와 헌터즈의 주중 3연전의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목요일.


지혁은 경기장이 아닌 기차역의 맞이방에 있었다.


열차의 도착 시간과 현재 시각을 확인한 지혁이 자신의 옆에 굳은 얼굴로 조용히 서 있던 문아에게 말을 걸었다.


“뭘 그렇게 긴장하고 있어?”

“……기, 긴장 안 했거든?”


흰색 긴 레이스 원피스 위에 하늘색 카디건. 베이지색 크로스백에 다시 하얀 단화. 거기에 검고 긴 생머리를 얌전하게 내렸다.


전체적으로 밝고 청순한 느낌을 강조하면서 노출은 철저하게 가리고 있었다.


집에서나 평소에 지혁과 만날 때 보이는 그런 활동적인 느낌과는 정반대인 얌전함과 청순함.


지금이 완연한 여름에 접어들기 시작하는 시기인 것을 생각하면 살짝 덥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그것을 생각한 것일지 재질이 얇은 편이었던 그 옷들은 보고 있으면 어쩌면 ‘비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문아는 지금 누군가에게 ‘얌전한 여자’로 보이기 위해 애쓰는 중이었다.


지혁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마음에 드는 코디였지만, 동시에 평소의 문아와는 전혀 달라 조금 불편해 보이는 그 모습이 조금 안쓰럽기도 했다.


“굳이 그런 별명이나 이미지 생각해서 안 그래도 된다니까…….”

“그런 거 아니야.”


어쩌다보니 몇 번 대중과 선수단에 알려져서 ‘천상여자’니 하는 소리를 듣고 있는 문아였지만, 딱히 그렇게 갑자기 만들어진 이미지를 지키려는 마음은 없었다.


문아가 오늘 이렇게 있는 것은 오늘 지혁과 같이 만나야 할 단 한 사람 때문이었다.


계속 안절부절 못하던 문아는 다시 한 번 손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며 얼굴과 헤어를 정리한 다음,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지혁에게 물었다.


“나 지금 어때 보여? 응? 안 이상해? 드세 보인다거나 안 어울린다거나 응!?”

“……예쁘기만 한데.”


‘뭐지? 어디 달라진 걸 찾아야 하는 건가? 굳이 따지자면 다 달라졌는데…… 이런 대답은 분명 불합격일 테고.’


긴장하게 되는 지혁이었다.


“아니 그런 거 말고 이미지 있잖아! 딱 봤을 때 느껴지는 첫 인상 있잖아?”


첫 인상이라면?


지혁이 진지한 얼굴로 고백했다.


“……첫눈에 반했습니다!”

“왜 갑자기!? 싫다는 게 아니고, 아니 그러니까!”


전혀 문아가 바라던 대답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분명 전에 한 번 써먹었던 말이었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문아는 기습에 화끈거리는 얼굴을 겨우 진정시키며 부끄러운 기억을 꺼내 듯 작게 웅얼거렸다.


“……어머님…….”

“응?”


이윽고 결심하듯 심호흡을 크게 한 뒤 문아가 크게 소리쳤다.


“‘어머님’이!”


눈동자가 흔들리고 얼굴이 빨개진 채로 손을 꾹 쥐며 지혁과 눈을 마주치는 문아의 그런 모습은, 마치 일생일대의 큰 결심을 한 것만 같았다.


“우리 엄마?”


그러나 지혁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할 따름이었다.


그런 지혁의 모습에 문아는 속으로나마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어머님이 어떻게 생각하실 것 같아?”

“아~ 그거 아직도 신경 쓰고 있었구나.”

“당연하지!”


문아와 지혁이 기다리고 있는 대상. 문아와 지혁의 어머니 간의 첫 대면은 그리 좋지 않았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마무리훈련까지 마친 이후, 때마침 미연도 어디 좀 갔다 온다면서 집을 나갔던 그날.


모처럼만에 단 둘이 있게 됐던 지혁과 문아는 세상의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을 만큼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 감정이 흘러넘쳐 서로를 원하게 됐던 그때, 갑자기 지혁의 집 문이 벌컥 열렸다.


하필-지혁이 방으로 가자는 것을 거절한- 문아가 지혁의 위에 올라탔을 때였다.


만일 지숙(지혁의 어머니)이 자식들을 만나려 경북에서부터 건너왔을 때, 혹시라도 그때 지혁도 미연도 부재중이라 집 밖에서 기다리는 일이 없도록 지혁이 이미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이 화근이었다.


둘 다 옷은 제대로 입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이미 열기가 오를 대로 올랐던 그 상황에서의 그 구도.


누가 봐도 알아챌 그 순간을 못 본 척하고-도어락의 비밀번호를 정확히 눌러놓고서- 집을 잘못 찾았다면서 다시 문을 닫던 지숙의 그 표정을 문아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그날 이후로 만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제 지혁에게서 어머니가 온다는 말을 들었던 문아는 당시의 이미지를 어떻게든 바꾸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지금 이 자리에 나왔다.


어떻게 그걸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느냐며 화를 내는 문아에게 지혁은 자신이 잘못했다 사과하며 대답했다.


“아니 그런데, 우리 엄마 정말 그런 거 신경 안 쓰시고 있으실 거야.”

“……진짜로?”

“그렇겠지? 그때 문아 너 집에 간 다음에 아직까지 나한테 아무 말씀도 안 하셨으니까.”

“그거 그냥 피하시는 거잖아?”


그렇게 말한 문아는 그때의 자신이 밉다며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고 그 자리에서 쪼그려 앉고 말았다.


그러나 그 직후 바로 일어나서 옷에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자세를 바로 하고 머리를 다시 정리했다.


지혁은 그런 문아의 행동에 다시금 안쓰러운 감정을 느꼈다.


“그냥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지. 억지로 이렇게 힘들어 할 필요는 없을 텐데.”

“있는 모습이라니? 어떤 걸 말하는 거야?”


그러자 갑자기 문아가 정색했다.


지혁은 당황했다.


“어? 그야…….”


더 말하려니 덥석 멱살을 잡혔다.


“그게 내 모습이라니? 아냐! 아니야!”


청초한 분위기의 아가씨가 별안간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큰 성인 남성의 멱살을 쥐고 흔드는 보기 드문 광경이 맞이방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머리가 앞뒤로 흔들리던 지혁은 왠지 문아의 이런 모습마저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며 헤실헤실 웃었다.


“문아야 이거 다른 사람들이 보는데.”


지난주의 벤치 클리어링 사건이 아직 잊혀지지 않았던 지라 이 맞이방에서 지혁을 알아보며 지나가는 사람이 꽤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문아는 그런 주변의 시선은 신경 쓰지도 않는다는 듯, 새빨개진 얼굴을 한 상태로 쥔 멱살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차라리 이런 이미지가 낫겠어!”

“아니 나도 나쁘진 않은데 지금은 안 돼.”

“……왜?”


지혁이 갑자기 사뭇 진지한 어조로 그렇게 다시 말하자 그제야 문아가 지혁을 흔들던 것을 멈추었다.


이유를 말하라며 자신을 바라보는 문아와 눈을 마주치며 지혁은 손가락을 뻗어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


자연스레 그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린 문아는 이윽고 지혁이 지목하던 대상을 보고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지혁과 문아가 기다리고 있던 그녀, 지혁의 어머니 신지숙이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가만히 미소 짓고 있었다.


작가의말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퇴근이 늦었습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분량은 죄송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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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너무나 먼 출발선 - 12 +2 16.01.08 632 16 9쪽
37 너무나 먼 출발선 - 11 +2 16.01.07 638 18 11쪽
36 너무나 먼 출발선 - 10 +4 16.01.06 513 17 12쪽
35 너무나 먼 출발선 - 9 +4 16.01.05 536 17 9쪽
34 너무나 먼 출발선 - 8 +2 16.01.04 647 20 14쪽
33 너무나 먼 출발선 - 7 16.01.01 574 18 11쪽
» 너무나 먼 출발선 - 6 +2 15.12.31 548 22 7쪽
31 너무나 먼 출발선 - 5 +2 15.12.30 584 20 8쪽
30 너무나 먼 출발선 - 4 +2 15.12.29 510 21 16쪽
29 너무나 먼 출발선 - 3 15.12.28 725 23 12쪽
28 너무나 먼 출발선 - 2 15.12.25 569 18 13쪽
27 너무나 먼 출발선 - 1 15.12.24 698 21 11쪽
26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4 15.12.23 579 21 14쪽
25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3 +2 15.12.22 746 20 11쪽
24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2 +2 15.12.21 558 17 11쪽
23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1 15.12.19 775 17 10쪽
22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0 15.12.18 617 19 11쪽
21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9 15.12.17 635 18 12쪽
20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8 +2 15.12.16 660 19 12쪽
19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7 15.12.15 712 22 8쪽
18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6 (12.15 - 내용 추가) +4 15.12.14 780 21 19쪽
17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5 15.12.13 800 28 10쪽
16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4 15.12.12 855 25 8쪽
15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3 15.12.12 792 25 7쪽
14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2 15.12.11 842 28 9쪽
13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 15.12.10 1,241 31 11쪽
12 그 투수의 현위치 - 12 15.12.09 1,047 29 8쪽
11 그 투수의 현위치 - 11 15.12.08 1,197 30 8쪽
10 그 투수의 현위치 - 10 15.12.07 1,236 31 7쪽
9 그 투수의 현위치 - 9 15.12.06 1,399 3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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