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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on of The Pi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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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해
작품등록일 :
2015.12.05 20:19
최근연재일 :
2016.03.05 18:56
연재수 :
66 회
조회수 :
58,781
추천수 :
1,345
글자수 :
284,914

작성
15.12.24 21:30
조회
698
추천
21
글자
11쪽

너무나 먼 출발선 - 1

DUMMY

1


방망이는 허망하게 애꿎은 공기만 가르고, 타자의 그 모습에 관중들은 환호했다.


투수는 판정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는 듯 미리 덕아웃을 향해 몸을 돌렸고, 그 뒤 심판의 역동적인 삼진 제스쳐가 이어졌다.


[헛스윙 삼진! 또다시 삼진으로 처리하는 타이푼즈 유인화! 13개째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7회가 끝날 때까지 저런 공을 뿌리네요.]

[지금 타이푼즈 불펜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유인화 선수를 믿는 거죠.]


7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13탈삼진.


압도적인 기세로 그라운드를 지배하고 있는 유인화다.


하지만 당사자는 그런 기록과는 달리 마음은 영 좋지 않았다.


'이렇게 이겨도 수훈선수는 힘들겠는데.'


7회 말의 공격을 준비하는 타이푼즈의 덕아웃이 분주했다.


이번 공격의 선두타자인 5번 브렛 히트와 후속타자인 한성구, 그리고 그 다음인 성시준은 이미 밖으로 나가 있었다.


남은 타자들은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방법을 찾고 있었다.


연승 중인 팀의 분위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급박하다.


잡아야 할 경기를 이대로 놓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듯했다.


그런 기분을 느끼며 인화는 잠시 벤치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일요일 경기도 5회까지 계속 공격이 툭툭 끊겼었지.'


오늘만 공격에서의 병살타가 벌써 3개. 병살타 3개면 못 이긴다는 명언이 떠오른다.


'아니 이런 생각하면 안 되지.'


재수 없는 그런 불온한 생각들을 떨쳐내기 위해 머리를 흔들었다.


5번부터 시작하는 7회말. 과연 이번에는 점수를 낼까?


그래도 포기가 아닌, 이길 방법을 찾고 있는 팀의 분위기는 긍정적이라면 긍정적일지도 모른다.


브렛 히트가 타석으로 향하고 있을 때 헌터즈가 투수를 바꿨다.


[7회말을 시작하려는 지금, 타이푼즈와 헌터즈 두 팀 모두 득점 없이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 헌터즈가 또다시 투수를 바꾸네요? 오늘 4번째 투수입니다!]

[정말 헌터즈가 타이푼즈와의 이번 경기를 제대로 준비한 모습이죠? 사이드암인 한현승 선수가 올라오네요. 브렛 히트의 옆구리 투수 통산 타율이 1할대거든요? 거기에 오늘 지명타자로 출장하고 있는 6번 한성구 선수는 한현승 선수에게 안타가 하나도 없습니다. 브렛 히트를 그대로 가져간다고 하면 한성구 선수나 그 다음 타자인 포수 성시준 선수에서 대타를 내야 할 텐데, 한성구 선수는 지명타자고 성시준 선수를 빼면 오늘 팀에 포수가 없거든요? 오늘 헌터즈 선발 투수였던 좌완 임주연을 상대로 공격적인 타순을 짰는데 이게 생각보다 안 풀리면서 경기 후반에 발목을 잡게 되네요.]

[타이푼즈가 만일 6번이나 7번에서 대타, 아니 대주자만 내게 되어도 다시 타순이 돌았을 때 그 타석에 투수가 들어가게 되는 상황이군요?]

[기용할 수 있는 투수가 적은 타이푼즈인 만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일 겁니다.]


리더스전까지 생각해야 하는 타이푼즈로선 최대한 투수들을 아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타선의 활발한 공격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첫 경기부터 기대와는 정반대인 상황이 되고 말았다.


브렛 히트가 그대로 타석에 들어서고, 경기장의 전광판이 브렛 히트의 오늘 성적을 표시했다.


[7회 말 타이푼즈의 선두타자는 5번 우익수 브렛 히트 선수입니다. 오늘 경기 2타석 1타수 무안타. 첫 타석에서 볼넷 출루, 두 번째 타석에서는 병살타를 기록했습니다.]

[병살타를 쳤지만, 첫 타석의 볼넷도 그렇고 바로 전 타석은 잘 맞은 타구였던 만큼 컨디션 자체는 괜찮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위원님, 유인화와 맥킨 카이트 뿐만이 아닌, 지금 타석에 있는 브렛 히트도 현재 해외 스카우터들의 관심 대상 아닙니까? 일본의 몇몇 구단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식이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맥킨 카이트와 브렛 히트. 오른손 장타자를 원하는 구단들이 아주 군침을 흘리고 있는 타자들이죠. 그런데…… 하필 이렇게 스카우터들이 찾아온 오늘 같은 경기에서 장타가 터지지 않고 있다는 게 타이푼즈 입장에서 불행일지 다행일지 모르겠습니다, 참.]


주심의 플레이 콜을 듣고 헌터즈의 배터리가 사인 교환에 들어갔다.


애초에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헌터즈의 배터리는 그것을 간결하게 마무리하고 포수가 곧바로 바깥쪽에 앉았다.


그 후 바로 바깥쪽 낮고 빠듯한 코스로 속구가 날아들었고, 그것을 노리고 있던 브렛 히트는 그대로 그 공을 잡아당겼다.


제대로 맞은 타구 소리와 동시에 관중들의 함성이 시작됐다.


[초구 공략!]


그러나 그 직후에 일어난 유격수의 몸을 날린 다이빙 캐치에 함성이 가득했던 경기장은 순식간에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투수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유격수를 향해 엄지를 치켜 올렸다.


[박수찬 다시 한 번 파인플레이! 브렛 히트, 오늘 박수찬에게만 잘 맞은 타구가 2개나 잡힙니다!]

[투수가 바뀌어도 어지간하면 초구를 지켜보는 브렛 히트라서 헌터즈의 수비진들이 조금 느슨하게 있었는데 말이죠. 박수찬 선수 정말 대단한 반사 신경입니다.]

[네. 브렛 히트, 역으로 노리고 야심차게 시도한 초구공략입니다만 아쉽게도 이렇게 잡히고 맙니다.]


브렛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채 발걸음을 덕아웃으로 향했다.


다음 타자인 한성구가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우타석에 들어서며 덕아웃을 바라봤지만, 벤치는 아무런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


대타는 없으며 타격도 자신을 믿겠다는 뜻.


준비 자세를 취하며 성구는 어떻게 할지 생각했다.


'현승 선배의 구종은 직구를 빼면 슬라이더랑 커브뿐이지. 커브는 바로 알 수 있으니까 최대한 기다리고 치자.'


이 경기가 첫 경기이기도 하니, 어떻게든 현승의 투구 수를 늘릴 속셈이었다.


그러나 밀어치는 타격이 미숙했던 성구로선 잘못된 선택이었다.


[3구 타격!]


몸쪽 직구 2개로 순식간에 몰려 버린 성구는 결국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슬라이더에 손을 대고 말았다.


맥 빠지는 타격음과 함께 타구는 힘없이 굴러 2루수가 잡고 1루로 던졌다. 2아웃.


[헌터즈 한현승. 타이푼즈의 5번과 6번을 상대로 단 4구 만에 2아웃을 잡아냅니다.]

[시합이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아무래도 점점 급해지는 것 같네요.]


다음 타자인 7번 성시준(포수/우타)마저 아무것도 하지 못 한 채 삼진을 당하며 7회 말이 끝났다.




**




타이푼즈 감독 김수룡은 8회초 다시 마운드로 올라가는 유인화를 보며 고민했다.


"연 코치."

"불펜 준비 시킬까요?"


투수코치 연강훈은 이미 올릴 투수를 간추려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수룡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언급한 그 이름은 강훈의 예상과는 다른 투수였다.


"델 리오 준비 시켜."

"델 리오요? 아직 동점입니다."

"역전하겠지. 아니, 해야지."

"만일 이대로 연장이라도 가게 되면……!"

"전 코치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룡은 강훈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은 채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수석코치와 머리를 맞대며 헌터즈 투수진의 자료를 분석하던 전흥국 타격코치를 불렀다.


흥국은 다시 한 번 자료를 훑어본 뒤 수석코치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 다음, 수룡의 물음에 대답했다.


"일단 실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8회나 9회에 저희가 점수를 낼 가능성은 아주 높으니까 말입니다.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저희가 다음 회에 저쪽의 투수를 2명 정도 더 끌어낼 수 있다는 거죠. 저희가 어떻게 여기고 있든 내일 저쪽 선발은 자신들이 자신만만하게 믿고 있는 메이슨일 테니."

"근거는?"

"일단 저쪽에서 처음에 교체할 투수는 딱 한 명밖에 없습니다."

"왼손 걔인가?"

"예. 딱 하나 있는 왼손 장유종입니다. 아마 한현승은 규철이까지만 상대하고 내려가겠죠. 성훈이 타석에 바꿀 테니 성훈이 때 저희도 오른손 대타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장유종의 우타자 상대 피출루율이 올해 8할입니다. 5번 중 4번으로."

"벌써 3명이나 썼는데 또 낼까?"


자신만만한 흥국의 말에 강훈은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다.


흥국과 메이슨을 보는 관점이 달랐던 강훈은 제 아무리 두터운 헌터즈의 중계진이라도 내일 경기를 생각하면 이 이상 쓸 것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 강훈의 반응에 흥국은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의견을 이어갔다.


"바꿔야 할 겁니다. 성훈이를 한현승으로 막아도 태화의 타석에서만큼은 반드시 교체할 겁니다. 태화의 오른손 사이드암 상대 성적은 헌터즈가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8회말 타이푼즈의 타선은 8번 한규철(3루수/우타), 9번 임성훈(2루수/좌타), 1번 이태화(중견수/좌타)로 이어진다.


"만일 저쪽이 그대로 한현승으로 밀고 간다면, 한현승이 등판 이후 6번째로 상대해야 할 타자는 사이드암 킬러이자 그제에 이어 오늘도 3타수 3안타, 거기에 장타만 2개를 기록하고 있는 좌타자 태화입니다. 연강훈 투수코치님이라면 이런 타자 상대로 밀고 가실 건가요?"

"그건 그렇군……."


강훈은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흥국의 말은 계속 됐다.


"만일 8회 말 공격이 셋으로 끝나지 않았다면 저희의 2번은 원찬이죠. 오른손입니다. 가뜩이나 우타자 상대 피출루율이 나쁜 장유종에게 루상에 주자까지 놔둔 상태에서 출루율 4할을 노리고 있는 원찬이를 상대하게 하진 않을 겁니다. 원찬이가 타율 자체가 높은 편은 아니니 헌터즈는 넘쳐나는 오른손 투수를 꺼내서 원찬이를 잡으려고 하겠죠. 그렇게 잡히더라도 9회는 카이트, 호승이, 히트입니다. 헌터즈가 한현승까지 내버린 이상 이제 남은 투수들은 그냥 공 던지는 사람입니다."


'말이 아주 화끈하고만?'


흥국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있던 강훈이었지만, 흥국의 마지막 발언은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헌터즈의 남은 투수들이 그저 공 던지는 사람이라면 그보다 불펜이 얇은 우리는 뭐가 되는가?


은연중에 비꼬는 듯한 느낌에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렇지만 수룡은 그런 강훈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강훈에게 명령했다.


"그럼 이제 우리가 할 건 선수들을 믿는 것 뿐이고만? 당장 델 리오 준비하자고 연 코치. 우리가 델 리오 보내면 선수들도 알아듣겠지. 그것에 부담을 느낀다면 뭐…… 결국 이 팀은 아직 거기까지란 말 아니겠어?"

"그런 애들 아니니 걱정 마십시오."

"믿음직해 아주."


강훈이 불펜에 연락하기 위해 이동한 사이 인화가 다시 선두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며, 경기는 이제 종반을 향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벌써 내년까지 1주일 남았습니다.

오늘 저희 지역은 안개로 주변이 아주 하얘서 제법 색다른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물론 본래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게 이런 풍경을 말하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부디 내일 눈도 비도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시려요.


모두 편안한 휴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휴일이 아니신 분들도 부디 건강한 하루가 되시길!

추천, 선작, 읽어주시는 분들까지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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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너무나 먼 출발선 - 9 +4 16.01.05 536 17 9쪽
34 너무나 먼 출발선 - 8 +2 16.01.04 647 20 14쪽
33 너무나 먼 출발선 - 7 16.01.01 574 18 11쪽
32 너무나 먼 출발선 - 6 +2 15.12.31 548 22 7쪽
31 너무나 먼 출발선 - 5 +2 15.12.30 584 20 8쪽
30 너무나 먼 출발선 - 4 +2 15.12.29 510 21 16쪽
29 너무나 먼 출발선 - 3 15.12.28 725 23 12쪽
28 너무나 먼 출발선 - 2 15.12.25 570 18 13쪽
» 너무나 먼 출발선 - 1 15.12.24 699 21 11쪽
26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4 15.12.23 579 21 14쪽
25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3 +2 15.12.22 746 20 11쪽
24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2 +2 15.12.21 559 17 11쪽
23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1 15.12.19 775 17 10쪽
22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0 15.12.18 617 19 11쪽
21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9 15.12.17 636 18 12쪽
20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8 +2 15.12.16 660 19 12쪽
19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7 15.12.15 712 22 8쪽
18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6 (12.15 - 내용 추가) +4 15.12.14 780 21 19쪽
17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5 15.12.13 801 28 10쪽
16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4 15.12.12 855 25 8쪽
15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3 15.12.12 792 25 7쪽
14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2 15.12.11 842 28 9쪽
13 누구를 위한 함성인가 - 1 15.12.10 1,242 31 11쪽
12 그 투수의 현위치 - 12 15.12.09 1,048 29 8쪽
11 그 투수의 현위치 - 11 15.12.08 1,198 30 8쪽
10 그 투수의 현위치 - 10 15.12.07 1,236 31 7쪽
9 그 투수의 현위치 - 9 15.12.06 1,399 3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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