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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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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923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작성
18.01.26 10:51
조회
382
추천
5
글자
12쪽

붉은 숲 2

DUMMY

심장이 미친듯이 쿵쾅거린다.


‘저게 무슨 소리야?’


자비롭고 친절한 왕자가, 그 사람 좋아보이던 레너 왕자가 일가친척을 몰살시켰다고? 반란을 일으켜 왕위를 찬탈했다고?


‘거짓말!’


거짓말로 치부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수는 없었다.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정말로 만에 하나라도 사실인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주교의 말대로라면. 만에 하나, 천에 하나의 작은 확률일지도 모르지만.


‘하쉬가 죽을지도 몰라!’


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리고 그 죽음에서부터 자신이 하쉬를 구할 가능성이 있다면.


‘어떻게든 해야 돼!’


이미 하지 않는다는 생각따위는 하지 않는다.

나는 재빨리 머리를 회전했다. 상황을 고려해야한다. 신전은 여기서 나가거나 왕국에 협력하거나의 두 가지 선택을 해야했다.

여기서 신전이 왕국을 나간다면 하쉬의 목숨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신전이 협력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싶지만 내가 신전에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아무것도 없었다.

짜증나도록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그럼 난 뭘 할 수 있지?’


신전에 개입할 수 없으니 다음 선택으로 넘어가야했다. 신전이 왕국을 나간다는 가정하에 하쉬를 살리려면?

머리가 팽팽하게 회전한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것을 느낀다. 손발이 저릿해졌다.


‘하쉬를 데려와야 해!’


주교는 그럴 여유가 없다며 하쉬를 데려오지 못한다고 했다. 만약 장소가 붉은 숲이라는 불확실성이 너무나도 높은 장소가 아니었다면 그 또한 사람들을 시켜 하쉬에게 돌아오라고 했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하쉬는 최고의 성기사니까


‘붉은 숲··· 직접 가야해’


할 일은 정해졌다. 붉은 숲에 직접 가서 하쉬를 데려온다. 만약 하쉬와 비루가 마셸과 벤자민을 구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했더라도 상관없었다. 내 우선 순위는 하쉬가 가장 먼저였으니까.


‘길은?’


모른다. 하지만 지도 하나쯤은 구할 수 있을것이다. 읽을줄은 모르겠지만··· 나는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차고 있는 '무게놀이' 쇠팔찌가 눈에 밟혔다.


‘방해되잖아!’


방해됐다. 벌써 4킬로가 된 그것들은 합이 16킬로였다. 이걸 차고서 하쉬와 비루를 찾아 붉은 숲이라는 잘은 모르겠지만, 위험해보이는 장소에 가는것은 나 죽여잡수소 하는것과 같을것이다.


‘열쇠는··· 가방에 있겠지.’


나는 방을 이리저리 뒤졌다. 하쉬의 조끼 가슴께에 달린 문양 아래 주머니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그가 가지고 다니지만 역시 붉은 숲이니 뭐니하는곳으로 향한 지금은 놔두고 간 모양이었다.

끼릭끼릭, 열쇠를 돌려서 쇠팔찌를 빼낸다. 양손 양발에서 4킬로씩 무게가 사라지니 날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한 걸음 걷자 무게 중심이 제대로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좋아. 그럼 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이전의 빈민가에서였더라면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리라. 성기사가 '선의' 라는 것을 알려주었기에 생각할 수 있었다.

혼자 살아가던 소년이 선의를 받을 생각을 한 것이다.

난 열심히 머리를 굴렸지만 마땅히 생각나는 사람은 없었다. 주교는 저렇게 말한 이상 도와주지 않을게 뻔했다. 그리고 인맥이 좁아서 기껏해야 아는 사람은 신전에서 몇몇, 그리고 화전민···


‘모던!’


화전민이라는 말에 모던이 기억났다. 그는 노련한 솜씨로 상처를 응급처치하고 힘도 좋아보이는 중년의 남자였다. 무엇보다 조사대가 복귀하는걸 기다린다고 했지만 아직 돌아가지 않은걸로 알고 있었다.


‘실제론 벤자민이라는 사람과 마셸 형 때문이겠지?’


조사대와 친분을 쌓은건 맞는 것 같았다. 한번이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걸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직까지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물론 지금 보면 다른 이유가 있는것 같기는 하지만.


“모던!”


그라면 분명히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모던이 있는 여관을 향했다. 여관에 모던이 없어 이곳저곳을 긍긍했지만, 시장바닥에서 가판대에 있는 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모던 씨!”


내가 모던의 이름을 부르자 모던은 갸웃하며 나를 쳐다본다. 꼬지를 양껏 물고 있는 모습이 웃기기도 했지만 그런걸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뭐야? 리드 아니냐? 무슨 일인데 그리 급한거냐?”


“지금 꼬지같은걸 먹을 때가 아니라고요!”


갸웃갸웃거리면서도 내가 장난치는건 아니란걸 알았는지 모던은 표정을 심각하게하며 날 따라왔다.

꼬지를 먹으면서.

난 꼬지를 먹으며 이야기를 듣는 그에게 꼬지를 하나 받아들었다. 괜찮다고 했지만 어차피 하쉬의 돈이라고했다.

···그러고보니 이 사람들, 돈 없었지? 아니, 아니다. 이게 중요한게 아니다.


“뭐?!”


내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모던은 놀라 일어난다.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다.


“도와주실 수 있죠?”


도와달라고 그를 보았다. 그는 질겅질겅 꼬지를··· 몰랐는데, 식탐이 많은 부류였나보다. 그러고보니 주량이 그렇게 세다던데 관련이 있는걸까?


“내가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구나.”


거절하는건가 싶었지만 모던은 ‘너 혼자 보내는 것 보단 낫지!’하며 나에게 출발할 준비를 갖추러가자고 했다 물과 식량을 간단히 챙겼고, 말을 사고 싶지만 사정상 여의치 않았다. 분명 그네들은 말을 타고 갔을텐데···


“붉은 숲까지 가는 길은 걱정안해도 된다.”


모던은 붉은 숲에 가본 적이라도 있는지 제법 당당했다.


“가보신적이 있나요?”


내 물음에 물론이라며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보여도 아르미안 왕국을 안 돌아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다.”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하는 의문이 잠깐 들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그가 가본적이 있다면 그만큼 좋은일은 없었다.


“걱정되는건 알지만 어차피 붉은 숲은 함부로 들어가거나 해서는 안 되는 곳이니 섣불리 들어가진 못했을거다. 말을 타고 갔다면 하쉬와 비루는 슬슬 도착할 쯤이겠지만··· 어찌됐든 숲 안으로 들어가긴 해야겠구나.”


함부로 들어가서 안 된다라­···


“왜죠?”


“몬스터가 너무 많기 때문이지. 함부로 접근하기도 힘들 정도로 말이다. ···솔직히 마셸이라는 성기사가 살아있기를 기대하는건 힘들겠지만”


괜히 몬스터 집결지가 아니라고 모던은 말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기에?





“얼른 내리시오. 꾸물댈 시간이 없소.”


하쉬의 재촉에 비루가 머리를 긁적인다. 말을 타봤어야말이지, 평생 용병으로 굴러먹던 비루가 타봤을리가 없었다.

말 한마리씩을 타고갈 생각이었는데 비루가 승마하는법을 몰라 하쉬와 비루는 같은 말을 타야했다.

성인 남자, 그리고 한 명은 갑옷을 입은 남자를 태운 말은 당연히 체력이 방전되어 몇번이나 쉬어가야했다. 보통 말보다 훨씬 시간이 지체된 것이다.


“아, 거 미안하대도?”


하쉬가 재촉하는것이 그가 화난것이라 생각한걸까? 비루는 머리를 긁적이며 사과했다. 말의 등에 손을 짚어 훌쩍 뛰어내린다.


“조심하시오. 붉은 숲은 몬스터···”


하쉬는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바로 이 숲에서 자신의 용병단이 모조리 전멸했던 비루다. 외국인인데다가 처음으로 와보는 자신보다도 훨씬 빠삭할것이 분명하다.


“걱정마.”


비루는 말의 등허리에서 자신의 짐을 짊어졌다. 긴장되는 표정이 역력했다. 아직 그때의 일을 다 극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것보다 이 말은 어쩌려고?”


비루는 뜬금없이 말을 걱정했지만 하쉬도 짐을 짊어지고는 말의 엉덩이를 팡! 하고 손바닥으로 치자 말이 ‘이히히히힝!’울음소리를 내며 왔던 방향으로 향했다.


“저 말은 말이긴 한데 보통 말은 아니오. 듣기로는 어느 동물의 피가 섞였네마네하는데 기억은 잘 안나오. 아무튼 왔던길을 기억할 수 있는 놈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거 참 편리하다며 비루는 툴툴댄다.


“슬슬 들어갑시다. 부디 늦지 않았어야할텐데”


“어허, 잠깐! 당신 초짜야?”


성큼성큼 숲 안으로 들어가려하는 하쉬를 비루가 말렸다. 비루는 하쉬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웠다. 왜 그러나 싶었더니 비루는 하쉬에게 무언가를 칙칙 뿌린다.


“읏! 이게 뭐요?”


답지않게 하쉬는 비루를 노려봤다.

비루가 자신의 전신에 뿌린 무언가는 무척 냄새나고 시큼한데다가 색깔이 누렇다. 누가봐도 오줌같았다.


“허, 진짜 모르는군. 이건 노란화살촉 도마뱀의 오줌이야.”


노란화살촉 도마뱀은 30센티 정도의 몸길이를 가진 도마뱀치고는 무척이나 큰 녀석이었다. 얼굴이 화살촉과 같아 그렇게 불리고 있었다. 일단 몬스터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동물에 가까운 녀석이기도 했다.

아무튼 비루가 뿌린 노란화살촉 도마뱀의 오줌은 몬스터를 짧은 시간동안 쫒아내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건 이 도마뱀의 꼬리에 강한 마비독이 있기 때문이었다.


“독을 가진 몬스터는 드물다고? 가능하면 래서 서펜트의 독을 원했는데 구하지를 못했어. 지금 암흑가에도 없어서 말이지.”


독을 가진 몬스터는 숲에서 치명적이었다. 다른 몬스터나 동물들은 독을 제외한다면 일개 도마뱀에 불과한 노란화살촉 도마뱀이 좋은 먹이일법도 하지만 접근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숲에서 마비된다면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노란화살촉 도마뱀은 잡아먹어봤자 마비가 되어버리니 말이다.


“이 냄새를 맡고도 다가올 수 있는건 지독한 다크 울프 녀석들밖에 없어. 녀석들도 사실 왠만하면 노란화살촉 도마뱀은 어지간히 굶주리지 않았으면 무시하고 말이야.”


“···솔직히 기분은 좋지 않소만, 투정할수는 없겠구려. 준비가 투철하시군. 고맙소”


비루는 용병 시절의 경험을 살려 오줌을 뿌린 것이었다. 다른 몬스터를 쫒아낼 수 있다면 다소 냄새나고 불쾌하다고 해서 참지 못할만큼 멍청하지는 않았다.


“두말하면 잔소리지.”


비루는 자신의 몸에도 노란화살촉 도마뱀의 오줌을 뿌리고 출발할 준비를 갖춘다.


“래서 서펜트의 오줌은 구하지 못했지만 이 녀석거는 넘치도록 있다고!”


하쉬가 붉은 숲으로 먼저 걸음을 내딛자, 실감할 수 있었다.


“전혀 다르구려.”


많아도 너무 많았다. 어느 방향으로 가던지간에 몬스터를 맞닥뜨릴수 밖에 없을만큼이나 말이다. 아마도 오줌이 없었더라면 하루종일 싸우기만 했을 것이다.


“그런거지. 아무튼 그 성기사들을 찾을 방법은 있어?”


“그건 걱정마시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영지를 나서려는 나에게 모던이 이상한 소릴 했다.


“오줌이요?”


나도 모르게 질리는 표정이 되었을것이다. 하지만 그도 그럴것이 몬스터 오줌을 전신에 뿌리지 않으면 진입할 수조차 없다니···


“그래. 오줌이다. 그게 없으면 들어갈 수 없어. 바로 몬스터에게 쫒겨나올거다. 보통이라면 죽겠지만 하쉬 경같은 실력자라면 도망칠 수 있겠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다면 이미 그들은 붉은 숲에 있다는 것 아닌가?


“그럼 이미 들어갔을거에요. 하쉬는 몰라도 비루라는 사람은 흐르는 모래 용병단의 단장이랬어요.”


“뭐? 흐르는 모래라고?”


비루가 용병단의 단장이었다는 말은 듣지 못한걸까? 그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 주정뱅이 양반이 말이냐? 어쩐지 하쉬 경이 저번에 누굴 찾는다 했더니··· 하, 그럼 이미 들어가고도 남았겠다!”


내가 말한 내용은 ‘벤자민과 마셸 성기사가 숲으로 들어갔고, 하쉬가 이를 찾으러 비루와 함께 숲으로 출발했다.’였다.

아무래도 그는 비루가 용병단의 단장이었다는건 모르고 있는 듯하다.


“서둘러야겠다! 어서 타라!”


모던이 말에 탑승했고 날 끌어올렸다.

처음으로 타보는 말이었지만, 감상에 빠져있기도 뭐했다.

다시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걸 느끼며 나와 모던은 붉은 숲으로 출발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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