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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농곰의 서재입니당

리드리스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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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야농곰
작품등록일 :
2018.01.26 10:19
최근연재일 :
2018.09.30 17:30
연재수 :
206 회
조회수 :
67,679
추천수 :
957
글자수 :
1,177,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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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27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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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
추천
4
글자
13쪽

빈 자리 6

DUMMY

똑똑, 하는 두 번의 노크소리와 함께 비루는 귀찮아서 없는척할까란 고민을 진지하게 하다가 한숨을 쉬며 답했다.


“그냥 들어와.”


들어온 사람은 비루가 처음보는 남자였다. 기껏해야 벤자민이나 마셸, 혹은 리드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보는군. 당신이 비루라는자요?”


처음 보는 남자는 한센 남작이었다. 한센 남작은 잠깐 방을 빌려 옷을 갈아입은 후, 잠시간의 휴식을 취하고 비루의 방으로 왔던 것이다. 여벌의 옷을 가지고온게 아니었던지라 갈아입은 옷은 신전의 사제복이었지만.


”응? 뭔 개소리야?”


개소리?

한센 남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마 비루가 아니란 뜻인가? 하지만 외팔 사내가 달리 있으리라곤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것보다 말이 짧군.’


“내가 여기 며칠을 묵었는데 사제양반이 날 모르는거냐고?”


아, 그런 뜻이었나. 한센 남작은 자신의 지금 차림새가 사제복장이란걸 자각했다.


“이거 미안하군. 오해가 있었소.”


순순히 사과하고 다시 귀족패를 꺼내 비루에게 보여주며 한센 남작은 문이 닫겨있는걸 재확인했다.


“나는 한센 남작이라 하오.”


남작이라? 비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분이야 위조할 수도 있을테지만 귀족패를 위조했다간 뒷감당이 안 된다. 웬만큼 담이 커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일. 하물며 신전에서야 그런일을 할 죽고 싶어서 안달난 작자는 없을테니 눈앞의 남자는 진짜 귀족이라는 뜻이다.


“아, 그렇고만. 그래서 귀족나리가 무슨일로?”


그렇다고 달라지는건 없었다. 애초 용병들은 귀족들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고 그건 비루도 다르지 않았다.


“그 전에 당신이 전 흐르는 모래의 단장이었던 비루가 확실하오?”


비루의 낯짝이 와짝 일그러졌다.


“전이 아니라 현이다! 내가 살아있는한 흐르는 모래는 사라지지 않으니까!”


‘생각보다 반응이 격렬하군.’


평소라면 신경도 안썼을테지만 아쉬운건 한센 남작이었다.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가볍게 사과했다.


“미안하오. 아무튼 당신이 그 비루라는 소리군.”


이쯤에서 한센 남작은 미리 준비했던대로 말하기로했다.


“당신의 용병단이 푸른 악마에게 전멸, 아니 괴멸되다시피한건 알고있소.”


“자꾸 신경 건드릴거요?”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위해 해야할 말일 뿐이었소. 암암리에 알아본결과 불과 며칠전 당신과 일행은 푸른 악마를 격퇴했다고 하더군.”


비루는 그 말에 살짝 놀라고 말았다. 분명 신전에서 이 일을 묻겠다고 했었는데 역시 귀족은 귀족이라는건가?


“나 또한 하쉬 경의 죽음을 애도하오. 허나 당신은 용병단의 죽음을 갚았군. 그러나 정말로 그렇다고 생각하시오?”


“······.”


정말로 그렇냐라? 비루는 눈쌀을 찌푸렸다. 푸른 악마를 봉인시켰으니 할 수 있는만큼의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죽일 수 있다면 모르되 놈은 인간으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재앙과도 같은 존재였다. 봉인이 가능한 선에서의 최선이 분명했다.


“실상은 그렇지않지. 그 푸른 악마라는게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나 그건 단지 도구였을뿐이오.”


“자, 잠깐. 도구? 뭔 개소리야?”


뜻밖의 말에 안색이 변하는 비루를 보며 한센 남작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이후의 일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쉽게 흘러갈 것 같았다.


“아무것도 모르시는군. 당신은 당신의 친구를 찌른 칼을 부러뜨렸다고 원수를 갚았다고 하고있단 소리요. 하쉬 경이 이걸 알면 얼마나··· 큿!”


쾅!

비루는 한센 남작의 멱살을 쥐어틀어잡고 벽으로 밀어붙였고 한센 남작은 예상치 못한 충격에 신음했다. 얼마나 강하게 밀쳤는지 아주 잠시간 의식이 몽롱할 정도였다. 그 몽롱함 사이에서 비루의 음성이 들려왔다.


“너, 씨발 네가 귀족이던말던 난 좆도 관심이없어. 그러니까 지금부터 말조심해야할거다.”


미약하지만 비루의 눈동자에는 살기가 어려있었다. 여차하면 정말로 죽일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센 남작은 낮게 웃었다. 이 정도로 격렬한 반응이란건 그들의 원수에 대해 아직도 칼을 갈고있단 소리였으니. 도발 아닌 도발은 예상 이상의 성과였다.

한센 남작은 다시 한번 정신을 차리고 한번 더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 당, 신은 아무것도 모른다. 그 푸른 악마는 ‘그것’들의 것이나 마찬가지지. 따라서 당신이 복수해야할 대상은 푸른 악마만이 아니란거요!”


한센 남작은 자신의 멱살을 쥐고있던 비루의 손이 떨어져가는걸 알고 기침을 콜록였다.


“뭔··· 개소리야? 그 악마가 일개 소유물 같은거란 소리냐?”


그 푸른 악마가?


“쿨럭, 표현이 나빴군. 그런 소린 아니었소. 다만, 그 악마를 일깨웠던건 다름 아닌 ‘그것’들의 소행이지. ‘그것’들이 없었더라면 당신의 용병단이 붉은 숲에서 그리되진 않았을거요.'


‘물론, 그리 되도록 당신네들을 붉은 숲으로 보낸건 왕이지만···.’


여기까지 들은 비루는 크게 으르렁거렸다. 흡사 맹수가 위협하는 것만 같았다. 후들후들 다리가 떨렸지만 여기서 도망친다면 죽도밥도 안 된다.

그리고 한센 남작에게는 당장의 맹수보다도 무서운 미치광이 왕이 있었기에 도망칠 수 없었다.


“똑바로 말해. 그것들이 누구야? 씨발, 어떤 새끼들이냐고!”


“그것들은···”




***




레너 왕은 모렉 공작과 마주앉아 티타임을 가지고 있었다.


“왕이여. 모든게 당신의 뜻대로 되었습니다.”


레너 왕은 입가를 끌어올렸다. 아직까지도 모렉 공작의 존대는 익숙하지가 않았다. 차라리 다시 반말을 해달라고 할까 고민한 적도 있을 정도였다.


“그렇소. 내 예상대로 되었소. 물론 변수가 있을지도 모르지. 허나 우리의 계획은 차질이 없을것이오.”


“······.”


“공작도 알다시피 그것들의 끄나풀은 크로아 공작이오. 우린 이미 그것들에 굴복했던 왕가를 몰살하여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소.”


“후회하십니까?”


이어진 모렉 공작의 질문에는 레너 왕자는 끌어올린 입가를 비틀었다. 이건 모렉 공작 나름의 확인이었으며 일종의 시험이기도 했다.


“후회따위는 하지않소. 이건 전쟁이라오. 그것들을 몰아내거나 우리가 몰살당하는. 가장 큰 걸림돌인 크로아 공작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그 전쟁을 시작할 수 조차 없는거지.”


“허나 크로아 공작은 만만치 않을겁니다. 왕께서 목숨을 걸어 잡아낸 암살자가 아니었더라면 왕가를 몰래 처리할 수도 없었을겁니다. 크로아 공작은 어수룩한자가 아닌지라 더 이상 요구하면 그를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아, 그렇겠지. 나도 그의 행동은 사실 잘 이해하지 못하겠소.”


이전에 레너의 목숨을 노렸던 암살자, 그는 다름 아닌 크로아 공작의 자식이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크로아 공작은 레너를 암살하기위해 자신의 자식을 보냈었다. 그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실제로 어느 꼬마 하나의 용기있는 행동이 아니었더라면 레너가 죽었을지도 모르지만. 설령 레너 왕이 죽더라도 그 암살자는 붙잡힐게 분명한데도 자신의 자식을 보냈단 그 점에서 레너 왕은 의아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레너 왕은 돌다리가 안전하지 않다면 다른 다리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가 취할 방법은 오히려 크로아 공작을 협박하자는게 아니오.”


“그럼?”


“오히려 그를 돌려주려하오.”


“왕께서 목숨을 잃을뻔했음에도 그를 돌려주시겠다?”


이 해가 되지 않는다는 투였다. 그를 크로아 공작에게 준다고 해도 잊혀지는일이 아닌데다가 어차피 적이었다.


“그렇소. 아들을 돌려받기 위해 아비가 온다. 단, 아들을 돌려주되 아비는 물어죽여야겠지. 그를 위해 우리에겐 사냥개가 필요하오.”


“사냥개, 말입니까?”


“바로 그 사냥개요. 지금 사냥개를 회유하기 위해 한센 남작을 보냈다오. 겉으로는 우리와 상관없는 자이면서도 우리의 뜻대로 움직여야할 이유가 있는 사냥개지.”


더불어 사냥개치고는 이빨도 날카롭다고 레너 왕은 그렇게 덧붙였다.


“그가 누굽니까?”


“비루. 흐르는 모래의 용병단장인 비루라면 충분한 사냥개가 될 수 있을거요.”


“삼년 전, 왕께서 푸른 악마의 존재를 확인하기위해 붉은 숲으로 보냈던?”


모렉 공작이 되묻자 레너 왕은 긍정했다.


“바로 그렇소. 그라면 그것들에 대한 거의 무조건적인 원망을 가질 수 있겠지.”


“하지만 그가 모든 사실을 알았을때엔 그 사냥개가 주인을 물려할겁니다.”


레너 왕은 물론 그럴거란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센 남작을 보냈던것이다. 그를 속일 수 있을 최선의 사람을. 그리고 설령 물더라도···


“그래도 상관없소. 개는 사자를 이길수 없지.”


왕은 빙그레 웃으며 모렉 공작을 쳐다본다. 그 말인즉, 그렇게 되면 잘 부탁한다는 소리였다. 모렉 공작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허, 허”


“공작과 나는 한 배를 탄 몸이니 말이오.”


시작은 이미 왕가의 몰살로 불을 지폈지만 레너 왕은 그 정도론 시작조차 아니라 생각했다.


“명심해야하오. 이건 싸움이 아니라 전쟁이란것을.”


전쟁. 레너 왕은 놈들에게 최소한의 도리조차 지키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에둘러 말한 것이다. 사냥개조차 그 수단중의 하나에 불과했다.


“‘그것’들···.“


뒤돌아선 그에게서 으득 이빨을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악마신봉자들과의 전쟁이지.”




***




“악마신봉자?”


비루는 처음 듣는다는듯 되물었고 예상했던 반응에 한센 남작은 작게 한숨쉬었다.


“그렇소. 악마신봉자! 그들이야말로 이 왕국을 좀먹고 푸른 악마를 일깨워 당신의 용병단 전원을 몰살시킨 자들이오.”


“···좀 더 말해보시라고.”


“궁금할게 뭐가 더 있소? 우리도 놈들에 대한건 잘 모르오. 푸른 악마를 깨웠단것도 우연찮게 알 수 있었던거지. 놈들의 조직명도 규모도 확실치않소. 다만 놈들은 짙은 남색로브를 입고 행동한다는 것과 결코 약한자들이 아니란것 뿐이오.”


“남색 로브···”


비루는 다시 듬성듬성 자라난 수염을 쓰다듬었다. 짙은 남색 로브라는 단어를 분명 어디선가 들은것 같았는데.


“아!”


그리고 리드와 벤자민이 푸른 악마의 탑에서 교전했다던 리빙데드 네크로맨서가 바로 짙은 남색 로브를 입고 있었다고 했던걸 떠올릴 수 있었다.


“짐작가는곳이 있나보군. 신전의 조사대가 쫒은 네크로맨서가 그 악마신봉자일거라 우린 추측하고있소. 아마도 놈은 푸른 악마가 있는곳으로 도망친거겠지. 그곳에 가면 삼년 전에 당신의 용병단을 몰살시켰던 푸른 악마가 또 한번 당신들을 몰살시킬 수 있을거라 생각했을테니.”


‘음?’


비루는 약간 이야기가 어긋난걸 느꼈다.


“삼년 전부터 그곳에 도사리고 있었을 놈이야말로 악마신봉자들이 숭배하는 악마라는거요. 물론 지금은 당신의 일행이 훌륭히 퇴치했지만.”


‘이 자식들, 모르는건가?’


한센 남작은 푸른 악마가 부활했었단걸 몰랐던걸까? 그 날, 푸른 악마가 수호자니 고마니 소리치며 분노했던걸 기억한다. 비루는 내심 이들이 그 수호자가 아닐까했는데 전혀 아닌듯 싶었다. 푸른 악마는 3년 전, 비루의 용병단을 몰살시키는 와중 수호자의 방해로 비루를 죽이지 못했단 식으로 말했었다. 그래서 3년 전에 푸른 악마를 봉인시킨게 수호자고, 이들이 그들이라 생각했는데.


‘그럼 수호자란건 따로 있단건가? 제길! 머리아프군.’


비루는 굳이 그 점을 말하지 않았다. 믿지 못하는것도 있지만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푸른 악마의 존재와 네크로맨서에 대해 아는걸보면 악마신봉자라는 것들은 진짜로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날 찾아온 이유는?”


“당신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오. 당신은 우릴 도우며 악마신봉자들에게 복수하고 우린 당신의 협력을 얻을 수 있는거지.”


“젠장! 그 말은 날 이용해먹겠단거잖아!”


“상부상조하자는거요.”


한센 남작은 부정하지는 않았다.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말에 비루는 한숨을 푹 내쉬며 양손을 들어올렸다.


“알겠어. 알겠다고.”


“그럼 그리 알겠소. 내일 나와 떠나도록합시다.”


“젠장!”


비루는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 아직 자신의 귓가로 용병단 녀석들의 비명소리가 생생히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저 일은 바로 하쉬의 죽음에 대한 복수이기도 했으니.


“그래. 내일! 제기랄.”


이번일이 끝나면 정말로 동료들이 모두가 편히 저승으로 갈 수 있으리라고 비루는 그렇게 믿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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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푸른 악마 4 18.02.14 344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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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푸른 악마 2 18.02.12 322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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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붉은 숲 9 18.02.02 374 6 11쪽
31 붉은 숲 8 18.02.01 33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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